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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신정화 신스웨이브 대표] “콘텐츠로서의 태권도 가능성을 ‘킥스’에 담아 세계로”

스토리·홀로그램 가미해 무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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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2호 김금영⁄ 2017.06.30 09:42:58

▲신정화 신스웨이브 대표.(사진=신스웨이브)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은 많이들 봤을 것이다. 그런데 태권도를 중심으로 스토리까지 입힌 공연은?


홀로그램 라이브 퍼포먼스 ‘킥스: 시즌2’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8월 26일까지 공연된다. 사단법인 대한태권도협회가 주최하고, (주)킥스가 제작한 공연이다. 대한태권도협회 국가대표 시범공연단 단원 24명이 출연하고, 이춘우 단장이 태권도 감독을 맡았다. 여기까지 들으면 ‘태권도 시범공연을 볼 수 있겠구나’ 싶다. 그런데 이 공연은 ‘난타’ ‘웨딩’ 등과 같은 넌버벌 퍼포먼스에 가깝다.


일단 무대의 첫 시작은 화려한 태권도 기술이 장악한다. 사실 대사 없이 온전히 태권도로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낸다. 그런데 이 태권도에 스토리와 화려한 기술까지 덧입혔다. 스토리는 세 남자와 한 여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본래 친구였던 이들 중 한 남자가 악의 힘에 이끌려 타락한다. 그리고 친구들을 공격하며 태권도의 정통성을 파괴하려 한다. 남은 세 명은 친구를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고, 태권도의 정통성을 수호하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영상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게임을 할 때 캐릭터를 고르고, 이 캐릭터의 힘 수치를 알 수 있는 그래픽이 펼쳐지기 마련인데, 이 느낌을 공연장에서 맛볼 수 있다. 또 화려한 발차기와 정권지르기, 격파 기술이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힘의 파동이 영상으로 덧입혀진다. 이에 사람들은 마치 3D 효과가 현실로 튀어나온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킥스: 시즌2'는 태권도를 중심으로 한 홀로그램 라이브 퍼포먼스다.(사진=신스웨이브)

이 공연을 제작한 (주)킥스의 프로듀서이자, (주)新's웨이브(신스웨이브)의 대표인 신정화 씨를 만났다. 신 대표는 ‘킥스’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킥스의 탄생과 현재까지의 과정을 모두 몸소 지켜봐 온 장본인이다. 그는 왜 태권도를 중심으로 한 공연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이야기의 시작은 신스웨이브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래 신 대표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영화 쪽에서도 일을 했다. 처음 시작은 영화 기획사였다. 그런데 진입 장벽이 높은 영화계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고.


“영화 기획사를 차리고 처음에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 와중 방송 작가의 경험과 기억을 살린 새로운 콘텐츠를 생각하던 중 공개 방송의 형태를 띤 이야기를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뮤지컬 ‘온에어’의 시작이었죠.”


방향은 처음엔 예상치 못했던 공연 기획사로 바뀌었다. 하지만 형태는 바뀌었을지언정 신 대표가 본래 하고 싶어 한 ‘콘텐츠 제작’이라는 뿌리는 같았다. ‘온에어’는 긴 공백기를 가진 후 DJ로 복귀한, 한때는 잘 나갔던 아이돌 가수와 라디오 PD 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2010년 첫선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사랑을 받았지만 특히 ‘온에어’가 대박을 친 곳은 의외로 일본이었다.


일본 현지화 전략 세 가지…캐스팅·현지화·윈윈


▲'킥스: 시즌2'에서는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영상이 무대 위에 함께 펼쳐진다. 화려한 발차기와 정권지르기, 격파 기술이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힘의 파동이 영상으로 덧입혀진다.(사진=신스웨이브)

한때 일본에 특히 한류 열풍이 몰아쳤던 시기가 있다. 2000년 국내에 방영된 드라마 ‘가을동화’가 일본에서 대히트를 치면서 ‘욘사마(배우 배용준) 열풍’과 더불어 한류의 흐름을 이끌었다. 이후 한국 가수들의 진출도 활발해졌다. 카라를 비롯해 소녀시대, 2PM, 슈퍼주니어 등 케이팝이 일본 열도를 달구었다. 그런데 신 대표가 ‘온에어’를 갖고 일본에 갈 때엔 상황이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처음 3년을 맨땅에 헤딩하는 격으로 일본에 갔어요. 한류 열풍이 불 때는 일본인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정치·사회적 문제가 맞물리면서 오히려 한류에 반감을 가진 시기도 있었죠. 일본 뮤지컬 시장 파악도 중요했고, 관객들이 어떤 콘텐츠를 선호하는지도 알아야 했어요.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했고요. 그래서 접근이 더 조심스러웠죠.”


이때 신 대표가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 바로 캐스팅과 현지화, 그리고 윈윈 전략이다. 먼저 일본에서 뮤지컬을 올릴 때는 한류 스타를 캐스팅하는 데 주력했다. 초신성, 2PM, 유키스, 틴탑 멤버 등이 일본 무대에 올랐다. 일본어 실력은 필수였다.


▲신정화 대표는 일본에 한국 창작 뮤지컬을 선보이는 데 주력해 왔다. 사진은 뮤지컬 '인터뷰'의 한 장면.(사진=신스웨이브)

“언어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해요. 특히 ‘온에어’의 경우 주인공이 라디오 DJ인데, 실시간으로 관람객들의 사연을 받아서 읽어주는 장면들이 있어요. 그래서 일본어를 잘 말하는 것뿐 아니라, 글을 잘 읽을 수 있는 능력도 필요했죠. 또 한국 창작 뮤지컬에 대한 정보가 미약한 현지 관람객에게는 익숙한 스타의 친근함을 어필해 공연을 알리는 점도 필요했어요. 매 공연마다 캐스팅에 머리를 싸맸죠.”


현지화 전략도 중요했다. 이건 국내에서의 내한 공연에서도 알 수 있다. 최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인 ‘스팸어랏’에서 관객의 큰 웃음을 터뜨린 장면이 나왔다. 영국 팀의 내한 공연인데 내용에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의 이름이 나왔고, 논란의 ‘노룩패스’를 풍자했다. 또한 ‘대구에서 뮤지컬을 만들라’는 신의 계시를 받은 뒤 ‘유아인과 같은 스타가 필요하다’고 아이디어를 내는 장면도 나왔다. 이는 국내 관객의 정서와 이해도를 반영해 영국 팀이 대본을 각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표 또한 일본에서 공연을 올릴 때 일본 관객의 입맛을 맞추는 데 신경 썼다.


“뮤지컬 ‘온에어’는 평범한 여성이 스타와 사랑을 이룬다는 스토리예요. 이 역할에 무명의 일본 여배우를 출연시켜 관람객들의 판타지를 극대화했죠. 그리고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메인 테마곡을 삽입하는 등 현지 관람객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반영했어요.”


▲일본 현지화 공략에 성공한 뮤지컬 '온에어'. 출중한 일본어 실력을 지닌 한류 아이돌 스타를 캐스팅했고, 일본인이 좋아하는 음악도 넣어 눈길을 끌었다.(사진=신스웨이브)

그리고 공연을 올리는 데 무엇보다 필요한 게 파트너다. 한국 창작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콘텐츠 자체를 통째로 사가는 일도 많다. 이것도 좋지만 신 대표는 꾸준히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를 원했다. 여기에 필요한 게 윈윈 전략이었다.


“일본은 파트너를 갖추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곳이에요. 신뢰를 쌓는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접근했어요. 그리고 일본 파트너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생각했어요. 과거엔 일본에서 한국 뮤지컬이 공연될 때 음향이나 조명 등 모든 장비를 경비 절감 차원에서 한국에서 공수해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이러면 일본 측은 들러리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이 부분들을 일본 파트너 업체 쪽에 맡기면서 일본에도 일정 부분 수익이 돌아갈 수 있게끔 했어요. 서로 윈윈하자는 거죠.”


태권도 공연→세계무대 현지화→한국 브랜드 향상의 선순환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도 일본 무대에 올랐다.(사진=신스웨이브)

이 전략이 통해 일본에 파트너가 생겼고, 관람객들의 호응이 이어져 ‘온에어’뿐 아니라 ‘런투유’ ‘카페인’ ‘인터뷰’ ‘어쩌면 해피엔딩’ 등 다양한 작품을 올렸다. 일본 시장만 두드린 것도 아니다. 중국인 관광객을 주요 대상으로 한 ‘온에어’ 중화권 버전도 지난해 선보였다. 중국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는 배우 제니 딩을 비롯해 중국인 배우를 캐스팅했고, 한류 문화의 중심인 케이팝 스타일로 뮤지컬 넘버를 구성해 중화권 관광객에게 친밀감을 주도록 노력했다. 매년 해외 시장을 두드린다는 계획이다.


“한국 창작자들의 역량이 뛰어난 것에 반해 국내 뮤지컬 시장이 아직 작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과거와 비교해서는 커졌지만, 미래를 봤을 때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일본 시장이었어요. 1년에 최소한 4~7개 정도 공연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죠. 드라마와 가요 못지않게 한류 열풍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이 뮤지컬에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야기가 돌고 돌아 다시 ‘킥스’로 돌아왔다. ‘온에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신 대표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의 필요성을 느꼈다. 특히 세계 시장에 한국만의 특색을 알릴 수 있는 이야기를 찾고 싶었다. 그러던 중 2015년 태권도진흥재단 ‘태권도 소재 공연 공모’ 소식을 접했다. 태권도야말로 여기에 딱 맞는다고 무릎을 탁 친 순간이었다.


“2012년부터 태권도에 관심이 있었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이자,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배우고 있는 스포츠죠.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은 정말 멋있어요. 그런데 여기에 더 이야기를 추가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품새나 겨루기 등 한정적인 동작들을 더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시도죠. 홀로그램 영상을 입히고, 대사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를 넣으면 사람들이 보다 태권도에 흥미를 갖고 몰두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어요.”


고민 끝에 공모에 지원했고 ‘킥스’가 최종 공모 선정작으로 발표됐다. 시즌1 무대는 태권도 선수들과 공연 배우들이 만나 간극을 좁혀가는 과정이었다. 올해엔 좀 더 안정된 상태에서 태권도의 힘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계속 관객의 피드백을 반영하며 공연을 업그레이드 해왔는데, ‘킥스’의 최종 목표는 세계 무대에서의 현지화다.


▲신정화 대표는 문화 콘텐츠로서 태권도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태권도 공연을 현지화해 선보이는 게 목표다. 사진은 '킥스: 시즌2'의 한 장면.(사진=신스웨이브)

“태권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 있어요. ‘온에어’ ‘카페인’ ‘런투유’ 등을 통해서도 현지화 전략을 거쳤는데 ‘킥스’는 유독 특별할 것 같아요. 현지의 태권도 선수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꾸리는 거죠. 태권도를 그들 몸소 스스로 사랑하고, 체험하고, 알리게 되는 거죠. 태권도가 더 알려질수록 한국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거고, 그 관심은 한국의 수많은 콘텐츠로도 이어지겠죠. 이런 선순환 구조를 바라요. 물론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태권도에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대학로에 태권도 전문 공연장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신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이 와서 꼭 들르는 곳이 바로 대학로다. 한국에 수많은 공연장이 모인 특별한 곳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공연장 중 태권도를 보여주는 곳은 아직 없다.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이 높은 곳에 우리 고유의 브랜드를 보여줄 수 있는 장소가 꼭 필요하다. 국내 관계자들이 더욱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신 대표의 출발점인 신스웨이브로 돌아왔다. 신스웨이브는 새로울 신(新)과 흐름을 뜻하는 웨이브(wave)가 합쳐진 단어다. 신 대표의 목표가 담긴 이름이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많은 활동을 해 왔어요. 어떤 나라에 공연을 올리든, 항상 진부하지 않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한국 창작 뮤지컬을 일본에 가서 7번이나 공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 못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현실이 됐어요. 킥스 역시도 이 개념 안에 있어요. 콘텐츠로서의 태권도가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새로운 흐름을 꿈꾸고 있죠.”


‘킥스’와 함께 또 새로운 도전도 시작할 예정이다. 다가오는 여름엔 ‘알타보이즈’를 일본에 올린다. 그간 한국 창작 뮤지컬을 선보이는 데 주력해 왔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라이선스 뮤지컬을 선보이면서 일본 시장을 세부적으로 더 파악하고 공부해 또 새로운 경험을 쌓을 예정이라고.


“이 일을 하면서 조바심을 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패도 겪어보고, 그러면서 경험을 쌓고, 다음엔 더 좋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항상 공부가 필요하죠. 앞으로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환경으로 가고 싶어요. 숙제가 정말 많네요. 하지만 즐겁고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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