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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전시] 문형태 작가 “빛나는 왕관의 뾰족함에 찔려봤나요?”

선화랑 개인전 ‘유니콘’서 풀어내는 양면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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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3호 김금영⁄ 2017.07.07 10:02:47

▲문형태, '유니콘(Unicorn)'. 캔버스에 오일, 45.5 x 53cm. 2017.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그래서 기야 아니야?” 흑백논리로 이야기되는 세상이다. 태초 인간의 근원을 짚는 성선설과 성악설도 ‘인간은 본래 선하다’와 ‘악하다’로 이야기가 갈렸다. “A 이야기도 맞고, B 이야기도 맞다고 생각해”라고 하면 박쥐 또는 회색분자로 명확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정치판에서도 선거철이 다가오면 “어느 쪽인지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호통이 이어진다. 학창시절 시험지에는 1번과 2번 중 답은 하나만 있었다. 그런데 세상사는 일이 그렇게 칼로 무를 썰듯 항상 명확하게 갈릴 수 있을까?


문형태 작가가 35번째 개인전 ‘유니콘’에서 이 세상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회화, 드로잉, 오브제 작품 등 75여 점의 신작을 선화랑에서 8월 19일까지 전시한다. 전시 타이틀인 유니콘이 눈길을 끈다. 이 유니콘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겼다.


▲문형태, '크라운(Crown)'. 캔버스에 오일, 각 45.5 x 53cm. 2017.

환상의 동물 유니콘은 아이들의 동화에서는 희망과 꿈을 몰고 오는 반짝거리는 존재다. 머리에 솟은 큰 뿔은 아름답고 또 견고하다. 하지만 중세 유럽 우화에서는 잔혹함의 상징이기도 했다. 날카로운 뿔로 코끼리를 관통시키고, 성질이 포악해 상대방을 물거나 발로 차버리는 위험한 동물로 묘사됐다. 작가는 이런 유니콘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반짝이는 것들 대부분은 매우 날카로워요. 유니콘의 뿔도 그렇고 보석, 왕관도 그렇죠. 사람들은 이 반짝이는 것들이 지닌 외형의 아름다움에 열광해요. 그렇죠. 그 자체는 굉장히 아름답죠. 하지만 이 날카로움은 사람들을 상처 입히기도 해요. 저는 이게 꼭 우리가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같았어요. 겉으로 봤을 때의 모습만 생각하고 다가갔다가 예상치 못한 상처를 받기도 하잖아요? 세상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겐 굉장히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는 거죠.”


▲문형태, '다이아몬드(Diamond)'. 캔버스에 오일, 33.4 x 53cm. 2017.

그렇다고 이 현실을 마냥 비판하거나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유니콘은 본래 말이지만 뿔을 하나 달고 특별한 존재로 거듭났다. 우리의 일상 또한 매우 평범한 것 같지만, 아주 사소한 것을 하나 발견함에 따라 기적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느낌이다. 또한 뾰족한 뿔에 다치더라도 상처는 치유되기 마련이다. 작가의 화면 속 유니콘에 앉은 두 남녀의 표정도 그리고 유니콘 또한 밝다.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 받은 것처럼.


전시 타이틀은 ‘유니콘’이지만 작가는 마냥 신화적인,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들고 오진 않았다. 그의 화면은 가족, 연인, 친구 등 주변인을 돌아보며 함께한 기억이 모티브다. 그리고 이들과의 이야기는 양면성을 가진 세상 이야기와도 맞닿았다. 가족, 친구, 연인 모두 행복을 주는 존재였지만, 또 어떤 상황에서는 작가를 힘들게 하기도 했다. 그렇게 상처를 입혔다가도 다시금 상처를 치유시켜주는 존재도 그들이었다.


결국은 양면성을 지닌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그림에 존재하는 숫자도 관계를 상징한다. 1은 ‘나’, 2는 ‘두 사람이 있을 때부터 시작되는 관계’, 3은 ‘가족’, 4는 ‘사회’, 5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시작되는 고독’ 등 각각의 의미를 지녔다.


둘부터 시작되는 ‘관계’가 몰고 오는 고독과 행복


▲문형태, '스모킹 에이리어(Smoking Area)'. 캔버스에 오일, 45.5 x 53cm. 2017.

이 이야기들에 작가는 순수한 접근 방식을 취한다. 작가가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화면이 동화 같다”는 이야기다. 이는 색감에서도 비롯됐다. 작가는 특히 색감에 신경을 많이 쓴다. 어린시절 그림 그릴 때 썼던 크레파스와도 같은 질감과 색감이 느껴진다.


이것은 작업 재료 중 하나인 흙에서 비롯됐다. 흙 또한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밖에 나가서 뛰어놀 때 흙에서 뒹굴었고, 흙으로 모래성도 만들며 놀았다. 작가는 화면에 전체적으로 흙을 깔고, 흙물에 색을 입히는 과정을 거친다. 본체 흙이 지닌 노란 톤과 만나 마치 바랜 듯 묘한 매력의 색감이 탄생하고, 이는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의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 색을 이용한 그림 구성 방식도 눈길을 끈다. 작가의 그림은 대칭 구조를 띤다. 유니콘 그림에서도 소년과 소녀가 서로 바라보며 앉아 있고, ‘크라운(Crown)’은 소년과 소녀가 등장하는 각각의 작품이지만, 함께 전시될 때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두 사람 또는 두 동물, 그리고 배경이 각자의 위치를 지키는 대칭 구조로 화면에 균형을 가져다준다. 두 사람 이상부터 시작되는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지키기 위한 균형에 관한 작가의 관심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문형태, '암풀(Armful)'. 캔버스에 오일, 45.5 x 53cm. 2017.

그리고 인물들의 두 눈이 항시 보인다. 옆을 보고 있어도 두 눈이 얼굴에 그대로 표현되고, 이 얼굴에 다양한 색들이 입혀지면서 한 얼굴에 마치 지킬 앤 하이드처럼 다양한 모습이 나타난다. 이에 문형태의 작품이 피카소, 바스키야의 스타일을 닮았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처음엔 피카소 작업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어요. 제 작업이 어떤 형태로든 사람들에게 인식된다는 거였으니까요. 그런데 점점 문형태스럽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아졌어요. 저는 제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여기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싶으니까요.”


작가에게 ‘이 그림은 왜 이렇게 그렸어요?’ ‘이건 무슨 뜻이에요?’ 등의 질문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작가의 그림을 보면서 “피카소가 떠오른다” “여기서 넘어진 사람은 어떤 의미를 상징한다” 등 해석을 갖다 붙이는 건 어른들이다. 오히려 아이들은 왜 옆을 보고 있는데도 두 눈이 그대로 보이는지, 그림 속 화면 사람들의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따지지 않는다. 그리고 싶은 대로 마음껏 그리고, 느끼고 싶은 대로 느낀다. 작가 또한 “내 그림이 자유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형태, '유니콘(Unicorn)'. 혼합 미디어. 2017.


작가는 그림과 더불어 항상 함께 전시하는 게 있다. 본래 시인이 되기를 꿈꿨다는 그는, 그림을 그릴 때 느낀 감정들을 해당 작품 옆에다가 글로 적어 놓는다. 이번에도 여러 문구가 눈에 띄었다. “모든 예술가에게 영감은 어디에서 얻느냐는 질문을 던진다면, 우리는 ‘너에게’라는 완벽한 답변을 드릴 수 있다” “평범한 모양의 말이 뿔 하나를 달고 비범한 유니콘처럼 보이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이 기적이 되는 일이란 이처럼 간단한 것이다” 등. 이중 작가는 “지난밤이 외로웠던 이유는 뜨거웠던 오후, 이미 너를 만났기 때문이다”라는 문구를 이야기했다.


“그림을 그리는 제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그림이에요. 제게 고독과 동시에 행복을 준 존재죠.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는 게 그림 이야기지만, 거창한 해석보다는 그저 보이는 그 순간의 감정에 몰입해 작품을 봐주길 바라요. 감정에 정해져 있는 답은 없거든요. 세상 살아가며 겪는 많은 일들과 거기서 탄생하는 수많은 감정, 그것을 함께 나누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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