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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숨기는 자가 범인”…‘욕받이 부서’ 배치된 여고생의 죽음

여고생 현장실습생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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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유경석 기자⁄ 2017.03.20 15:30:33

▲3월 7일 전주시 한 콜센터 앞에서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시민사회단체가 콜센터에서 근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A(19)양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대책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유경석 기자) LB휴넷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여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과도한 실적 강요가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이 유가족 측의 주장이다. 물론 LB휴넷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 1000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는 LB휴넷. 3년 새 두 명의 직원이 목숨을 끊은 LB휴넷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LB휴넷, 매출 1000억 원 눈 앞

LB휴넷은 LB 계열 중 하나다. LB는 비상장 지주회사인 ㈜LB를 비롯해 LB휴넷(주), LB인베스트먼트(주), LB세미콘(주) 등 비상장 계열사를 두고 있다. LG CNS로부터 지난해 9월 콜센터 운영업체 유세스파트너스를 사들인 LB휴넷은 콜센터를 구축하고 아웃소싱하는 업체다. LB휴넷은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2012년 452억 원, 2013년 594억 원, 2014년 786억 원, 2015년 933억 원을 올렸다.  

LB휴넷의 순이익은 2012년 3억 원에서 2015년 26억 4000만 원으로 9배 가까이 늘었고, 구본완 대표 등은 2013~2015년 5억 원 가량의 배당금을 받았다. 물론 미처분이익잉여금만 50억 원이 넘어 배당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17년 1월 23일 전북 전주 아중저수지에서 특성화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고생 홍 양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홍 양은 LB휴넷에 소속된 현장실습생이었다. 홍 양은 전주의 한 특성화고 3학년 애완동물과에 재학 중으로, 졸업을 불과 보름 앞두고 있었다. 

첫 월급 87만 원 현장실습 여고생의 죽음

홍 양은 2016년 9월 8일부터 취업연계형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한 달 간 교육을 받은 홍 양은 SAVE7팀에 배치됐다. 일명 ‘욕받이 부서’로 불리는 SAVE7팀은 핸드폰 해지 방어 부서로 마음이 떠난 고객을 되돌리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동전화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 업무도 맡았다. 매일, 매월 내려오는 공지와 실적 평가 등으로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4년 10월 이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던 서른 살 노동자는 실적압박, 감정노동, 노동착취 문제 등을 유서에 남기고 목숨을 끊기도 했다. 

LB휴넷은 홍 양에게 성인과 동일한 실적을 적용하고 실적스트레스와 불법 장시간 노동을 강요했다는 것이 유가족 측 주장이다. 업무를 마친 오후 6시 이후에도 실적 좋은 상담사의 녹음 파일을 들으며 ‘나머지 공부’를 하고 ‘콜수’를 채웠다는 것. 하지만 첫 달 월급은 87만 170원에 불과했다. 이후 실제 받은 월급은 121만 2420원, 127만 3340원, 123만 8310원이었다. 홍 양의 생애 마지막 월급은 67만 6940원이 전부였다. 홍 양의 월급은 기본급에 해지 방어 실적급과 상품판매 실적급을 합한 금액이다. 

여고생을 죽음으로 내 몬 위험의 외주화 

이동통신 서비스나 텔레마케팅 사업 등은 수요 변동성은 낮은 반면 가입자 수가 증가할수록 이용자의 혜택이 증가하는 규모 및 범위의 경제가 존재한다. 신규 고객 가입은 물론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고객의 데이터 생활 패턴에 따른 맞춤요금제를 제안하고 결합서비스 가입 등 컨시어지 서비스 관점에서 텔레마케팅 경쟁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인터넷전화 사업은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전화, TV까지 연계하는 컨버지드 홈 서비스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 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해 실시간방송, VOD, 양방향 콘텐츠를 제공하는 IPTV서비스는 디지털 방송전환과 유무선 결합상품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국내 유료방송 플랫폼 중 가장 빠른 가입자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은 신규 가입자 유치와 기존 고객 이탈 방지다. 현장실습에 나선 홍 양은 LB휴넷에서 해지 방어 업무를 담당했다. 이동통신사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최일선에서 소비자 요구와 불만을 처리했고, 그 결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2주에 한번씩 신입 사원 뽑는 이유는?

LB휴넷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3년 새 두 명이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를 두고 노동자들이 기업의 소모품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홍 양은 2016년 9월 LB휴넷의 212기로 입사했다. LB휴넷은 2009년 1월 설립 이후 2주마다 신규 사원을 채용했다는 것으로, 이는 노동자를 일회용품처럼 취급하는 회사라는 평가의 빌미가 되고 있다. 홍 양과 함께 입사한 실습생 33명 중 10명만이 회사에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LB휴넷에서 일하는 콜센터 상담사의 평균 근속 기간은 2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670여 명이 근무 중이다.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대책 마련을 위한 기자회견 모습. 사진 = 이학영 국회의원실

홍 양의 죽음으로 LB휴넷의 민낯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계약서는 그 중 대표적인 사례다. 2016년 9월 2일. 홍 양과 특성화고교 황 모 교장, LB휴넷 3자간 현장실습표준협약을 체결했다. 재학 중인 현장실습생을 보호하기 위해 표준협약서를 통한 현장실습계약을 의무화하고 교장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하루 7시간 기준 160만 5000원의 월급을 지급키로 했다. 하지만 LB휴넷은 홍 양이 현장실습을 시작한 당일인 9월 8일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113만 5000원의 기본급을 지급한다는 근로계약서를 제시했다. 3자간 현장실습 계약보다 불리한 근로계약을 양자간 체결하는 것은 이면계약으로,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위반의 가능성도 있다. 

프로모션 수당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LB휴넷 콜센터 상담사의 기본급은 135만 원으로, 인센티브 중심의 임금 구조다. 하지만 LB휴넷은 고객사 프로모션의 경우 급여 산정 월의 이전 월에 대한 결과를 익월 임급 지급일에 지급하고, 이마저도 급여산정대상 기간 내 재직자에 한해 지급하고 있다. 10월에 실시한 고객사 프로모션 실적수당은 12월에 받는다는 식이다. 만약 10월에 퇴직을 해 급여산정 대상 월인 11월에 이미 퇴사한 상태라면 10월분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는 임금을 1개월씩 미뤄서 지급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퇴직자에 대하여는 퇴직 월의 수당을 갈취하는 것으로 중대한 범죄 행위가 될 수 있다. 

현장실습 시간을 초과한 근무시간은 직업교육법 위반의 가능성도 있다. 직업교육법은 미성년자 또는 재학 중인 직업교육훈련생의 현장실습 시간은 1일 7시간, 1주일 35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1일 1시간, 1주일에 5시간을 한도로 연장할 수 있다.

홍 양은 근무 당시 대부분 오후 6시를 넘겨 퇴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콜(call)수를 채우지 못해 집에 갈 수 없다는 내용의 문자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밝혀내야 할 사안으로, 8시간을 넘는 연장근로 등에 대한 동의 자체가 직업교육법에 위반한 것이다.

무엇보다 실적 압박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사들의 실적은 날마다 수치화돼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1등급에서 10등급으로 매겨진 실적은 공지된다. 실적 평가 항목의 상당수가 상품 판매와 관련돼 있다. 인센티브는 1등급 70만 원부터 9등급 4만 원까지 차등 지급된다. 숨진 홍 양의 실적은 9등급이었다. 

여기에 업무시간 내 처리해야 할 콜(call) 수도 반드시 채워야 한다. 업무 시간은 대부분 민원 상담에 할애하고 장시간이 소요되는 민원은 퇴근시간 이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밖에도 업무 시간에 처리하지 못한 민원도 해결해야 한다. 실적이 좋은 상담사의 녹취 내용을 들으며 어떻게 상담을 하는지 공부하는 경우도 있다. 업무시간 외 따로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하지만 근무시간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장근무가 없는 배경이다. 

LB휴넷은 이와 관련 죽음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부당한 지시 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LB휴넷 관계자는 “직원에게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진 데 대해 마음이 아프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홍 양에게 어떤 부당대우도 없었고, 자살의 직접적 요인이 업무 스트레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적극 해명했다. 

이어 “6시 이후 연장근무나 부당한 지시, 콜(call)수 할당은 강요하지 않았다”며 “해지 방어 부서에서 홍 양은 힘든 업무를 맡지 않았고, 보통 실습생들은 일반 직원들과 달리 목표 부여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성화고교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현장실습생들이 현장실습표준협약서와 다른 근로계약서를 체결한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 결과 현장실습생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당한 셈이기 때문이다.

특성화고교 관계자는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 적힌 금액은 현장실습 수당, 식비 및 용품 등이 포함된 평균 금액”이라며 “실습현장에서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적힌 금액은 기본급만 명시된 것이라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 양에게 실습을 나가기 전에 체결금액보다 적게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충분히 설명을 했다”고 해명했다.

▲민노총 전북지부가 현장실습생 사망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구호를 내걸었다. 사진 =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엘비휴넷)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전북교육청은 해당 실습업체와 학교를 상대로 진상조사를 실시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신동신 미래인재과 장학관은 “TF팀을 구성해 올해 2월 졸업생이 취업한 기업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오는 4월까지 추수 지도를 강화하는 한편 안전한 현장실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관련기관 등과 함께 해당업체의 부당노동행위 등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위반 시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학생의 부모가 사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법률지원에도 나설 방침이다. 또 LB휴넷 고객센터에 근무 중인 10명의 현장실습생을 대상으로 면담과 심리상담을 완료했다.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도 적극 거들고 나섰다. 지난 7일 ‘LG유플러스고객센터(LB휴넷)현장실습생사망사고진상규명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해 유가족 지원 및 법률 대응을 시작했다. 이어 8일부터 전주센터 앞에서 일인시위에 돌입하는 한편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13일 전주시장과 면담한 데 이어 국민의당 국회의원단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또 17일 전주센터 앞 추모문화제를 개최하고 오는 22일 정책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는 이학영 의원(정무위원회), 강병원 의원(환경노동위원회), 도종환 의원(교육문화체육위원회), 문미옥 의원(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 참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국회의원은 “해당 고객센터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감추는 자가 범인”이라고 지적하고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혀라. 그리고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학생신분이라는 이유로 실제 노동하고 있는 현장실습생의 노동권을 외면하지 말고, 철저히 수사해 불법행위를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교육부는 전공 불일치 문제 등 감사원의 조치사항이 학교 현장에서 원활하게 이행되지 않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부터 이어져왔던 고교 취업률 확대정책으로 학생들이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는 상황을 벗어나고 질 높은 일자리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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