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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수익률이냐, 사회적 투자냐…‘동전의 양면’ 국민연금

‘재벌 거수기’로 돈은 벌었지만 ‘앞날’은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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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4호 도기천 기자⁄ 2017.07.17 10:42:16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6월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사회적 역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CNB저널 = 도기천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투자에서 큰 수익을 올렸지만, 대기업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국민연금의 가치도 상승됐지만 ‘재벌의 거수기’라는 비난도 동시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만 추구하다 공적 기능인 사회적 투자를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NB가 ‘동전의 양면’ 같은 국민연금 수익률 실체를 들여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6월 30일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277개 종목의 주식평가액은 114조63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의 95조1433억원보다 19조4922억원(20.49%)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상승률이 각각 18.03%, 5.9%인 점을 고려하면 꽤 우수한 성적표다. 

이유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에 힘입어 코스피가 상승 흐름을 이어간 덕분이다. 문재인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했다. 특히 반도체 시장이 슈퍼 호황을 누리면서 국내 대형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사진 = 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로 달러 약세가 계속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강해지는데, 이런 효과를 잠재력이 있는 한국 증시가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등 공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KB금융이다. 국민연금 수익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가 이들 3개 기업에서 나왔다.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말 180만2천원에서 6월 30일 237만7천원으로 31.91% 올랐다. 이 덕분에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9.72%) 평가액은 22조8962억원에서 30조221억원으로 7조359억원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역대 최고인 2조9689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작년말 4만4700원이던 주가는 6월말 기준 6만7400원으로 무려 50.78%나 올랐다. 국민연금의 SK하이닉스의 보유 지분(10.13%) 평가액은 1조6742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KB금융의 주가는 4만2800원에서 5만7700원으로 34.81% 상승해,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9.79%) 평가액이 6102억원 증가했다. 이 3개 종목의 평가액 증가분(9조5903억원)은 전체 증가분의 49.2%를 차지했다. 

이밖에 국민연금이 7.1% 지분을 갖고 있는 LG전자도 상반기에 주가가 53.68%나 올랐다. 국민연금이 10% 이상 주식을 가진 대기업은 하이트진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CJ오쇼핑, KCC, 농심, 엔씨소프트, LG하우시스, CJ프레시웨이, 신세계, 롯데푸드 등 수십 곳에 이르는데, 대부분 상반기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재벌·권력의 사금고 ‘국민연금’

이처럼 국민연금이 상반기에 좋은 성적을 내게 된 이유는 대기업 투자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277개 종목 가운데 코스닥 종목은 39개(14%)에 불과하다. 전체 보유 지분 평가액(114조6천355억원)의 13%(14조7196억원) 수준이다. 나머지 87%는 대기업 계열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공적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기업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반면 중소기업이나 사회적 투자에 대한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 방향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이 무조건 안정성만 강조할 게 아니라 인구 문제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투자를 일정 비율 이상 늘려야 한다”며 “공공임대주택이나 국공립 보육시설 등에 대한 투자 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압력을 넣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사진 =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대기업들의 사업 안정성만 따지다 보니 주주권 행사를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재벌과 권력의 사금고’로 전락했다는 비난에 직면한 상태다.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최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 중이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또한 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특검은 문형표·홍완선이 무리수를 둔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는 기금운용의 투명성 및 의결권 행사절차 강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명에 있어 국회 인사청문회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여러 건의 개정안이 상정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올해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보여준 행태는 변한 게 없었다. 

국민연금이 재계 10대 그룹 계열사에 5%이상 지분을 소유한 곳은 63곳에 이른다. 마음만 먹으면 주요 안건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커진 개혁 요구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 충실했다.  

국민연금기금운영본부가 올해 1월부터 3월17일까지 125개사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 669개 주총 안건 중 찬성은 88.8%(594건)나 됐지만 반대는 66건(9.9%)에 불과했다. 

이는 작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796개사 주주총회에 참석해 3035건의 상정안에 대해 89.5%(2715건)의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10.1%(306건)에 그쳤다.

대우조선 총대 “왜”

국민연금이 재벌의 거수기로 전락한 예는 비단 주주총회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당시 부채비율이 1557%(1분기말 기준)였던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안에 동의해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에 대한 4조2000억원(유상증자 및 출자전환 포함)의 금융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대우조선의 과감한 구조조정, 영업이익 증대 등을 내걸었지만 전부 지켜지지 않았다. 

“더 이상의 추가지원은 절대 없다”던 정부는 지난 4월 산업은행을 통해 대우조선 추가지원을 결정했고 국민연금은 이를 수용했다. 지원안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채권자들의 대우조선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약 1조5000억원에 대한 50%(7500억원) 출자전환과 50% 만기연장이 핵심이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1조 3500억원 가운데 29%인 3900억원을 보유 중이다. 

▲7월 6일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 운용방안 토론회에서 김진표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무려 13조원에 달하는 여신이 물려 있는 상태다. ‘정부(금융위원회)→산업은행→국민연금’으로 이어지는 관피아·금피아 행태가 여지없이 드러난 예였다. 
 
국민노후자금 안전한가

이처럼 국민연금이 높은 수익을 올리게 된 이면에는 ‘재벌과의 밀월’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공공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CNB에 “안정성만 추구해 대기업에만 투자하다보면 당장의 실익에 급급해 재벌의 오른팔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정부의 정책 프로젝트(공공성)에 국민의 노후자금을 넣기에도 수익률 측면에서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주주 권리보호라는 대원칙 하에 의사결정의 폭을 확대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자율지침)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구창우 사무국장은 CNB에 “국민연금이 재벌기업들에게 투자하는 것은 당장은 수익률 측면에서 이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위험성이 크다”며 “오너 리스크에 대한 감시와 투명성 강화, 중소·벤처기업 투자 등 다양한 공적 역할을 통해 국가의 뿌리를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드는데 기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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