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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대우→쉐보레 됐듯 르노삼성→르노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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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6호 윤지원⁄ 2017.05.19 16:48:55

▲'캡처' 그릴에 달린 르노의 다이아몬드 엠블럼(위)과 QM3에 달린 르노삼성의 태풍의 눈 엠블럼. (사진 = 르노, 르노삼성자동차)


기자는 얼마 전 연세대학교 실내 주차장에서 두 대의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가 서 있는 것을 봤다. 한 대는 르노삼성의 ‘태풍의 눈’ 엠블럼을 달고 있었고, 다른 한 대는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다이아몬드’ 엠블럼을 달고 있었다. 엠블렘을 제외하면 두 차는 완전히 똑같았다. 생김새도 크기도 성능도 동일하다. 다이아몬드가 달린 차는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해서 유럽 소형 SUV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캡처’이고, 태풍의 눈이 달린 차는 캡처를 르노삼성이 수입해서 팔고 있는 QM3다.


지난해 가을 르노삼성의 일부 대리점에서는 원하는 고객에 한해 QM3에 르노 엠블럼을 부착해서 판매했다. 두 회사의 엠블럼이 모양과 크기가 달라 엠블럼 외에도 전면부의 그릴, 몰딩, 보닛, 휠, 트렁크 등을 변경하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공임은 90만 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르노삼성은 직영 사업소에서 르노 정품만 사용해서 교체해줬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일부 고객이 임의로 엠블럼을 교체해 타고 다니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파악하고, 본사 매뉴얼 규정을 마련해 정식으로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기획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OEM(주문자생산방식) 수입차를 타는 차주들 중에는 모회사 브랜드의 엠블럼을 부착하는 드레스업 튜닝을 즐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 르노삼성 자동차 소유자 중에는 닛산 티아라 기반의 2세대 SM5에 닛산 엠블럼을 달기도 했다. SM6도 엠블럼만 바꾸면 르노 탈리스만으로 변신한다.


한국지엠도 과거 GM대우 시절 일부 차종 구매자에게 쉐보레 엠블럼을 제공한 전례가 있다. 이후 GM대우는 ‘대우’라는 국산차 브랜드명을 떼어내고 ‘쉐보레’ 브랜드가 되었다. 그래서 가끔 도로에서 탈리스만이나 캡처를 마주치면, 르노삼성이 르노가 될 날이 머지않은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르노삼성의 SM6와 디자인이 동일한 르노 탈리스만. (사진 = 르노)


은근히 진행되는 삼성 흔적 지우기…전기차 트위지는 한국서도 '르노'로 판매


르노삼성이 삼성의 후광을 계속 지니고 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흔적은 다른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장 6월에 르노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가 르노 엠블럼을 부착한 채로 첫 사전예약 고객들에게 인도된다. 초도 물량은 르노 프랑스 공장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를 수입하지만, 이후엔 대구 공장에서 국내 생산할 예정인 것으로 결정됐다. 국내 생산되는 트위지도 계속 르노 엠블럼을 부착하며, 내수용이라고 해서 특별히 추가되는 다른 옵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열린 서울모터쇼에서는 상반기 중 출시 예정인 르노의 소형차 ‘클리오’가 다이아몬드 엠블럼을 부착한 채로 전시되었다. 그러나 국내 출시 시점에도 그 모습 그대로일지는 아직도 결정되지 않았다. 국내 출시를 위한 새로운 차명도 여전히 고민 중이다. 


클리오의 국내 출시가 처음 거론될 때는 SM1이나 SM2라는 이름이 고려되었다. 하지만 지금 르노삼성은 이런 식의 네이밍 원칙을 계속 고수해야 하는지를 전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이 이를 두고 고민하는 흔적은 대리점 색깔에서도 나타난 적이 있다. 2015년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은 전국의 대리점 컬러를 파란색에서 노란색으로 바꿨다. 파란색은 삼성의 색깔이고 노란색은 르노의 색이다.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인기를 끈 SM6는 유럽에서는 르노 탈리스만으로 판매된다. (사진 = 르노삼성자동차)


"삼성 후광 없으면 안 팔릴까?" 의문에 로열티도 부담


르노삼성이 삼성의 이름을 사용하는 이유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영업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국GM의 전례를 보자면, GM대우에서 대우를 빼고 쉐보레로 브랜드명을 바꾸고는 국산자동차의 이미지를 잃어버리고 수입자동차로 취급받기 시작했다.


한국지엠은 수입차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국내에 현지 생산 공장을 두고 한국인 근로자들을 채용하는 등, 한국 기업임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이는 르노삼성도 마찬가지다. 르노삼성이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것은 2000년 7월이다. 르노삼성이 차명에 쓰고 있는 SM은 ‘삼성 모터스’의 약자다. 이는 기존 삼성자동차 고객을 붙잡아 두고, 글로벌 대기업인 삼성의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르노삼성 역시 본사만 프랑스 르노일 뿐 부산에 본사와 공장을 갖고 있는 국내 완성차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한다. 국내 소비자들을 상대로는 그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점을 유지하기 위해 르노삼성은 2020년까지 매년 국내 매출액의 0.8%를 삼성에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액수가 수억 원이다. 게다가 최근 SM6를 위시해 QM6, QM3 등의 판매 호조로 실적이 오르면서 이 로열티 액수 역시 상승했다.


▲르노의 다이아몬드 엠블럼. (사진 = 르노)


"르노 이미지, 지금 이대로 좋다"


최근 잘 팔리는 르노삼성 자동차가 대부분 르노 브랜드와 관계가 있다는 점도 르노삼성에게는 고민거리다. 국내에서 르노의 브랜드 이미지가 지금처럼 좋은 분위기라면, 이제 르노의 정체성을 드러낸 자동차로 마케팅을 시작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 고민해볼만 하다.


상명대 자동차디자인과 구상 교수는 SM6의 디자인에 관한 CNB저널과의 인터뷰 중, 르노삼성이 이제는 삼성의 후광을 버리고 다이아몬드 엠블럼을 달고 출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SM6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그만큼 이전의 르노삼성 자동차들과 차별화된다는 의미이기도 했고, 르노가 이제는 삼성의 후광에 기대지 않고도 국내에서 어필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기도 했다.


르노 자동차의 다이아몬드 로고는 1925년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고급 스포츠차량에만 장착되었다가 1930년대 이후 점진적으로 모든 차에 사용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1972년에는 폭을 넓히고 라인이 더 깔끔해진 형태로 변형됐고, 1992년에는 3D 기법으로 디자인되어 더 심플하고 강한 이미지를 갖췄다. 2012년 이후로는 폭이 더 굵어지고, 테두리 선에서 자유로워진 지금의 다이아몬드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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