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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아이포트폴리오] 2살 韓벤처가 500살 옥스퍼드대와 맞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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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7호 안창현 기자⁄ 2016.04.07 08:51:31

▲2015년 12월 4일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아이포트폴리오,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 EBS미디어가 IT와 콘텐츠를 결합한 영어 교육 서비스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대표, 피터 마샬 옥스퍼드대 출판부 대표, 김재근 EBS미디어 대표. 사진 = 아이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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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아이포트폴리오(iPortfolio)는 전자책 제작에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벤처회사다. ‘스핀들 북스(Spindle Books)’라는 전자책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고, 지도나 날씨 등 다양한 정보를 결합한 여행 책 애플리케이션도 인기를 얻었다. 그간 꾸준히 좋은 성과를 보여준 아이포트폴리오가 지난해 말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와 계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전자책 플랫폼의 파트너가 됐다.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설립된 지 500년이 넘는 세계 굴지의 출판사다. 반면 아이포트폴리오는 2012년 1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신생 스타트업이다.

세계적인 전자책 기업들을 제치고 당당히 옥스퍼드의 파트너가 됐으니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 파트너십은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있을 수 있는 단순 기술 제공이 아니라 전자책의 매출 일부를 기술 로열티 형태로 지급받는 라이선싱 계약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아이포트폴리오의 글로벌 진출은 국내 벤처기업의 좋은 롤모델이 될 만하다. 최근 높은 경쟁률을 뚫고 문화창조벤처단지(cel) 입주기업으로 선정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기회를 얻은 아이포트폴리오를 만났다.

“Transform Books, Reform Education.” 아이포트폴리오의 모토다. 책이 바뀌면 교육도 바뀔 수 있을까? 서울 중구 문화창조벤처단지 13층에 입주해 있는 아이포트폴리오의 김성윤 대표는 그렇다고 확신했다.

▲아이포트폴리오의 전자책 플랫폼 ‘스핀들 북스’. 사진 = 아이포트폴리오

“우리나라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까? 특히 글로벌 시대인 지금, 영어 교육은 큰 문제다. 이 교육 문제를 개혁하면 다른 많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풀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어떻게 교육을 개혁할 수 있을까? 난 여기서 기술이 실마리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 대표는 한국이 영어 교육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교육비를 쓰고 있다고 했다. “한 통계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6~7배 정도의 사교육비를 더 쓴다고 나왔다. 비율이 아니라 절대 액수에서 이런 차이가 났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 양극화는 영어 교육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추겼다.” 그가 영어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다.

사회적 양극화, 교육에서도 반복돼

아이포트폴리오는 서울대학교 천문학과 91학번, 92학번 선후배 사이인 김성윤 대표와 이종환 부사장(CTO)이 우리나라 영어 교육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서 공동 창업했다. 둘의 배우자도 모두 교육 전문가다.

김 대표는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 사교육비를 낮추고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영어 교육을 질적으로 향상시켜 고액의 사교육 위주로 이뤄져 온 시장 판도를 조금씩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윤 대표와 이종환 부사장. 사진 = 안창현 기자

이런 생각이 절실했던 것은 김 대표와 이종환 부사장 모두 아이를 키우면서였다. 부모가 돼 아이들 교육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우리 교육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지만, 이젠 바뀌어야 할 때라고 봤다. 또 바뀔 수 있을 것 같았다.”

김 대표는 2011년 이 부사장 등과 함께 15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며 모아놓은 자본금 2억 원을 가지고 아이포트폴리오의 문을 열었다.

“당시 39살이었으니까 청년 창업의 끝물이었다. 사실 한국에서 40대에 창업을 하면 좀 어중간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도전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물론 결혼도 하고 가족도 있는 만큼 대학생들이 창업해 벤처를 꾸리는 것과는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교육 문제에 대해 가지는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기업들, 가령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교육 분야에 큰 사명과 철학을 가지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그런데 국내 대기업들은 교육 문제를 너무 소홀히 대하고 있다. 관심을 가지더라도 사회 공헌 차원에서 소극적이다. 외국 기업들과 너무 대조적이다”는 설명이다.

아이포트폴리오는 초기부터 ‘에듀테크(Edu-Tech)’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교육, 디지털 출판, 소셜 네트워크가 융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전자책 플랫폼의 자체 개발에 나선 것이다. 그렇게 1년여 간의 준비를 거쳐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얻은 성과가 ‘스핀들 북스’라는 자체 플랫폼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응은 해외에서 먼저 왔다. 세계 최대 영어교육 출판사인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의 공식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으로 채택된 것이다. 김 대표는 “아이포트폴리오가 작은 신생 벤처지만, 항상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둬서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아이포트폴리오의 스핀들 북스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도 2011년 참여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 페어’였다.

“에듀테크 기업이 뜬다”

국내 기업, 더구나 전자책 업체가 해외 북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것이 당시로선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페스티벌에서 좋은 자리에 전시 부스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의 교육출판협회 회원사로 등록하는 등 각별한 노력이 필요했다.

▲2014년 런던 북 페어에서 김성윤 대표가 스핀들 북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 아이포트폴리오

적극적으로 아이포트폴리오를 알리려 했던 데에는, 물론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옥스퍼드대 출판부 쪽에서도 먼저 연락이 보내왔다.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도쿄에서 이사회를 갖는데, 김 대표가 여기 참석해 스핀들 북스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해줬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옥스퍼드대는 스마트기기용 디지털 교과서를 제작할 파트너로, 아이포트폴리오를 비롯한 5개 업체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급히 일본에 갔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우리는 창업 2년도 안 된 신생 벤처였고, 상대는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옥스퍼드대 출판부였다. 글로벌 사업 규모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지 우리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다.”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

김 대표는 옥스퍼드대 이사진 앞에서 아이포트폴리오 스핀들 북스의 장점에 대해 차분히 설명했고,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다른 경쟁 업체들과 진행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옥스퍼드 출판사는 처음 전자책 개발 업체 선정을 위해 샘플을 주문했다. 5개 업체가 만든 샘플은 10곳 학교에 보내져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10곳 가운데 9곳의 학교에서 아이포트폴리오는 최고의 평가를 받으며 선택됐다. 다른 회사들이 단순히 기술력과 경험을 자랑한 반면 아이포트폴리오는 책의 내용을 가장 충실히 드러내는 기술을 적용한 게 결정적 차이를 만들었다.

그렇게 아이포트폴리오는 옥스퍼드대 출판사와 디지털 플랫폼 파트너가 됐다. 연매출 1조 원 이상을 기록하며 매년 6000권의 책을 내놓는 옥스퍼드 출판사다. 아이포트폴리오가 이 출판사의 글로벌 파트너로 된 사실은 곧 화제가 됐다.

아이포트폴리오는 옥스퍼드대 출판부의 콘텐츠를 가지고 60개국에 전자책을 론칭하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김 대표는 “올해부터는 국내 사업을 본격화할 생각이다. 애초 국내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아이포트폴리오를 창업했다. 국내에서 우선 옥스퍼드대 출판부의 다양한 전자책들을 선보이면서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옥스퍼드대학 출판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하는 교육 사업에 아이포트폴리오가 파트너로 참여하는 사업 역시 현재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의 성과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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