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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아시아 청년 36'전] 정치는 혼란, 나는 복잡…청년 고민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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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98호 김연수⁄ 2016.08.26 16:33:26

▲루양(Lu Yang), ‘움직이는 신들(Moving Gods)’. HD 필름, 4분 43초. 2015.


지독하게 물러서지 않던 폭염은 신기하게도 처서가 지나는 것과 동시에 '폭염 해제'라는 보도와 함께 홀연 사라졌다. 아침저녁으로 숨통이 트이는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더위를 가시게 하는 비님마저 내려주셨다.


때맞춰 미술계에서도 본격적인 미술 관람의 계절을 알리는 듯 크고 작은 전시 소식이 물밀듯 들려온다. 각 국공립 및 사립 미술관들 역시 1년 중 가장 공들인 프로젝트를 가을 바람과 함께 선보인다. 올해는 굵직한 행사인 두 개의 국제 비엔날레를 주축으로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볼 수 있지 싶다. 각 시도 미술관 역시 지방색에 머물지 않고,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큰 트렌드로 아시아와 청년 작가군에 주목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전북도립미술관의 전시는 그 대표적인 예로서 주목의 가치가 있어 보인다.


기획팀이 직접 방문-초대한 청년 작가들


‘예향의 도시’ 전주에 위치한 전북도립미술관은 9월 2일~11월 27일 아시아현대미술전 ‘아시아 청년 36(Asia Young 36)을 개최한다. 전북도립미술관은 작년부터 아시아 작가들에 주목한 전시를 매년 선보이고 있는데, 작년 전시가 아시아의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출발격이었다면 올해는 아시아 현대 작가들이 어떤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한다. 참고로, 전북도립미술관장 장석원에 따르면, 내년 전시는 아시아 여성 작가들의 작업을 집중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란다.


이번 전시엔 총 14개국(한국, 중국, 일본, 대반, 태국, 인도,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네팔, 몽고,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36명 작가가 참가한다. 이중 한국 작가는 15명, 외국 작가는 21명이다. 평면, 입체,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식의 작품 109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위해 기획팀은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베트남, 미얀마 등 현지 방문을 통해 작가를 직접 초청했으며, 그 외에도 타이베이의 아티스트 빌리지, 후쿠오카시립미술관, 양곤의 뉴제로아트스페이스 등의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협조를 받기도 했다.


▲조혜진, ‘704-13호’. 철, 골조에 수집한 창문과 문, 250 x 800 x 440㎝. 2016.


전시 공간은 크게 외부 공간과 미술관 로비 그리고 4개의 전시실로 나뉜다. 외부 전시 공간에는 엥흐 볼드 토그미그시레브(Emkhbold Togmidshiirev, 몽골), 박재연(한국), 덱스터 페르난데스(Dexter Fernandez, 필리핀), 다르보츠(Darbotz, 인도네시아)가 설치, 퍼포먼스, 야외 조각, 그라피티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로비 공간에선 에이즈 옹(Aze Ong, 필리핀)의 코바늘로 짜인 거대한 섬유 설치 작품과 유혜진(한국)의 4m 크기 입체작품을 만날 수 있다. 철골조에 수집한 창문과 문으로 집의 형상을 구현했다. 중국 작가 루양(Lu Yang)은 1전시실에서 영상 및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부처의 후광(광배)을 형상화한 설치작품 ‘무빙 갓(Moving God)'은 개막일 오프닝 행사 중 6명의 공연자가 착용하고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2전시실에서 선보이는 윤성필(한국) 작가의 쇳가루, 자석, 센서를 사용한 작업은 자연의 기본 원리를 물성으로 구현한 작업이다. 미야타 군페이(Kumpei Miyata, 일본)와 깜 싸인(Cam Xanh)은 지진과 정치를 소재로 개인과 주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형상화했다. 아담하고 아늑한 공간인 3전시실에선 추락하는 것을 모티브로 하는 안지산 작가의 회화, 공허한 얼굴 표정으로 실존의 의미를 질문하는 레슈마나이르(Reshma Nair, 인도)의 수채화 등 정적인 감상법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창용치아(Chang Yoong Chia), '한 예술가의 삶(An Artist`s Life)'. 캔버스에 오일, 66 x 85cm. 2015.


한편, 이와는 대조적으로 4전시실에서는 관객의 참여가 조금 더 요구되는 작업들이 선보인다. 우키르 수르야디(Wukir Suryadim, 인도)는 미술 도구로 악기를 만들어 관객들이 직접 연주할 수 있게 하고, 유목연(한국)은 음식포장마차를 열고 관객들에게 국수를 대접한다. 방문하는 나라 및 지역마다 국수를 만들어 주는 작업을 하는 작가는 “국수는 어느 나라의 음식 역사에서든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음식의 원형이며, 다른 배경의 사람들끼리 음식을 대접하고 먹는 과정은 가장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소통의 방식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어린시절 목격한 쿠테타 희생자의 주검을 자신의 모습으로 치환한 응게 레이(Nge Lay, 미얀마), 신체를 분절시키고 재조합해 만드는 김남현(한국)의 조각 작품이 있다.


마지막 5전시실에서는 서울 시청 7급 청소관리직으로 정년퇴직한 위재량의 시집 ‘가슴으로 우는 새’에서 동기를 얻어 만든 작가 김기라와 감독 김형규 그리고 힙합 뮤지션들과의 협업 영상 ‘플로팅 빌리지(Floating Village)가 선보인다. 영상 작업에 등장한 힙합 뮤지션들은 개막식에서 공연을 선보이며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또한, 유수의 해외 언론에서도 소개됐던 중국의 '견과형제-넛 브라더'(堅果兄弟-Nut Brother)는 100일 동안 베이징 거리를 걸으며 수집한 먼지로 벽돌을 만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넛 브라더(Nut Brother), '베이징 일기'. 행위예술, 사진, 영상, 5분 59초. 2015.


아시아 청년 작가들의 축제 마당: 아시아 청년 국제교류 워크숍


장석원 관장은 이번 전시의 내용을 설명하며, 이에 못지않게 부대 행사로 준비된 ‘아시아청년 국제교류 워크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개막 다음날부터 4박 5일간 한옥마을 내 전주전통문화회관과 어사화에서 20여 명의 참여자와 발제자가 함께 진행하는 워크숍은 중국, 미얀마,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전반의 현대미술의 흐름을 짚어보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자리다.


장 관장은 “각국이 각각 다른 근-현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정치적 혼란과 개인의 정체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을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며, “이번 전시는 한 편의 공연처럼 ‘드라마틱’하고 역동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특징으로 볼 수 있다. 4박 5일 동안 아시아의 다양한 청년 작가들이 축제처럼 즐기고 서로의 생각을 작품을 통해 알아가며, 미래를 위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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