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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타는 직접 키운다" 온·오프라인서 스타 영업 뛰는 팬들

도로 달리는 부기버스와 영업글 등 스타 마케팅 주축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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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7.06.22 17:57:01

“000 영업 왔습니다.”

온라인상 많이 발견되는 글이다. 대놓고 ‘영업글’임을 밝힌다. 그리고 그 글을 읽어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 대한 애정 어린 글들과 사진이 가득하다.

6월 16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는 이 글들이 온라인상 무수히 쏟아지게 만들었다. 방송은 국민 프로듀서의 투표로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최종 멤버 11인을 뽑는 형태였다. 본인이 투표한 결과로 아이돌 그룹이 탄생한다는 점에서 “내 스타는 내가 발굴한다”는 팬들의 판타지를 자극했다. 그리고 이 심리는 “내 스타 영업도 직접 내가 뛴다”는 발상으로도 이어졌다. 방송은 끝났지만 워너원으로 발탁된 멤버들은 물론, 탈락한 연습생들에 대한 영업글이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쏟아지고 있다.

팬들의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기가 막힐 정도로 독특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많다. 그중 눈에 띄는 몇 가지 형태들이 있다.

① 도로를 누빈 부기버스와 현재도 계속되는 지하철 광고들

▲뉴이스트의 김종현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진행된 부기버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투표가 한창일 때 도로를 달리는 버스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광고들이 있었다. “000에게 투표해 주세요” “당신의 000에게 투표하세요” 식으로 연습생들을 홍보하는 광고가 붙었다. 이는 팬들의 모금 및 후원의 결과다. 일반적으로 버스 광고는 한 달 기준 120만 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목받은 건 김종현의 부기버스. 김종현에 대한 투표를 독려함과 동시에 6월 8일이 생일이었던 김종현을 동시에 축하하기 위한 버스가 탄생했다. 당시 커뮤니티에는 ‘부기버스 합정-홍대-신촌-이대-명동 달린다’는 글이 올라왔다.

버스 디자인 또한 참신했다. 버스 한쪽 면에는 김종현의 얼굴이 담겼고, 다른 한쪽에는 김종현의 별명인 포켓몬스터의 어니부기 캐릭터를 크게 담았다. 기자 또한 홍대 인근을 걷다가 버스를 봤는데, 눈에 확 들어올 수밖에 없는 디자인이었다. 이후 김종현의 버스 정류장 광고를 위한 카페도 팬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었고 현재도 운영되고 있다. 스타에 대한 팬심이 팬들을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주학년이 자신의 모습이 붙은 지하철 광고 앞에서 인증샷을 남겼다.(사진=크래커 엔터테인먼트)

버스 광고뿐 아니라 지하철 광고도 대세였다.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지하철 이곳저곳에 연습생들의 광고가 붙었다. 그리고 이 광고판에 해당 연습생들이 찾아가 감사 인사를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놓는 등 팬들에게는 이벤트와 같은 순간이 생기기도 했다.

과거 팬레터나 선물을 보내는 데 그쳤던 팬들의 행동은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도 신문 등을 이용한 광고가 있었지만, 보다 형태가 다채로워지면서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곳에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프로듀스 101 시즌2’는 참가 연습생들이 많은 만큼 광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곳에서 꾸준히 이어져 화제가 됐다. 팬들은 이제 광고업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광고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광고 관계자들이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② 광고 합성 이미지와 캐리커처 등 팬아트

▲좋아하는 스타의 이미지를 살린 광고 합성 이미지도 온라인상에서 눈에 띈다. 사진은 팬들이 만든 김종현의 광고 합성 이미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광고 합성 이미지들을 보면 팬들의 솜씨가 기가 막히게 뛰어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실제 광고와 같은 높은 퀄리티의 이미지들이 온라인상 보인다. 또한 아무 상품이나 선택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상품을 직접 선택하는 센스도 보인다. 팬들은 광고 상품과 스타의 이미지를 합성해 “광고주님들, 주목해 주세요” 식으로 블로그와 카페, SNS에 글을 올린다. “000를 광고 모델 시켜주시면 제 통장을 바치겠습니다”는 글도 많이 발견된다. 팬들이 그야말로 마케팅팀이다.

한 예로 팬들이 이온 음료 광고에 김종현의 모습을 합성한 이미지들이 있다. 방송의 한 장면에서 김종현이 팩을 한 뒤 세안을 했을 때 깨끗한 피부가 드러났다. 이에 팬들은 김종현의 청초한 이미지를 강조하며 “이온 음료의 상큼한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기존 공개됐던 프로필 사진에 초콜릿을 물고 있는 사진을 활용해 초콜릿 광고 합성 사진을 만들기도 했다. 김종현의 별명인 어니부기 캐릭터를 활용한 거북이 모양의 과자 광고도 팬들 사이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팬이 옹성우의 특성을 살려 만든 물개옹 캐릭터는 실제 인형 제작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사진=트위터 @fo0orong)

방송에서 박지훈, 강다니엘 등 연습생들이 사용한 틴트 및 모자, 베개가 품절이 되는 현상이 방송 기간 내 계속됐다. 그만큼 연습생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것. 따라서 광고주들은 현재 온라인상에 넘쳐나는 이미지들에 주목하고 있지 않을까 예상된다.

광고 합성 이미지뿐 아니라 캐릭터 및 직접 상품을 개발하는 일도 있어 눈에 띈다. 옹성우의 경우 ‘물개옹’이 유명하다. 한 팬이 옹성우의 특징을 잘 잡아낸 물개 캐릭터를 트위터에 올렸고, 이 트위터에 팬들이 몰리면서 “인형을 제작해달 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리고 실제로 신청을 받아 물개 인형을 제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③ “PD님, 우리 000 섭외 부탁드려요!”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 어촌편’이 돌아온다는 소식이 팬들의 스타 영업 욕구를 더욱 자극하는 요상한 효과를 이뤘다.(사진=tvN)

팬들은 광고주뿐 아니라 방송 관계자들에게도 청원글을 올리고 있다. 특히 나영석 PD의 인기 프로그램 ‘삼시세끼 - 어촌편’이 돌아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여기에 팬들이 몰렸다. 나영석 PD는 그간 프로그램에서 이서진, 차승원, 유해진 등을 중심으로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게스트들을 초청했기에, 멤버 구성에 관심이 쏠린 것. 이에 팬들은 “신선한 이미지로는 우리 000가 최고”라며 영업글을 온라인에 올리고 있다.

그리고 관련해서 스타의 소속사에도 청원글이 이어지고 있다. 팬들의 요청은 실제 현실로도 이어졌다. 뉴이스트가 대표적인 예다. 다리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한 아론을 제외한 뉴이스트의 멤버 김종현, 최민기, 황민현, 강동호는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활약했다.

▲‘프로듀스 101 시즌2’에는 뉴이스트의 김종현, 강동호, 최민기, 황민현이 출연했다. 워너원 최종 멤버로 발탁된 황민현을 제외한 멤버들의 활동 계획을 플레디스가 밝혔다. 이 또한 팬들의 성원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플레디스)

하지만 아쉽게도 워너원에는 황민현만 이름을 올렸다. 이후 뉴이스트의 활동에 대해 소속사 플레디스 측은 처음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온라인상 실시간 검색어로 뉴이스트가 뜨고, 음원 사이트에도 과거 발매됐던 ‘러브 페인트’ ‘여보세요’가 상위권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관심에 “하반기에 컴백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팬들은 “이런 콘셉트를 보고 싶다” 등 구체적 의견을 전하기도 하고 “활동 재개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등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90년대 아이돌이 가요계를 지배했을 때 본격적으로 팬덤 문화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때 스타를 멀리서 응원만 하던 다소 수동적이었던 팬덤 문화는, 이제 목소리를 높이는 적극적인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과거엔 좋아하는 스타에게만 주로 애정을 표시했다면, 이젠 그 스타가 더욱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우리 000 정말 괜찮지 않습니까? 회사 상품 이미지와 딱입니다” 식으로 광고주들에게 어필하는 글을 SNS 등을 통해 올리며 마케팅을 열띠게 펼친다.

이는 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덕심’을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했던 과거와 달리, 열정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생긴 사회 현상에서도 비롯됐다. 좋아하는 스타를 연구하는 덕심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팬덤 사이의 마케팅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보다 앞으로가 더 주목되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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