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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실버택배와 ‘노인 운전자 면허반납’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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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3호 유경석 기자⁄ 2017.02.20 10:01:42

▲실버택배로 1000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 CJ대한통운. 사진 = CJ대한통운

(CNB저널 = 유경석 기자) 요즘 아파트 촌에는 할아버지들이 택배 박스를 들고 가가호호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CJ대한통운이 시작한 실버택배사업이다. 이 사업은 2016년 기준 1007개 노인일자리를 창출했다. 실버택배는 운송업체의 택배차량이 아파트 단지로 물량을 실어 오면, 단지 안 또는 인근 거주 노인들이 친환경 전동 카트로 배송하며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사업이다. 

일하는 노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아파트단지 내 실버택배는 ‘안전하고 괜찮은 일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OECD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고용률은 37.9%로, OECD 평균 13.4%보다 24.5%포인트나 높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일하는 노인 중 79.3%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의 소득보장책이 부족한 가운데 노인을 위한 괜찮은 민간 일자리마저 부족한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노인 빈곤율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5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61.7%로, 이는 2014년 60.2%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노인빈곤율은 2011년 60.7%에서 2013년 59.8%로 낮아졌다가 2014년 이후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일터로 향하는 노인들의 복병은 바로 사고의 위험이다. 최근 10년간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는 4.8%가 늘었다. 특히 최근 5년간 65세 이상 노인운전자 교통사고는 69.6%나 증가했다.  

“전국적 확대 추진 중”

CJ대한통운의 대전이나 옥천 등 대형택배터미널에서 취합된 물품은 전국 200여 지역별 택배터미널로 다시 분류-배송되고, 이중 실버택배사업이 실시되는 전국 132개 실버택배거점까지 이어서 배송된다. 이후 실버택배 배송원들은 아파트 내 경로당이나 별도 마련된 공간에 전달된 택배물품을 수령한 후 손수레나 전동 카트에 싣고 각 가정에 전달한다. 실버택배 배송원의 일일 평균 동선은 2km 내외다. 

▲실버택배 배송원이 아파트 단지 내 주민에게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은 2013년부터 실버택배 사업모델을 개발했다. 전국 지자체와 SH공사, 대한노인회, 시니어클럽 등 기관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실버택배 확산과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력관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왔다.

실버택배는 노인 일자리 문제 해소에 기여하는 CSV(CSV: Creating Shared Value) 모델을 완성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실버택배 CSV모델을 기반으로 발달장애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기존 실버택배 거점에 입주민 편의서비스를 연계한 일상생활지원센터 구축 등 기반을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으나 지방 중소도시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현재 부산을 비롯해 인천, 서울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실시 중이다. 

앞서 CJ대한통운 실버택배사업은 2015년 일자리 창출과 친환경, 동반성장에 공헌한 공로를 크게 인정받아 ‘제2회 한국경영학회 CSV대상’ 시상식에서 산업발전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실버택배 배송원들은 일일 평균 30~40개 택배 물량을 처리한다. 택배물량이 많은 화요일의 경우 50~60개를 배송하기도 한다. 택배단가는 4000원 선으로, 이중 1000원이 수익이다. 주당 3일씩 교대로 근무하고 있어 월평균 60~70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실버택배 배송원들에게 전기로 구동되는 전동카트를 제공한다. 2016년말 현재 전국 실버택배거점에 250여 대를 제공했고, 올해 말까지 350~400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의 실버택배에 참여하는 노인들의 업무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과 실버택배 업무협약을 맺은 인천광역시 노인정책과 담당자는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등에 마련된 거점에서 물품을 수령한 뒤 아파트 단지 내 가정으로 배송하는 방식이어서 일이 편하다는 반응이 많다”며 “간혹 무거운 물품을 취급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마저도 고맙게 받아들이는 여유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의 실버택배 성과로 택배를 포함한 이외 서비스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택배시장 점유율은 CJ대한통운 38.1%, 롯데글로벌로지스 12.9%, 한진택배 11.5%, 우체국택배 8.9%, 로젠택배 7.8%다. 특히 택배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아파트 역시 대규모 단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실버택배사업은 확대가 예상된다. 다만 아파트 단지 내에 실버택배거점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경로당을 활용하거나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야 하지만 입주민의 동의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고 비용도 발생해 장담할 수는 없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일일 실버택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 인천광역시

이와는 달리 실버택배 등 일상생활지원 서비스 관련 사업을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국민의당 윤영일 국회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 실버택배 등 일상생활지원 서비스 관련 사업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내용의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고령자 또는 경력단절여성 등 취업취약계층 입주민들이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소정의 실비를 받고 일상생활에서 시급히 필요로 하는 택배·세탁서비스, 대리·대행·간편 수리·심부름 등 대행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주택에 입주민 일상생활지원센터를 설치해 주민들의 편의를 증진하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내용이다. 

윤영일 의원 “공공주택 내 일상생활지원센터 설치해 일자리 창출” 법안 발의  

물론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물품을 전달하는 과정 자체가 노인들의 야외활동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 운전자는 물론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운전자와 보행자를 포함한 만65세 이상 고령층 교통사고가 3만 950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10년 전인 2007년 2만 1134건보다 1만 8366건(86.9%)이나 증가한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의 노인보행자 교통사고 통계자료에 따르면 만65세 이상 노인보행자 사고는 2011년 3904건에서 2015년 6119건으로 2215건(86.4%)이 증가했다. 또 만65세 이상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발생 건수도 2011년 1만 3596건에서 2015년 2만 3063건으로 9467건(69.6%)이 늘었다. 이는 고령층이 청장년층에 비해 시각과 청각 등 인지능력이 떨어져 운전 또는 보행 중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 대처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 만6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토록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강석호 국회의원(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은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 중 65세 이상인 사람이 자신의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해 실효시킨 경우 교통비 지원 등 혜택을 주도록 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토교통부도 택시종사자 자격유지검사 주기를 만65세 이상~69세까지는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만 75세 이상은 1년 주기로 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이와 관련 “거주지 등 친숙한 장소를 배송구역으로 하는 등 노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위의 업무는 부과하지 않고 있다”며 “안전을 위한 별도의 매뉴얼을 마련하고 수행기관이 배송작업 전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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