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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깨끗한나라 릴리안 생리대 사태…이름 오르내리는 기업들 입장은?

김만구 교수팀 연구 결과에 등장했나? 모두 부정도 긍정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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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0호 김유림 기자⁄ 2017.08.28 09:46:20

▲8월 24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여성환경연대가 연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현행 일회용 생리대 허가 기준뿐 아니라 각종 유해 화학물질 조사를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김유림 기자) 깨끗한나라 생리대 ‘릴리안’의 부작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중 생리대 브랜드에 대한 전수조사를 검토 중인 가운데, 과거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팀이 연구 발표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김 교수팀은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국내에 시판 중인 생리대제품류 11개에서 독성이 포함된 휘발성 화합물질이 검출 됐다고 발표한바 있다. 연구결과대로라면 릴리안 뿐 아니라 시중의 생리대 상당 종류가 위험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태다. 시민단체들은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확실히 그 제품 쓸 때 양이 좀 덜 나오더라구요” “생리 일수가 20년 동안 1주일이었다가 갑자기 2~3일로 확 줄었어요” “지난해부터 대량으로 구매한 생리대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질염에 걸려 병원까지 다녔어요” “제품을 쓰고 생리 끝난 후 일주일이 지나서 잔여혈이 나왔어요” 

생활용품기업 깨끗한나라에서 제조, 판매하고 있는 생리대 ‘릴리안’을 사용한 후 겪었다는 일부 여성들의 부작용들이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해부터 유명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이에 식약처는 릴리안에 대한 품질 검사는 물론 제조업체 5곳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유통업계도 발빠르게 대응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와 씨유(CU),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들은 지난 23일 릴리안을 전 점포에서 철수했다. 깨끗한나라 측은 “28일부터 환불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태 전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팀이 지난 3월 발표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시험’ 결과에 따르면, 판매량이 높은 일회용 중형 생리대 5종과 팬티라이너 5종, 면 생리대 1종 등 총 11개 제품에서 약 200종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방출됐다. 이중 벤젠·톨루엔·스티렌 같은 독성 화학물질이 20종이나 포함돼 있었다. 유해 물질의 농도는 제품별로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났다.

▲릴리안의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이후 깨끗한나라의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과문. 사진 = 깨끗한나라 홈페이지

TVOC는 액체 또는 고체 형태의 물질에서 ‘가스형태’로 방출되는 수만가지의 화합물을 통칭하는 용어다. 일반 가정에서는 페인트, 접착제, 건축자재와 마감재료, 청소용액, 담배연기 등을 통해 노출된다.

주 발생물질은 벤젠, 톨루엔, 자일렌, 에틸렌, 스타이렌, 아세트알데하이드 등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대부분이다. 피부 접촉이나 호흡기 흡입을 통해 접촉될 경우 피로감, 정신착란, 두통, 구토, 현기증 등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에는 각종 암, 신경계와 생식기능 장애도 일으킨다. 국제암연구소는 해당 물질들을 발암성 물질로 규정하고 있으며, 환경부는 1급 발암성 또 백혈병, 의식 불명 등을 주요 증상으로 밝히고 있다.

특히 생리대는 여성의 민감한 신체 부위에 밀접하게 닿는 만큼 김 교수팀의 실험 결과에 여성들이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그러나 당시 여성환경연대와 김 교수 측은 논란을 의식해 기업명과 브랜드를 밝히지 않았고, 결국 흐지부지하게 묻혀갔다. 

그런데 최근 식약처가 릴리안에 대한 검수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 교수는 “TVOC 배출 1위 제품이 릴리안”이라고 조선일보를 통해 밝혔다.

김 교수는 “릴리안 생리대에서 검출된 TVOC는 평균의 1.5배, 최저 검출 제품의 2.7배였고, 팬티라이너에서는 최저 검출 제품과 비교해 9.7배에 달하는 TVOC가 나왔다”며 “특히 벤젠류(벤젠고리가 들어간 방향족류)가 많이 검출됐는데 이는 향을 내는데 쓰이는 성분”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생리 기간에 발생하는 특유의 냄새를 알고 있다. 이는 생리 때문이 아니라, 생리가 화학물질로 범벅된 위생패드를 만나서 생기는 악취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깨끗한나라는 생리대 때문에 나는 불편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또다시 유해물질을 첨가한 셈이다.

위스퍼, 제2의 릴리안?

그렇다면 릴리안 제품(2개) 외에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나머지 9개 제품은 안전할까? 

국내 생리대 시장은 4곳의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유한킴벌리(화이트·좋은느낌·애니데이 등)가 57%, LG유니참(바디피트·쏘피)이 21%, 깨끗한나라(릴리안·순수한면)와 한국P&G(위스퍼 등)가 각각 9%, 8%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P&G의 위스퍼 코스모(미국명, 올웨이즈)의 유해성을 밝혀낸 미국 논문. 사진 = CMAJ 캡처

김 교수팀의 연구결과대로라면 릴리안 뿐만 아니라 시중의 생리대 상당 종류가 위험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태다. 

게다가 2014년 미국의 여성환경건강단체인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Women’s voices for the earth)’가 P&G의 생리대 ‘올웨이스(한국제품명, 위스퍼 코스모)’의 4개 타입 제품을 분석한 결과 발암성 물질인 스티렌, 염화에틸, 클로로포름 등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위스퍼 코스모’는 세계 최초 플렉스 메모리폼이 들어간 제품으로, 편안한 착용감과 놀라운 흡수력을 자랑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직구생리대, 인생생리대 등으로 불리며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제품이다.  

CNB는 ‘위스퍼 코스모’의 제조판매사 한국피앤지(P&G) 측에 발암 물질 배출과 관련된 해명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CNB에 “유한킴벌리는 국내외 생리대 안전 기준 준수는 물론, 아직 안전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항목의 경우 유럽 친환경섬유기준 등을 준용하여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유해 TVOC 또한 먹는물이나 실내 공기질 기준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니참 관계자 또한 “쏘피 및 바디피트 제품은 식약처의 법규준수는 물론 실내공기질, 식수 기준보다 엄격한 안전기준에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면서 “매우 엄격한 관리기준인 Oeko-Tex Standard 100(유럽 섬유안전 인증기관)을 상회하는 내부 기준에 따라 유해성분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국내 생리대 제조기업 대부분 안전성 문제를 부인하거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기업명이 공개된 깨끗한나라도 비교적 당당한 모습이다. 

▲주요 유통업체들이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릴리안’을 판매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8월 2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생리대 판매대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CNB에 “깨끗한나라 릴리안은 엄격한 규정에 따라 생리대를 관리, 제조하고 있다. 김 교수팀이 밝힌 200여종 TVOC 가운데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꼽히는 8가지 화학성분은 오히려 타사 브랜드보다 수치가 훨씬 낮게 나왔다”면서 “현재 제3 연구기관에 논란이 되고 있는 부작용에 대한 실험을 의뢰했고,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깨끗한나라 측이 TVOC 검출을 두고 “기준에 맞게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한 데는 이유가 있다. 당국은 20여년 전 기준으로 여성위생용품 품질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TVOC는 항목에 포함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생리대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되고 ‘의약외품에 관한 기준 및 시험방법’에 따라 품질검사를 실시한다. 검사 항목은 이물질 포함 여부와 색소, 산 및 알칼리, 형광증백제, 포름알데히드, 질량, 흡수량, 액체 누출 여부, 강도 등 9가지만 충족하면 허가를 내준다. 

심지어 일상생활에서 많은 여성들이 사용하고 있는 팬티라이너는 공산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식약처의 관리 대상이 아닐뿐더러, 제조사들은 함유 성분을 공개할 의무조차 없다. 

여기에다 CNB 취재진은 깨끗한나라를 제외한 3곳(유한킴벌리·LG유니참·한국P&G)의 기업에 “김 교수팀 연구 실험군에 자사 제품의 포함 여부”를 물어봤지만, 모두 부정도 긍정도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여성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제2 가습기 살균기 사건으로 규정,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식약처는 24일부터 릴리안은 물론 유한킴벌리, 엘지유니참, 깨끗한나라, 한국피앤지, 웰크론헬스케어 등 생리대 제조업체 5곳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제품의 검사 결과 에 따라 전수조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고금숙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장은 “건강 이상을 호소한 여성들 인터뷰를 통해 특정 브랜드의 문제인지 일회용 생리대 제품 전반의 문제인지, 생리대 원료나 제조 공정에 유해물질 노출이 있었는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며 “보다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전에 식약처가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일회용 생리대 속 성분에 대한 전면적인 위해성 검토와 건강 영향을 조사하고 관리방안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고 성명서를 통해 말했다.  

식약처의 릴리안 등에 대한 품질검사 결과는 최소 1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성 논란의 중심에 있는 TVOC는 검사 기준이 없어 연구분석에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당국의 뒤늦은 대처에 여성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전수 조사는 커녕 TVOC 유해성 확인 실험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달에 한번 필수적으로 생리대를 소비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릴리안을 만든 깨끗한나라에 대한 소송을 예고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지난 21일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를 위한 집단소송(손해배상청구) 준비 모임’이라는 이름의 카페가 개설됐으며, 4일만에 가입자수 2만3000여명을 돌파했다. 게시판에는 소송 참여가 가능한지 묻는 회원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업계에서는 유해성 여부와 각종 부작용 사례의 역학관계를 밝혀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해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한다. 유산, 불임 등과의 연관성이 밝혀질 경우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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