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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태호 위스캔 대표]종이 없는 회의실…스마트폰에 담았다!

휴대용 전자칠판 ‘위노트’ 개발, 삼성전자와 공급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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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2호 이진우 기자⁄ 2014.03.31 14:08:12


“자신이 좋아하고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열정과 도전 정신을 발휘한다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이태호 위스캔 대표의 말이다.

그는 현재 전자문서 솔루션 업체의 CEO로서,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문서 화면을 공유하고, 필기, 메모 등을 할 수 있는 휴대형 전자칠판 ‘위노트(WENOTE: 함께 쓰는 노트)’를 개발해 PC나 MAC 등과도 연동이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위노트’는 페이퍼리스 협업 솔루션의 결정체로서, 이미 지난해 8월에 삼성전자와 공급계약을 체결해 갤럭시 노트 10.1을 기반으로 우선 공급하고 앞으로 출시되는 삼성 스마트 기기에도 공급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전자문서 산업의 통계를 보면 세금계산서, 계약서 등에서 전자문서 사용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회의용 문서, 행정문서의 종이 소비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라며 “향후 양방향 Annotation(메모) 기능 강화를 통해 스마트 회의와 스마트 교육 분야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PC와 MAC에서 제공되는 ‘위노트’ 서비스를 이용하면, 화상회의나 원격제어 기반의 고가의 협업,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도, 편리한 스마트 회의, 스마트 교실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사용방법도 지극히 간단했다. 이 대표는 기자에게 ‘위노트’를 시연해 보이면서 “보유하고 있는 장비(노트북, 데스크탑, MAC, i-OS, Android 기반 스마트폰 및 패드 등)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실행하면 기존의 빔프로젝트, TV, 전자칠판 등과 연동돼 사용이 가능하다”면서 “이미 설치돼 있는 회의실, 교실 내 장비와도 완벽히 호환돼 이용할 수 있어 별도의 전자칠판이나 전자교탁 등의 장비 구매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잘하는 분야에서 기회가 있다

‘위노트’는 실시간으로 회의·강연을 애플리케이션 상에서 개설함으로써 참여자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이 대표는 “회의방을 만들고 회의문서 파일을 열어 놓으면 이후에 회의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화면을 볼 수 있게 된다”면서 “아울러 진행자가 회의 도중 필기를 하는 내용도 공유할 수 있음은 물론, 말하는 목소리까지 함께 녹음해 저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노트’는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도 이용하고 있으며, 제안서를 애플리케이션 상에서 공유할 수 있게 돼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경우 하루에 받는 제안서 분량이 최소 50장에서 최대 수백 장에 달했지만 ‘위노트’를 쓰면서부터는 하루 수십만 원 가량의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11년 6월 1일 벤처기업 위스캔을 설립했다. 위스캔은 사람과 정보, 단말을 연결하는 기술을 활용해 모바일 APP 및 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같은 해 12월에는 국내 최초로 Social Address Book ‘위위박스’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모바일 무료 명함 인식 APP ‘위스캔’에는 현재 약 4000만개의 연락처가 보관돼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또한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 ‘해시톡(Hash Talk)’을 지난 2012년 5월에 오픈했으며, 실시간 협업 서비스인 ‘위노트’를 지난해 9월에 정식 출시했다.

이 대표는 ‘위노트’를 출시하면서 회사가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위노트’는 문서나 사진 등을 출력하지 않고도 회의나 강의를 진행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실시간 협업 서비스로, 이를 도입한 기관이나 기업이 200여 곳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창업 이후 지금까지도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또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나름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귀띔했다.

지난 2012년 초 이 대표가 ‘인식이 검색의 미래다’라는 화두를 갖고 야심차게 출시한 명함 인식 서비스 ‘위스캔’은 결과적으로 잘 안됐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금도 물론 이 서비스는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처음 서비스가 나오고 두세 달 정도 지나면서 ‘아! 이것만으로는 힘들겠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다. 그리고 처음에 세웠던 가정들 중 최소한 세 가지가 잘못됐다는 것도 인식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이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었다고 한다. 명함을 스캔해서 간편하게 저장할 수 있고,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위스캔’의 장점이었는데, 사람들은 개인정보가 비교적 많이 담긴 명함을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벤처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에 올려놓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무료 서비스라는 것도 시장의 반응은 예상과 많이 달랐다고 한다. 이 대표는 “당초 무료로 출시하면서 유료로 제공되는 다른 명함 인식 서비스 수준의 퀄리티를 보장하면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그런데 오히려 무료라고 하니 뭔가 하자가 있거나 개인 정보가 보호되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는 인식 때문에 신뢰를 얻지 못했다. 그런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고 회상했다.

마지막은 인식률이었다. 이 대표는 인식률에 자신했지만 막상 서비스가 시작되니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웬만한 유료앱에 비해 그리 인식률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최고는 아니었기에, 소비자들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핵심 기능이었던 인식률의 개선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비록 ‘위스캔’ 서비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후 이 대표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우연한 기회…신제품 개발로 이어져

지난 2001년부터 2011년 5월까지 KTH와 KT에서 근무한 이 대표가 가장 잘하는 분야는 UC(Unified Communication) Works였다. 이것은 통합커뮤니케이션 솔루션으로서 서로 다른 통신설비와 교환기로 인해 이종 설비 간 커뮤니케이션 연결이 안 되는 상황을 해결해 주는 기능이다. 이 대표는 “간단하게 예를 들어 부재 중에 전화가 왔을 때 이 사실을 PC 모니터를 통해 알려준다던가, 전화를 당겨 받는다든가, 아니면 전화 내역을 찾아볼 수 있다던가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새로운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지난 2012년 어느 봄날 지멘스에서 연락이 온 것. 지멘스는 이 대표에게 UC 분야의 솔루션을 개발해달라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어차피 당시 ‘위스캔’만으로는 당장 돈이 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던 차에 이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지멘스와 협력관계를 구축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돈이 꽤 된 것이다. 또한 이 대표가 가장 장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일이었기에 자신감도 넘쳐흘렀다. 또한 이 비즈니스를 진행하면서 이 대표가 언제나 생각하고 있었던 인식 분야의 기술 개발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 사업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위노트’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위노트’는 컨퍼런스나 기자간담회, 세미나, 회의장 등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일종의 문서 공유 서비스로, 문서 공유의 차원이 구글 닥스와 같은 곳에 올려놓고 누구나 들어가서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대강당 같이 넓은 공간에서 발표를 할 때,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는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럴 경우 관련 자료를 프린트해서 나눠주는 방식을 주로 쓰지만, 종이 낭비가 많은데다 얼마만큼 소요될지 예측하기도 힘들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위노트는 앱 하나만 다운로드를 받으면 발표자가 위노트 앱에 관련 자료를 올려놓고 설명하게 되면, 듣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 해당 자료를 같이 볼 수 있다. 

구글 닥스 같은 것과의 차이점은 발표자가 이를 실시간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진행자가 발표하면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넘기면 다른 사람들의 스마트폰에 있는 자료도 같이 넘어가는 것이다. 이는 문서를 인식해서 이를 메시지화하고 한꺼번에 여러 대의 단말기에서 동일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최소 수천대의 단말기에서도 동일한 작동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판단하기에도 B2B 서비스로 매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이 되고, 이미 기업들의 반응이 좋은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단다.

이 대표가 기자에게 ‘위노트’를 시연하는 동안에 그간 다른 문서 공유 서비스들에서 보아온 것과는 달리 문서 인식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태블릿 PC와 TV, 그리고 노트북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문서를 보여주는 것을 보니, 그저 대여섯 명 수준이 아니라 수천 명이 동시에 접속해서 볼 수 있다는 것도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위스캔이 계속해서 문서 인식에 대한 기술을 개발해왔으며, 대표를 비롯해 초기 창업멤버들이 UC 솔루션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이렇듯 두 가지가 결합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역설했다.


인식은 검색의 미래다

이 대표는 또 “‘위스캔’은 처음부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고, 좋아하는 것의 시도였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UC 솔루션을 만들다가 좋아하는 것과의 접점을 찾아낸 것이다. 그게 ‘위노트’였다. 앞으로는 진정으로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대중화하면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의 PC나 피처폰 시절의 행동 양식이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경향이 많다. 그러한 것이 불편함으로 이어지다 보니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러한 불편함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불편함을 해소함으로써 사람들의 생활이 달라지고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습관으로 정착된 기술이나 서비스는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인문학이 전공이었지만 독학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그에겐 컴퓨터를 만지는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다. 졸업하고 지난 1991년 럭키(현재 LG화학)에 입사했으나 그가 계속 관심을 가졌던 것은 여전히 컴퓨터였다. 결국 그는 인터넷과 정보기술(IT) 관련 일에 종사하고 싶다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1994년에 하이텔로 옮겼다. 하지만 하이텔은 시대가 바뀌면서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 못한 채 외환위기를 맞아 회사는 더욱 어려워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컴퓨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2001년 5월부터 KTH에서 일하면서 KT의 사내 메신저 아이맨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이디스크도 그의 작품이었다. 2004년부터는 KTH의 모바일 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실력을 인정받아 2007년에는 KT 본사로 와서 윈도 사업팀장, 클라우드 사업팀장, 컨버전스 서비스 사업팀장 등을 역임했다.

KT에서 일하면서 그는 인식 기술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느끼게 됐는데, 스마트폰이 도입된 후 인식으로 많은 불편함이 해소되고 거기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판단했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사업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인식 기술을 구하러 다니다 보니 필요한 기술을 확보한 회사가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 사례를 보니 심지어 구글도 고글즈라는 인식 비즈니스를 했는데 러시아 기술을 갖다가 썼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것으로 사업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을 직접 갖고 있으면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식의 미래는 검색”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설명을 듣다 보니 스마트 모바일 시대에는 인식이 검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마저 드는 것은 뭘까. 인식의 미래가 검색이라기보다 검색의 미래가 인식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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