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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송도아트시티]건물이 옷 입고, 조각이 소리내고

삭막한 송도, 미술로 다채로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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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4호 왕진오 기자⁄ 2015.08.20 08:49:30

▲리처드 우즈가 건물 외벽에 래핑을 한 인천시립박물관 외경. 사진 = 인천경제자유구역청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첫 번째 국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선보인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인천경제청)은 송도의 취약한 문화예술 인프라를 개선하고, 차별화된 공공미술을 통해 새로운 지평으로서의 도시 미술을 보여주는 국제적인 공공미술 프로젝트 ‘송도아트시티’를 개관했다.

‘송도아트시티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지난해 8월 공모 이후 1년간의 준비를 거쳐 9월부터 송도 센트럴 파크 일대에서 해외 작가 3명과 국내 작가 5명 등의 항구 설치 작품을 공개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에이브 로저스를 포함한 출품 작가들은 키네틱 아트, 파빌리옹, 슈퍼그래픽 등 공공미술의 다양한 최신 트렌드를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송도아트시티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총괄 기획한 더톤의 윤태건 대표는 “지자체가 진행한 대부분의 공공미술이 전통 방식의 조각 중심이었다면, 이번 송도아트시티는 키네틱 아트, 사운드 아트, 바닥과 건물 벽면을 이용한 슈퍼그래픽, 파빌리옹(공간 구조물), 카무플라쥬(camouflage, 위장) 래핑, 자라나는 조각 등 최근 국제적 공공미술의 다채로운 흐름을 한 자리에 선보인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밝혔다.

▲송도아트시티 센트럴 파크 잔디밭에 설치된 한경우 작가의 ‘큐브’. 사진 =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폴 스미스와의 협업 등 패션, 디자인,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리처드 우즈는 작품 ‘더 튜더스 송도(The Tudors Songdo)’를 통해 평범한 건물의 외벽에 튜더 양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입혔다. 이런 시도는 건축물 자체를 조형 작품으로 새롭게 해석한 사례로, 송도만의 차별화된 문화적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송도 센트럴파크 입구의 컴팩스마트시티는 현재 인천 시립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평범했던 건물 외벽에 영국 작가 리처드 우즈가 새 옷을 입혔다. 영국의 전통 양식인 ‘튜더’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실재와 허상’, ‘자연과 도시’, ‘내부와 외부’, ‘전통과 현대’라는 대립적 개념들을 ‘옷’에 담았다. 총 면적이 1000㎡가 넘는 디지털 패턴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송도의 새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작품에 음료수 좀 흘려도 되잖아?”
작품 위에 돗자리 펴도 된다는 색다른 공공미술

한경우의 ‘큐브’는 시각적 감상의 즐거움과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개방형 작품이다. 실제로 작품 위에 돗자리를 펴고 편안히 쉴 수 있는 구조여서, 관객이 작품의 일부로 승화될 수 있는 친숙함을 갖고 있다.

▲노해율 작가의 ‘Movable’ 설치 모습. 사진 =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센트럴파크 안 넓은 잔디밭에 설치된 ‘큐브’는 넓이는 같지만 높낮이가 다른 3개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공중에서 보면 제목 그대로 3개의 정육면체(cube) 형태를 띠고 있다.

빛의 방향과 그림자의 형태, 보는 위치에 따라 달라 보이는 이 작품은 시지각의 격차를 통한 실제와 왜곡이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브루스 나우만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시각적 감상뿐 아니라 단차가 있는 공간을 오르내리며 몸으로 작품을 경험하는 유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관객친화형 작품이라 이들 큐브를 이용하는 방문객들이 “작품에 음식물을 흘리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작품이다.

이어서 ‘색상의 마법사’로 불리는 세계적 디자이너 겸 설치작가인 에이브 로저스가 국내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처음 참가해 기대를 모았다. 로저스는 패셔니스트들의 핫 아이템인 ‘카무플라쥬’ 기법을 응용해 송도 센트럴파크의 상징적 시설물 중 하나인 수상택시와 보트하우스 선착장, 주변 가로 등까지 산뜻한 칼라로 래핑(wrapping)한 작품을 통해 ‘이런 것도 예술인가’ 싶을 정도로 공공미술의 새로운 경계를 보여준다.

최근 트렌디한 패셔니스트들의 핫한 아이템인 카무플라쥬 기법을 응용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위장 목적으로 많이 사용된 대즐 카무플라쥬(dazzle camouflage)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노란색과 회색의 스트라이프 패턴을 선착장 시설에 입혔다. 보트가 선착장에 도착하면 주변 공간과 함께 하나의 패턴으로 보이는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영국 왕립예술대학 인테리어디자인학과 학과장이자 “색상의 마법사”로 불리며, 영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겸 설치작가인 로저스의 한국 첫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G타워 뒷마당에 설치된 정현 작가의 ‘소리의 숲’. 사진 =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로저스는 런던을 주무대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다. 일상의 디자인을 ‘색채, 소재, 기능’을 통해 시적이고 마법같이 바꾸어주는 작업들을 주로 해왔다.

송도의 바람과 빛으로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

보트하우스 맞은편 갈대가 많은 산책길을 따라 설치된 노해율 작가의 ‘Movable’은 무동력으로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무게 추와 베어링이 역학적으로 절묘한 균형을 이루면서 마치 군무를 하듯 회전과 정지를 반복한다. 바람 많은 송도의 자연적 특성을 이용한 작품이다. 

인천경제청이 위치한 G타워의 뒷마당에는 정현 작가의 ‘소리의 숲’이 설치됐다. 은빛 스테인리스와 자연스럽게 녹이 슨 동파이프가 색 대비를 이룬다. 그리고 직선의 파이프들은 리드미컬하게 상승하는 곡선을 만든다. 전통 구름 문양 형태로 배치된 이 작품은 마치 파이프오르간을 연상시키는 금속 파이프들이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사운드 아트다.

200여 개의 높낮이와 굵기가 다른 동 파이프와 스테인리스 파이프들이 때론 바람에 의해, 때론 아이들의 손길에 서로 부딪히면서 소리를 만들어낸다. 시각예술의 전통적인 형태(시각)뿐 아니라 관람객이 만지는 행위(촉각),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소리(청각)까지 감상할 수 있는 확장된 개념의 공공미술 작품으로, 소리의 음향 차이를 위해 특별히 사운드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았다. 모두 9개가 설치돼 각기 회전 각도와 세기에 따라 달라지는 하모니를 이룬다. 하단부에는 회전하며 점멸하는 LED 조명이 설치돼 산책길을 밝혀준다.

▲이명호 작가의 ‘자라나는 조각’이 설치된 공원의 모습. 사진 =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그간 사진과 설치를 넘나드는 독특한 제작 방식으로 주목 받은 이명호 작가도 처음으로 영구 설치 공공미술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일상의 흔한 나무가 예술 작품으로 변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특히 작품명 ‘자라나는 조각’은 시간성이 도입된 독창적인 시도다.

한옥마을 옆 광장에는 발리계 미국 작가인 신타 탄트라의 슈퍼그래픽이 설치됐다. 슈퍼그래픽은 뉴욕 맨해튼, 덴마크 코펜하겐 등 해외 공공미술 현장에서 최근 각광을 받는 소재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착시 그림을 제외하고 공공미술로 설치된 대규모 슈퍼그래픽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탄트라의 작품은 송도아트시티에서 유지 관리가 수월해 지자체가 선호하는 돌, 철, 브론즈 조각 위주의 조형물에서 벗어나 현대 공공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다. 기하학적 패턴과 외국 작가가 구사한 한국적 색감이 송도의 국제적인 풍광과 주변 한옥마을의 전통적 감각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카무플라쥬 기법을 응용해 칼라로 래핑한 에이브 로저스의 수상택시와 보트하우스 선착장. 사진 =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특히 이 슈퍼그래픽 장소에선 연중 다양한 행사가 열려 관람객들이 1800제곱미터가 넘는 면적의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발밑에 펼쳐지는 공공미술 위를 걷는다

국내외를 대표하는 공간구조 설치 작가인 천대광의 ‘반딧불이 집’은 건축과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파빌리옹’을 통해 보여준다. 조각의 건축적 영역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작가는 그늘이 거의 없는 송도 센트럴파크에 ‘쉘터’(대피소)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한옥마을 옆에 설치된 신타 탄트라 작가의 슈퍼그래픽 ‘Vital’. 사진 =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알루미늄 파이프를 가로 세로로 엮어 건축물의 루버 같은 질감을 연출한 이 작품은, 개방과 폐쇄의 구분이 모호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인천 앞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배를 연상시키는 유선형적 형태를 가진 이유다. 작품 내부에는 LED 조명을 매달아 반딧불이 춤추는 듯한 광경을 연출한다.

관람객들은 작품 안으로 들어와 휴식, 놀이, 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작품과 관람객이 하나가 되는 독특한 체험은 최근 국제적인 공공미술의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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