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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어머니 세계에 독립선언하고 선택한 세계는?… 오제성 개인전 '압축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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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연수⁄ 2016.09.26 15:51:22

▲작품 '유년기의 끝'이 상영되고 있는 전시장.(사진=오제성)


강동구의 4LOG(로그) 아트스페이스는 9월 20일~10월 3일 오제성 개인전 ‘압축시간’을 연다.

조각, 드로잉부터 디지털, 영상 설치 작업까지 다양한 매체 실험을 거듭해 왔던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내러티브(서사)가 있는 영상 작업과 영상 제작 기법을 통한 매체 실험 과정 등이다.

메인 작업 격인 ‘유년기의 끝’ 시리즈는 작가 본인의 모습을 담은 28개의 영상이 3개의 채널을 통해 상영되는 작업이다. 올해 만으로 28살을 맞은 작가는 약 1년간의 시간을 28개의 이야기로 나눠 자신이 살아온 시간만큼의 시리즈로 만들었다.

오제성은 “이 작업은 사실 어머니와 주고받은 편지”라고 소개한다. 긴 시간 동안 멀리 어머니와 떨어져 있던 아들은 매일의 생활에 대해 걱정을 하는 어머니에게 ‘네, 밥 잘 챙겨먹습니다’ 같은 정형화된 답을 드리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예술을 하는 아들답게 자신이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를 이야기를 만들어 어머니께 보여 드렸다.

필름은 작가가 지구 모양의 공을 잃어버리면서 시작한다. 즉, 자신을 지배하고 있던 세계와의 분리로부터 시작하는 28개 시리즈의 커다란 이야기는 유년기의 시절이 끝나고 스스로의 세계를 찾고 구축해나가는 과정이다.

▲오제성, '유년기의 끝 - 17장'. 3채널 비디오, 2분 7초. 2016.


커다란 이야기의 구성 안에서 작가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성경의 이야기를 빌려와 어머니만을 위한 퍼포먼스도 펼친다. 소금 사막이 펼쳐진 미국의 데쓰밸리를 배경으로 천벌이 내려져 멸망할 소돔에서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이라도 구출하려는 아브라함과 하나님의 협상 과정이 그려진다. 구원을 받을 선할 사람을 찾아 헤매는 아브라함 역의 작가는 자신에게 맞는 정체성을 찾아 수행하는 청년의 모습이기도 하다.
 
오제성은 자신이 이해하기 쉬운 코드로 이루어진 작품들을 전시하는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한 사람을 위해 그림을 그린 모딜리아니의 그림이 보편적인 감성이 된 예를 말하며 용기를 주었다고 전했다.

그런 덕분인지 재생 시간 내내 자연과 도심 그리고 그만의 공간에서 세상에 도전하듯 펄떡이는 작가의 움직임은 그 영상을 세련미와 완성도를 떠나 완벽한 감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유년기의 끝’ 시리즈가 전하는 커다란 내용은 결국, 한 청년이 정말 어른이 되겠다는 선전포고를 하는 듯도 하지만, 한편으론 영상 내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째깍거리는 시계의 이미지가 28년을 산 작가의 살아온 시간이든 이 영상을 제작한 1년간의 시간이든 이 영상이 상영되는 시간이든 간에 숫자로서 표시되는 시간의 의미는 중요하지 않게 느껴지게 한다.
 

▲오제성, '유년기의 끝 - 2장'. 3채널 비디오, 2분 14초.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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