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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주년 전시] 아이들이 갔어야 할 그곳엔 2년치 어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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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8호 김연수 기자⁄ 2016.04.14 09:01:09

▲김봉규, ‘2014년 4월 16일 오후, 동거차도 앞바다 사고 현장’. 디지털 프린트, 113 x 170c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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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연수 기자) 2년이 흘렀다. 지금까지도 희생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없었던 이유는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사고 당시의 망령이라면, 남겨진 사람들에겐 “그만하라”는 말이 망령이 될 모양이다. 지난 2년간 진상 규명을 위해 유족들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및 개정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 시민들은 반목을 거듭했다. 최근 들어선 일부에서 “지겹다, 이제는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냐”는 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 주장들에 대해선, 아픔을 잊고 회피하려는 반응이라는 해석, 또는 세월호 여파가 경제에 미친 영향 때문이라는 해석 등이 나왔다. 

그러나 이런 시비와, 2년간의 무관심-방치에도 굴하지 않고 대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유족들에게 성원과 힘을 보탠다. 그런 움직임의 중심에는 다양한 시민사회단체가 있고, 이들은 “잊지 말자”를 되뇌인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허무하게 희생된 304명의 목숨은 뼛속 깊이 새겨야 할 이름이 된 것이다.

416 기억저장소 ‘두 해, 스무네 달’전

참사 뒤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이 나타났다. 참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만들어졌고, 참사가 일어났던 4월 16일을 전후해 전국 곳곳에서 추모 및 문화 행사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그 동안 자발적으로 기록 활동을 하거나 창작 활동을 해오던 예술가들이 모여 뜻을 모으는 자리들을 마련한다. 단원고등학교 근처의 경기도미술관과 416기억저장소가 주최하는 전시는, 참사의 아픔을 되새기는 자리로서뿐 아니라 사회 현상이 예술에 어떤 형태로 반영되는지, 혹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홍진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02 - 소인국 테마파크 제주도’.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13 x 150cm. 2016.

▲최정화, ‘숨쉬는 꽃’. 천, 공기 주입기, 원경 1000cm. 2016.

416기억저장소는 4월 2일~9월 3일 「416세월호참사 기억 프로젝트 2.0 ‘두 해, 스무네 달’」을 개최한다. 안산-416기억전시관과 제주-기억공간 re:born 그리고 서울-광화문 전시장(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에서 순회전으로 열리며, 노순택, 김봉규, 홍진원 작가가 참여한다.

‘416기억저장소’는 세월호 참사 뒤 참사를 온전히 기억하기 위해선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시민들의 자발적 행동으로 만들어졌다. 참사 두 달 뒤인 2014년 6월 아름다운재단과, 새로운건축가협회 등 많은 시민들의 후원으로 공간이 만들어졌다. 1주년인 작년 4월에는 ‘416기억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기억저장소와 기억전시관 모두 단원고 근처의 다가구 연립 밀집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상가건물 3층에 위치한 전시장에 들어서면 희생된 학생들의 사진이 붙어 있는 쪽지함 설치작업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전시장 안의 천정에는 도자기로 만들어진 조명갓 형태의 기억 저장함들이 매달려 있다. 일반인 희생자 수를 포함한 304개의 저장함들이다. 그 안에는 군데군데 희생자들의 유품들이 들어 있다. 

▲노순택, ‘허송세월 - 버려진 7시간(Mysterious 7 Hours of the Princess #CEI2601)’ 가변 크기. 2014.

이곳에서 5월 4일까지 작가 노순택의 기록 사진이 전시된다. 사진작가로는 최초로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받은 노순택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부터 꾸준히 관련 현장들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이번 전시의 사진들은 참사가 드러낸 한국 사회의 야만성과 몰염치에 대한 기록이다. 인간성이 말살된 언론 보도의 행태와 그에 대한 유족의 분노, 그리고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해 모였던 1000만이 넘는 시민들의 의지가 담긴 움직임들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2년 전 “가만히 있으라”부터 지금의 “그만하라”까지. 
작가들은 아이들의 방을 기록하고 기억하고를 계속   

홍진훤 작가는 단원고 학생들이 도착했어야 할 제주도의 수학여행 장소를 돌아다니며, 그들의 부재를 증명하는 사진들을 선보인다. 학생들이 머물러야 했을 공간들을 어둡고 쓸쓸하게 포착한 작가는 “아무것도 아닌 검은 풍경에 2년이라는 시간이 물질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김봉규는 26년차 사진기자이지만, 그의 사진은 사고의 실체를 밝혀내는 증거로 찍혀진 것이 아니다.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비극의 현장을 바라본 슬픈 감정의 시각적 표현일 뿐이다. 아이들이 수장되어가는 어두운 밤바다와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던 부모들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들이다. 그는 당시, 신문사 기자로서 제시해야 하는 객관적 앵글과 감정에 충실한 주관적 앵글이 충돌했음을 밝히며, “기자로서 마감에 따른 사진을 찾으려 헤맸다는 것과 그와 동시에 감정에 충실한 사진을 찍어 내려는 것이 매우 큰 고통이었다”고 고백한다.

▲세월호를 생각하는 사진가들-노순택, ‘아이들의 방 - 3반 김영은의 방’. 피그먼트 프린트, 90×60cm. 2016.

이 전시의 총 진행을 담당하고 있는 원애리 문화기획팀장은 416기억전시관에 대해 “여태까지 단발적으로 일어나던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에 주축이 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의를 설명한다. 그는 노순택 작가의 사진 기록에 등장하는 시민들은 많은 수가 학부형들이라고 짚어줬다. 기획에는 ‘내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일’, ‘내 아이는 안전한 나라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전언이다. 원 팀장은 “아프다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각인’을 통해 마땅히 지켜야 할 것을 지켜가자는 게 전시 기획의 의도”라고 말했다. 

416기억저장소 및 단원고와 가까운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의 의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은 “현재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현대미술 전시 행사가 된 ‘카셀 도큐멘타(Kassel Documenta)’ 역시 시작은 제2차 세계 대전을 경험한 사람들이 삶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실천해야 하는지를 찾자는 고민에서 비롯됐다”며 “현대 미술의 영역 안에서 삶과 역사를 미술인들과 함께 진지하게 살펴보고 싶었다”는 기획의도를 밝혔다. 

416기억저장소 주최의 전시가 꽤 직접적으로 참사의 풍경을 전달하고 있다면, 4월 16일~6월 26일 ‘사월의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되는 경기도미술관의 기획 전시는 “공감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즉, 더 은유적이고 감성적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세월호 희생자 추념 프로젝트다. 

경기도미술관 ‘사월의 동행’전

전시에는 안규철, 조숙진, 최정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예술가와 강신대, 전명은 등의 청년 예술가, 전진경, 이윤엽 같은 현장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와 세대를 아우르는 22팀이 세월호 참사를 예술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기록한 작품을 선보인다.

▲조소희, ‘봉선화 기도 304’, 혼합 재료, 가변 설치. 2016

이 전시는 예술 표현을 위한 3가지 행위, 즉 ‘동행하다’ ‘기억하다’ ‘기록하다’로 나눠진다. 전시의 핵심 주제이기도 한 ‘동행하다’는 예술가가 사회적 비극을 어떻게 극복하고 함께 나갈 것인지 묻는 부분이다. 최정화, 조숙진, 안규철, 조소희, 권용주 등이 참여하며, 비극에 대한 치유와 공감을 시사하는 작품들을 내놓았다. 

최정화는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 앞에 10m 크기의 움직이는 거대한 검은 연꽃을 희생자들에게 헌화한다. 연꽃의 생명력을 재현한 ‘숨 쉬는 꽃’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꽃잎이 반복적으로 오므라들었다가 펴지며 희생자들이 남은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작가 조소희와 안규철은 관객참여형 프로젝트로 추모 공간을 구성한다. 안규철의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읽기’ 프로젝트는 살아 있었다면 대학생이 됐을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았을 신화 소설을 선정해 전시 기간 동안 낭독한다. 

조소희의 ‘봉선화 기도 304’에는 시민 304명이 참여해 손가락 전체에 봉선화 물을 들이고 희생자를 위해 애도하고 기도한다. 전시에선 그 손을 담은 사진들로 전시장 내의 부스를 가득 채운다.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에 3개월 된 아기부터 96세 할머니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했다”며 “참여 시민들을 모집할 때 예상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참여 의지를 보이는 시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박은태, ‘기다리는 사람들’. 캔버스에 아크릴, 187 × 454cm. 2015.

두 번째 분류인 ‘기억하다’는, 지난 2년간의 세월호 참사가 흘러온 길을 예술가의 시각에서 바라본다. 서용선, 박은태, 노충현, 이세현, 홍순명 작가 등이 한국 사회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삶을 반추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마지막으로 ‘기록하다’ 부분에선, 세월호 참사 이후 건축, 사진, 디자인, 문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 사건을 담아온 예술가들의 지속적인 기록이 아카이브 형식으로 제시된다. ‘아이들의 방’은 홍진훤, 노순택 작가를 비롯한 보도 및 예술 사진작가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개인기록 수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희생된 아이들의 방을 촬영한 작품이다. 이 밖에도 단원고 희생자들의 영정을 하나하나 그린 박제동 작가의 일러스트 작품 ‘기억하겠습니다 ― 단원고 아이들’이 함께 전시된다. 전시 입장료는 4000원이지만 안산 지역 학생들에게는 무료 개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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