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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돈 먹고 펄펄 나는 美 ‘테슬라 대항마 둘’

LG화학 배터리, 패러데이 퓨처 이어 루시드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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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7호 윤지원⁄ 2017.01.09 10:35:01

▲1월 3일(현지 시각) CES 2017 행사에서 공개된 패러데이 퓨처의 첫 양산형 모델 FF91. (사진 = 패러데이 퓨처)


2016년 12월 20일(현지 시각), 미국의 전기자동차 제조사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는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10월 3일에도 전기차 스타트업 회사 패러데이 퓨처(Faraday Future)가 LG화학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루시드 모터스와 패러데이 퓨처는 미국 전기차 시장의 강자인 테슬라(Tesla)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신생 주자들이다. 또한 고성능 럭셔리 세단인 ‘테슬라 모델S’를 능가하는 사양을 앞세워 관심을 모으고 있다. 

▲1월 3일(현지 시각) CES 2017 행사에서 공개된 패러데이 퓨처의 첫 양산형 모델 FF91. (사진 = 패러데이 퓨처)


1. 패러데이 퓨처 - 설립 3년만에 양산차 선보인 “테슬라 킬러”

1월 3일(현지 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Consumer Electronic Show, 소비자가전박람회)에 세계적인 슈퍼카 네 대가 한 자리에 모였다. 벤틀리 벤테이가, 페라리 488 GTB, 테슬라 모델X, 테슬라 모델S-P100D 등의 슈퍼카들은 이날 공개된 한 신형 SUV 전기차의 성능 과시를 위한 제물로 동원됐다.

이 거창한 쇼를 기획한 주체는 ‘테슬라 킬러’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회사 패러데이 퓨처고, 쇼의 주인공은 이 회사의 첫 양산형 모델, FF91(에프에프나인원)이었다. 이날 라스베이거스 월드 마켓센터 파빌리온에서는 그동안 위장막에 가려 있던 FF91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이 행사에서 패러데이 퓨처는 FF91이 혁신적 디자인뿐 아니라 항속거리(한번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최대 거리), 자율 주행 능력, 가속력 등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연결성(Connectivity), AI(인공지능) 등 IT 기술과의 융합 측면에서도 뛰어나다며 FF91은 훌륭한 전기차를 넘어선 “전혀 새로운 종(New Species)”이라고 표현했다.

앞서 나열한 슈퍼카들은 FF91의 가속 성능을 보여주기 위한 들러리로 이날 무대에 등장했다. 이들은 차례로 무대 왼쪽에 등장해 잠시 정지했다가, 출발과 동시에 속도를 높여 무대를 가로질러 나갔다. 그리고 각 차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가속해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측정됐다.

FF91은 지난 해 공개된 테스트 영상을 통해 이 슈퍼카들을 압도하는 가속 성능을 보여줘 화제가 된 바 있다. 패러데이 퓨처는 당시 FF91이 기록한 2.39초의 제로백은 전기차 부문의 세계 신기록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날 관객 앞에서 재연된 측정 결과에서도 FF91은 다른 차들보다 빠른 2.59초를 기록해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1년 전 CES 2016에서 패러데이 퓨처가 첫 콘셉트카 FFZERO1을 선보이고 부여받은 ‘테슬라 킬러’라는 별칭에 부합하는 기술력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패러데이 퓨처가 LG화학과의 배터리 공급 파트너십 체결을 발 표하기 전 홈페이지에 공개한 이미지. (사진 = 패러데이 퓨처)


성능만큼 빠른 행보…설립 2년 만에 양산계획

CES 2016 당시 패러데이 퓨처의 콘셉트카 FFZERO1은 ‘테슬라 킬러’라는 별명이 붙기에 충분한 성능으로 화제가 됐다. 배트모빌을 연상시키는 레이싱카 스타일의 이 차는 최대 1000마력, 최고 시속 320km라는 성능을 갖추고 있었다.

이어 패러데이 퓨처는 2015년 11월부터 네바다 주에 대규모 전기차 공장을 짓기 시작했으며, 공사비 10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를 투자해 2017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2014년에 설립된 회사 치고는 놀랍도록 빠르고 과감한 행보였기에 자금줄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애플이 비밀리에 개발 중인 프로젝트 아니냐는 루머도 등장했다.

패러데이 퓨처는 중국 자본으로 세워진 미국 회사로 밝혀졌다. 중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러에코(LeEco)의 설립자이자 중국 20대 부자 안에 드는 재력가인 자웨팅(賈躍亭)이 실소유주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에도 패러데이 퓨처의 속도는 거침없었다. 6월에 첫 양산형 프로토타입의 시험주행을 위해 미시간 주 교통당국에 운행 번호판을 신청했고, 이후 3가지 프로토타입 차의 주행성능과 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3일에는 그들의 첫 양산모델에 LG화학의 배터리를 공급받아 장착한다고 발표했다. 패러데이 퓨처의 톰 웨스터 구매 총괄 담당자는 “LG화학과의 긴밀한 협업으로 주행거리와 안전성이 최적화된 맞춤형 배터리를 개발했다”며 “미래형 이동수단에 대한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은 “두 회사의 기술적 협력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진보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패러데이 퓨처와의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2016년 1월 열린 2016 CES에서 패러데이 퓨처의 첫 콘셉트카 FFZERO1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 = 패러데이 퓨처)


불안한 자금난에 공장 완공 미지수

그런데 패러데이 퓨처에는 몇 가지 불안요소가 있다. 설립 초기의 회사인데도 임원진이 자주 교체되고 있고, 경영 노선에 관해 내부적 혼란이 있다는 루머가 자주 들려온다. 가장 큰 불안요소는 모회사나 다름없는 러에코 그룹의 중국 내 사정이 좋지 않아 부채가 늘어나는 등 자금난이 심각해졌다는 사실이다. 사업 지속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네바다 공장 건설도 불투명해졌다. 협력업체로의 대금 지급이 제때 해결되지 못하면서 2016년 1분기 내로 발표했던 공장 착공이 차일피일 늦춰진 것이다. 9월에도 대금 미지급 문제 및 공장 건설 일정 문제가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스마트폰, 스마트 자전거, 스마트 TV 등 여러 분야를 건드린 자웨팅의 문어발식 경영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간 자웨팅이 손댄 여러 분야가 대부분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해 러에코의 재정난을 심화시켰고, 그 여파가 패러데이 퓨처에까지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패러데이 퓨처는 11월 초 합작사인 AECOM을 통해 “2017년 적절한 시기에 공장 건설을 재개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중국 사정이 조금만 안정되면 밀린 돈을 한 번에 갚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논란과 상관없이 양산차 개발 일정을 진행, 10월 27일 위장막으로 가려진 SUV가 사막을 가로지르는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그리고 12월22일 홈페이지를 통해 CES 2017에 맞춰 FF91 공개행사 카운트다운을 시작, 양산차 공개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업계의 부정적 전망은 여전했다. FF91 공개 일정의 무리한 추진은 자금난 해소를 위해 사전예약 실적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2월 초에도 부품 공급 및 기술 협력 업체인 ‘퓨처리스 오토모티브’로부터 1천만 달러 이상의 대금 체불에 관한 소송에 휩쓸려 관계자들의 고개를 가로젓게 만들었다.

3일 CES 2017 행사에 대한 반응도 엇갈렸다. FF91가 과시한 기술적 성취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지만, 무대 위에서 오토 발렛 파킹 기능을 시연하려다 실패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문제였다. 인테리어에 대한 설명도 부족해 FF91은 미완성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전 예약을 시작하면서 정확한 차량 가격을 밝히지 않은 점도 수상했다.

쇼는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충분히 설득된 분위기다. 패러데이 퓨처는 사전예약 개시 36시간 만에 6만 4천 대 이상의 주문이 등록되었다고 발표했다. 예치금이 대당 5천 달러이므로 벌써 3억 2천만 달러가 넘는 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공장 건설비용 10억 달러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숨통은 트였다고 볼 수 있다

▲루시드 모터스의 럭셔리한 실내 및 첨단사양. (사진 = 루시드 모터스)


2. 루시드 모터스 - 테슬라 유전자로 성장한 다크호스

2016년 12월 14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는 첫 양산형 전기차 모델인 루시드 에어(Lucid Air)를 공개하고 사전 예약에 돌입했다. 루시드 모터스는 먼저 250대의 루시드 에어를 생산할 예정이며, 조만간 아리조나에 연간 1만 대 생산규모의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루시드 에어는 130kWh의 배터리를 탑재해 항속거리가 최대 640km에 달한다고 발표됐다. 1000마력의 강한 파워를 내뿜으며, 제로백이 2.5초에 불과하다. 테슬라 모델S, 패러데이 퓨처의 FF91과 맞먹는다. 패러데이 퓨처가 자금 문제로 주춤하는 사이 새로운 ‘테슬라 대항마’가 다크호스로 등장해 시장 판도를 바꾸는 조짐이다.

루시드 모터스는 원래 ‘아티에바’(Atieva)라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로, 2007년 중국의 전기 버스에 쓰이는 배터리팩과 배터리팩 제어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제조사로 시작되었다. 아티에바의 공동 설립자는 CEO였던 버나드 체(Bernard Tse)와 COO(최고 운영 책임자) 샘 웽(Sam Weng)이다.

버나드 체는 테슬라의 전 부사장이자 이사회 멤버였으며, 테슬라의 첫 전기차 모델인 로드스터 설계에 참여했고, 배터리 팩 생산 감독 등의 중책을 맡았던 인물이다. 게다가 루시드의 CTO(최고 기술 책임자)는 테슬라 모델S의 수석 엔지니어였던 피터 롤린슨(Peter Rawlinson)이다. 

2015년 2월에는 테슬라의 공동 설립자 마틴 에버하드(Martin Eberhard)가 루시드 모터스의 새 부회장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루시드 모터스에는 마쓰다 북미 디자인 책임자, 폭스바겐 북미 수석 디자이너, 아우디 외관 디자인 책임자 등도 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버나드 체와 마틴 에버하드는 떠났지만 루시드 모터스가 테슬라를 위협할 만한 경쟁자라는 평가가 나올만한 쟁쟁한 임원진이다.

▲2017년 12월 14일 공개된 루시드 모터스의 첫 양산차 ‘루시드 에어’. (사진 = 루시드 모터스)


중국 투자자 간섭에 내부 갈등 겪어

아티에바는 패러데이 퓨처와 마찬가지로 중국 자본이 회사의 큰 몫을 구성했다. 배터리 공급사로 중국에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아티에바에 중국 기업들이 거액을 투자한 것이다. 2014년 아티에바가 중국에서 받은 투자액은 약 1억 달러로 전체 지분의 50%에 달했다. 먼저 25%는 중국의 국영 자동차 업체인 베이징 자동차였다. 나머지 25%는 다름 아닌 러에코였다. 바로 패러데이 퓨처의 실소유주인 자웨팅의 회사다. 즉, 러에코는 테슬라 대항마인 패러데이 퓨처와 아티에바(루시드 모터스)에 모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거액의 투자를 받은 아티에바 경영진은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준비했다. 새 부회장 마틴 에버하드를 영입하고 전기차 제조사로 거듭날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투자자인 러에코와 베이징 자동차는 아티에바가 단순히 배터리와 파워트레인 기술을 개발해 이를 중국 업체에 납품하기만을 원했다.

투자자와 경영진이 갈등하는 사이 자웨팅과 패러데이 퓨처의 관계가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러에코가 아티에바의 전기차 개발에 반대하는 이유는 패러데이 퓨처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갈등은 고조되었고 마틴 에버하드는 부회장 취임 6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후 CEO인 버나드 체마저 중국 투자자들에 의해 축출되었다.

샘 웽을 비롯한 나머지 아티에바 임원들은 전기차 제조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기어코 시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결국 베이징 자동차가 소유 지분 25%를 포기하고 손을 떼면서 아티에바는 전기차 제조를 시작하게 되었다. 2016년 10월 아티에바는 회사명을 ‘루시드 모터스’로 바꾸고 새롭게 시작했다.

▲2007년 배터리팩 제조·공급업체로 설립된 아티에바는 2016년 10월 사명을 루시드 모터스로 바꾸고 전기차 제조사로 새롭게 출발했다. (사진 = 루시드 모터스)


레이스에서 스포츠카 이기는 밴

테슬라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루시드 모터스의 강점은 배터리팩과 파워트레인이다. 버나드 체와 샘 웽이 아티에바를 설립 할 무렵부터 이미 100여 개의 배터리 관련 특허를 가지고 있었고, 이후 수년간 쌓인 노하우가 자신감을 더해주었다.

루시드 모터스는 파워트레인 테스트용으로 에드나(Edna)라는 밴 차량을 만들었고, 지난 7월 에드나가 다른 스포츠카들과 겨루는 영상을 공개했다. 1대1 드래그 레이스를 통해 제로백을 측정한 이 테스트에서 밴 차량인 에드나는 스포츠카인 테슬라 모델S와 페라리 캘리포니아 T를 이겼다. 한 달 후에는 BMW i8과 닷지 바이퍼를 이기는 영상도 공개됐다. 7월 에드나의 제로백은
3.08초에 불과했는데, 8월에는 2.94로 단축시켰다. FF91와 비교하면 다소 차이가 있지만 SUV와 밴이라는 차이를 고려하면 성능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루시드 모터스가 양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에드나 테스트로부터 4개월 후 공개된 루시드 에어는 패러데이 퓨처와 마찬가지로 테슬라 모델S의 ‘고성능 럭셔리’ 전략을 가져간다. 배터리팩과 파워트레인의 성능뿐 아니라 실내 및 외관에 첨단 소재와 시스템을 대거 장착했다. 미래지향적인 외관 디자인에 항공기 1등석의 내부를 연상시키는 뒷좌석 리클라이닝 기능 등이 눈에 띈다.

▲14일 공개된 루시드 모터스의 첫 양산차 ‘루시드 에어’. (사진 = 루시드 모터스)


삼성SDI 이어 LG화학과도 파트너십 체결

루시드 모터스는 배터리 공급 파트너로 삼성SDI와 LG화학 두 업체를 선택했다. 먼저 12월 8일 삼성SDI와 파트너십을 맺고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했다고 발표한데 이어 20일에는 LG화학과도 동일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한 것이다.

루시드 모터스는 삼성SDI와의 계약 사실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밀도, 출력, 수명 및 안전 등의 영역에서 현재의 성능 벤치마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셀을 위해 두 회사가 공동으로 개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LG화학과의 계약을 발표할 때는 LG화학의 배터리가 고사양 성능에 적합하기 때문에 루시드에어 외에도 루시드 모터스 계열의 다른 차량에 탑재되는 파워트레인에도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루시드 모터스의 CTO 피터 롤린슨은 한국의 두 배터리 제조사와의 파트너십에 관해 “우리 루시드 모터스는 배터리셀에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있었는데, 운 좋게 우리의 요구 사양을 충족시킬만한 두 회사를 만났다”며, “현재 시장을 선도하는 배터리 공급업체는 모두 에너지 용량, 수명, 안전성, 충전 속도 등의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고성능 차량에 적합한 고급 배터리가 개발되는 것은 루시드에게 긍정적인 면이며 전기차의 미래에도 좋은 징조”라고 밝혔다.

김영선 LG화학 판매부사장은 이번 계약 체결에 관해 “LG화학의 배터리 전문지식과 루시드모터스의 차량 전력관리기술의 협력을 통해 루시드모터스의 엄격한 성능과 품질기준을 맞추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 대항마들의 선택받은 LG화학
1위 도약 기회지만 아직은 지켜봐야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 LG화학은 닛산 리프(Leaf)와 테슬라의 모델S에 각각 배터리를 공급하는 AESC와 파나소닉에 밀리고 있다. 하지만 네비건트리서치가 조사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기업 경쟁력 평가에서 2013년과 2015년 1위를 차지하며 품질과 양산능력 등에서 가장 우수한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테슬라와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있는 패러데이 퓨처가 배터리 공급 파트너로 LG화학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LG화학은 2세대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일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30여 개 고객사로부터의 수주액이 36조 원에 달한다. LG화학 관계자는 “지난 10여 년간 양산된 차량의 절반이 넘는 신규 차종이 향후 1년 남짓한 기간 중에 쏟아질 것”이며 “2020년의 목표 매출 7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1위 배터리 생산업체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여기에 새롭게 파트너십을 맺은 패러데이 퓨처와 루시드 모터스가 테슬라와의 경쟁에서 기대만큼 선전해준다면, LG화학은 시장 1위도 노려볼 수 있다.

패러데이 퓨처와 루시드 모터스가 지금까지 보여준 기술력은 우수하고, 두 회사 모두 양산 태세로의 전환이 빠르다. 특히, 전기차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항속거리에서 이들의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두 회사 모두 130kWh의 용량을 갖춘 배터리팩을 갖추고 있다. 3일 발표된 FF91의 항속거리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 608km, 유럽 연비(NEDC) 기준 700km로 내연기관 자동차 수준에 도달했다.

다만, 패러데이 퓨처의 자금난과 공장 건설 중단 사태를 두고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썩은 동아줄을 잡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파트너 회사의 사정에 관한 언급은 적절치 않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도 “LG화학이 패러데이 퓨처에 공급하기로 한 원통형 배터리는 다른 여러 자동차 제조사에도 공급할 수 있는 품목”이라며, “패러데이 퓨처의 자금난으로 인해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LG화학이 타격을 받을 상황도 아니다” 라고 밝혔다. LG화학이 세계적으로 공급하는 수주 물량을 고려하면, 아직 본격적인 공급이 이루어지기 전인 패러데이 퓨처의 악재는 영향력이 적다는 의미다. 또한, FF91의 초반 사전예약이 활발하다는 점은 기존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도 있는 호재로 보인다.

한편, 루시드 모터스와의 계약에 대해서 업계는 LG화학뿐 아니라 삼성SDI에게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우선, 경영진과 투자자 간 의견 충돌을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회사 내부의 결속력이 단단해졌다는 평가다. 루시드 모터스의 공장 건설 계획도 무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부정적 전망도 존재한다. 하지만 루시드 모터스는 이미 2007년부터 중국에 배터리팩을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해온 업체다. 따라서 루시드 에어나 다른 새 전기차에 쓰이지 않더라도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셀에 대한 다른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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