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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은행·보험·증권사 떨게 할 ‘금융소비자보호법’ 두 얼굴

문재인 정부는 법제정 약속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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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3호 이성호 기자⁄ 2017.07.10 10:02:48

▲2011년 2월 17일 부산저축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6개월 영업정지를 당한 가운데 계열사인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2저축은행에 예금자 수천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1년~2012년 12월 초까지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들의 후순위채 잔액 총계는 6462억원, 투자자는 1만9278명이다. 1인당 평균 피해금액으로 환산하면 3352만원에 해당된다.

저축은행 후순위채 뿐만 아니라 키코(KIKO) 상품, 동양그룹 사태 등 금융기관의 불완전 판매로 인한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종합적인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추진은 6년 전부터 시작됐다. 이 법안에는 KB국민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KEB하나은행·한국씨티은행·SH수협은행 등 은행권은 물론,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현대해상·동부화재 등 보험권, KB증권·미래에셋대우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 등 증권사까지 전부 적용을 받는 내용이 담겼다. 

모든 금융상품판매업자에게 적용되는 금융소비자 관련 제도를 하나의 법률에 담자는 취지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이 법안이 등장했고 19대 국회에서도 제출됐었다.

현재 20대 국회에서도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정부 제출) ▲금융소비자 보호 및 금융상품 판매에 관한 법률안(이종걸 의원 등 11인) ▲금융소비자보호법안(최운열의원 등 10인) ▲금융소비자 보호 및 금융상품 판매에 관한 법률안(박용진 의원 등 10인)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안(박선숙 의원 등 13인) 등이 계류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공약한 바도 있어 추이가 주목되고 있지만 향후 입법과정에서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이유인 즉 지난 18·19대 국회에서도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설치, 입증책임 전환,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쟁점들로 인해 논의에 커다란 진전 없이 임기만료로 자동폐기 된 바 있기 때문이다.

새정부에서 결실을 맺을 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핵심 쟁점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쟁점 ①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 찬반 팽팽

국회 정무위원회·입법조사처·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일단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즉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에 대한 찬반의견이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 안에는 금융소비자 피해구제 등을 수행하는 준독립적 성격의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있지만, 이와 별개로 독립된 기관을 세우자는 것.

문 대통령도 전담기구 설치를 약속한 바 있는데, 찬성 측에서는 금감원의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 즉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의 지향점이 상충될 가능성이 있어 ‘쌍봉형’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감독기구의 이원화로 인한 규제의 중복, 감독기관 간 혼선 및 책임소재 불분명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중에서 가장 최근인 지난 5월에 제출된 정부안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원 관련 규정은 들어 있지 않다. 이는 금융감독체계 재편에 관련된 사안으로 금융위는 향후 국회 논의 등을 거쳐 확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쟁점 ② 입증책임 누구에게 있나 

금융회사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문이 ‘입증책임 전환’이다. 설명의무 등을 위반해 소비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고의·과실 여부 및 손해액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시킨 것.

▲2014년 3월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이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국가배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금융소비자보호법안에서는 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의무를 위반해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치면 배상할 책임을 명시했고 이에 따른 입증을 소비자가 아닌 회사 스스로 하도록 했다. 고의 과실이 없었고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입증키 위해 각종 절차와 자료를 확보해 놔야 하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여신금융협회 등은 이처럼 입증책임을 전환하게 되면 남소(濫訴)의 가능성과 또 금융사의 응소(應訴)비용이 늘어난다는 우려와 리스크 증가로 인해 대출심사 강화가 불가피, 신용이 낮은 금융소비자에게 대출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쟁점 ③ 소액은 소송 못 건다?

또 ‘소액분쟁사건 특례’도 기업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두는데 소액분쟁사건(정부안·박용진 의원안  2000만원 이하, 박선숙 의원안 2000만~5000만원 사이)의 경우 분쟁조정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은행·보험사 등 조정대상기관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것.

생명보험사의 경우 2000만원 이하 소송건수가 95% 이상인 점을 고려할 때 금융권 대다수 분쟁 건에 소송특례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손해보험협회·생명보험협회에서는 조정안 결정전까지 소제기를 금지하는 것은 금융사의 재판청구권을 제약, 소액분쟁사건 특례를 도입하더라도 기준금액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업계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또 여신금융회사에도 직격탄이다. 자동차 할부금융 채권의 신속한 해결이 늦어질 경우 오히려 소비자의 원금 상환 부담이 가중될 우려도 제기되며 신용카드 거래도 소액 분쟁이 많아 기존의 금융권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쟁점 ④ 집단소송·징벌적 손해배상 논란

지난 2005년 1월 1일부터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제기된 소송이 9건, 소송허가결정이 확정된 사건은 4건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통해 그 대상을 전 금융권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  

반면 소송이 남발되는 경우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국 이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금융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액의 3배 범위 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관전 포인트다.

의원안과 달리 금융위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보다는 ‘징벌적 과징금’에 무게를 두는 입장으로, 정부안에서는 위반행위와 관련된 계약으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100분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참여연대 관계자는 CNB에 “남소 등 부작용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금융소비자는 아무래도 약자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독립기구 설치·입증책임 전환·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마련돼야 소비자 보호에 대한 각성과 피해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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