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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 전통건축의 지혜와 美를 포착

삼성리움 ‘한국건축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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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8호 왕진오 기자⁄ 2015.11.26 08:52:51

▲김제경, ‘수원화성’. 사진 = 리움미술관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시간을 초월하는 영원한 건축법이 있다. 그것은 수천 년 전부터 존재했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똑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과거의 훌륭한 건축물, 즉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마음과 천막집, 사찰들은 모두 이러한 건축법의 핵심을 잘 아는 사람들이 지은 것이다.” ‘영원의 건축’의 저자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설명이다. 

또한 건축가 구마겐코는 “사람들은 21세기 건축에서 자연이 다시 주인공이 되기를 열망한다.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의 건축가들도 건축의 주변이 아니라 건축 자체에서 자연을 되찾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때에 한국의 전통 건축은 세계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줄 것이다. 한국인은 대지와 건축을 별개로 생각하지 않고 대지와 같은 건축을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오늘날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도 대지를 닮은 건축”이라고 말했다. 

해인사, 불국사, 통도사, 선암사, 종묘, 창덕궁, 수원화성, 도산서원, 소쇄원, 양동마을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건축 10곳을 통해 그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배병우, ‘창덕궁’. 사진 = 리움미술관

한국 건축물 중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12곳을 비롯해 궁궐과 사찰, 전통마을 등이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너무 익숙하거나 일상화된 존재에 대한 관심은 순간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던져지는 화두가 ‘지속 가능한 전통이란 무엇인가?’다.

1부 ‘침묵과 장엄의 세계’: 사찰과 종묘의 건축
2부 ‘터의 경영, 질서의 세계’: 궁궐-성곽의 통치이념
3부 ‘삶과 어울림의 공간’: 서원-정원-민가의 삶

삼성미술관 리움이 삼성문화재단 창립 50주년 기념 전시를 마련했다. 한국 전통 건축을 소재로 청소년들에게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려는 ‘한국건축예찬 - 땅의 깨달음’전이다. 11월 19일 막을 올린 전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건축 10곳을 선정한 후 하늘(天)과 땅(地), 사람(人)을 존중해 온 선조들의 정신을 재해석해 3부작으로 연출했다.

1부 ‘침묵과 장엄의 세계’는 불교 사찰, 그리고 왕실의 사당인 종묘를 중심으로 종교적-정신적 세계관의 건축을 보여준다. 2부 ‘터의 경영, 질서의 세계’는 궁궐 건축과 성곽, 관아 건축을 통해 통치 이념과 건축적 조영을 살핀다. 3부는 ‘삶과 어울림의 공간’을 주제로 서원과 정원, 민가를 통해 사대부와 서민들의 삶, 어울림의 건축을 다룬다.

사찰과 종묘는 한국의 불교와 유교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들이다. 그래서 동질적이면서도 서로 상이한 양식적 특징을 보여준다. 불교 사찰의 경우 신라와 고려, 조선시대 등 사찰의 창건 시기나 중창, 중건, 중수 시기 및 불교 종파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르다. 하지만 산지가 많은 자연특성을 활용한 가람 배치와 사찰 건축 특유의 화려함과 장엄미는 주목할 만하다.

화려함과 장엄미는 고려시대의 경우 불국토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력했던 왕권과 귀족 세력들에 의해 추진됐다. 민중의 대다수가 문맹이었던 상황에서 대중적 신앙과 포교의 의미도 포함된 것으로 여겨진다.

조선시대 이후에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그 화려함은 양식적으로만 유지되고 스님들의 수행 공간이자 대중들의 신앙과 예배의 장소로서 기능하게 된다.

사진가 주명덕(75)은 법보사찰인 가야산 해인사의 아름다운 비경뿐 아니라 성철스님 생존 당시부터 기록해 온 스님들의 수행 장면을 보여줬다. 구본창(62) 사진가는 불보사찰인 통도사와 금강계단, 전각들을 열정적이며 섬세하게 담아냈다. 

문화재 전문 사진가로 활동해 온 서헌강은 석조 건축과 목조 건축이 조화를 이룬 불국사의 화려함과 장엄미를, 중진 작가 배병우(65)는 오랜 선방이자 수련도량으로 유명한 선암사를 아날로그 느낌의 흑백 미학으로 전환했다. 
전시회는 3D 스캔 건축 영상물을 각 건축물의 배치도와 함께 연출하고, 일부 사진들의 크기를 확대하거나 영상 투사해 관람객의 시각적 경험을 극대화한다. 

지난 2013년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신라’ 특별전에 선보였던 석굴암 축조 과정 영상을 더욱 발전시켜 현장에서 보는 것처럼 실감나는 영상을 추가했다. 이와 더불어 특별 코너로 ‘용두보당’이나 ‘금동풍탁’, ‘용두토수’, ‘아미타설법도’ 등 사찰이나 건축 관련 유물도 보여준다.

특히 ‘금동대탑’의 3D 복원 과정은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최근 많이 사용되는 3D 스캔 방식으로 이 탑의 구조와 설계를 보여주면서 9층탑으로의 복원과 함께 금동대탑의 원래 색을 재현했다. 

▲구본창, ‘통도사’. 사진 = 리움미술관

전시는 IT기술과의 결합으로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손끝으로 느껴볼 수 있게 한다. 리움미술관이 관객을 위해 마려한 디지털 확대 기술인 DID를 적용해 손으로 터치하며 작품의 이모저모를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또 삼성전자의 협찬으로 173인치 스마트 LED 사이니지(디지털 게시판) 비디오 월을 비롯해, 95인치 대형 TV화면을 통해 사진가들이 담아낸 전통 건축의 미를 현장에서 보듯 감상할 수 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대면하는 공간, 종묘 

조선시대 왕실의 사당이자 유교 건축의 백미인 종묘는 관심과 경외의 대상이 되는 건축물이다. 1935년 창건돼 임진왜란 때 소실된 후 수 차례의 중수, 확장을 거쳤다. 왕이 직접 주관하는 제사와 의례를 통해 산 자와 죽은 자가 대면하는 공간으로서, 건축의 형태와 기능, 풍경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기념비적 건축으로 평가받는다.

배병우는 음영이 짙게 드리워진 영상 미학을 통해 종묘가 지닌 건축미와 정신을 화면에 담았다. 박종우 감독은 사진이 담기 힘든 종묘 건축의 3차원 공간과 시간성을,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무형유산 가운데 하나인 종묘 제례악까지 포함해 3채널 비디오 영상으로 담아냈다.

궁궐-성곽으로 본 터 경영 - 질서의 건축

창덕궁, 경복궁, 수원화성 등 조선시대의 궁궐 및 성곽, 관아 건축을 통해 지배 권력이 궁궐이나 도시, 도성을 어떻게 구축하고 경영했는지를 옛 지도와 고미술을 통해 비교해 볼 수 있는 공간도 선보인다.

이를 위해 ‘동국대지도’와 ‘한양도성도’ 등 옛 지도를 통해 건축의 기본인 터를 잡는 배경이 된 음양오행과 풍수사상을 살핀다. 우리 조상들에게 터의 경영은 중차대한 과제였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왕조 건국과 함께 수도 서울을 한양으로 정한 것은, 국운을 생각한 결정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상구 교수의 프로젝트 ‘터의 경영, 수도 한양’은 18세기부터 현재까지 변화하고 있는 수도 서울의 모습을 터 경영 관점에서 확인한다. 

▲주명덕, ‘해인사’. 사진 = 리움미술관

19세기 말~20세기 초의 경복궁과 육조거리 재현 모형도 전시된다. 19세기 흥선대원군이 중건한 경복궁과 육조거리의 1/200 축척모형은, 서울이 일제강점기 및 한국전쟁 등으로 파괴와 훼손, 복구를 거듭하면서 어떻게 변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18세기 후반 정조와 정약용, 채제공이 축조한 수원화성은, 도시와 성곽, 군사시설로서뿐 아니라 사대문과 행궁 등을 갖춘 아름다운 건축물로도 주목받는다. 수원화성은 한국전쟁으로 상당 부분이 훼손됐지만, ‘화성의궤’의 기록을 바탕으로 원형대로 복원된 뒤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번 전시에선 도시와 건축을 주로 촬영해 온 사진가 김재경이, 수원화성의 성곽과 건축물들을 담은 사진을 ‘화성능행도’, ‘화성의궤’, 수원화성 팔달문의 3D 복원 영상과 비교-연출했다. 실제 사진과 옛 그림을 비교하면서 팔달문 축조 과정을 볼 수 있다.

하버드 옌칭 도서관이 대여한 ‘숙천제아도’는, 조선 말기 문신 한필교(1807∼1878)가 42년간 부임한 중앙 및 지방 관아의 모습을 그린 화첩으로,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화첩에는 전라도 장성부, 황해도 서흥부, 평안도 영유현, 한성 종묘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거쳐 온 관청 건물, 부임지 마을의 우물 위치나 다른 마을로 이어지는 길, 산 이름까지 상세히 기록됐다. 현재 사라진 옛 고을의 모습을 살피는 그림 지도로써 손색이 없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 

삶과 어울림의 공간, 민가건축

관의 건물과는 달리 민간이 만든 서원, 정원, 민가는 삶의 터전을 그대로 반영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도 전국에는 국가지정문화재 등 민가들 중심으로 향교와 사당, 제실, 가묘건축 등이 다양하게 분포했다.

▲주명덕, ‘양동마을’. 사진 = 리움미술관

주명덕의 양동마을, 김도균의 도산서원, 구본창의 소쇄원 사진 등은 조선시대의 유교적 건축물들을 전체적인 조감과 함께 세밀하게 담아냈다. 전통가옥 민가들은 건립 당시 집주인의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력에 따라 그 건축의 성격이 달라진다.

양동마을은 하회마을과 더불어 유네스코 한국유산에 등재되어 있고, 한국적 자연과 마을의 원형을 잘 보존한 대표 지역이다. 500년 역사를 간직한 서백당을 비롯해 낙선당, 무첨당, 향단 등 주요 건축물이 많다. 

안방과 대청마루, 건넌방, 사랑방, 행랑채와 별채, 마당과 담장으로 이어지는 한옥의 전통 배치, 그리고 북방형 온돌과 남방형 누마루가 혼합된 가옥의 구조에서 한국 전통 주택의 원형을 엿볼 수 있다.

가르침의 공간이자 스승에 대한 존경과 조상에 대한 예의를 건축 공간으로 승화시킨 도산서원의 경우 퇴계 이황이 1546년 낙향 후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 터를 잡고 지은 도산서당과 숙소(농운정사)를 비롯해 사당(상덕사)과 서고(동서광명실) 등이 자연경관과 조화롭게 배치됐다.

조선시대 문인인 양산보가 스승인 조광조가 죽자 출세에 뜻을 버리고 담양으로 내려와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살고자 지은 소쇄원은 당대 정원 건축의 특징을 드러낸다. 10년이란 긴 시간을 구상하며 만들어낸 소쇄원은 주요 건축물인 광풍각과 제월당의 터 잡기부터, 대나무  밭으로 조성된 진입로와 계곡을 둘러싼 풍경 등에서 자연과 건축의 탁월한 조화미를 보여준다.  

▲서도호, ‘북쪽 벽’. 금속 틀, 폴리에스테르 천, 505.5 × 826.7 × 124cm, 2005. 사진 = 리움미술관

한편 특별 전시 공간인 ‘디지털 아카이브 – 근대를 기억한다’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의 궁궐과 사찰, 수원화성, 서울의 역사적 기록물 등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한다. 이들 과거 사진을 보면 한국사회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얼마나 험난한 격랑의 시대를 거쳐 왔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경복궁을 비롯한 사대문 풍경과 궁궐, 그리고 불국사와 석굴암의 옛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전통 가옥의 구조를 간직한 지붕과 기와, 현대적으로 개조된 벽돌 벽, 문, 창문 등 구조적인 디테일과 양식을 천을 이용해 바느질로 섬세하게 재현한 서도호 작가의 작품 ‘북쪽 벽’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2016년 2월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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