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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철퇴맞은 중고자동차 매매업 활성화 법안 왜?

소비자 보호법안, 이해관계자 집단반발에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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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4호 유경석 기자⁄ 2017.02.27 10:25:45

▲서울의 한 중고자동차 매매전시장 모습.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유경석 기자) 중고자동차 매매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고자동차의 사전 성능점검이 부실하고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중고자동차 거래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들이 제출됐으나 잇달아 좌절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자유한국당 김규환 국회의원은 1월 13일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중고자동차 거래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 정비 기술인력에 대한 경력 및 자격관리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2월 7일 철회됐다. 이해관계집단의 조직적인 반발이 주된 원인이었다.

김규환 의원은 법안에서 자동차 정비 기술인력에 대한 경력 및 자격관리 제도를 도입하고, 자동차정비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비책임자 1인을 포함해 자격자가 2인 이상이 되도록 했다. 또 정비요원 총수의 2분의 1 이상을 자격자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장이 자동차매매업자의 업무수행과 관련해 매년 1회 이상 지도·점검을 실시하자고 했다.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자동차를 정비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고, 중고자동차매매업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김규환 의원 측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역시 중고차 소비자를 보호하고 중고차 시장을 육성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의 중고자동차 시장 선진화를 추진 중이다. 소비자와 판매원 사이의 정보가 불투명하고 고객들 역시 ‘싼 가격’에만 집착하면서 정작 중요한 사실은 간과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중고차 평균 시세정보를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매매 종사원은 교육을 이수한 후 사원증을 발급 받도록 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전문교육 과정과 자격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또 매매 종사원이 불법 행위를 할 경우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인터넷 등에 만연한 허위·미끼 매물 방지를 위해 행정처분 기준과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자동차 매매업자가 판매목적으로 보유한 차량에 대해서는 매매업자의 동의가 없이도 정비이력 등 차량의 상세내역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해관계집단 조직적 반발 속 소비자 보호 뒷전 

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은 ‘자기 이익’에 충실했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이해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됐다. ‘업역 보호’와 ‘현실적인 여건’ 등이 주된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의 입법 취지는 무시됐다. 

전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CARCOM)는 모든 회원사들을 상대로 연대서명에 돌입했다. 현실을 무시한 입법 발의라는 것이었다. 자동차정비업은 3D업종으로 분류돼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고, 대기업까지 진출하면서 인력 쏠림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필요인력을 충당할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또 업계의 80% 이상에서 업체 대표 1인이 운영하는 현실인 데다, 정비기능사를 구하기가 어렵지만 외국인 노동자 고용도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강변했다.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carpos) 역시 김규환 국회의원실을 직접 방문해 의견을 전달하는 한편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상임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법안 철회’를 위한 실력행사에 나섰다. 

▲CARCOM 홈페이지에 실린, 김규환 국회의원이 발의한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강경 대응을 시사하는 내용.

또 전국 지역별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에 서명한 지역구 국회의원을 상대로 법안 철회를 요구, 경남의 Y모 국회의원은 김규환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철회’를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결과 개정안은 2월 7일 국토교통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전격 철회됐다.   

김규환 의원 “소비자 보호” vs 이해관계자 “생존권 위협”

눈에 띄는 것은 자동차매매사업조합 측의 행보다. 중고자동차매매사업자들로 구성된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자동차관리법 개정 움직임을 강 건너 불 보듯 외면했다. 중고자동차 매매와 관련한 법률 개정안이라는 점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모양새다. 

이는 자동차관리사업의 복잡한 내부사정과 관련이 깊다. 먼저 자동차관리사업은 3가지로 나뉜다. 자동차매매업, 자동차정비업, 자동차해체재활용업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자동차정비업은 자동차종합정비업, 소형자동차종합정비업, 자동차전문정비업, 자동차원동기정비업 4가지로 구분된다. 시설면적과 시설장비, 정비·검사기구, 시험·측정기, 공작기계 등록기준에서 차이가 난다. 

자동차매매업은 조금 독특하다. 자동차매매업자가 자동차를 매매 또는 매매를 알선할 때 자동차의 구조·장치 등 성능·상태를 점검하고 그 내용을 사는 사람에게 고지해야 한다. 중고자동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가 그것으로, 자동차 성능·상태점검자가 담당한다. 자동차 성능·상태점검자는 자동차정비업의 한 분야로, 2006년 신설된 자동차 성능·상태점검업을 운영하는 사업체다. 다만 성능·상태점검업은 자동차관리사업의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처럼 자동차 매매와 자동차 성능·상태점검업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고차 매매는 시장 특성상 매매단지에서 이뤄지고, 성능·상태점검업의 입지로 매매단지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이는 성능·상태점검업이 신설되기 전 성능점검시장의 80%를 점유했던 자동차 정비업체들과 불편한 관계가 된 배경이기도 하다. 당시 성능·상태점검업 신설이 자동차매매업자를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현재 자동차 성능·상태점검업무는 자동차종합정비업체와 소형자동차종합정비업체가 70%를 점유하고 있고, 중고자동차진단협회 25%, 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 5%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전문정비업 사업자단체인 전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CARCOM)와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carpos)는 성능·상태점검업무를 못하도록 규정돼 있어 조직적인 반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속사정으로 인해 김규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중고자동차 소비자 보호와 자동차 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이해관계자들 입장에서는 ‘폐업 위기로 내몰 수 있는 생존권 위협 내용’으로 이해된 것으로 보인다.     

변화 필요성엔 “공감”, 구체적 행동엔 “팔짱”  

중고차 시장이 커지면서 이해관계자들은 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앞장서지는 않고 있다. 해묵은 숙제가 많은 것도 한 원인이다. 중고자동차 시장은 소비자로부터 시작된다는 특징이 있다. 자동차 소유자가 자신의 차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으면서 거래가 시작된다. 

이는 자기거래가 많다는 것이고, 위장 당사자 거래의 배경이다. 동시에 성능을 점검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늘지 않는 원인이기도 하다. 중고자동차 업계는 위장 당사자 거래가 전체 거래량의 4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간 거래량만 147만 대이고, 거래 규모만 10조가 넘는다. 위장 당사자 거래는 실거래가격이 아니라 행정기관이 책정한 시세를 토대로 매매가격을 낮춰 판매신고를 하는 것으로, 중고차 판의 다운계약서다. 중고차매매상이 매개한 거래를 개인간 거래로 위장하고, 취·등록세를 낮추는 데 악용되고 있다. 세법 개정에 따라 신용카드로 중고차를 구매하면 10%의 소득공제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자동차 성능 상태 점검 기록부 일부.

‘더 싼 값’에 집착하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개선이 시급하다.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외관을 바꾸는 비용은 5만 원에 불과하다. 이 비용만 지불하면 얼마든지 소비자들을 현혹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가격을 확인한 후 외관을 확인하기 때문에 매매종사자들은 쉽게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싼 값’ 대신 내구성과 차량 점검 상태, 정비 과정 등 안전과 직결된 사항을 먼저 챙기도록 하는 인식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소비자 인식 변화는 곧 자동차 성능·상태점검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더 안전한 차’와 함께 신규 일자리 창출은 덤이다.  

하지만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국토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우리는 국토부 정책을 수행하는 사업자단체일 뿐”이라고 말했고,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인터뷰 자체를 거절했다. 

중고자동차 업계 이해관계자들은 중고차 유통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상태고지가 최우선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선뜻 나서지는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적인 중고 자동차 평가시스템과 함께 강력한 벌금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중고자동차진단협회나 자동차평가협회 등을 통한 세분화된 평가시스템이 정착되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성능·상태점검업의 제도 개선에 기대감 커져 

함진규 국회의원(자유한국당, 경기 시흥 갑)은 1월 중고자동차의 성능·상태를 점검할 때에는 그 장면을 촬영하는 등을 골자로 한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시행 중인 제도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중고차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관심을 끈다. 

현재 자동차 정비업체의 성능·상태점검업무는 주된 정비업에 따른 부수적 업무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성능·상태점검업무의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백지상태의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중고자동차 매매업자에게 발급하고 싼값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경우도 다수 발생되는 실정이다. 

또 자동차매매업자는 금전적 이익을 위해 자동차성능·상태점검자한테 매매업자의 특별한 요구에 따른 성능·상태점검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성능·상태점검자는 이를 수용하면서 거짓 또는 오류에 의한 성능·상태점검이 돼 최종적으로 중고자동차 매수인이 재산상 손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김규환 의원이 2월 13일 중고자동차매매상의 업무수행 능력 향상을 골자로 한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출처 = 국회

함진규 의원의 법안은 이에 따라 자동차성능·상태점검자가 중고자동차의 성능·상태를 점검할 때에는 그 장면을 촬영하도록 했다. 또 성능·상태점검 오류로 매수인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매매업자가 성능·상태점검자로 하여금 그 손해를 배상할 수 있게 했다. 손해배상 책임을 담보하기 위해 성능·상태점검자는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토록 하자는 법안이다. 이는 중고자동차 거래에 있어 투명하지 못한 성능·상태점검을 예방하고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려는 차원이라고 함진규 의원 측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자동차협회가 주관하는 자동차전문평가사 자격 검정시험이 대안으로 주목된다. 자동차전문평가사는 운전자를 보호하는 소비자단체 입장에서 시행하는 민간자격증으로, 현재 자동차매매시장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직무연수교육과 동영상 교육, 객관식 및 성능·안전·관리·환경 4과목 전문평가 실기시험으로 치른다. 현재 3000여 명을 배출했고, 매해 1회 실시하던 것과 달리 올해부터 온라인방식으로 4회 가량 시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보험과 관계자는 “일부 무등록 매매업자들이 시장 거래에 혼선을 주고 있고, 그 결과가 업계 전반적인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중고차 시장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기관이 주관해서 홍보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중고자동차 매매업계가 나서서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현재 성능·상태점검업에 대해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성능·상태점검업을 자동차관리사업에 포함되도록 하는 등 제도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형 커진 중고자동차 거래시장 ‘속빈 강정’ 여전 

국내 중고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성장속도는 신차 시장을 일찌감치 따돌렸다. 하지만 소비자 불신은 질적인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더 싼 값’이 ‘더 좋은 차’보다 중요한 구매 요소인 점은 여전하다. 중고차 시장의 양적인 성장 못지않게 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웃지못할 일이 발생했다. 중고자동차 매매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발의한 법률안이 이해관계자들의 민원으로 전격 철회됐기 때문이다. 중고자동차 매매시장의 변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작 실행은 나몰라하는 이유는 왜일까?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2016년 기준 한국 중고자동차 시장 규모는 367만 대다. 이는 7년 전인 2009년 196만 대보다 거의 두 배 성장한 것이다. 2012년 328만 대에서 2013년 330만 대 등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매년 신차 판매량이 180만여 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중고차 시장규모만 26조 원대에 달할 만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요하게 여기는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적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신차보다 가격이 저렴한 중고차를 선호하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고자동차 매매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고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여전하다. 허위·미끼 매물이 지친 탓이다. 중고차 구입에 앞서 ‘사기를 당하는 것 아닐까’하는 염려부터 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원 조사결과를 보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괜한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2011~2015년 접수된 중고차 매매 관련 피해 구제 신청건수는 2228건에 이른다. 성능불량을 비롯해 사고정보 고지 미흡, 주행거리 조작, 침수차량 알리지 않기 등이 많았다. 이 기간 국토교통부가 적발한 중고차 불법매매 범죄도 총 902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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