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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갑질 근절” 김상조號 출범해도 백화점들 ‘출장세일’ 고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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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7호 유경석 기자⁄ 2017.05.29 09:47:55

▲2015년 11월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현대백화점 블랙프라이데이 코엑스 출장 세일 모습. 사진 = 현대백화점

(CNB저널 = 유경석 기자)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검찰’(공정거래위원회의 별명)은 ‘재벌 저격수’ 김상조號로 출범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김상조 한성대학교 경제학 교수를 내정했다. 인사청문회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유통분야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조직을 개편할 것이라는 소식에 재벌은 몸을 사리는 반면 중소상공인들은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그간 유통 분야에서 대기업의 횡포가 심했다는 점에서 체질 개선의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돈 되는 장사를 위해 출장세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백화점을 비롯해 대형마트, 홈쇼핑 등의 갑질은 뿌리가 뽑힐까. 

‘돈 되는데 왜 안 해’ 막가는 대형유통점

미국계 창고형 매장인 코스트코는 한국 정부의 권고를 무시한 채 개점해 논란을 빚었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1월 4일 코스트코 송도점에 대한 사업조정과 관련해 ㈜코스트코코리아에 사업개시 일시정지를 권고했다. 코스트코 개점으로 중소상인의 피해가 우려되고 인천광역시수퍼마켓협동조합이 사업조정을 신청, 협의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인천시 연수구 코스트코 송도점에 몰린 고객들.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코스트코는 이를 무시하고 닷새 후인 1월 9일 개점했다. 중소기업청은 이에 따라 과태료 5000만 원을 부과하고 사업조정심의회를 열어 정부 권고안을 공표했다. 중기청 권고안에는 영업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로 제한하고 배달 서비스와 인쇄광고물 배포, 담배·종량제 봉투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사업조정을 신청한 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송도점보다 먼저 개점한 다른 코스트코 매장과 별반 다를 게 없어 규제라고 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담배나 종량제 봉투를 팔지 않는 것이나 영업방식이 다른 매장과 같고 술의 경우 낱개 판매가 아닌 박스 판매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코스트코 송도점은 부과된 과태료 5000만 원을 자진납부하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물론 이와 대조적인 사례도 있다. 5월 26일 오픈한 현대씨티몰 가든파이브점과 문정동로데오상가진흥사업협동조합이 오랜 갈등 끝에 상생협력에 합의했다. 문정동로데오조합은 현대백화점의 아웃렛 진출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중기청의 중재로 상생 해법을 찾는 것으로 선회했다. 현대 역시 아웃렛 영업 면적을 축소하고 중복 브랜드 비율을 25%로 최소화하는 한편 홍보와 판촉 행사 등을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납품업체 간 불공정 거래 ‘여전’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유통 분야 납품업체와 간담회를 갖고 유통 시장 곳곳에 개선이 필요한 관행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7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롯데백화점의 ‘롯데 블랙 슈퍼쇼’ 현장. 사진 = 연합뉴스

이는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납품업체 간 불공정 거래 경험 비율을 염두에 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발표에 따르면 이런 경험은 백화점에서 2015년 29.8%에서 2016년 11.1%로, 대형마트에서 2015년 15.1%에서 2016년 9.3%로 감소했으나, 여전한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3월 기간 동안 4개 납품업자에게 지급해야 할 납품 대금 중 총 121억여 원을 판촉비용 분담금 명목으로 공제하고 지급했다. 

또 2013년 6월부터 2015년 8월까지 10개 납품업자로부터 파견받던 판촉 사원을 직접 고용하면서 인건비를 납품업자에게 떠넘겼다. 판촉 사원을 파견받는 경우 관리가 어렵고 법령상 예외적으로만 허용되고 있어 기존에 파견받아 오던 판촉 사원을 2009년부터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2년 1월부터 2013년 11월 기간 동안 개점한 15개 점포에 개점 전날 16개 납품업자 종업원 270명을 파견받아 상품을 진열하도록 했다. 2014년 1월부터 2015년 5월 기간 동안 21개 납품업자에게 시즌 상품이 아닌 364개 제품을 시즌 상품을 반품하면서 함께 반품했다. 

▲홈플러스 영포점에 방문객들이 북적이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특히 2012년 1월부터 2015년 9월 기간 동안 994개 납품업자와 총 1058건의 직(특약)매입 거래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전에 계약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이마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994개 납품업자들과 총 1058건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기간이 시작된 이후 서면을 교부했다. 

또 29개 점포를 리뉴얼하면서 24개 납품업자의 종업원 24명을, 풍산점을 개점하면서 94개 납품업자의 종업원 181명을 상품 진열 업무에 각각 사용했다. 

이와 함께 26개 납품업자와 거래에서 3억 8000만 원 상당 총 1만 6793개 직매입 상품을 반품하고, 시즌 상품이 아닌 23개 납품업자의 완구류 제품 총 1만 4922개 약 1억 원 상당을 시즌 상품 명목으로 반품했다. 

▲롯데마트 양평점에서 고객이 식료품 등을 고르고 있다. 사진 = 김광현 기자

롯데마트는 좀 더 직접적이었다. 103개 매장 임차인과 총 132건의 임대차 거래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기간을 특정하지 않은 계약 서면을 교부했다. 

또 96개 납품업자 총 2961개 제품, 약 113억 원 상당에 대해 구체적 약정없이 일방적으로 반품하고, 45개 납품업자 292개 상품 약 1억 8000만 원 상당을 합리적 반품 기간을 초과해 반품했다. 

아울러 5개 점포를 리뉴얼하면서 사전 약정없이 245개 납품업자의 종업원 855명을 파견받아 업무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종업원 파견 등에 관한 서면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다.

특히 41개 납품업자로부터 단순히 장래에 발생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판매 장려금 등 약 61억 원을 요구해 미리 받았다. 다만 추후에 모두 환급했다.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 등 앞서거니 뒤서거니 갑질 릴레이 

씨제이오(CJO)쇼핑은 351개 납품업자에게 방송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았고, 146개 납품업자에게 판촉 비용 56억 5800만 원을 부당하게 전가했다. 또 방송 중 소비자들을 판매 수수료율이 높은 모바일 주문으로 유도해 112개 납품업자에게 불이익을 끼쳤다. 

롯데홈쇼핑도 232개 납품업자에게 방송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고, 18개 납품업자에게 계약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두로 상품을 미리 제조·주문하도록 요구했다. 

또 10개 납품업자에게 상품 판매 대금 1억 7700만 원을 늦게 지급하고 2개 납품업자에게 사전 약정 없이 상품권 추첨 행사 비용 1900만 원을 부담토록 했다. 

이와 함께 255개 납품업자에게 타 홈쇼핑 사에 수수료율 등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한편 28개 납품업자에 정률 방송을 정액 방송으로 전환해 판매 수수료 24억 7300만 원을 추가로 챙겼다. 

지에스(GS)홈쇼핑 역시 327개 납품업자에게 방송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았고, 353개 납품업자에게 경영 정보를 요구했다. 또 매출 실적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1개 납품업자에게 7200만 원을 부당하게 수취했고, 39개 납품업자와 상품 판매 대금을 정산하면서 당초 약정 수수료보다 높게 적용해 15억 8000만 원을 추가로 받았다. 

현대홈쇼핑은 197개 납품업자에게 방송 계약서를 늦게 교부하고 32개 납품업자에게 상품 판매 대금 54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 70개 납품업자에게 판촉 비용 1억 200만 원을 부당하게 전가하고 3개 납품업자에게 경영 정보를 요구했다. 

홈앤쇼핑도 132개 납품업자에게 방송 계약서를 지연교부 또는 교부하지 않고, 6개 납품업자에 대해 상품대금 지연이자 1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 8개 납품업자에 대해 판촉행사를 실시하면서 약정서를 교부하지 않고 5:5 비율을 초과해 3200만 원을 부당하게 전가했다. 4개 납품업자에게 경영 정보를 요구했다. 

농수산(NS)홈쇼핑은 152개 납품업자에게 방송 계약서를 지연교부하고 1286개 납품업자에게 상품 대금 지연이자 2800만 원을 주지 않았다. 5개 납품업자에게 경영 정보를 요구했다. 

백화점들은 아예 거점을 옮겨 상품을 판매하는 출장 세일(대관행사)을 감행했다. 백화점계 떳다방인 셈이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출장 세일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물론 정치권 등의 저항에 부딪혀 계속하지는 못했으나 언제든지 재시도할 분위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4월 2차에 걸쳐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대관행사인 롯데 블랙 슈퍼쇼(LOTTE BLACK SUPER SHOW)를 열었다. 송도컨벤시아에 앞서 2015년 4월부터 서울 강남구 세텍(SETEC)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총 네 차례 대관행사를 열어 4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해 4월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옛 과천 경마공원) 내 중문광장에서 서프라이즈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출장 세일에 동참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보다 앞서 지난 2015년 11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COEX)에서 출장 세일을 열어 4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 현대 등 일부 대형 백화점들이 출장 세일은 중소상인은 물론 여론의 비난을 초래했다. 이들은 특설매장의 5~10배가 넘는 행사장을 마련해 수산물, 젓갈, 어묵, 생활용품 등 지역 영세상권 물품까지 판매하는 한편 출장세일 행사의 30% 가량이 지역 대형마트 의무휴일에 실시됐기 때문이다. 일부 백화점의 경우 계열사 대형마트와 연계한 판촉행사를 진행하는 등 상생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였다. 

대형 유통업체 횡포에 속앓이 하는 중소 납품업체

이처럼 대규모 복합쇼핑몰, 백화점 출장세일 등 무분별한 사업진출로 골목상권이 붕괴될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는 데는 한계가 있고, 중소 납품업자들 역시 이렇다 할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기업의 사업확장에 대한 책임감 있는 결정을 요구하는 데 그치고 있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최근 전국 사업조정 실무자 워크숍에 참석해 “소상공인 피해 여부를 꼼꼼히 살피고 필요한 경우 법 개정을 통해 제한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 “대규모점포 유치 계획단계부터 상권의 영향과 주변 상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한 후 결정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는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납품업체 간 불공정 거래 행위에 직접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간접 확인한 것으로, 관련법 개정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중소기업청은 사업조정 권고 범위를 상생협력에 필요한 다양한 조치가 가능하도록 확대하는 내용으로 상생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사업조정 신청인의 부당한 요구 등 사업조정제도 악용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도록 사업조정 시행세칙에 반영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중소 납품업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하이마트, 올리브영 등 특정 상품군 판매에만 주력하는 전문점 유통시장인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로부터 상품이 잘 팔리지 않으니 재고 상품을 회수해가라는 요청을 받더라도 거절하기 어렵다. 또 대형마트에 종업원을 파견하고 인건비도 부담하고 있으나 대형마트는 납품업체 업무 이외에 매장 청소와 타사 상품 재고 정리를 함께 시키는 게 다반사여서 곤란을 겪고 있다. 

특히 특정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가격을 할인해주는 행사(프로모션)를 진행할 때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50:50으로 비용을 분담해야 하나, 일부 유통업체는 비용을 부풀려서 납품업체에게 판촉비용을 떠넘긴다는 소문이 떠돌 정도로 신뢰가 부족한 형편이다. 

▲5월 17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중소 납품업체 관계자는 “판촉 행사 참여 강요, 판촉 비용 부당 전가,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 사용 등 판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공정 거래 근절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대형 유통업체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공정위가 엄정한 법 집행에 나서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재벌 저격수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게 높은 기대를 보였다.  

지역상권 초토화 시키는 백화점 출장세일 저지 법 개정 움직임 

대형 유통업계의 대규모 판촉 행사 등을 법으로 막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현재 국회에는 대형마트 개점 즈음에야 협의가 가능했던 사항을 사업초기부터 상권영향평가, 지역 소상공인 협의를 의무화하고 이행강제금을 현실화하는 개정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국회의원(부산 남구 을)은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규모점포와 전통상업보존구역 내 개설된 SSM 등 준대규모점포들이 등록소재지 외 장소에서 영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대형유통업체의 이른바 ‘출장세일’등 변칙영업 행태를 규제하기 위한 조치로, 개정안에 따르면 이를 1년 이내에 3회 이상 위반할 경우 1개월 이내의 영업정지에 처하거나 1억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 현행법에 따른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제한 위반 횟수와 합산해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은 대규모점포와 전통상업보존구역 내 준대규모점포를 개설하고자 할 경우 지역협력계획서 및 상권영향평가서를 첨부해 기초자치단체에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대형유통업체들은 자사의 대규모점포가 등록된 소재지 이외 장소에서 전시장 등을 대관해 ‘출장세일’ 형태의 대규모 판촉행사를 벌이며 인근 골목상권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는 실정이다. 

박재호 의원은 “대규모 점포 등록제도의 근본 취지를 무력화하는 행위”라며 “영세한 소상공인을 보호하여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법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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