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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문화마케팅 대결 ③ 금융권 문화챔피언 누구?]“문화마케팅으로 경영 승부낸 현대카드가 진정한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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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3호 이진우 기자⁄ 2015.03.26 09:11:34

▲2012년 현대카드 컬쳐 프로젝트에 참석한 팀 버튼 감독(왼쪽 두 번째)과 현대카드 관계자들.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진우 기자) 최근 들어 기업들의 문화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잘만 하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마케팅이란 기업이 문화예술을 매개로 자사의 이미지를 높이는 마케팅 기법이다.

많은 기업들이 문화마케팅을 활용하고 있지만, 선두 주자를 꼽으라면 단연 현대카드·캐피탈이다. 현대카드는 ‘슈퍼시리즈’로 불리는 슈퍼매치, 슈퍼콘서트, 슈퍼토크 등을 실시하며 우리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고, ‘컬처 프로젝트’, ‘레드카펫’, ‘현대카드 뮤직’, ‘시티브레이크’ 등 다양한 문화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아울러 이미 각 영역에서 훌륭한 성과와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대한민국 문화마케팅 분야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슈퍼시리즈’는 치밀한 브랜딩 전략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면서 “비정기적인 일회성 이벤트로 인식되기 쉬운 BTL(below the line의 약자, 언론매체를 통하지 않고 하는 홍보방식) 이벤트 분야에서도 각 브랜드의 특성과 전체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최고의 마케팅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퍼시리즈’부터 ‘컬처 프로젝트’까지현대카드스러움으로 가치 지향

지난 2005년 9월, 현대카드가 국내 최초로 ‘슈퍼매치’라는 이름으로 테니스 대결을 개최한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행사의 성공을 예상하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당시 세계 최고의 여자 테니스 스타였던 마리아 샤라포바와 비너스 윌리엄스의 맞대결은 확실한 흥행카드였지만, 국내에서는 축구나 야구, 골프 같은 인기 스포츠에 밀려 테니스는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공연 장면. 사진제공 = 현대카드

하지만 현대카드의 생각은 달랐다. 테니스가 비록 축구나 야구처럼 대중적인 인기 스포츠는 아니었지만, 동호회를 중심으로 충성도 높은 팬들이 많고, 유럽의 귀족이나 성직자들이 즐긴 스포츠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도 있었다. 특히 국내에서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는 빅 이벤트는 열린 적이 없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테니스 팬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슈퍼매치의 전 좌석이 매진됐고, 공중파 TV 중계를 통해 수백억 원의 홍보효과도 거뒀다. 결국 현대카드의 분석과 예상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물론 당시 세계 여자 테니스 랭킹 1, 2위의 티켓 파워도 한 몫 했지만, 동호회를 중심으로 한 테니스 마니아들의 조직적인 호응이 예상을 뛰어넘었던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슈퍼매치의 성공비결은 통념을 따르지 않은 역발상과 과감한 실행으로 요약된다. 최고 선수들을 초청해 화려한 무대로 국내 스포츠팬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했다”면서 “인기 스포츠 중심의 국내 스포츠 마케팅에서 역발상으로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홈런을 날렸다”고 강조했다.

슈퍼매치의 성공에 고무된 현대카드는 다음 선택으로 초대형 음악 콘서트를 개최했다. 그런데 이때도 전문 공연기획사도 아닌, 카드회사가 초대형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슈퍼매치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성공 가능성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다수 전문가들조차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거라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현대카드는 2007년 1월부터 세계 최정상급 남성 보컬 그룹인 ‘일디보(Il Divo)’의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6년여 동안 19차례의 초대형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현대카드는 새로운 진화를 모색하며 그 영역을 음악 페스티벌로 확장했다. 2013년 8월 17~18일 양일 간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 City Break’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도심형 음악 페스티벌로 진행됐다. 록의 역사와 현재를 대변하는 메탈리카와 뮤즈부터 림프비즈킷, 이기 팝 앤드 스투지스, 신중현그룹 등 국내외를 대표하는 37개 팀의 공연을 쉴 새 없이 선보이며, 7만5000명이 넘는 관객을 열광시켰다.

지난해에도 마룬파이브와 오지 오스본, 데프톤즈, 싸이를 필두로 34팀의 폭발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양일 간 공연을 즐긴 관객은 9만5000명. 공연 중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도 기존 기록을 뛰어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예선전은 과학으로, 결승전은 예술로 승부”

지난 2011년 2월엔 현대카드의 새로운 문화마케팅 브랜드가 탄생했다. 바로 ‘컬처 프로젝트(Culture Project)’다. 컬처 프로젝트는 슈퍼시리즈가 다 흡수하지 못했던 연극이나 전시, 무용 등으로 영역을 확대·보완하고, 전 세계 다양한 문화 장르의 검증된 아티스트(작품)를 새롭게 소개하는 기획이다. 즉 슈퍼시리즈의 장르와 아티스트 선정의 한계를 보완하는 카드를 꺼낸 것.

현대카드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이 슈퍼시리즈와 유사한 이벤트를 시행하기 시작하자, 마니아들을 위한 새로운 문화마케팅 브랜드를 런칭해 차별화를 꾀한 것은 한 차원 높은 현대카드만의 브랜딩 역량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자평했다.

컬처 프로젝트의 첫 무대는 일본 지진 여파로 아쉽게 연기된 ‘케샤’의 내한공연 대신에, 그래미상 9회 수상에 빛나는 R&B 음악의 젊은 거장 ‘존 레전드’ 내한공연이었다. 이어 ‘팝 지니어스(POP Genius)’로 불리는 미카(MIKA)의 내한공연을 성사시켜 큰 호응을 얻었다.

▲현대카드 초대형콘서트 공연 장면. 사진제공 = 현대카드

2011년 10월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립극단 ‘코메디 프랑세즈’를 초청해 극작가 몰리에르의 희극 ‘상상병 환자(The Imaginary Invalid)’를 현대카드의 네 번째 컬처 프로젝트 작품으로 선보였다. 다소 생소할 것으로 예상했던 프랑스 정통 연극 무대였지만 거의 전 좌석 매진이 성사돼 주최 측인 현대카드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후 컬처 프로젝트는 공연과 연극은 물론, ‘팀 버튼 전’과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 ‘마리스칼 전’ 등의 미술 전시, 현대발레 ‘스노우 화이트’, 국내 젊은 건축가들을 후원하기 위한 건축 프로젝트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해 초에는 여러 음악 장르에서 전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신진 아티스트의 공연을 5일간 릴레이로 선보이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카드의 전방위 문화마케팅 전략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조직 내의 수평적인 소통이다. 아이디어는 결재 단계를 거치면서 고사당하기 쉽고, 아이디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현대카드에서는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난상 토론을 벌인다. 이를 통해 청년의 최신 취향부터 중년의 고루함까지 골고루 반영되기 때문에 오해도 없고 결정도 빠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최고 결정권자인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의 문화마케팅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 그는 현대카드의 지향점을 ‘티파니 박스 안의 과학(논리에 근거한 감성 혹은 감성이 살아 있는 논리)’으로 규정하면서 “경영의 본질은 과학이고 승부는 예술에서 갈린다. 과학이 없으면 예선전 탈락이고 결승전은 예술로 승부가 난다. 비슷한 기술이면 연기로 승부가 나는 피겨스케이팅처럼 말이다”라고 역설했다.


IBK기업은행, 영화·드라마 투자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워

정부의 문화콘텐츠 산업 투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한 번 터지면 폭발적인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또한 큰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어,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면 소중한 수출 역군이 될 수도 있다. 또 최근에는 금융권도 문화콘텐츠 산업의 성장잠재력에 눈을 떠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인력을 육성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하다.

▲영화 ‘설국열차’ 스틸컷.

이에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단연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012년 1월 국내 은행권 최초로 ‘문화콘텐츠 사업팀’을 신설해 저성장, 저금리 지속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벗어날 신성장동력으로 문화콘텐츠 사업을 내세웠다. 이후 2013년 7월엔 ‘문화콘텐츠 금융부’로 승격시키고 전문 인력을 배치해 사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문화콘텐츠 사업 투자의 성과로는 영화 ‘명량’, ‘베를린’, ‘설국열차’, ‘수상한 그녀’, ‘국제시장’ 등에 투자해 큰 수익을 얻었으며, ‘예쁜 남자’, ‘야경꾼일지’, ‘앙큼한 돌싱녀’ 등 다양한 드라마에도 투자했다. 이에 자극받은 다른 시중은행들도 문화콘텐츠 산업 투자에 참여하고 있는 추세다.


문화콘텐츠 금융부 정성희 팀장은 “올해는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뮤지컬 공연에도 적극 투자할 예정”이라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1500억 원씩 4500억 원의 투자를 계획했는데 매년 계획을 초과해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어 “2014~2016 3년간 연 2500억 원씩 7500억 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는 계획을 초과해 3400억 원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KDB산업은행, CJ E&M과 공동으로 문화콘텐츠 투자

또 다른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도 문화콘텐츠 산업 투자에 열성이다. KDB산업은행은 기업은행과 함께 영화 ‘명량’ 등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3월 영화제작사인 CJ E&M이 추진하는 영화 등 문화콘텐츠의 흥행수익 관련 사모펀드의 지분 50%(300억 원)를 투자했다. 이 펀드를 통해 총 제작비 190억여 원 중 35억 원을 ‘명량’ 영화 제작에 투자한 뒤 17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몰이에 힘입어 큰 수익을 올렸다.

투자한 주요 영화로는 ‘고령화가족’ ‘깡철이’ ‘롤러코스터’ ‘수상한 그녀’ ‘명량’ ‘찌라시’ ‘국제시장’ 등이 꼽힌다. 아울러 ‘하이스쿨뮤지컬’ ‘스칼렛 핌퍼넬’ ‘보니앤클라이드’ 등의 뮤지컬에도 투자하고 있으며, 드라마 ‘빠스껫 볼’에도 참여하고 있다.

▲영화 ‘명량’ 스틸컷.

이외에도 문화콘텐츠 지원을 위해 출판, 방송프로그램, 모바일게임 등 16개 업체에 182억 원을 직접투자해 주식 및 주식 관련채를 취득했다. 또한 간접투자를 통해서도 16건의 펀드에 604억 원의 출자 약정을 했다. 이들 펀드는 앞으로 영화, 뮤지컬, 연극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된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가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향후 성장잠재력이 높은 이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창작동화제와 ‘문화브런치’ 행사 열어

KB국민은행은 지난 20일까지 ‘제6회 KB창작동화제 작품 공모전’을 실시했다. KB창작동화제는 24년 전통의 창작동화집 ‘동화는 내 친구’에 수록될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2010년부터 개최됐다. ‘동화는 내 친구’는 창작동화를 통해 미래 고객인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1992년부터 발행되고 있다.

당선작에 대해서는 상장과 함께 창작장려금으로 대상(1명) 500만 원, 최우수상(1명) 300만 원, 우수상(2명) 각 150만 원, 장려상(4명) 각 100만 원, 입선(10명) 각 50만 원 등 총 2000만 원이 수여된다. 장려상 이상의 당선작이 실린 ‘동화는 내 친구’는 전국 초등학교, 도서관, 문고 등에 무료로 배부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작품 공모전에 작가 지망생, 주부, 학생들이 많이 참여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재미있고 훈훈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KB창작동화제 시상식. 사진제공 = KB금융그룹

‘KB문화브런치’는 대한민국 창작 공연을 활성화하고, 풍성한 문화 혜택을 제공하고자 KB국민은행이 마련한 문화 나눔 행사다. 이 행사는 2010년 시작됐으며, 평일 낮 시간을 이용한 공연 기획으로 주부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대학생 자녀와 부모가 함께 공연을 관람함으로써 세대간 소통을 이끌어내는 문화 나눔의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는 KB문화브런치의 8번째 작품으로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5월 13일부터 6월 5일까지 매주 화, 목요일 낮 12시에 8회에 걸쳐 진행된다. 공연 티켓은 5000원으로 컬처인KB, 클립서비스, 인터파크, 옥션, YES24에서 만 11세 이상이면 1인 2매에 한해 누구나 예매 가능하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수준 높은 공연을 누구나 쉽게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생활 속 미술관 운영으로 예술사랑 실현

하나은행은 예술을 사랑하는 문화은행을 지향한다. 이에 따라 무료 전시 공간 운영을 비롯해 미술품 관련 금융상품 개발 등을 통해 미술품 시장의 활성화 및 미술 진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료 전시 공간으로 갤러리 ‘하나사랑’을 운영한다. 지난 1991년 서울 청담동과 평창동에 신진 작가들을 위해 무료 전시 공간으로 개관했다. 현재는 평창동 ‘하나사랑’만을 운영 중이며, 연 4회 신진 작가 초대전 및 이를 위한 홍보물 제작 지원을 한다. 지난 1996년엔 국내 최초로 미술품을 은행 여신의 담보물건으로 받아줌으로써 미술품 시장의 경제적 활성화를 시도했다.

▲사진 = CNB포토뱅크

또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는 생활의 여유를, 신인 작가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06년부터 ‘거리의 미술관’을 시행해 오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건물 옥상 위에 설치된 대형 광고판에 신인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방식으로 시행한다”면서 “각 기업체의 광고판으로 빼곡하게 가려진 서울 하늘에 한줄기 소나기 같은 시원함을 선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살아 흐르는 클래식 음악에 풍부한 해설을 곁들이는 ‘하나클래식아카데미’는 매주 목요일 오후 2~4시 여의도 하나대투증권 3층 한마음홀에서 열리며, 현재 29기까지 수강생을 모집했다. 강좌마다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의 연주와 박은희 음악감독의 풍부한 해설이 어우러져 음악 감상의 맛을 더한다.

지난 2000년 10월 문을 연 하나클래식아카데미는 17세기 유럽의 살롱음악회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받으면서 하나은행의 대표적인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업 문화마케팅의 선례 남긴 메디치 가문

금융과 문화가 결합한 역사는 15세기 르네상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만큼 역사가 길고 깊다. 르네상스는 인문주의가 찬란하게 문화를 꽃피운 문예부흥의 시대다.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상징되는 문예부흥 운동은, 당시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쳤던 메디치 가문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메디치 가문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보호자로서뿐 아니라, 당시 유럽 굴지의 금융업자로 유명했다. 또 피렌체 공화국과 토스카나 공국(公國)의 실질적인 지배자였다. 원래 피렌체 동북의 무젤로 지방 출신인 메디치 가는 상업으로 성공해 큰 부를 축적했으며, 14세기부터 피렌체의 정치계에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로렌초 데 메디치(1449~1492, 일명 위대한 로렌초)가 가문의 수장을 맡았을 때는 메디치 가의 번영이 정점에 달했다. 그는 뛰어난 외교수완으로 피렌체가 이탈리아 정치의 중추적 지위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울러 인문주의적 교양을 폭넓게 지녔던 그는 학예, 특히 철학 연구를 장려했다. 피렌체의 르네상스 문화가 최고조에 이른 것도 이때였다.

이후 메디치 가는 1512년에 피렌체로 복귀해 직접 교황 레오 10세와 클레멘스 7세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후 차차 세력이 쇠퇴하다가 1737년 7대째 대공(大公) 잔 가스토네의 죽음으로 가계가 단절됐다. 과연 한 가문의 300년 역사가 문예부흥이라는 찬란한 문화의 황금시대와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김우정 팀버튼 대표 “문화마케팅은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금융권의 문화마케팅은 대개 2%가 부족하다. CEO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디치 가문의 위대한 로렌초는 인문학적 소양과 문화적 통찰력으로 재능 있는 예술가와 과학자, 철학자를 양성하는 데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그럼으로써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문화가 풍성한 사회는 구성원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높은 수준의 구성원들이 기업의 소비를 촉진시킨다. 즉 기업이 만드는 풍요로운 사회문화가 다시 기업의 풍요로움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낳는다는 말이다. “이런 것이 진정한 문화마케팅의 효과”라고 말하는 김우정 팀버튼(기업 문화-교육 및 마케팅) 대표를 만났다.

- 문화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과거 메디치 가문은 망해가면서도 예술품을 샀다고 한다. 300년 가문의 역사에서 그 중심에는 언제나 문화예술이 있었다. 그들은 예술의 가치로 인한 사회적 풍요가 결국엔 기업의 풍요로 돌아온다는 선순환구조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으며, 그것을 가문의 마지막 순간까지 추구했다.

결국 CEO가 가장 중요하다. 문화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CEO가 있다면 그 기업의 문화마케팅은 저절로 잘 진행될 것이다. 역사를 보더라도 세종대왕(‘여민락’)을 비롯해 성종(‘악학궤범’), 정조(도화서를 통해 김홍도, 장승업 등 세계적 수준의 화가 탄생) 등 왕이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었을 때에야 비로소 세계적인 예술인과 문화유산이 탄생했다.

만약 자기 자식이 예술가의 길을 가고 있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예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연아를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내기 위해 그녀의 부모가 했던 것을 생각해보라. 이처럼 어려서부터 재능을 키우고 지원해주는 것처럼 자식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문화마케팅을 해야 하는 것이다.”

- 금융권에서 문화마케팅을 잘하는 곳을 꼽는다면?

“금융권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까지 범위를 확대해 봐도 현대카드·캐피탈이 거의 10년째 독보적인 문화마케팅을 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문화마케팅은 예술이 기업경영에 도입되는 것이다. 현대카드의 경우 콘서트를 열고 전시회를 후원하는 등 문화예술 분야에 직접 나서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상당한 효과도 얻는 것으로 평가된다.

은행권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문화예술 분야에 제법 많이 후원을 했지만, 지금은 장기 불황에 따라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는 터라 문화마케팅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마도 전무한 상태라고 보면 될 것이다. 최근엔 기업은행 등 은행권 일부에서 영화 콘텐츠 등에 투자하면서 문화마케팅으로 포장하고 있는데, 이는 실질적으로는 은행이 돈을 벌기 위한 투자 수단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진정한 의미의 문화마케팅이라고 하기엔 어색한 것 같다.”

- 앞으로 문화마케팅의 방향은 어떻게 전개돼야 할까?

“현재 금융권이나 기업들이 문화마케팅을 한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본질을 감추고 잘 포장된 이미지만 홍보하는 경향이 많다. 한 마디로 말하면 진정성이 없다. 이처럼 진정성 없는 문화마케팅에 환호하며 박수치는 대중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그러한 마케팅이 효과가 있을 리도 만무하다.

과거 창업 1세대 가운데 최초로 메세나 활동 등을 주도하며 문화마케팅에 앞장섰던 이들은 이제 세상을 떠나거나 일선에서 거의 물러났다. 그들의 후세들 중 진정한 의미의 문화마케팅을 실천하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꼽아보면 알 수 있다. 앞서 말한 현대카드·캐피탈 정태영 사장이나 두산그룹과 금호그룹 오너 정도가 그나마 문화예술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문화마케팅을 제대로 추진해 나가고 있을 뿐이다.

우선적으로 리더가 문화예술의 가치를 이해하고 문화마케팅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금융권이나 기업이 예술가들을 후원한다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반 대중의 희생으로 성장한 그들이 축적한 부를 활용해 다시 일반 대중의 풍요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이것이 선순환구조를 통해 사회발전을 이루고 결국에는 그들 자신에게 또다시 성장의 기회로 다가온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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