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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특집 ①] 폭행·성추행 온상 돼도 편의점 본사엔 책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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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8호 유경석 기자⁄ 2017.06.07 16:23:29

▲4월 24일 강남 선릉역에 있는 CU본사 BGF리테일 앞에서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BGF리테일 홍석조 회장을 풍자하는 플래시몹 장면. 사진 = 경산 CU편의점대책위원회 페이스북

(CNB저널 = 유경석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특히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만드는 노력이 시작됐지만, 현재로선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에만 개선 조짐이 보이고 있고, 민간 기업의 비정규직 일자리에는 아직 훈풍이 안 불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히 4인 이하 고용 사업장으로서 근로기준법의 혜택이 전혀 미치지 않는 편의점 알바들을 지금처럼 계속 방치해야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편의점의 경우 전국 편의점이 같은 시간대에, 같은 제복을 입은 수만 명의 종업원이, 본사의 통일된 영업 지침에 따라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고용 형태는 ‘각 편의점의 점주가 고용한 알바’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알바생뿐 아니라 편의점 가맹점주 역시 대부분의 이익을 본사에 갖다바치는 구조여서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경북 경산에서 일어난 편의점 살인사건 이후 업계와 정치권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움직임, 그리고 해외 사례를 집중 취재했다. 


| 편의점 알바생 살인사건 이후 더 불안해진 현

편의점에서 일하는 야간 알바생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대부분 알바생 홀로 근무하는 데다 현금을 취급해 강도의 표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CU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생 피살 사건이 발생했다. 편의점에서는 해마다 300~400건의 강력범죄, 1500~2000건의 폭력범죄가 발생한다. 경찰에 입건된 것만 이 정도다. 매일 7건씩 벌어지는 셈이다. 실제 편의점 알바생 중 67.9%가 폭언이나 폭행을 경험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성장하는 편의점 산업과 달리 알바생의 근무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안전고려 실종에 따른 ‘경산 CU편의점 살인사건’

지난해 12월 14일 새벽 3시 30분, 경북 경산시 진량읍에 위치한 CU편의점에서 야간근무 중이던 알바 노동자가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20원짜리 비닐봉투 값을 지불하는 문제로 시비가 붙었고, 분을 이기지 못한 손님은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알바 노동자를 찔렀다. 알바 노동자는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5월 2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성장하는 편의점 산업 버려진 알바노동자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 모습. 사진 = 경산 CU편의점대책위원회 페이스북

알바노조에 따르면 CU편의점에서는 최근 3년간 강력범죄 1000건이 발생했다. 살인 3건, 강도 557건, 강간 17건, 강제추행 506건, 방화 8건. 여기에 폭력사건은 5000건에 달한다. 편의점 야간 알바 노동자들은 경찰 신고에만 의지한 채 폭력과 성희롱을 감내하고 있다. 이 기간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500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BGF리테일 홍석조 회장은 CU 주가가 상승하면서 1조 원을 벌었다. 그의 지난해 연봉은 29억 원이었다.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산 CU편의점 카운터는 탈출구가 없는 ㄷ자 구조다. 나가는 쪽문을 막고 흉기를 휘두를 경우 알바가 피할 방법이 없다. 이런 구조는 더 많은 상품을 효율적으로 진열하기 위한 설계로 이해된다. 인테리어는 대부분 본사의 권한으로, 점주가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결과 더 많은 매출을 위해 알바 노동자들의 안전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사가 비용을 부담해 안전을 고려한 카운터로 전면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4월 29일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알바노조,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가 거리서명전에서 배포한 홍보물. 사진 = 경산 CU편의점대책위원회 페이스북

BGF리테일은 여론이 악화되자 홈페이지 팝업창으로 사과의 뜻을 담은 입장문을 게시했다.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또 BGF리테일 본사를 방문해 항의 기자회견을 가진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에 대해 BGF리테일 측은 “유가족과 적극 협의할 것이며, 추후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유가족과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았고, BGF리테일 측은 피해자의 장례식에 단 한명의 관계자도 보내지 않았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 

다만 BGF리테일은 지난 4월 경찰청과 함께 안심 편의점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결제 단말기(POS)를 통해 전국 1만 1000여 CU 매장과 경찰청의 신고 시스템을 직접 연결하는 원터치 신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범죄 예방 환경 디자인)을 적용한 편의점 표준 매장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살인사건이 발생한 경산 CU편의점 카운터 모습. 탈출구가 없는 ㄷ자 구조다. 사진=경산 CU편의점대책위원회 페이스북

GS25 역시 점포 근무자의 안전을 위해 근무 중 다쳤을 때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단체 상해 안심보험에 가입했다. 또 강도 등 강력사건이 발생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항하지 말 것을 교육하는 한편 본사 부담으로 보험에 가입했다. 

하지만 편의점 알바생의 불안한 근무환경과 저임금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김광석 알바노조 조합원은 “각종 물품과 홍보 스티커가 붙은 편의점 안에서 호신 장비나 탈출구 하나 없이 야근 수당을 받지 못하면서 일하는 야간 노동자가 대부분”이라며 “설령 죽음으로 비화되지 않더라도 편의점 야간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조건은 대기업 위주의 거대 자본에게만 시장을 맡긴 결과로써 우리 시대의 책임을 묻는 부메랑을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성장하는 편의점 산업, 버려지는 알바 노동자

“편의점 야간 알바의 근무환경이 열악한 원인은 가맹본부에서 가맹점주로, 그리고 다시 가맹점 노동자에게로 비용이 전가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김철식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위원장은 최근 국회의원회관 3간담회실에서 열린 ‘성장하는 편의점 산업 버려진 알바노동자 - 야간알바 건강실태 안전대책을 중심으로’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같이 진단하고 “가맹본부나 가맹점주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해 가맹본부에게 책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편의점 야간 알바의 안전이 위협받고 저임금에 시달리는 원인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합리적이지 못한 비용부담과 수익 배분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지금 당장 청년의 삶이 시급하다’ 기자회견 모습. 사진 = 경산 CU편의점대책위원회 페이스북

수익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일정 비율로 공유한다. 가맹 형태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완전가맹점의 경우 가맹본부가 인테리어와 시설투자를 하고 점주와 가맹본부는 65 대 35로 이익을 배분한다. 

반면 비용은 대부분 가맹점주에게 집중된다. 가맹점 개설 시 가맹본부는 초기 판매설비와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한다. 반면 가맹점주는 가맹비, 상품·소모품 준비금 등 초기 투자 비용과, 점포 임대료(완전가맹점), 직원 인건비, 점포 운영 비용, 재고 및 폐기 비용 등 점포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맡는다. 

가맹점주 월 소득, 최저생계비의 84.9% 수준에 불과

문제는 가맹점주의 수익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편의점 가맹점주는 영업 활동으로 발생하는 매출을 매일 가맹본부로 송금하는 일일송금 제도를 따르고 있다. 가맹본부는 월 단위로 매출액을 계산한 후 재료비, 각종 영업 비용을 공제한 후 남는 매출 이익을 약정된 비율(보통 65 대 35)로 분배해 가맹점주의 통장으로 입금한다. 가맹점주는 매출 이익분배금으로 점포 임차료와 직원 인건비 등 운영 경비를 지출하게 된다. 이후 남는 금액이 가맹점주 소득이 된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자료(2015년 기준)를 토대로 계산할 경우 점포당 평균 연매출액은 약 5억 9304만 원이다. 월 평균 매출액은 4942만 원이고, 25% 매출이익률을 가정할 때 점포당 월 평균 매출이익은 1236만 원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이익배분율(65:35)을 적용하면 가맹점주가 수령하는 매출 이익분배금은 월 803만 원이 된다. 점포 임대료와 근로자 임금 등을 제하면 가맹점주의 최종 월 소득은 212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보건복지부 산정 2015년 4인 가족 최저생계비 월 169만 원의 127.3% 수준이고, 법원이 인정하는 4인 가족 기준 개인회생 최저생계비 250만 원의 84.9%에 해당된다. 결국 가맹점주는 자신과 가족 구성원의 노동력을 최대한 동원하면서 알바생 임금을 최대한 낮추고 있다. 실제 편의점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법정최저임금에 고정돼 있다. 


이런 결과 24시간 영업으로 야간 노동이 상시적으로 발생하지만 야간노동수당을 지급하는 편의점은 거의 없고, 주휴수당이나 초과노동수당, 식비, 휴식시간 등 근로기준법의 규정들이 유명무실화되는 경우가 많다. 

가맹본부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 정보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국내 편의점 최대 브랜드인 CU가 국내 전체 편의점 32.1%(9312개)를 차지하고, GS25 31.7%(9192개), 세븐일레븐 26.1%(7568개)로, 3개 메이저 브랜드가 국내 편의점 90% 가량을 장악한 독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가맹점주 수익 감소 vs 가맹본부 승승장구 

1989년 5월 프랜차이즈 편의점 1호점이 개점한 이후 1993년 1000호점을 돌파했고, 1997년 2000호점, 2007년 10,000호점, 2011년 20,000호점, 2016년 30,000호점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야간 알바 피살 사건이 발생한 편의점 CU 가맹본사 매출액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1조 5332억 7070만원에서 4조 9412억 6644만 원으로 3.22배 늘고 당기순이익 역시 334억 2485만 원에서 1673억 8650만 원으로 5배나 증가했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경산CU편의점 살인사건 항의 거리서명 모습. 사진 = 경산 CU편의점대책위원회 페이스북

반면 가맹점주의 연평균매출액은 같은 기간 5억 1554만 원에서 6억 1680만 원으로 1.19배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런 결과 가맹점주의 수익은 같은 기간 1.74배 늘어나 최저임금과 소비자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CU 가맹본사의 수익은 급격히 증가한 반면 가맹점주의 수익은 소폭 늘어 사실상 가맹점주와 노동자 모두 가맹본사에 종속되는 결과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맹본부의 양적 확대 전략의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개별 가맹점 점포수의 확대는 가맹본부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과 직결된다. 가맹점의 확대는 가맹본부의 주요 수입원인 로열티 수입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맹본부들은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소 무리하더라도 점포 수를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편의점 업계는 방어 출점 경쟁도 불사한다. 경쟁 브랜드의 편의점이 들어서기 전에 미리 자기 브랜드의 점포를 개설해 경쟁 브랜드의 출점을 막는 방식이다. 가맹점주의 이익을 고려하기보다는 편의점 브랜드들의 양적 성장 위주의 경쟁 전략, 무분별한 혹은 출혈적 출점 경쟁의 한 단면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부하로 전락한 편의점 사장님들

편의점 본사의 가맹점주에 대한 구조적 착취가 문제가 되고 있다. 김철식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위원장은 편의점 프랜차이즈 산업이 철저한 표준화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가맹본사는 고유 경쟁자산을 가맹점주에게 제공하고, 그것이 실행될 수 있도록 지도 및 감시한다. 이러한 표준화는 네 가지의 방식으로 시행된다. 

▲4월 10일 알바노조가 경산에서 발생한 아르바이트노동자 살인사건에 대해 사과와 보상을 하지 않는 CU편의점 본사 BGF리테일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사진 = 경산 CU편의점대책위원회 페이스북

우선 자원과 정보가 일방적으로 가맹본사에 집중된다. 가맹점은 편의점 본부로부터 상표와 브랜드, 영업활동에 필요한 노하우, 물품뿐 아니라 인테리어와 설비 등도 제공받는다. 또한 이미 규격화된 상품들을 본부로부터 제공받는다. 

표준화의 두 번째 방식은 엄격환 관료제이다. 가맹본부는 정교한 규칙과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구축해 가맹점에 강제 적용한다. 가장 낮은 수준의 의사결정까지도 통제함으로써 가맹본부는 가맹점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한다.

셋째, 가맹본부의 가맹점에 대한 감시이다. 프랜차이즈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가맹본부는 가맹점 간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일상적인 지도-감시 및 불시의 외부평가 제도인 ‘미스테리 쇼핑’, 고객불만 평가 등 다양한 감시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4월 30일 강남 선릉역에 있는 CU본사 BGF리테일 앞에서 열린 경산CU편의점알바피살사건 추모문화제에서 알바생이 추모글을 낭독하는 모습. 사진 = 경산 CU편의점대책위원회 페이스북

마지막 통제 방식은 ‘일일송금제도’이다. 가맹점주가 발생 매출 전액을 매일 가맹본부에 송금하면, 1개월 뒤 가맹본부가 정산한 몫을 가맹점주에게 송금하는 방식이다. 이는 가맹점주-가맹본부 사이의 수평적 거래라기보단 수직적 위계관계에 가깝다. 

김 위원장은 “프랜차이즈의 하부구조를 이루는 가맹점주와 가맹점 노동자들의 열악하고 종속적인 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적 조치들이 고민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소속 윤종오 국회의원은 “여러 알바 현장에서 안전 수칙과 대비책이 없고 알바에 대한 낮은 인식에서부터 안전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살해를 당할 정도로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고 알바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안전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관심을 갖고 대안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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