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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정진국 여우별컴퍼니 대표] “10주년 맞은 ‘그 남자 그 여자’ 반짝 빛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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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5-546호 김금영⁄ 2017.07.20 17:41:29

▲정진국 여우별컴퍼니 대표.(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대학로의 대표 공연 중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있다. 연극 ‘그 남자 그 여자’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로맨틱 코미디 연극의 시초로 불리는 이 작품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30대 사내 커플 정훈과 선애, 그리고 20대 청춘 커플 정민과 지원의 이야기를 그린다. 누구나 가슴 설레는 첫사랑과 가슴 시린 첫 이별의 아픔까지, 다양한 형태로 저마다의 사랑을 한다. 이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를 ‘그 남자 그 여자’가 담았다. 그렇기에 더욱 공감 요소가 있었고, 꾸준히 사랑받으며 10년 동안 공연을 이어 왔다.


그런데 ‘그 남자 그 여자’가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본래 공연은 MBC FM 라디오 ‘이소라의 음악도시’에 2001년 11월~2005년 6월 방영된 사랑 이야기를 수록한 동명의 책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번엔 이 라디오 사연에서 탈피해 극 중 인물들의 러브 스토리에 더욱 집중했다. 알콩달콩 사랑을 이어나가면서도 결혼 등 현실적인 고민을 맞닥뜨리는 30대 커플의 모습과, 솔직하고 당당하게 투닥투닥 대는 20대 커플의 모습이 교차하며 사랑스러움과 동시에 공감을 안겨준다.


▲10주년을 맞은 연극 ‘그 남자 그 여자’는 50%의 각색 과정을 거쳐 새로운 버전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사진=여우별컴퍼니)

관객의 참여도 역시 더욱 높였다. 공연 첫 시작부터 관객이 배우들과 함께 극 속에 함께 들어와 있다는 설정이다. 극 속의 정훈은 라디오 방송국 PD, 선애는 DJ다. 그리고 관객이 앉은 객석은 극이 시작되는 순간 라디오 공개방송 현장이 된다. 그래서 배우들과 같이 게임도 하고, 반대로 배우들이 능청스레 관객처럼 같이 객석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무대에 등장해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공연을 만든 정진국 여우별컴퍼니 대표는 이 변화를 ‘혁신’이라 이야기했다.


“‘그 남자 그 여자’는 10년 동안 이어져 오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공연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바뀌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차별화에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전자제품도 오래 사용하다 보면 새 부품을 갈아 끼우는 등 혁신이 필요하잖아요? 관객이 원하는 코드는 일분 일초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10년 전과 똑같은 공연만 계속 고집하면 언젠가는 외면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요즘 말로 ‘아재스럽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젊은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공연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어요. 기존과 비교해 약 50%의 각색 과정을 거쳤습니다.”


특히 관객의 호응도가 좋은 건 ‘연애 능력 고사’ 시간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도 있듯이 연애할 때 똑같은 상황을 마주하는 남녀의 심리가 다를 때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예를 공연 안에 끼워 넣었다. 난제 중의 난제라는 “뭐 먹을까?” “나 살찐 것 같지?” “나 뭐 달라진 것 없어?” 등의 상황에 대처하는 연인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는 가운데 관객 또한 퀴즈에 참여해 답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이다. 공연을 관람하러 온 커플의 참여도가 높아지는 순간이다.


10주년 맞아 안정된 ‘그 남자 그 여자’가 혁신한 이유


▲연극 ‘그 남자 그 여자’는 20대 청춘 커플 그리고 30대 사내 커플을 통해 사랑의 첫 설렘부터 갈등, 이별까지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다.(사진=여우별컴퍼니)

또 이 시간에는 대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연장에서는 사진 촬영이 아예 불가하거나, 커튼콜에서만 가능할 때가 있다. 그런데 연애 능력 고사를 풀 때는 사회자가 “지금부터 마음껏 사진을 찍는 시간”이라며 “어서 카메라를 꺼내라”고 오히려 권한다. 공연을 볼 뿐 아니라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기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마음을 읽어 마련한 시간이기도 하다.


“관객과의 친밀도를 더욱 높이고 싶었어요.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접근이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드라마, 영화, 책 등 여타 다른 대체 콘텐츠도 많죠. 그래서 굳이 발품을 팔아 공연장으로 관객을 오게 하기 위해서는 공연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어야 해요. 그게 관객과의 스킨십이에요. 그냥 앉아서 보는 게 아니라 ‘우리는 이런 사랑을 하고 있는데,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식으로 같이 이야기를 꺼내고 같이 수다를 떠는 거죠. 이 점을 재미있게 봐준 관객들이 꾸준히 공연장을 찾아준 것 같아요.”


홍보 마케팅 전략도 펼쳤다. 정 대표는 연극의 길을 걸은 지 어느덧 15여 년. 공연장들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과거 공연장에서는 하루에 공연 하나만 올리고 끝내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그래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여우별컴퍼니의 또 다른 대표 공연인 ‘시간을 파는 상점’은 특히 낮 공연에 관객이 많이 몰린다. ‘평일 8시 공연’ 공식을 깨고 학생들이 방학을 맞이하는 시기에 낮 시간 공연을 마련했다. 원작 소설이 잘 알려져 있는 장점도 있었고, 교육적인 측면에서 아이와 함께 공연을 보기 바라는 어머니 관객층의 선호도가 높았다. 학교에서 오는 단체 관람 등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공연 시간대를 늘렸다.


▲여우별컴퍼니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인 연극 ‘시간을 파는 상점’의 한 장면. 현재 대구 여우별아트홀 무대에 오르고 있다.(사진=여우별컴퍼니)

“‘그 남자 그 여자’가 커플 관객이 주요 타깃층이라면 ‘시간을 파는 상점’은 학생들과 어머니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다음 주부터는 평일 오후 2시 공연이 다시 오픈돼요. 원작 책을 함께 판매하는 공연 연계 상품 이벤트도 진행 예정이고요. 로맨틱 코미디 장르뿐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마주하고 싶어 하는 관객의 트렌드를 읽으려고 노력해요. ‘연극은 철학적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시대는 변화했어요. 물론 철학적인 연극도 필요하지만, 그것만 주장하고 여타 연극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고립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극을 구성하는 3대 요소가 무대, 관객, 배우인데 제일 중요한 관객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죠.”


디지털 시대를 맞아 웹툰에 대해 관객의 갈수록 높아지는 관심에 맞춰 ‘사랑일까?’ 공연 또한 제작해 지난해 선보였다. ‘사랑일까?’는 남지은, 김인호 작가가 2012~2013년 연재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정 대표는 “첫 공연 때 관객 반응이 좋았다. 재정비를 거쳐 8월부터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정 대표는 대학로 연극 문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연극인은 배고프다’는 인식이 있는데 사실 그렇단다. 지난해 블랙리스트 논란이 문화계를 발칵 뒤엎었다. 이 가운데 정 대표는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의 장과 젊은 피의 수혈, 그리고 지원금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관객 마음에 파란 희망의 물결 일으키고파"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연극 ‘사랑일까?’도 재정비 과정을 갖춰 관객들에게 8월 선보일 계획이다.(사진=여우별컴퍼니)

“함께 공연을 시작했다가 이 바닥이 힘들다고 떠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정작 대학로에서는 젊은 제작자들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주로 어느 정도 위치가 있는 분들의 목소리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죠. 그런데 앞으로 연극계를 이끌어 갈 젊은 제작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원금 또한 문제였죠. 지원금을 이야기할 때 주로 제작 지원에 대해서만 집중될 때가 많은데,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 복지 이야기도 필수예요. 공연을 시작한 지 15년이 넘었는데 과거와 지금의 배우 복지 수준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정말 놀라워요. 또한 공연 홍보 마케팅 등을 지원해 제작자들이 자생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올해 지원 제도가 많이 마련된다는데 긍정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길 바라요.”


힘든 여건 가운데 정 대표는 자생의 노력을 이어 왔다. 그 결과 ‘그 남자 그 여자’ 10주년에 이어 또 겹경사가 있다. 2014년 공연 제작사 여우별컴퍼니를 차리고 3주년을 맞았다. 대학로의 여우별씨어터 공연장은 여우별컴퍼니의 첫 시작을 함께 하는 발판이 됐다. 서울 관객뿐 아니라 지방 관객에게도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대구에도 여우별아트홀을 지난해 개관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7월 7일 여우별씨어터 근처에 파랑씨어터를 오픈했다. 여우별씨어터에서는 대관 공연을 주로 선보이고, 여우별컴퍼니가 제작한 공연은 파랑씨어터에 올릴 계획이라고.


“파랑은 제 첫째 아이의 태명이었어요. 그리고 희망의 의미도 가졌죠. 또 관객의 마음에 파란 희망의 물결을 일으키고 싶다는 뜻도 있었어요. 이 마음을 모두 담아 극장 이름을 지었죠. 파랑씨어터의 첫 공연으로는 10주년 연극 ‘그 남자 그 여자’를 올렸어요. 둘 다 새로운 시작이에요. 이제 막 문을 연 파랑씨어터도 시작이고, 10주년을 맞은 ‘그 남자 그 여자’도 이번에 새로운 버전으로서, 또 다른 10년을 위한 반환점을 맞았죠.”


▲정진국 여우별컴퍼니 대표가 파랑씨어터 극장 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청량감이 느껴지는 파란색 대문이 눈길을 끈다.(사진=김금영 기자)

정 대표는 파랑씨어터의 개관과 함께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현재 파랑씨어터는 리모델링 과정을 거치고 있다. 공연장은 3층에 자리하고 있는데, 옥상 공간까지 활용해 문화 공간을 만들려는 계획이다.


“옥상에 잔디를 깔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무더위가 지나고 9~10월정도 가을바람이 선선할 때가 제격일 것 같아요. 일요일 낮 시간이나 공연이 없는 월요일에 인디밴드를 초청해 작은 콘서트를 열면 재미있는 이벤트가 될 것 같아요. 연극뿐 아니라 또 다른 공연 마니아층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거죠. 관객을 위한 와인 파티나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는 자리도 만들 수 있겠고요. 연극인이 모여 토론의 장을 펼칠 수도 있겠죠? 파랑씨어터가 대학로의 대표적인 문화 공간이자 명소로 성장하길 바라요.”


파랑씨어터를 시작으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발굴 및 소개하고 싶다는 정 대표는 현재까지의 걸어온 길에 대해 “A+는 아니어도 A는 하자는 마인드”라고 말했다. 스스로에게 관대한 점수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자부심을 갖고 공연을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 자부심만큼 관객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올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관객에게 공연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자만하지 않으며 파랑씨어터와 여우별씨어터를 꾸려나가겠습니다. 앞으로의 성장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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