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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콧대높지만 디지털 지각' 명품업체가 SKT와 손잡은 이유는?

프랑스 부루벨과 MOU 체결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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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3-534호 윤지원⁄ 2017.04.28 16:54:48

▲부루벨그룹은 아시아 전역에서 명품 브랜드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은 부루벨코리아가 운영하는 디오르 매장의 모습. (사진 = 부루벨코리아)


최근 성장률 침체를 겪고 있는 명품업계가 ICT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산업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명품 업계를 도와줄 조력자로 나섰다.

SK텔레콤은 4월 19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유통업체 부루벨코리아(Blue Bell Korea)와 공동 사업기회 발굴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전했다.


부루벨코리아 본사에서 진행된 이날 체결식에는 부루벨코리아의 다니엘 메이란 대표와 SK텔레콤 차인혁 IoT 사업부문장 등 양사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해 ICT 기술과 명품 산업의 융합을 통한 적극적인 신규 사업 기회 발굴 및 협력을 다짐했다.

부루벨코리아는 아시아 전역에 걸쳐 명품 소매 분야 총괄, 운영 및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부루벨그룹의 한국 지사로, 아시아 지역 면세점 및 쇼핑몰의 명품 브랜드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부루벨그룹은 현재 한국, 중국, 일본, 태국, 홍콩 등 주요 아시아 지역 8개국에서 디올, 펜디 등 100개 이상의 명품 브랜드를 유통하고 있다. 

SKT와 부루벨코리아는 앞으로 △여행객 쇼핑 편의 증진을 위한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상거래 플랫폼 개발 △명품 매장 인테리어 및 유통망 혁신 △ICT 기반 명품 상품 기획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SKT는 디지털 광고판인 ‘스마트 사이니지(Smart Signage), 위치 확인 솔루션 등 다양한 ICT 기술을 명품 매장 및 제품에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명품 브랜드의 고객 로열티 제고, 매출 성장을 돕고 관련 협력사들과 공동으로 글로벌 명품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SK텔레콤과 세계적 명품 브랜드 운영 전문 업체 부루벨코리아는 ICT를 통한 명품 산업 혁신 협력 MOU를 체결했다. SK텔레콤의 차인혁 IoT 사업부문장(왼쪽)과 부루벨코리아의 다니엘 메이란 대표가 협정서를 교환하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SK텔레콤의 차인혁 IoT 사업부문장은 “글로벌 명품 시장은 약 300조 원 규모에 달하며 의류 및 액세서리 등 연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매우 크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SK텔레콤의 기술력이 명품 산업에 새로운 변화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에도 업종과 분야를 넘어선 협력을 통해 신규 ICT 생태계를 조성하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명품과 ICT의 이 같은 협력은 최근 명품업계가 맞이한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4월 1일자 기사를 통해, 그동안 ICT 기술의 도입에 소극적이던 명품 업체들이 시장 성장세 둔화와 ICT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 공략의 필요성 증가 등의 변화를 맞아 최근 온라인 시장에서의 입지 구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1940년대 프랑스 리비에라 지역에서 시작된 부루벨그룹의 초기 매장 모습. (사진 = 부루벨코리아)


전통적 마케팅으로 고고함 유지한 명품,
중국 쇼핑객에 휘둘려 정체성 위기

그동안 명품 업계는 장인정신을 앞세워 원자재 및 제조 공정 관리, 제품 검수 및 사후 품질 관리 등에 우선순위를 두고, 인쇄 매체 광고와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판매 방식을 고수해왔다. 여기에는 명품 브랜드 제품은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하며, 고객이 명품을 쇼핑할 때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경험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명품 광고는 TV 같은 대중적인 매스미디어나 전단지 등으로는 접할 수가 없다. 고객은 매달 새로 발행되는 패션잡지에 실린 인쇄 광고를 보거나, 브랜드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프로모션 이벤트를 통해 명품 정보를 접한다. 그런 다음 백화점 같은 고급 쇼핑몰에 입점한 명품 매장을 찾아 특별한 매너 교육을 받은 직원과 쇼핑을 진행한다. 자물쇠가 채워진 진열대에서 제품을 꺼내 보여준다거나, 손때가 묻지 않도록 장갑을 착용하는 등의 쇼핑 과정에서 고객은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수세기 동안 유럽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명품 업계는 20세기 후반부터 일본과 미국, 그리고 중국으로 이어지는 신규 시장의 개척을 통해 크게 성장했다. 이탈리아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의 장-크리스토프 바뱅은 “명품 시장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은 아시아에 초호화 쇼핑몰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이라고 밝혔고, 보스턴 컨설팅 그룹 파리 지사의 올리비에 앱탱은 “부의 과시에 있어 '자제한다'는 개념이 없는 중국의 부자들이 명품 시장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게 키웠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명품 시장의 규모는 약 309조 원에 달한다. 베르사체나 미소니 등은 단일 브랜드만으로 운영되는 가장 작은 규모의 명품 기업인데, 이들도 연간 매출이 수천억 원이나 된다.

한 명품 브랜드의 대표는 빠르게 늘어나는 매출과 ‘희소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제품의 가격표를 더 높은 금액이 적힌 것으로 바꿔 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최근 명품 시장의 성장세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명품 시장 성장이 둔화된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하나는 명품 매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진핑 치하의 중국 소비자들의 해외 명품 쇼핑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구치 내부의 관계자는 올해 전반적인 시장 성장률이 1~2%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낮은 성장률 때문에 전체적인 파이가 커지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며, “기존 매장에서의 매출을 늘일 수 있도록 밀도를 높이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영국 기반의 온라인 명품 쇼핑몰 '파페치(Farfetch)'는 2008년 설립되어 온라인 명품 쇼핑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사진 = 파페치 홈페이지)


디지털 세계 지각 입성…당면 과제 산적

이런 상황에서 명품 업계가 눈을 돌린 곳은 디지털 세계였다. 페라가모의 전 사장 마이클 노이자는 현재의 온라인 시장은 젊은 소비자들이 주도해왔으며, 이들은 점점 명품 소비를 주도하는 세대로 성장해나갈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온라인 명품 쇼핑몰로 꼽히는 파페치(FarFetch)의 창업자 호세 네베즈는 “기성 브랜드들은 10년 전만 해도 온라인 플랫폼과 명품이 양립할 수 없다고 여겼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그들은 온라인 세계에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내에서는 에르메스와 프라다 같은 독립 명품 브랜드가 대기업에 인수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하는데, 그 이유가 작은 명품 회사들은 첨단 디지털 전략을 수용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명품 업체들이 ICT 기술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 너무나 세밀하게 발전해버린 탓에 이제라도 디지털 마케팅을 시도하려면 경영진과 사무직 직원들의 조직적인 뒷받침을 받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가 고객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나, 고객 정보를 관리해 온 방식이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될 전망이다. 명품 브랜드는 그동안 직원과 고객이 직접 대면하는 경험 위주로 고객과의 관계를 맺어 왔고, 이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 위주로 고객 정보를 관리해왔다. 하지만, 온라인 기반의 플랫폼에서는 고객의 유입 경로, 위치정보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고객 관련 데이터들이 수집되고, 분석 방식 또한 새로워진다.

또한, 기존에 명품 브랜드는 고객 정보를 고유 자산으로 여겨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왔지만, 대기업 체제에서 주도하는 온라인에서는 브랜드 간에 고객 정보 공유는 필수가 된다. 루이비통, 디오르 등 다수의 명품 브랜드를 소유한 LVMH 같은 대기업은 각 브랜드의 고객과 관련된 정보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전사적으로 공유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신규 매출을 창출하는 전략을 구사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제들을 안고 있는 명품업계에 해법을 제시해줄 수 있는 것은 역시 ICT 전문 기업이다. 이번에 부루벨코리아와 MOU를 체결한 SK텔레콤은 이미 2015년 10월 ‘스마트 디지털 마케팅’을 출시한 바 있다. 이는 온·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집된 고객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실시간 분석해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SKT는 "이를 활용하면 고객의 기존 구매 행태를 분석해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고, 프로모션 정보 등을 제공하는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파리의 압탱 이사 역시 “명품 업계가 디지털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는 대기업이 가장 수월한 조건”이라고 주장하며 그 이유에 대해 “그들은 자신들의 쇼핑몰로 트래픽을 이동시킬 ICT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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