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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 대구미술관 무엇이 문제인가?(3/3)]미술계 열악한 현실, 이제 터놓고 얘기하자

공립미술관의 역할과 기능 진지하게 논의하는 출발점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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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3호 안창현 기자⁄ 2014.06.19 13:14:53

▲대구미술관 외부 전경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대구미술관 논란이 불거진 이후 한국큐레이터협회와 대구미술관, 대구시 등은 엇갈린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소모적인 시시비비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국내 공립미술관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와 한계를 짚어보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논란의 발단이 된 대구미술관 문제를 한국 미술계의 현실과 지역 공립미술관에 대한 좀 더 종합적이고 생산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논란은 지난 1월 6일 한국큐레이터협회가 대구미술관의 계약직 큐레이터들이 부당하게 계약 해임되었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촉발됐다. 한국큐레이터협회는 이후 계약직 큐레이터 문제뿐 아니라 대구미술관의 인사와 운영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계속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술관의 공공성 위기’를 이야기했다. 단지 큐레이터 재계약 여부의 문제를 떠나 지역의 공립미술관이 가진 구조적 모순과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대구미술관측 주장은 달랐다. 그동안 계약직 큐레이터가 계약 연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큐레이터협회는 특별한 귀책사유나 징계가 없는 한 재계약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대구미술관처럼 단기간에 주기적으로 큐레이터를 내보낸 사례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구미술관은 이번 사안이 큐레이터협회 측 주장처럼 관장에 의한 일방적인 해고가 아니었고, 학예실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덧붙여 대구미술관 김선희 관장은 “계약 만료된 전임 큐레이터들 모두가 큐레이터협회 측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큐레이터협회가 특정한 이익집단의 성격을 갖고 계약연장에 실패한 큐레이터 중 일부의 일방적인 주장을 한다는 것이 대구미술관의 입장이다.

공립미술관 계약직 큐레이터의 고용불안 문제가 유독 대구미술관의 문제처럼 언급되는 것도  불만이다. 이는 비단 대구미술관뿐만 아니라 전국의 국공립미술관이 공통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큐레이터협회와 대구미술관 측은 서로 다른 입장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주장들 속에 공통된 시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공립미술관이 처한 구조적 문제점들

양측은 공히 이번 대구미술관 문제를 특정한 지역이나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의 국공립미술관들이 놓인 구조적인 문제나 한계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논란을 ‘대구미술관 사태’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 공립미술관들이 처한 현실을 다시 점검하는 논의의 장으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미술계 관계자들이 공립미술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지적한 지는 이미 오래 됐다. 미술관은 전시나 소장품 수집 같은 기본적인 역할을 하는 학예직 이외에 코디네이터, 디자이너, 에듀케이터, 홍보마케팅 등의 전문 인력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을 제외한 지방의 공립미술관들 대부분은 이러한 전문가들의 고용이 거의 전무하다. 따라서 이러한 업무들까지 나누어 맡고 있는 학예연구직은 과중한 업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공립미술관들의 계약직 큐레이터로서 불안정한 고용 형태뿐 아니라, 열악한 근무 환경 또한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공립미술관의 수장으로서 미술관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할 관장이라 해서 딱히 나은 입장도 아니다. 관장 역시 계약직으로, 단기간에 성과를 내 재계약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안고 있다. 중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미술관을 이끌지 못한다는 얘기다.

매번 지자체 선거가 끝날 때마다 관장이 바뀌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 상황에 따라 미술관의 수장이 바뀌고 이에 따라 몇 년 단위로 미술관의 큰 틀이 뒤바뀌는 상황에서 일관된 정책과 사업이 수행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역 공립미술관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 미술관은 양가적 입장에 놓여있다. 그 지역의 시민들을 이용하는 공공장소인 동시에 지역 미술계와도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역 미술계는 미술관의 전시나 작품수집의 우선순위에서 그 지역의 작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반면, 일반 시민들은 지역의 공립미술관에서도 세계적인 작가의 전시를 보고 싶어한다.

지역 공립미술관은 이렇듯 엇갈리는 기대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현실적으로 양자를 적절히 조합해야 하는 미술관의 입장에서는 어느 한쪽의 만족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모두에게 비판받거나 외면당하게 된다.

지역 공립미술관이 양자를 모두 만족시키려면 전시와 작품수집, 혹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작가를 발굴하고 대외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지역의 미술자료를 수집, 정리하는 한편, 높아진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세계 현대미술의 경향을 보여주고 시민들의 흥미를 이끌어내야 한다.


지역 공립미술관에 대한 논의도 뒤따라야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미술관이 시나 지자체의 사업소가 아닌 독립법인으로 전환해서 미술관 운영위원회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 상당수 미술계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그만한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시급한대로 현행 제도의 틀 속에서 합리적인 미술관 운영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내 미술관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많은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전문 인력 양성, 소장품 정책의 차별화, 미술문화와 시민사회의 괴리를 극복하는 일 등 산적한 문제들을 감안하면 한국의 공립미술관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봐도 좋다.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미술관 전문가들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대구미술관의 이번 논란이 국내 미술계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논의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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