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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시티서울 2016] 비주류 시각에서 찾는 재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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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2호 김연수⁄ 2016.09.23 17:06:19

▲'미디어시티서울 2016' 중 서울시립미술관 수장고에서 이뤄진 작가 빅 반 데르 폴의 프로덕션 현장.(사진=김익현, 홍철기)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의 본관 및 분관인 남서울-북서울 미술관 그리고 난지 창작 스튜디오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미디어시티서울에선 지난 3월 간담회 자리를 통해 소개한 것과 같은 대표적인 키워드가 드러나 보였다.

변화하는 미디어? 미디엄?

그 첫 번째는 변화하는 미디어 개념에 대한 조응이다. 초기의 미디어시티가 비디오, 컴퓨터 등의 정보 전달을 위한 최신의 수단을 이용한 예술 장르로서 미디어아트를 접근했다면, 최근의 미디어 아트는 미디어 자체의 미디엄(medium, 중간자, 매개)으로서의 속성을 주목 받는다. 그리고 그런 속성은 현대 예술가의 정체성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이번 미디어시티 역시 사진 작업을 포함한 비디오 영상 작업이나 프로젝터와 빛을 이용한 설치 작업 등 고전적인 의미의 미디어작품들이 등장했지만, 직접적인 제시가 아닌 기획자의 역할을 빌린 매개자로서 예술가의 정체성이 보이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예술 혹은 예술가의 역할과 정체성을 결정함에 있어 미디어의 속성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해법을 내놓을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마련한다는 의의가 있지만, 한편으론 예술가 스스로가 직접적인 발언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발언에 따르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좋은 핑계가 될 수 있다.

솔직하고 직접적인 비주류의 시각

이와 함께, 이번 미디어시티의 다른 특징인 여성, 장애인, 그리고 아프리카 및 중-남미의 작품들은 더 솔직하고 직접적이지만, 기존의 관념을 뒤집을 수 있는 시각의 제시라는 점에서 현재 예술가들의 태도 및 경향과 대비된다.

한편, 이번 미디어시티뿐 아니라 현재 동시에 열리고 있는 큰 규모의 비엔날레들의 공통점이기도 한 교육과 소통 목적의 세미나, 워크숍 프로그램 등이 강조된다. 북서울 미술관에서 최태윤이 진행하는 워크숍 ‘불확실한 학교’와 남서울 미술관에서 함양아가 진행한 여름캠프 ‘더 빌리지’는 각각 △장애와 상관없이 활동하는 작가, 활동가, 학생 등과 함께하는 교육 공동체를 통한 공정하고 진실한 가치 체계 형성 △ 대안적 예술교육을 통해 개인과 사회 구조를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더 나은 사회 만들기를 목표로 한다.

이런 교육 및 세미나 프로그램들은 주로 전시가 끝난 후, 도록과 온라인을 통해 결과물을 보여주기 마련인데, 사실 전시는 관객들이 접할 기회가 많으나 과정이 끝난 결과물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결과물들이 더 직접적으로 보이거나 결과물을 바탕으로 한 후속 전시로 연결의 활성화가 필요해 보인다.

빅 반 데르 폴 - 아카이브의 가능성 드러내기

서소문 본관 메인전시장 1층 가운데를 차지한 빅 반 데르 폴의 작업 ‘상생가약’ 역시, 관객의 이해를 위한 노력이 조금 아쉬웠다. 커미션 작업인 상생가약은 빅 반 데르 폴과 여섯 명의 게스트 큐레이터가 서울시립미술관의 4000여 점의 소장품을 선별해 릴레이 전시를 꾸미는 방식이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마정연 미디어 연구자가 기획한 '고장남 백남준 작품과의 대화: 미디어아트 소장하기'가 열리고 있었다. 별도의 구획으로 마련된 이 시리즈 전시는 작품마다 별도의 캡션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 내용을 이해하려면 전시장 입구에 재현된 수장고의 환경과 함께 설치된 초대 기획자들의 인터뷰 영상을 봐야 한다.

▲마르게리트 위모, '브랙 맘바'. 플로리다 블랙 맘바의 독 2그램, 안료, 페인트, 가변 크기. 2016.


마르게리트 위모 -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죽음

전체적으로 어두운 조명의 전시장에서 마르게리트 위모의 형광 노랑색 방은 갑작스런 명도 변화만으로도 시선을 잡아 이끈다. 방 전체를 뒤덮은 자극적인 색의 페인트에는 블랙맘바(아프리카산 독사)의 독이 함유돼 있다. 더불어 재현된 클레오파트라의 목소리가 현재 쓰이지 않는 9개의 언어(게이즈어, 메디아어, 그리스어, 아랍어, 이집트어, 아람어, 히브리어, 선사시대어, 페르시아어)로 사랑노래를 부른다. 독이 섞인 페인트와 클레오파트라의 목소리의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이중적 속성은 삶과 죽음, 환상과 실제가 공존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피에르 위그, '무제(인간 가면)'. 필름,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19분. 2014. (사진= 작가 및 런던 하우저&워스 갤러리, 파리 안나 레나 필름 제공)


피에르 위그 - 유머러스하지만 우습지 않은 재난 후의 세상

피에르 위그의 영상 작업 ‘무제(인간 가면)’의 배경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폐허가 된 도시다.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공간에서 인간 얼굴 모습의 가면을 쓰고 혼자 있는 원숭이의 움직임은 가면의 무표정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행동과 같은 이야기와 감정을 연상하게 한다. 작가는 일본의 전통식당에서 물 컵을 가져다주는 등의 시중을 드는 원숭이를 유투브에서 발견하고 직접 섭외했다. 영상 안에서 혼자 남겨진 원숭이는 사실 시중드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지만, 세상이 멸망한 후 혼자 남겨진 인간의 모습은 이렇게 우습고도 슬프지 않을까 하는 강한 풍자와 허무함이 느껴진다.

▲이반 나바로, '무제(쌍둥이 빌딩)'. 네온, 나무, 거울, 반투명 거울 외 혼합 매체, 각각 147 x 147 x 19.5cm. 2011. (사진=김연수)


이 밖에도 네온 설치로 911테러로 사라진 쌍둥이 빌딩을 재현한 이반 나바로의 ‘쌍둥이 빌딩’과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직후 현장을 방문해 중요 영상을 촬영했던 피폭된 카메라와 같은 모델을 청동으로 캐스팅 한 작업 제인&루이스 윌슨의 ‘콘바스 오토바트, 피폭된 카메라’ 등과 함께 이번 비엔날레를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재난’이다.

재난의 코드는 비판적이거나 반성적인 태도로 제시되는 한편, 미래에 대한 대답을 요구하는 현실의 제시로 보았을 땐 허망함과 절망을 느끼게도 한다. 세계 1-2차 대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인간이 만든 재난을 지적하고 비판해 온 예술의 역할을 봤을 때, 그 방법과 시선 역시 얼마나 달라진 것이 있는지 바라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이번 제목이기도 한 ‘네르르 키르르 하라라’하는 화성인의 외침이 미래에 대한 답을 간구하는 것이 아니라 허망한 표현으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전시는 11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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