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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 바이오 의약품 시대…삼성·LG·SK·CJ, ‘미래 먹거리’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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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3호 김유림 기자⁄ 2017.07.10 10:02:48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연구원이 세포배양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삼성바이오에피스

(CNB저널 = 김유림 기자) 생물공학 기술을 응용한 ‘꿈의 약품’으로 불리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삼성·LG·SK·CJ 등 국내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제약업계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이들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설비와 연구·개발(R&D)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해외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하지만 한 길만 걸어온 제약회사와 달리 이 분야 전문성이 부족하다보니 낭패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CNB는 인류의 미래가 달린 이 주제를 두 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Part ① 대기업들, 앞다퉈 제약·바이오 눈독 “왜”

한미약품과 셀트리온이 연이어 신약 개발에 성공해 해외시장에서 대규모 수익을 거둬들이면서 제약시장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바이오의약품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에게서 원료를 뽑기 때문에 완벽한 복제는 불가능하고 비슷한 복제만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은 바이오시밀러(similar)로 불리는 것이며, 임상시험을 통해 오리지널과 동등한 약효를 증명해야 한다. 또 복제하는 과정도 높은 수준의 과학 기술이 필요하고 비용 역시 만만치 않게 든다. 

반면 화학물질을 이용해 만드는 합성의약품의 복제약 제네릭은 오리지널과 제조 방법을 다르게 하더라도, 성분과 결과물만 일치하면 같은 약효를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제네릭은 별도의 임상시험 없이 약식 허가로 개발할 수 있다.  

이처럼 제네릭이 바이오시밀러보다 적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지만,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투자가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의 단백질과 유전자로부터 원료를 얻기 때문에 합성의약품보다 인체에 부작용이 적고 약효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 판매를 살펴보면 바이오의약품의 판매는 증가하고, 합성의약품은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2017 한국제약산업 길라잡이’에 따르면 세계 매출 상위 10대 품목 가운데 7개가 바이오의약품이다. 세계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200조6000억원에 달하며, 2009년(130조360억)과 비교하면 최근 5년 사이 54.3% 성장한 수치다. 오는 2020년에는 311조6000억원 규모로 커져 세계 의약품 시장의 27%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러한 이유로 대기업들은 바이오시밀러 산업을 ‘제2의 반도체’가 될 것으로 전망하며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곳은 삼성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바이오의약품 분야를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삼성의 바이오 산업은 지난 2011년 출범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2012년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이끌고 있다. 

삼성·SK, 과감한 투자로 선점 

바이오시밀러 R&D를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류마티스관절염 등을 치료하는 ‘베네팔리(국내명 브렌시스)’를 지난 2015년 출시했다. 베네팔리는 미국 암젠이 개발한 종양괴사인자-알파 억제제 ‘엔브렐(성분명 에타너셉트)’의 세계 첫 바이오시밀러다. 지난해 2월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한 후 한 해 동안 1억60만달러(약 11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지난 4월 다국적제약사 얀센이 개발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랜플렉시스’의 미국 허가를 받아 수출을 앞두고 있다. 

▲삼성, SK, LG, CJ 등 국내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의약품’을 점찍으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 = CNB저널 자료사진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8500억원을 투자해 올해 말 ‘제3공장’ 증설이 완료될 예정이다. 생산 능력이 36만 리터로 증가해, 스위스의 론자(26만리터), 독일의 베링거잉겔하임(24만 리터)을 제치고 단숨에 세계 1위의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 공장으로 올라서게 된다.

SK의 제약·바이오는 SK케미칼과 SK바이오팜, SK바이오텍 등 3사가 맡고 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SK바이오텍을 통해 미국계 다국적 제약회사 BMS(Bristol-Myers Squibb·브리스틀마이어스 스퀴브)의 아일랜드 생산 공장을 통째로 인수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공장은 연간 8만1000L의 의약품 원료를 만들어 낸다. 생산되는 원료의약품은 항암제, 당뇨치료제, 심혈관제 등 고령화로 수요가 급증하는 품목이어서 SK그룹은 큰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2011년 출범한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을 위한 대전 대덕연구단지 신약개발연구소와 글로벌 임상 시험을 담당하는 미국 뉴저지 임상개발센터로 이원화돼 있다. 중추신경계 질환 중심의 신약개발에 집중 개발 중이다. 

수면장애신약 ‘SKL-N05’ 개발 성공에 이어 뇌전증 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신약 YKP3089가 미국 식품의약처(FDA)로부터 약효를 인정받아, 뇌전증 신약 중 세계 최초로 임상 3상 약효시험 없이 신약 승인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급성중첩발, 희귀 뇌전증(SKL-N09), ADHD-주의력결핍장애, 인지행동장애, 파킨슨병, 조울증,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다양한 파이프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또 6월 22일 최 회장의 장녀이자 SK 유력 후계자 최윤정씨가 그룹의 주력사가 아닌 SK바이오팜 전략팀의 대리로 입사해 이목을 끌고 있다. 재계에서는 윤정씨의 이번 입사를 두고 최 회장의 경영전략 속에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잘 드러난 선택이라고 분석한다. 

SK케미칼은 2006년 최창원 부회장(최태원 회장 사촌동생)이 대표이사 부회장에 취임한 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백신 사업을 시작했다. 2008년부터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2015년 세포배양 독감백신 상용화에 성공했다. SK케미칼 4가 백신(4가지 바이러스 예방)은 국내 제품 중 유일하게 3세 이상 전연령층을 대상으로 접종이 가능할 정도로 차별성이 있다.

또 지난 4월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AFSTYLA)가 호주 식약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앱스틸라는 SK케미칼이 세계에서 최초로 연구 개발한 단일 사슬형 분자구조를 가진 혈액응고 제8인자이다. 기존 혈우병치료제는 분리된 두 개의 단백질이 연합된 형태였지만 앱스틸라는 두 단백질을 하나로 완전 결합시켜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주 2회 복용으로도 지속적인 출혈 관리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제품으로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올 1월 유럽의약국(EMA)에서 시판 허가를 획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기술을 개발한 바이오 신약이 미국과 EU, 호주 등에서 허가를 받은 건 최초의 사례다.

LG·CJ, 시장 안착 성공

LG그룹의 LG생명과학은 지난해 9월 분사 15년만에 LG화학 사업부문으로 되돌아 갔다. 단기 성과보다는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효율적인 투자를 위해 화학과 바이오가 함께 가기 위한 그룹 차원의 결정이다. 

앞서 LG생명과학은 2002년 LG의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바이오 사업을 총괄하는 계열사로 탄생했다. 이듬해 국산 신약 최초로 ‘팩티브’를 미국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바이오·동물·진단의약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왼쪽)이 지난 1월 새해 첫 현장경영으로 전라북도 익산시에 위치한 생명과학사업본부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방문해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 LG화학

LG생명과학은 LG화학 편입 후 첫 바이오시밀러가 이르면 내년 초 국내 시판될 예정이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 ‘LBEC0101’의 임상 3상을 마치고 지난해 말 식약처에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LBEC0101에 대한 품목허가가 이뤄지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브렌시스에 이어 엔브렐의 두 번째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된다. 

CJ그룹의 CJ헬스케어는 지난 1984년 CJ제일제당의 제약사업부에 속해있었다. 이후 적극적인 R&D 투자와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2014년 CJ제일제당의 100% 자회사로 출범하게 됐다. 

CJ헬스케어는 올 초 위식도 역류성 질환 신약인 ‘테고프라잔(CJ-12420)’의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하반기 허가 신청 작업에 착수한다. 보험약가산정에 보통 300일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4분기에는 CJ의 첫번째 신약이 시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특히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영복귀로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면서 상장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지난해 CJ헬스케어 매출은 5208억원으로, 증권가에서는 상장 후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Part ② “자금력만 믿었다간 낭패” 그들은 왜 실패했나

대기업들이 제약·바이오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판을 키우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분야가 워낙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곳이다 보니 경험이 부족한 대기업들이 자본력만 믿고 덤볐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대표적인 예로 한화와 아모레퍼시픽은 의약품 시장에서 철수하며 쓴 맛을 봤다.  

한화는 지난 1996년 의약사업부를 신설, 2004년 에이치팜을 합병하면서 드림파마로 사명을 변경했다. 2006년 한국메디텍제약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의약품 시장 공략 채비를 마쳤다. 

▲아모레퍼시픽, 롯데, 한화 등 제약산업에 뛰어들었던 대기업들은 괄목한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사진 = 각 사

하지만 드림파마는 대기업 계열사라는 간판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미미했다. 2009년 매출 1234억원, 2010년 1005억원, 2011년 878억원, 2012년 854억원, 2013년 930억원으로 꾸준히 악화됐다. 

특히 2011년에는 800억원대의 대규모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가 적발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결국 2014년 드림파마의 지분을 100% 보유한 한화케미칼은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드림파마를 미국 제약사 알보젠에 매각하며 제약사업을 접었다.    

뒤이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그룹 차원의 투자를 벌인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철수했다. 한화케미칼은 2015년 오송 소재 바이오공장을 의약품위탁생산기업 바이넥스에 넘기면서, 처음으로 개발에 성공한 바이오시밀러 ‘다빅트렐’ 품목허가도 자진 취하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CNB에 “애초에 제약이 주력사업이 아니었다”며 “선택과 집중의 일환으로 철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2013년 계열사인 태평양제약의 의약품 사업을 한독에 매각하면서 제약시장에서 백기를 들었다. 

태평양제약은 지난 1982년 태평양화학 의약품사업부에서 분사했다. 그러나 파스 제품 ‘케토톱’ 이외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케토톱 매출이 2006년 423억원으로 회사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했지만, 파스류의 건강보험급여 제한 이후 매출이 절반 이하로 추락하면서 전체 매출도 곤두박질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된 일까지 벌어졌다. 이로 인해 2011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억6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태평양제약의 사명을 에스트라로 변경하면서 태평양제약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2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프랑스 파리 샹그릴라 호텔에서 개최한 ‘2017 글로벌 파트너사 CEO 전략회의(International Summit 2017)’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19개 글로벌 유통 파트너사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임원들을 대상으로 올해 사업 전략과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 = 셀트리온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제약 사업을 완전히 접은 것이 아니고, 메디컬뷰티에 집중하기 위해 일반 제약 사업부만 매각한 것”이라며 “사명을 에스트라로 바꾼 이후부터는 메디컬뷰티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 2002년 아이와이피엔에프를 인수, 롯데제약을 출범시키며 의약품 시장에 진입했지만, 높은 진입장벽과 사업 집중화 등을 이유로 10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2011년 롯데제약은 롯데제과의 건강기능식품 사업 부문으로 흡수됐다. 

이들이 이렇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한화와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신약 개발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다 보니 기존 제네릭(복제약) 시장에서 무리하게 영업력을 확대하려다 철퇴를 맞았다. 기존 제약사들과 마찬가지로 ‘리베이트’라는 무리수를 두다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계열사인 태평양제약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인 지난 2011년 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전국 병원 120곳의 의사들에게 의약품 처방 대가로 1692차례에 걸쳐 9억4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이로 인해 태평양제약 안모 대표와 김모 영업상무,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박모씨 등 의사 10명 등이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 여파는 태평양제약의 제약부문을 인수한 한독에게까지 미쳤다. 재판이 계속되면서 한독의 브랜드 이미지마저 실추된 것이다. 

드림파마는 한화그룹 계열사였던 시기인 2007~2008년 2년간 의사와 약사들에게 370억원이 넘는 리베이트를 제공, 이 과정에서 뒷돈 비용에 대한 법인세 110억원을 탈루한 혐의로 기소돼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재판이 진행됐다. 법원은 탈루 혐의로 기소된 조모 전 대표와 최모 전 본부장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처럼 두 기업이 리베이트 영업에 목맬 수밖에 없던 이유는 신약 개발이 사실상 실패하자, 당장의 수익에 급급해 제네릭(복제약)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제네릭은 의약품 시장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똑같은 약품을 수백 곳의 회사가 판매하기 때문에 제품의 차별화가 없다. 따라서 중소형 제약기업들은 ‘리베이트’를 활용한 영업방식에 의존하게 됐고, 잘못된 관행을 대기업 계열사가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대기업들이 신약 개발을 뒷전으로 미룬 것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신약은 1%의 성공을 바라보고 막대한 시간과 자금을 들여 연구개발을 진행해야 한다. 한미약품, 셀드리온 등 오직 한 길만 걸어온 전문 제약사들은 아무리 어려워도 R&D 투자에 많은 비중을 두지만, 대기업들의 경우 신규사업이다 보니 기술력의 부족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업은 오랜 시간 공들이는 R&D 투자가 필요하고, 고위험-고수익 성격이 강한 전문적인 분야다보니,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안정적인 사업을 해온 대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어려움이 큰 사업”이라며 “재벌들이 ‘잭팟’을 터트릴 수 있다는 기대로 물불 안 가리고 유행처럼 덤벼들고 있지만, 제약산업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라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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