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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재단 시리즈 ①] “정부가 도와야” vs “재벌 상속 비밀통로” 공익법인 갈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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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6호 유경석 기자⁄ 2017.05.22 09:33:45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 = 대한민국 국회

(CNB저널 = 유경석 기자) 문재인 청와대가 공익법인의 활성화를 목표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공익위원회를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사회적 환경이 급변하면서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익법인의 사회적 역할이 크다는 데 따른 것이다. 물론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공익재단은 그간 정부의 공공사업과 복지 기능을 상당 부분 대신해서 수행하는 등 부족한 정부 재원을 보완했으나, 기업 지배주주가 세금 부담 없이 공익법인을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익법인이 공익 사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출연 또는 기부 재산에 대해 상속·증여세 면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공익법인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현장을 CNB저널이 연재로 소개한다. 

문재인 청와대의 시민공익위원회 도입으로 제도개선 기대

공익법인은 사회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해 학자금, 장학금 또는 연구비의 보조나 지급, 학술, 자선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공익법인은 법인설립과 운영 시 주무관청의 허가와 사후감독을 받으며 공익법인에 대한 재산 출연에 대해서는 법인세, 증여세, 상속세 등을 면제받는다. 정부의 공공사업과 복지 기능을 상당 부분 대신해서 수행하므로 공익사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익법인에 재산을 출연하고 이를 탈세의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2년 이내에 출연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선 당초 부과하지 않은 세액을 세무 당국이 추징한다.

2016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공익법인은 4176개에 달한다. 국세청은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을 홈페이지로 공시하고 있다. 공익 사업 유형별로 보면 교육 법인 236개 법인, 학술·장학·목적 1201개 법인, 사회복지 1140개 법인, 의료 543개 법인, 문화 324개 법인, 기타 732개 법인으로 나뉜다. 

국세청이 공개한 기부금 수입 상위 30개 공익법인 현황을 보면 사회복지법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5742억 400만 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 2960억 6500만 원,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 2023억 4500만 원,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1487억 1200만 원, 사단법인 유니세프한국위원회 1337억 6200만 원,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재단 1334억 3000만 원, 삼성생명공익재단 1306억 4000만 원, 사단법인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1303억 3800만 원 순이었다. 대한적십자사는 293억 6300만 원으로 28위를 차지했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이름을 날린 재단법인 케이스포츠는 288억 원으로 29위를 기록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한 가운데 선 재단법인 K스포츠의 사무실 전경. 사진 = 연합뉴스

이들 공익법인은 공적 영역이 손대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찾아 민간 차원에서 보완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민간의 공공 참여가 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한편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가 공익법인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드러난 K스포츠-미르재단 사례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공익법인이 정경유착과 비리의 파이프라인으로 사용되는 전형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K스포츠, 미르재단은 또한 일부 재벌기업들이 공익법인을 부당한 상속·증여 기획의 통로로 악용할 수 있다는 현실을 일부 재확인시켜줬다. 

아울러 공익법인 제도의 허점도 그대로 보여줬다. 우리나라 공익법인은 개별 소관 주무관청이 개별적으로 설립허가를 사전 심사하고 있지만 설립 이후에는 감독이나 관리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회계나 세무 사항에 대한 사후검증만을 국세청이 민간 위임의 방식으로 수행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익법인의 설립과 운영 등을 총괄적으로 수행할 별개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공익법인이 본래의 목적을 수행하는지 여부나 사업 적정성, 공익 관련성 등을 총괄적으로 검증하는 별개 조직으로서 ‘시민공익위원회’를 공약했다.  

대기업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권 유지 수단이 된 공익법인   

경제개혁연구소는 최근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이 적정수익을 창출해 공익사업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 현황을 집중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2016년 기부금 수입 상위 30개 공익법인 중 1위를 차지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 2월 서울 강서구민회관에서 작은손 큰나눔 사랑의 저금통 전달식을 하는 장면. 사진 = 연합뉴스

분석 결과는 긍정적이지 못했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이 보유 중인 계열사 주식은 공익사업 재원으로 가치가 높지 않고, 오히려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권 유지 및 강화를 위해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만한 결과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실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63개는 평균 3.29개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계열사 주식은 평균 1.89개로, 이는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중 다수가 그룹의 지주회사 또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중요 계열사로서 그룹 소유지배구조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이들 공익법인 중 상증세법 상 비과세 한도인 5%를 초과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경우는 26.89%로 적지 않았다. 공익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의 공정가액 대비 배당금 비율은 평균 1.31%에 불과해 예금 금리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특히 공익법인 보유 계열사 중 배당을 전혀 하지 않는 회사도 51개 사, 전체의 32.48%에 달했고, 공익법인 전체 수입 중 주식 배당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8.46%로, 고유목적사업 수익 42.39%보다 훨씬 낮았다. 

공익법인 보유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등 법안 제출

이런 결과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의 계열사 주식 보유 조건이 더 엄격해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현재 공익법인 보유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주요 내용은 과세 상한선인 5%의 적정성 여부다. 

▲롯데월드 샤롯데봉사단이 지난 2월 경기도 광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사랑마을·한사랑장애영아원을 방문해 생일을 맞이한 장애아동들과 함께 케이크를 만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상속세법 개정안에 의해 현행 동일회사 주식보유 한도 규제를 5%(성실공익법인 10%)에서 성실공익법인 해당 여부와 관계없이 20%로 상향 조정하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전체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토록 했다. 다만 100% 소유 회사 예외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 안은 성실공익법인 제도를 폐지해 동일회사 주식보유 한도를 5%로 통일하자는 주장이다. 이들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역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박용진 의원 안에 비해 규제의 강도를 한층 높인 것이다. 현재 공익법인은 5%까지 비과세지만 성실 공익법인은 10%까지 비과세다. 성실공익법인은 운용 소득의 80% 이상을 공익 목적 사업에 직접 사용하거나 출연자 또는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 등의 이사 정원의 5분의 1을 넘지 않아야 하는 등 공익법인보다 조건이 더 까다롭다. 

자유한국당 함진규 의원 안은 의결권 제한 없이 동일회사 주식보유 한도만 일반 공익법인은 5%에서 10%로, 성실공익법인은 10%에서 20%로 상향조정하는 것으로, 이는 현행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현재 미국은 20%, 일본은 50%가 상한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같은 당 이은권 의원 안 역시 규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공익법인을 현행 허가제에서 인가제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공익법인의 설립을 쉽게 해 공익의 목적을 다양화하자는 주장이다. 설립허가를 정부 각 부처로부터 받아야 해 설립이 어려워 공익법인의 수가 정체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무관청의 공익법인 설립허가권 등을 전담할 별개 조직을 설립하자는 주장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공익법인의 설립 허가와 취소, 기본재산 처분승인, 예·결산 보고 등을 수행할 총괄 주무부처로 시민공익위원회를 설립하자는 입장이다. 영국, 호주, 일본 등에서는 별도의 공익위원회(Public Commission) 조직을 구성해 주무관청의 역할을 총괄적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법인 제도의 부작용이 있지만 공익법인이 수행할 사회적 기능을 무시해서는 안 되고, 학술·교육·연구·자선 등을 위한 선의의 목적이 왜곡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법인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애물 제거해야

공익법인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에도 불구하고 공익법인의 사회적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로막는 장애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RCY(청소년적십자) 홍보대사로 위촉된 리틀 K-타이거즈가 5월 13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민속놀이마당 일대에서 열린 청소년 자원봉사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먼저 대표적인 장애물로 원금보존 규정이 꼽힌다. 기본 재산(원금)을 공익활동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이런 결과 투자 수익만 공익활동에 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금리가 연 20%를 웃돌던 40년 전에 만들어진 규정으로, 현재와 같이 연 1~2%인 저금리 시대에는 맞지 않아 원금 중 일부를 공익활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 이사회 의결로 원금을 자유롭게 공익 활동에 쓸 수 있다. 

칸막이식 공익사업도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에서는 교육·복지 등 정부에 등록한 공익사업만 수행할 수 있는 반면 선진국의 공익법인들은 빈곤 퇴치와 교육, 사회복지 등 원하는 사업을 제한 없이 수행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농지가 포함된 땅을 기부 받을 공익법인이 농민이 아닌 경우 기부가 제한된다. 농지법은 농사를 짓고 있거나 앞으로 지을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특정 기업의 주식을 5% 넘게 기부를 받으면 공익법인이 증여세를 내도록 한 주식 기부 제한도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주식 기부에 대한 증여세 과세는 과거 재벌들의 변칙 증여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 의결권 제한 같은 다양한 보완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지 관련 공약을 이행하는 데 35조 6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복지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정부 재정과 함께 공익법인 등 민간 분야의 참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익법인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박태규 연세대 명예교수는 “공익법인이 사회적 변화에 따라 공익적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익법인이 수행하는 활동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재와 같은 허가주의는 공익법인의 설립도 어렵지만 해산과 합병도 매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실 관계자는 “그동안 부패한 정치 권력과 탐욕적인 재벌이 사욕을 채우기 위해 공익법인을 이용했다”고 지적하고 “공익법인이 본래 목적에 맞게 시민들의 공익 활동을 보장하고 보다 활성화할 수 있는 정상화 방안으로 공익위원회 설립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익위원회는 공익법인의 관리뿐만 아니라 공익법인 활성화까지 담당하는 등 공익법인의 설립부터 사후관리까지 시민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시민 기관으로 설립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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