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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리, 돌연변이 동·식물 통해 ‘자연’을 묻다

현대 사회는 자연과 가깝고도 멀어…자신만의 새로운 자연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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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4호 김대희⁄ 2011.10.17 13:26:49

자연이란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 즉 저절로 생겨난 산, 강, 바다, 식물, 동물 등의 존재 또는 그것들이 이루는 지리적·지질적 환경을 말한다. 자연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의 시작이자 끝이다. 결국 자연 속에서 태어나고 자연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문명의 발달은 인간의 삶을 편하고 윤택하게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마음 한편으로는 자연을 그리워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자연은 멀리만 있는 것일까? 우리가 인공적으로 만든 자연은 과연 자연일까? 우리 사회 속에 존재하는 자연은 무엇인가? 과연 무엇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이런 질문들을 작업에 담아 ‘자연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강주리 작가를 만났다. 볼펜 드로잉으로 작업하는 그녀는 우리가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지나쳐버리는 자연에 대해 이야기하며 익숙해져버린 무관심을 다시금 일깨우고자 했다. “대학시절부터 자연을 포함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했어요. 재밌기도 했고요. 그러다 도심 속에서 자연을 보며 내가 생각한 자연과 많이 다르다는걸 느꼈죠. 도시에 있는 자연은 나무와 동물뿐이었어요. 물론 그 안에는 사람도 포함되죠. 우리는 자연과 가까우면서도 멀리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연을 이야기하고자하는 그녀의 그림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산과 바다 그리고 꽃과 동물들이 아니다. 그녀의 소재는 특별하면서 색다르다고 할 수 있다.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돌연변이 동물과 식물들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징그럽기도 하면서 때론 안쓰럽고 귀엽기도 하다. 분명 “신기하다” “이런 동물도 있었나?” 등의 반응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그녀가 바라는 의도이기도 하다.

유전자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던 그녀가 이처럼 평범하지 않은 동·식물을 소재로 다루게 된 계기는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가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모았던 사람귀가 달린 쥐를 처음 본 그녀는 자신만의 상상으로 동물을 그렸다. 그 이후부터는 실제로 존재하는 희귀한 동물이나 돌연변이를 직접 찾아서 보고 그리면서 지금의 작업이 시작됐다. 오히려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보다 이런 동물들이 더 자연스러운 자연일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유전공학이나 이종교배 등을 통해 인간이 자연 진화 과정을 조종하고 변경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아지면서다. “현대사회를 살면서 ‘인간이 바꿔가는 결과를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나?’ ‘자연은 인간의 발전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하는가?’하는 의문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돌연변이 동물을 통해 질문을 하게 됐죠. 그 안에는 슬픔, 기쁨, 원망, 노여움 등 다양한 감정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인체 작업도 많았어요. 그러다 동물과 식물로 넘어가게 됐고 볼펜 드로잉도 시작됐죠.” 서양화를 전공한 그녀의 작품은 종이에 볼펜으로 그린 드로잉 작업으로 탄생됐다. 페인팅 작업도 겸하고 있지만 대부분 볼펜 드로잉이 많다. 최근에는 여기에 인스톨레이션(설치미술)도 병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아크릴릭을 주로 사용했지만 요즘에는 수채화나 과슈(불투명 수채)를 기반으로 종이에 작업한다. 캔버스보다 종이를 좋아한 까닭도 있지만 섬세한 작업이다 보니 유화보다는 종이에 과슈나 수채화 작업을 하는 것이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한다. 처음엔 빨간펜으로 드로잉 작업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검은펜을 주로 사용한다. 특히 볼펜 드로잉은 연필과 달리 지울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오히려 더 집중해서 그리는 그 느낌을 좋아한다.

“볼펜으로 그릴 때 틀리면 살짝 수정하면서 작업하는데 이런 맛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볼펜으로 한 작업을 프린트 했을 때 원본과 가장 비슷하게 나오더군요. 국내에서는 작업에 담기는 내용보다 무조건 남들보다 튀는 새로운 작업에 집중했다면 미국에서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고 찾게 됐어요. 국내에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볼펜 드로잉과 함께 하는 인스톨레이션은 그녀가 그린 동물을 복제하는 작업이다. 그려서 복사한 작업을 가위로 오려 하나하나 벽에 붙여 만드는 수작업이다.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부 드로잉으로 그려낸 줄 아는데 이는 복제 된 걸 모르게 하고 싶은 그녀의 바람이 담겨있었다. 또한 이렇게 많은 동물들을 겹쳐서 붙이는 작업은 멀리서 보면 그 형상이 마치 또 다른 하나의 개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2가지 작업을 하는 그녀는 드로잉 작업을 하다 잘 풀리지 않으면 가위 작업을 한다고 웃어보였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동물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자연 그대로가 아닌 사람이 만든 인공 자연이 많아지면서 기억에 남아있다는 그녀는 자신이 그린 동물들과 꽃을 함께 배치해 자신만의 새로운 자연을 만들어냈다. 너무나 가깝고 친숙하기에 쉽게 그냥 지나치는 자연이 아닌 한 번 정도는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자연이기를 바라는 그녀는 “관찰하고 표현하는데 있어 그림은 말이나 글보다 더 잘 전달되고 사회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수단으로 나에게 맞는 것 같다”며, “지금은 볼펜 드로잉에 만족하고 있지만 페인팅 작업도 꾸준히 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연은 계속 더 이끌어갈 주제이며, 소재는 동물을 주로 그리지만 꽃과 함께 여기에 식물(사과나 오이 등 과일) 등도 넣고 볼펜의 색도 늘려 나갈 계획을 말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며 현대 사회 속에서의 ‘자연’에 대해 한번쯤 더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그녀의 작품은 CNB갤러리에서 10월 13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CNB저널 표지작가공모당선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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