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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실적 희비 엇갈린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앞날은?

중국만 바라보는 두 기업…같은 고민 다른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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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8호 김유림 기자⁄ 2017.08.14 10:19:43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보복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기며 2분기 여행수입이 6년 만에 가장 작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은 8월 6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무척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김유림 기자) 중국의 사드보복 영향을 가늠할 관련업계의 상반기 매출이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뷰티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이 대조를 이뤄 주목된다. LG생활건강은 의외로 선방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똑같이 사드 폭풍을 맞았음에도 희비가 엇갈린 이유는 뭘까. 아모레는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올 3월부터 본격화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뷰티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 2위인 LG생활건강이 나홀로 최고 실적을 이뤄내 이목을 끌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분기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3.1% 증가한 2325억원을 기록하며 아모레퍼시픽을 처음으로 따돌렸다. 다만 매출(1조5301억원)이 올 1분기(1조6007억원)보다 소폭 감소해 2005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47분기(12년) 연속으로 기록했던 ‘직전 분기대비 매출 상승’은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상반기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3조1308억원)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7.3%(4924억원) 증가했다. 이는 1947년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CNB에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로 분산시킨 사업 포트폴리오, 중국 현지에서 고가 화장품 라인의 매출이 늘어나면서 사드 보복 피해를 비교적 수월하게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사업 비중을 ‘화장품 50%, 생활용품과 음료 50%’로 두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손실이 발생해도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구조다. 

올 2분기 화장품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812억원, 14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2.7% 감소했다. 하지만 음료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3%, 28.1% 증가한 3757억원 451억원을 기록,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5%, 22%로 늘면서 화장품 분야의 사드 보복 피해를 만회하는데 기여했다. 

특히 지난해 여름 출시한 이온음료 ‘토레타’는 연초 케이블TV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tvN 드라마 ‘도깨비’에 PPL로 등장하면서 이례적인 인기를 끌었다. 극 중 주인공 공유(김신)와 김고은(지은탁), 유인나(써니), 이동욱(저승사자)의 손에는 커피와 물 대신 언제나 토레타가 들려있었다. 

뷰티 쌍두마차 희비쌍곡선 “왜”

또 같은 기간 생활용품부문 역시 영업이익이 3.5% 증가한 387억을 달성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의 가습기살균제 성분 치약 파동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효과로 분석된다. 다만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윤고’의 수요 감소로 인해 매출(3732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1% 감소했다. 

반면 LG생활건강과 함께 K뷰티를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8% 줄어든 1조4130억원, 영업이익은 57.9%나 감소한 1304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의 컨센서스(다수의 증권사에서 예상한 평균치)는 매출 1조3246억원, 영업이익 1523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상반기 전체 매출은 3조268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1%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5089억원으로 30.2% 감소했다. 

실적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자 회사 측은 2006년 지주사 전환 이후 처음으로 전 직원에게 주는 상반기 성과급 지급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사업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며 “유커들이 줄어들면서 면세점과 로드샵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전체 화장품 판매의 30% 가량이 면세채널에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부터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방한 관광 금지령을 내렸고, 2분기 유커 입국자수는 60% 이상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설화수, 헤라 등 고가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이 급락한 것이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에스쁘아 등 로드샵 계열사들의 가맹점이 크게 늘어난 점도 실적을 악화시켰다. 점주들은 매출이 감소해도 인건비와 각종 공과금 등 매달 일정하게 나가는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가맹점들이 인지도와 규모, 유동인구 등 모든 면에서 으뜸가는 서울 시내 관광상권(명동, 홍대, 강남역, 대학고, 신림, 건대입구, 신촌·이대 등)에 밀집해 있는 탓에 높은 임대료가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결과, 올 2분기 이니스프리의 매출은 1535억원, 영업이익은 222억원으로 각각 28%, 65%나 줄어들었다. 지난해부터 성장세로 돌아섰던 에뛰드는 올 2분기에 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해 적자 전환됐다. 지난해 2분기부터 영업이익이 흑자전환으로 돌아선 에스쁘아 역시 영업 손실이 확대됐다.  

이처럼 예상보다 중국의 경제 보복이 길어지면서 아모레퍼시픽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사드의 피해가 정점을 찍었던 항공업계가 한중 관계의 ‘해빙 기류’를 발빠르게 감지하고 대륙의 하늘길을 다시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이 전세기를 띄웠다. 제주항공은 7월 25일과 29일 두 차례 청주-장가계 노선의 부정기편 운항의 허가를 중국 민항국으로부터 승인 받았다. 올해 들어 처음 있는 사례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지난 봄부터 감편했던 중국 노선 12곳을 연말까지 원상 복구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개봉된 영화 ‘군함도’에 중국 정부가 큰 관심을 보인 점도 고무적이다. 사드 여파로 ‘한류’가 사실상 완전 단절된 가운데 중국관영 CCTV가 한국영화 군함도를 적극 홍보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평론가들은 중국이 군함도를 통해 과거 일본의 아시아 침략에 한·중이 함께 맞섰던 항일 역사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이에 뷰티업계는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이 올해 안에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드 보복이 현실화되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국인 관광객 급증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행진을 이어간 바 있다. 작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8% 증가한 3조4790억원, 영업이익은 29.1% 성장한 7288억원을 기록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 비중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95%에 이르지만, LG생활건강은 화장품 50%, 생활용품 30%, 음료 20%로 분산돼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두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한데 묶어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측면도 있다”며 “사드 보복 해빙 기류가 감지되면 아모레퍼시픽은 가장 크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며, 뷰티시장이 전반적으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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