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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 ‘FTA 전도사’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한국경제 도약하려면 경제영토 확대해야”

국무총리 거친 경제전문가, 국회 찾아 파워포인트로 경제현안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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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8호 최정숙 기자⁄ 2014.12.11 09:00:50

▲한덕수 무역협회장이 11월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헤리티지재단에서 열린 ‘미국의 차기 무역정책’ 토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지난 2012년 2월부터 한국무역협회를 이끌어오고 있는 한덕수 회장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쳐 국무총리를 지냈다. 또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지원위원장 역임 등 세계 주요 국가들과의 FTA 협상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온 경제정책 권위자다. 

요즘 한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세계 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닌다. FTA는 물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필요성을 전파하는 데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 회장은 지난달 28일 국회를 찾았다. 국회 경제정책포럼(대표의원 정희수)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강연 주제는 ‘최근 무역동향과 한국의 대응’.

그는 발표내용이 담긴 파워포인트(PPT) 영상을 띄워 의원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했다. 중간중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던진 질문에는 막힘없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한 회장은 먼저 우리나라의 수출 현황을 분석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1~10월, 전년동기비 2.8%)은 과거에 비해 다소 부진한 양상입니다. 하지만 경쟁국에 비해서는 선전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미국, EU(유럽연합), 중동과 품목별로는 반도체, 선박, 철강 등이 호조세를 나타냈습니다. 또 중소기업 수출은 대기업 보다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출은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고 일자리 창출, 국제수지 방어 등을 통해 국민경제에 기여해 왔습니다.”

이날 강연에서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내수와 수출의 균형이다.

“한국경제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세계시장 확보와 더불어 내수와 수출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최근까지 우리나라는 52개국과 FTA를 체결, 전세계 경제영토(GDP 기준)의 73.5%를 확보했습니다. 또한 경쟁력 없는 내수산업은 수입에 의해 대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수출에 버금가는 내수 산업 육성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세계경제가 아직까지도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4년간 횡보합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중동 정정불안(IS)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세계경제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한 회장의 설명이다.

“선진국 경제는 미국을 제외하고 EU, 일본 등 전반적으로 부진합니다. 신흥국 경제도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러시아, 중동, 중남미 등의 경제여건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녹록치 않은 대내외 여건 속에 한국경제는 한 단계 도약할 것인지, 아니면 세계평균 수준에 머물 것인지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오른쪽)과 정희수 기획재정위원장이 11월28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최근 무역동향과 한국의 대응’이란 주제로 열린 ‘국회 경제정책포럼’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중장기적 발전하려면 세계시장 확보 및 내수와 수출 균형 필요”

그는 최근 우리 경제가 생산성 하락세를 경험하는 것은 과도한 논쟁과 비타협적 문화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한국경제의 도약을 위해서는 비타협적 문화를 바꾸고 지역 및 전 세계를 아우르는 FTA를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아울러 경제활력 회복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구조개혁 조치를 단행해야 합니다.”

한 회장은 경제활력 회복과 경제력 제고를 하려면 경제 체질을 개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생산적, 선제적 투자 및 한계기업의 정리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여성의 경제참가율 제고 및 연금개혁 등을 통한 고령화 대응 ▲교육개혁과 직업훈련의 효율화 ▲적정수준의 재정지출과 병행한 재정개혁 도모 ▲소득 분배 정책 정립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 ▲첨단기술과 농업을 결합한 농업개혁 ▲지식기반경제 확립을 위한 혁신 노력 등을 제안했다.

지난달 1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다. 지난 2012년 5월 1차 협상 이후 30개월 만에 전격 타결이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에 이어 중국까지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맺게 되는 등 경제영토를 크게 확장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한덕수 회장이 이날 강연에서 중점을 둔 내용은 FTA와 TPP였다.

“최근 한중FTA가 실질 타결된 것은 우리에게 경제적으로나 여러모로 봤을 때 매우 의미 있는 성취를 가지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외국과 FTA를 체결했을 때 전통적으로 철강, 반도체 등은 수출효자품목에 꼽히는데 이는 상당히 선진적인 구조입니다. 외국에서 많이 부러워하는 구조이기도 하고요.”

한 회장에 따르면, 최근 타결한 4개국(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중국)까지 합치면 우리나라는 52개국과의 FTA체결로 전 세계 경제영토의 75.5%를 확보하게 됐다. FTA체결 여부를 떠나 전체 교역에서 수출국가는 236개국이고 수입국가은 232개국이다.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와 전방위적으로 무역을 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FTA를 타결한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연영방 3국)는 사실 우리나라로 봐서는 가장 껄끄러운 나라들입니다. 농축업 교역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나라들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한미동맹을 맺은 국가라 결정적으로 우리나라가 어렵다고 하면 귀를 기울이고 수용하려는 자세가 있지만 이 세 나라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본인들이 필요하면 끝까지 주장하는 나라들입니다. 이런 세 나라와 주고받고 해서 FTA를 타결 지었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교역관계 확대에 큰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여파는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경제는 앞으로 힘든 일만 남았습니다. 쉬운 일들은 다 했습니다. 이제는 힘든 일을 해서 점프 할 것인지, 아니면 세계평균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만족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가 됐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성장률이나 수출증가율 등을 볼 때 분명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한국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다만 일본처럼 심각한 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한 회장이 말하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세계로 나아가는 것’, 바로 TPP 참여다.  


“한국 경제, 점프할지 세계평균에 만족할지 결정할 때”

“세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최근 논의되는 것이 TPP협상입니다. 미국,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캐나다 등 12개국이 TPP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10개국과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우리의 참여가 TPP협상 진전에 부담 없이 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미FTA는 지난 2011년 우여곡절 끝에 국회 비준을 받았다. 한 회장은 당시 힘들었던 협상 과정을 떠올리기도 했다.

“저희가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협상 과정도 힘들었고. 2011년 FTA에 이어 곧바로 TPP를 얘기한다는 것이 엄두가 안 났습니다. 그래서 2년만 두고 보자, 그러면 한미FTA 성과가 날 것이고 국내에서도 말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부에서 2년이라는 입장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대개 주위에 있는 정책당국자들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무사히 지나갈 것 같았던 2년은 일본이 끼어들면서 변수가 생겼다.

“TPP 협상 참가국간 무역 규모는 9조 달러가 넘습니다. 이 중 중간재의 수요가 2조2천억 달러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TPP 국가들에게 수출하는 중간재의 규모를 봤을 때 일본이 간접적으로 수십 배가 더 많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생산구조는 비슷합니다. 때문에 우리가 하는 거의 대부분은 일본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12개 나라가 통합됐을 때 거기에 일본만 들어가고 우리나라가 빠진다면 중간재 수출에 있어 밀려나게 될 것입니다. TPP협상과 관련해서는 최대한 빨리 들어가야 한다고 정부에 계속 요청하고 있습니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11월28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실 주최, ‘국회 경제정책포럼’에서 ‘최근 무역동향과 한국의 대응’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국회 강연이 끝나고 한덕수 회장과의 추가 인터뷰를 시도했다. 한 회장은 이날 CNB와 별도의 대화에서 한중FTA와 TPP협상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했다.

야권에서 한중FTA를 ‘졸속 협정’이라고 한 데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벌써 8~9년을 추진하면서 연구해온 것입니다. 두 단계에 거쳐 협상하고 완벽하게 진행했습니다”라고 자신했다.

한중FTA 타결과 관련해 중국의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제안과 관련해서는 “우리나의 제품은 질이 굉장히 좋습니다. 품질, 안전, 디자인 등으로 충분히 승부할 수 있습니다. 이번 타결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쌀은 사실상 전면 개방 상태라 양허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의미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수입제한이라는 것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못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쌀 관세율 513%를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고관세율이라 전면 개방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라고 단언했다.


“하루빨리 한중FTA 통과 및 TPP 참여해야”

자동차와 LCD의 경우 양국 모두의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한 회장은 “자동차와 LCD는 현지화 전략이 굉장히 강한 산업입니다. 우리 기업이 중국에 큰 공장을 갖고 있고, 시설을 늘려가는 상황이라 전략적으로 제외된 측면이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한미FTA 협상 때는 전국에서 대규모 집회가 벌어졌을 정도로 반발이 심했다. 한 회장은 당시 곤혹을 치러야 했던 인사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2011년 비준 이후 2년이 지난 지금은 당시의 부정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한 회장은 당시 반대 목소리는 잘못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가 굉장히 큰 손해를 볼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그 주장은 틀렸다는 것이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한미FTA 발효일(2012년 3월) 이후 2년간 미국과의 교역규모는 FTA 발효 전 2년간 교역규모보다 4.1%가 늘었습니다. 대미 수출액은 발효 전보다 10.3%가 증가했고요.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증가율(6%)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한중FTA가 통과되면 그 효과는 훨씬 좋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TPP협상에 대해서도 “12개 협상국들은 현재 전체 중간재의 5%는 우리나라에서, 6%는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라며 “12개 국가들이 하나가 되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국가가 만드는 물건은 ‘국산’이라고 생각하지만 들어가지 못할 경우 ‘수입산’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일본만 들어가게 되면 우리나라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TPP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GDP의 40%를 차지한다. 이들 국가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누적 투자액은 1천571억 달러(전체 투자의 41%)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한 회장은 TPP 협상은 현재 막바지 단계라고 밝혔다.

“최종 단계에 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2개 TPP 협상국 중 10개국과 FTA를 체결한 상태입니다(일본, 멕시코 제외). 일본의 경우 한중일FTA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멕시코는 2008년에 반대했지만 얼마 전에 정의화 국회의장님이 방문해서 FTA를 재개하자고 말했습니다. 서로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타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루빨리 TPP에 참여해서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크게 기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CNB저널 = 최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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