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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 식량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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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0호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 명예교수)⁄ 2015.12.10 08: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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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 명예교수))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양은 연간 약 25억 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7~2010년의 평균값으로 볼 때 밀은 연간 6억 6000만 톤, 쌀은 4억 4000만 톤, 옥수수는 8억 톤이 생산되고 있어 이들이 세계의 3대 작물이다. 식량은 생산지에서 소비하고 남은 것을 타 지역으로 수출하게 되므로 세계 시장에 나오는 곡물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다. 밀의 교역량은 생산량의 20%, 쌀은 7%, 옥수수는 11%만이 다른 나라로 판매된다. 콩은 연간 2억 3000만 톤이 생산되고 있으며 교역률은 35%로 비교적 높다. 이것은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콩을 수출용으로 대량 생산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양을 세계 인구수 70억 명으로 나눠보면 한 사람에게 1일 1kg 의 곡물을 분배할 수 있다. 1kg의 곡물은 약 3000kcal 이상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으므로 세계의 식량 생산량은 현재의 인구를 먹이기에 충분한 양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약 10억 명의 인구가 식량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보고에 의하면 세계무역기구(WTO)가 창설되어 농산물 자유무역 체제가 시행된 1995년 이후 세계 영양실조 인구수는 급격히 증가해 2009년도에는 10억 명을 넘게 되었으며,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저소득층이 굶주리고 있다. WTO 무역자유화 이후 식량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배의 불균형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은 정치 경제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식량의 사용 방법에 의한 낭비 현상을 무시할 수 없다. 선진국들의 과도한 동물성 식품 소비로 세계 식량을 대부분 사료로 사용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이 먹을 식량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의 곡물생산량은 3배 증가하였으나 가축생산 특히 가금류는 4.5배, 양돈 생산 두수는 2배 이상 증가하였다. 농업 기술의 발전과 막대한 비료와 농약의 투입으로 이룩한 식량 증산이 대부분 선진국의 축산 사료로 사용된 것이다 

10인분 곡물을 동물사료로 먹이고 
그 고기를 한 사람이 먹는 현실로 
식량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

현대의 기업형 축산은 동물을 축사에 가두어 두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곡물을 사료로 사용해 빠르게 성장시켜 도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경우에 가축은 사람의 식량과 경쟁하는 관계가 되며, 사료의 사용은 식량의 저효율 남용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1kg의 고기를 얻기 위해 6~8kg의 곡물을 사료로 먹여야 한다. 즉 고기로 한 끼를 먹는 사람은 곡물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 10명이 먹을 식량을 한 번에 먹어치우는 꼴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육가공식품과 적색육을 발암물질로 규정한 것은 부유한 사람들의 끝없는 식탐으로 인해 굶주리는 사람이 많아지는 지구촌의 잘못된 식량 분배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경고로 봐야 한다.  

▲김포평야에서 가을 추수가 한창 중인 장면. 사진 = CNB포토뱅크

최근 곡물 가격의 급등으로 세계 각처에서 식량 폭동이 일어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바이오 연료의 생산에 있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이 세계적인 과제로 대두되면서 식량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생산한 알코올을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정당화된 것이다. 2007년 미국에서 생산된 옥수수의 1/3인 1억 톤이 바이오 에너지 생산에 사용되면서 옥수수 가격뿐 아니라 밀, 쌀, 콩 등 모든 곡물의 국제 가격이 2-3배 올랐다. 이로 인해 아이티, 카메룬, 인도, 이집트 등 30여 개국에서 식량 폭동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식량의 구조적 오남용으로 식량 가격은 계속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미래 식량 위기를 걱정하게 하고 있다. 중동의 정세 불안과 대규모 난민 발생도 근원적으로 가난과 굶주림으로 인한 사회불안에 기인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먹고 즐기는 음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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