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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골프 세상만사] “80대는 치죠”라 스스로를 속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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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5호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 협회 이사장⁄ 2016.01.14 08:58:32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 협회 이사장) 해가 바뀌었다. 당연히 한 살 더 먹어야 함에도, 그 나이 수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사람도 있다. 육체의 나이와 달리 마음의 나이가 그렇지 않다고 스스로 우기는 것이다. 나이가 늘기는커녕 숫제 몇 년째 줄어드는 사람도 있다. 어디 비단 연예인뿐이랴. 결혼 않고 30이나 40살 넘기기는 죽기보다 싫다는 노처녀 아가씨들은 여전히 스물 몇 살이고 서른 몇 살이다. 올해 31살 된 내 딸도 “누가 나이 묻거든 스물 열한 살입니다!”라 답하라 했더니, 그게 좋을 것 같다며 키득거리고 만다.

나이 말고 줄이려 드는 수가 또 있다. 골프 스코어. 서양식 만 나이로 하면 두어 살은 금방 줄일 수 있지만, 사실 골프 스코어는 불법 아니면 불가하다. 골프 이야기가 오가다 무르익었다 싶으면 이윽고, 조심스레 상대 자식 수능 점수 묻는 심정으로 평균 타수를 묻는다. 이때 대답으로 듣는 점수는 거품이 잔뜩 낀 허수에 불과하다.

전부가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체로 “80대는 치죠!”라고들 한다. 어쩌다 80대를 쳐봤단 이야기지, 실제론 90대가 태반이고 100을 육박하기도 한다. “보기플레이는 해요!”는 90타라는 건데, 보기플레이가 골프에서 얼마나 빵빵한 실력인지 아는가 모르겠다. 함부로 보기플레이를 사칭해서는 안 된다.  

아마추어들의 꿈의 수, 70대도 마찬가지다. 진짜 싱글(로우 핸디캐퍼)들은 70대라 하지 않고 “뭐, 적당히 칩니다” 겸손하게 답한다. 80~90대 치는 사람이 어쩌다 멀리건(mulligan: 이미 친 샷이 잘못됐을 때 무효화하고 새로 치는 것)을 수도 없이 받고, 공도 여러 차례 옮기며 치고 나서 기록한 70대의 점수를 자기 점수라 으스댄다.  

골프 전문지 S에서 전국 22곳 골프장의 캐디 9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서 허풍 센 아마추어 골퍼들의 민낯이 여실히 보였다. 함께 쳐본 적이 없는 사람은 물론, 심지어 라운드 동반자들 또한 모르는 당신의 스코어를 하늘과 땅, 그리고 캐디는 알고 있다.

멀리건 수도 없이 받고 자기 점수라 으스대는 현실
게임 진지함 떨어뜨리는 원흉 경계해야

당신이 스스로 인정한 점수에 어느 정도의 혜택이 적용됐는지 보자. 실제 스코어는 무려 10타 차도 난다. 먼저 ‘일파만파’에서 1~2점을 줄인다, 한국의 아마추어 골프에서는 동반자 전원의 첫 홀 스코어가 파가 아니던가. 멀리건을 한두 개를 쓴다. 그날 초대를 받은 VIP는 5~6개까지도 갖는다. 

퍼트에서는 짧지도 않은 거리를 컨시드(concede: 짧은 거리의 퍼트를 홀 아웃 시키지 않고 홀 인으로 인정하는 것)인 OK를 받는데, 이 또한 18홀 중 6~7개에 이른다. 나무가 걸린다고 꺼내놓거나 오비(플레이가 허용되지 않는 장외)나 해저드(장해물 구역을 만들어 난이도를 높임) 이후 공을 적당한 곳에 공을 던져놓고 쳐서 기록한 점수도 사실은 억지다.  

위의 캐디들은 ‘갖가지 혜택을 적용한 스코어와 실제 스코어의 차이는 평균 몇 타나 날까’라는 질문에 54.5%가 1~5타, 42%가 6~10타라고 답했다. 타수의 범위가 다소 커 객관화할 수는 없겠으나 96.5%가 1~10타라고 답한 것을 고려하면 5타 이상은 되는 셈이다.

이들 혜택 중에서도 서둘러 제거해야 할 거품은 단연 멀리건이다. “아마추어들이 상대의 치명적 실수에 인간적 배려를 해주는 것인데, 그게 왜 나쁘냐?”고 따질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 친 샷을 무효로 하고 벌타 없이 다시 치는 이것은 실제 점수를 깜깜이로 만들어 버리고 게임의 진지함을 떨어뜨리는 원흉이 되는 것이다.

나이를 속여서 형과 동생이 바뀌고, 골프 스코어 속여서 나쁜 버릇 굳어지지 않게 하려면 만천하에 커밍아웃을 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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