송성진 작가 “속살 못 경험하면 여행도 아냐”

‘풍경 속 마음’을 찍다

김대희 기자 2012.09.24 11:15:21

여행이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삶의 여유, 신선한 경험 그리고 한편으론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 등 개인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사실 여행이란 그 시기가 따로 없지만 일상생활에 바쁜 현대인들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특히 요즘에는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과 국내 방문객들이 늘면서 예술문화여행을 즐기려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예술과 여행은 다를 것 같지만 여행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고 예술을 찾아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예술가들은 여행을 어떻게 생각하며 그들은 여행에서 어떤 느낌으로 작업을 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는 새 시리즈를 시작한다. “잠시 둘러보는 건 여행이 아니에요. 그곳에 머물러 체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에게 여행은 내 생각과 개념을 다시 돌아보고 가치관을 깨우쳐주는 자극제와 같아요. 경험을 통해 배움을 주고 내가 가진 틀을 벗어나도록 해줬어요. 작업에도 많은 영향을 줬고 앞으로도 이러한 여행을 계속 하고 싶어요.” 도시작업을 주로 하는 송성진 작가는 자신이 바라본 도시 즉 사회적 풍경을 사진으로 촬영한다. 그의 작업은 ‘겉은 완벽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삶’이다. 즉 자신이 바라본 도시와 그 사회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지만 보이지 않는 도시의 이면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보통 관광지를 많이 갔어요. 말 그대로 누구나 아는 유명한 관광지들은 보여주기 위한 풍경인 거죠. 내가 찍는 거와 남이 찍는 게 다르지 않았어요. 사진만 남는다는 말이 있듯이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 찍는 거죠. 이런 여행이 점점 지루해졌어요. 사진 작업을 하지만 그런 관광지에 가면 사진을 안 찍었어요.” 그는 일반적인 여행을 다니지 않는다. 어떤 곳을 갔다 왔다는 흔적을 남기는 게 아니라 그곳의 현상과 그 이면 안에 존재하는 내용을 담아보려 한다. 일례로 부산 하면 떠오르는 해운대나 광안리 등 관광지가 아닌 곳을 다녀야 진정한 그곳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알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여행이란 바로 그곳의 삶 속에 빠져 직접 느끼고 오는 것이라고. 때문에 그의 도시 사진은 산동네에서부터 현대도시까지 다양하다. 도시의 삶과 풍경 그리고 숨은 이야기가 있다. 사진을 찍지만 사실 그의 전공은 회화다. 한번은 여행 중 부산에 어느 동네에 갔다. 부산에 살면서도 그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이 동네에서 생각의 틀이 깨졌다. “동네를 돌아보던 중 카메라를 잃어버렸어요.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카메라를 찾아줬죠. 알고 보니 그곳은 나병(문둥이) 환자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었어요. 이곳에서 요즘은 느낄 수 없는 옛정을 봤어요. 나병 환자들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고 그들의 따뜻함을 느낀 거죠. 마을의 풍경은 척박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따뜻하다는 걸.”

그는 돌아와 풍경사진 위에 그림을 그렸다. 당시 사진은 취미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과 회화가 합쳐진 작업이었다. 현재는 사진을 주작업으로 하지만 회화나 설치작업도 한다. 나환자 촌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느낀 옛정 풍경이 아니라 그 속의 삶을 말한다 또한 2010년 베이징에 레지던시를 갔는데 숙소 앞에 작은 마을이 있었다. 그 곳은 위험한 마을이라고 했지만 막상 그곳에 가니 오히려 사람들이 자신을 피했다고 한다. 여기에 또 선입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마을에 자주 가게 됐고 그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의 틀이 한 번 더 깨지게 됐다고 한다. 이외에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서는 오래된 곳을 소중히 보존하는 풍경을 봤고, 거제도의 작은 마을에선 아무것도 없는 곳이지만 그 마을만이 가진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그는 보여주기 식의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찾고자 한다. 보이지 않는 그 이면의 모습을 봐야 한다는 소리다. 때문에 작업 속에 사회적 요소를 많이 넣으려 한다. 자신이 느끼는 문제의식과 함께 삶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견, 그리고 대안까지도 제시한다. 그냥 보기만 하는 풍경이 아니라는 얘기다. 7월에는 미얀마에 잠깐 들렸는데 미술의 발전이 우리보다 늦을 꺼라 여겼던 선입견이 깨지고 오히려 우리보다 빠른 미술의 움직임에 배울 점이 많았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경험과 이야기를 듣고 더욱 성장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그에게는 재밌고 즐거울 수밖에 없다. 목적을 가지고 떠나기보다 우연한 기회에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그는 보통 스치듯 지나간 풍경을 다시 찾아가거나 직접 현장에서 찾을 때가 많다고 한다. 최근에 대마도 레지던시를 다녀온 그의 도시와 그 이면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개인전이 ‘온도’라는 제목으로 부산에 있는 갤러리중앙202에서 9월 20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송작가의 여행 에세이

미얀마는 인구의 90%이상이 불교를 믿는다. 이 사진은 불교사원안의 풍경이다. 맨발로 들어가야만 하는 규율이 있는 신성한 곳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아무렇게 뻗어자는 개를 보면서 불교의 관대함과 자비(?)를 느꼈다. 사람 그리고 스님 또한 이렇게 사원에서 낮잠을 자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절이나 교회에서는 있을수 없는 일이 아닐까?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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