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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그려낸 상상의 이야기, 박민준의 '라포르 서커스'

마술 같은 가상 공간과 초현실적 인물들을 화면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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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왕진오⁄ 2015.05.29 16:48:16

▲박민준, '광대와 인형'. 린넨에 오일, 36 x 36cm, 2014.

(CNB저널=왕진오 기자) 서구 고전 회화를 연상시키는 정밀한 회화적 필법으로 국내외 미술계로부터 주목 받아온 작가 박민준(44)의 가상 공간이 5월 27일부터 서울 사간동 두가헌갤러리에 마련된다.

'라포르 서커스'라는 타이틀로 전시장에 꾸며지는 가상의 공간은 작가가 7년간 뉴욕에 거주하며 상상해낸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전시장에는 박민준 회화의 두드러진 특징이었던 세세하고 정교한 필법이 아닌 활달한 붓질이 두드러지며, 작품의 변화 과정을 엿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실제 주변 인물들을 현실적으로 배치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해왔던 작가는, 상상력을 근거로 하는 새로운 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그의 상상력이 빚어낸 초현실적인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자유롭고 유연해진 표현력과 더욱 풍부해진 내러티브를 확인할 수 있다.

▲박민준, '말과 조련사'. 린넨에 오일, 61 x 97cm, 2014.

"현실적인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없지만, 그 세계 안에서만큼은 벌어지는 모든 마술적인 일들이 충분히 납득 가능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이전의 작품들이 개별 작품마다 별도의 독립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면, 이번에 소개되는 신작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와, 그 안의 상상 속 인물들 이야기를 다룬다.

가상으로 만들어진 서커스단이라는 천막 속 세계를 살아가는 인물들은 저마다 독특한 성격과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현실 속의 사람들을 대치시켜볼 수 있게끔 주변에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들과 미묘하게 닮아 있지만, 그 외모는 생소하며 낯설다.

동물 조련을 위해 조련사는 커다란 짐승의 털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머리에 나무를 심는다. 동물들에게 작은 체구를 감추고 위압감을 주기 위해 나무로서 본인의 체격을 커다랗게 위장하는 것이다. 또한 동물들에 두려움을 주기 위해 온몸에 방울을 달아 언제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돌아다닌다.

작품에 머물수록 욕심이 생긴다는 작가는 이번 신작들을 습작처럼 편안히 풀어서 그려냈다. 현대미술이란 '즉발적인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더 이상 기존의 사실적 묘사에 치중하지 않고, 본인이 습관적으로 가지고 있는 터치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자유롭게 작업했다.

▲박민준, 'Somnium(Dream)'. 린넨에 오일, 92 x 92cm, 2014.

'꿈이라 생각지 말라'라고 명명된 작업들은 작가 본인이 실제로 꾼 꿈 속 광경을 표현했다. 작가는 현실과 꿈의 차이는 언제나 그것을 인지하는 대상에 의해 정의 내려진다고 믿고 있다. 때문에 깨어나지 않는 꿈 속에서는 그 어떤 꿈도 현실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쌍둥이 광대의 꿈'은 전체적으로 수태고지를 모티브로 삼고 있으며, 작가가 실제로 여행하던 중 자는 듯 죽어 있는 비둘기를 발견하고 그것을 기억에 담아 표현한 작품이다. 여인에게 무언의 암시를 하려는 쌍둥이 광대와 새들이 낮잠자는 여인을 둘러싼 상황이 꿈 속임을 알려준다.

그의  작품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2014)의 '백년 동안의 고독'(1982년 노벨 문학상 수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마술적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박민준, '쌍둥이 광대의 꿈 '. 린넨에 오일, 76 x 76cm, 2014.


전시 제목 '라포르 서커스'의 라포르(rapport)는 두 사람 사이의 상호신뢰관계를 나타내는 심리학 용어로 서로간의 긴밀한 교감 혹은 신뢰감을 뜻한다.

이는 단순한 언어에 의한 의사소통을 넘어 상호 간의 개별적 세계에 접촉할 정도로 친밀하고 탄탄한 관계의 서커스 단원들 혹은 그들의 창조자인 박민준과의 관계를 빗대어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마술처럼 몽환적인 그만의 작품세계를 통해 다양한 해석과 감성을 공유하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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