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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성지순례 ⑧] “하마 아니에요!” 북유럽 트롤 무민이 품은 이야기

70여 년 행보 보여주는 ‘무민원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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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2호 김금영⁄ 2017.09.08 10:37:08

전시부터 카페, 페어 등 다양한 키덜트(kidult, 아이를 뜻하는 kid와 성인을 뜻하는 adult의 합성어) 성지들을 찾아가 그곳의 특징을 짚어보는 ‘키덜트 성지순례’ 여덟 번째 장소는 ‘무민원화전’이다.


▲마치 동화책에 들어온 느낌을 주는 ‘무민원화전’ 전시장 입구.(사진=예술의전당)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하마가 아니에요.” 무민을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무민은 1945년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이 직접 글을 쓰고 삽화를 그린 ‘무민 가족과 대홍수’라는 소설책을 시작으로 그림책,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캐릭터다. 핀란드에 있는 골짜기에 사는 무민은 무민 가족의 든든한 기둥인 무민파파, 가족들을 다정하게 돌보는 무민마마, 여자친구 스노크메이든, 친구 해티패티, 스너프킨, 미이, 헤물렌 등과 함께 모험을 떠난다.


큰 입에 동글동글한 외형, 큰 눈과 작은 귀를 가진 무민을 하마 캐릭터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북유럽 신화 속 트롤을 모티브로 탄생된 캐릭터란다. 이것만 해도 놀라운데 무민은 그냥 귀엽기만 한 캐릭터도 아니란다. 오히려 혹독하고 비참한 현실 속에 탄생했다는 이야기.


▲‘무민원화전’ 현장을 찾은 소피아 얀손(왼쪽) 무민캐릭터스 대표와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사진=예술의전당)

무민을 탄생시킨 작가 토베 얀손의 조카이자 무민캐릭터스 대표인 소피아 얀손, 롤레프 크락스트롬 무민캐릭터스 디렉터,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 강욱 씨씨오씨 대표까지 무민을 사랑하는 이들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11월 26일까지 열리는 ‘무민원화전’ 공개 현장에 모였다. 이들은 무민의 탄생 배경에 관해 들려줬다.


롤레프 디렉터는 “어릴 때부터 저도 좋아했고, 현재는 큰딸, 작은딸까지 대를 이어 모두 무민을 좋아한다. 여름에는 핀란드의 무민파크를 가기도 한다”고 각별한 무민 사랑을 보였다. 그는 이어 “핀란드에서 무민은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짚었다. 무민이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핀란드는 매우 피폐한 상태였다. 2차 대전 직후 소련에서 독립했지만 전쟁으로 황폐화된 현실에 비탄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국가 재건을 위해 힘을 모아야 했다. 그리고 무민이 등장했다.


▲전시장 한 공간에 무민 영상을 볼 수 있는 곳도 마련됐다.(사진=김금영 기자)

“끔찍한 전쟁이 지나고 사람들에겐 긍정적인 메시지가 필요했습니다. 무민은 더 나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캐릭터예요. 친구들과 함께 모험을 떠나죠. 그 과정에 행복만 있는 건 아니에요. 역경도 있어요. 하지만 무민은 여기에 좌절하지 않고 희망의 내일을 바라봐요. 그런 무민의 모습에 핀란드 국민이 많은 위로와 용기를 받았어요. 그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롤레프 디렉터)


전쟁 끝나고 절망했던 사람들, 무민을 보고 일어서다


▲‘무민원화전’은 토베 얀손의 원화 작품들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크기는 작지만 섬세한 작가의 손길이 느껴진다.(사진=김금영 기자)

그렇다면 왜 희망을 전해주는 존재로 트롤을 생각했을까. 소피아 얀손은 자신이 어렸을 때 늘 옛날이야기를 들려준 토베 얀손의 모습이 기억난다고 했다. 토베 얀손에게는 자식이 없었다. 대신 조카인 소피아 얀손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조카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늘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그 이야기들은 핀란드 전설을 예쁘게 포장한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전설 속에는 트롤도 있었다.


“처음 접한 무민 캐릭터는 지금보다 작고 날카로운 이미지였어요. 우울한 느낌도 있었고요. 전설 속 과격한 트롤의 모습이 더 반영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조금씩 변해갔어요. 주변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무민 캐릭터 중 엄마와 아빠 캐릭터는 토베 얀손의 실제 부모와 비슷한 성격이었어요. 다정하고 푸근했죠. 또 핀란드의 자연친화적인 환경과 맞닿아 자연과 가까운 요소들도 많이 반영됐고요. 전쟁 속 평화로운 분위기를 찾고자 한 사회적 배경도 무민을 변화시켰어요. 점차 밝고 동글동글해졌어요.” (소피아 얀손)


▲무민의 다양한 에피소드의 원화를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사진=김금영 기자)

이 점이 여타 다른 캐릭터와의 차이점이라고 이들은 짚었다. 롤레프 디렉터는 “전 세계에 수많은 캐릭터 브랜드가 있다. 그런데 무민은 상업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무민은 얀손의 심오한 철학이 담긴 캐릭터로, 캐릭터들 또한 서로 심오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발견됩니다. 그 안에는 핀란드의 사회적 배경도 담겼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담겼어요. 무민은 엔터테인먼트성보다는 진정성을 지닌 캐릭터예요. 평화와 희망을 바라는 무민의 메시지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교훈을 주죠. 일반적인 캐릭터는 수명이 다하면 대체되기도 하는데, 아티스트의 마음에서 우러난 진정성이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감동을 주면서 지금까지 무민이 이어져올 수 있었다고 봐요.” (롤레프 디렉터)


▲무민 캐릭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오브제들.(사진=김금영 기자)

이 무민의 이야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한다. 강욱 씨씨오씨 대표는 “캐릭터 관련 전시가 국내에도 많이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차별성을 갖춘 전시를 선보이고 싶었다”며 “그러다 일본에서 재작년에 열린 무민 전시를 알게 됐고, 자료를 찾아봤다. 처음엔 일본에서 만들어진 동물 캐릭터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핀란드에서 무려 70년 전에 탄생된 캐릭터로, 그 생명력 유지 비결이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9월 핀란드에 가서 직접 무민 작품을 봤고, 무민의 탄생 배경 또한 알게 됐다. 단순히 예쁜 캐릭터가 아닌 힐링, 가족애, 우정을 다루는 무민의 이야기가 현 시대에도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인상적인 텍스트가 ‘내 안에 들어온 여러분, 모두 고마워요’였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무민의 이야기를 꼭 국내에 소개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토베 얀손의 진면목은 상품이 아닌 원화에 있다


▲섹션 5 ‘무민 영상관’은 작은 영화관처럼 꾸며져 있어 눈길을 끈다.(사진=김금영 기자)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핀란드에 무민 박물관이 개관할 때였는데, 처음엔 “박물관 개관 일정으로 무민 원화들을 빌려줄 수 없다”고 거절당했다. 이 과정에서 전시의 취지를 알게 된 예술의전당이 함께 전시 개최를 위해 나섰고, 이후 핀란드 측에서도 토베 얀손의 이야기를 한국에도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이번 전시는 특별해요. 일본에서도 전시가 열렸었지만 핀란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이렇게 많은 무민 원화를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원화 획득을 위해서 옥션 등을 통해 작품을 구입하는 등 많은 노력을 꾸준히 해 왔습니다. 훌륭한 컬렉션을 이번에 선보일 수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롤레프 디렉터)


▲저 멀리 무민의 실루엣이 보인다. 무민이 사는 아름다운 숲에 들어간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꾸며진 공간이다.(사진=김금영 기자)

전시는 크게 7개 섹션으로 나눠진다. 70여 년에 걸친 무민의 연대기를 350여 점의 무민 원화와 오브제, 사진을 통해 볼 수 있다. 무민캐릭터스, 핀란드 탐페레무민박물관, 헬싱키시립미술관, 헬싱키연극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던 주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소피아 얀손, 핀란드 남페레무민박물관 큐레이터 니나 라띠넨, 작품안전관 린다 엘리자베스, 노루페인트색채연구소가 함께 큐레이션에 참여했다. 그리고 무민의 팬으로 알려진 악동뮤지션 이수현이 전시 오디오 가이드를 녹음했다.


섹션 1 ‘무민의 탄생, 신화에서 소설로’는 무민이 탄생한 역사를 소개하고, 출간된 소설 시리즈, 그림책의 삽화 및 오브제 등 다양한 삽화와 원형이 간직된 원화를 소개한다. 섹션 2 ‘무민, 전성기를 맞이하다’에서는 무민이 탄생 이후 더욱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 권의 소설 속 삽화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만날 수 있고, 각국의 언어로 번역된 무민 도서도 전시된다.


▲무민 오브제와 영상이 함께 설치됐다. 수면 위에서 유유히 보트를 타는 무민과 여자친구 뒤로 다양한 영상들이 펼쳐진다.(사진=김금영 기자)

섹션 3 ‘무민 오리지널 카툰’도 마련됐다. 1954년~1974년 영국 신문 더 이브닝 뉴스에 연재됐던 무민 코믹 스트립 시리즈 중 토베 얀손이 단독으로 작업한 처음 10년 동안의 오리지널 스케치를 선보인다. 섹션 4 ‘무민, 책 속에서 세상 속으로’는 카드, 삽화, 달력 등 다양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무민의 오리지널 드로잉 및 토베 얀손이 직접 만든 무민 조형물을 전시한다. 전시장 전체 벽면엔 무민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주요색이 모두 칠해져 통일감을 주는데, 노루페인트색채연구소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움직이는 영상을 볼 수 있는 섹션 5 ‘무민 영상관’은 마치 영화관처럼 꾸며져 있어 눈길을 끈다. 이어지는 섹션 6 ‘아티스트 토베 얀손’은 글과 그림을 모두 다룰 수 있었던 아티스트 토베 얀손의 작품 세계와 삶을 조망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무민 캐릭터뿐 아니라 토베 얀손이 그렸던 정물화도 볼 수 있다.


▲(왼쪽부터) 롤레프 크락스트롬 무민캐릭터스 디렉터, 소피아 얀손 무민캐릭터스 대표,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 강욱 씨씨오씨 대표가 ‘무민원화전’ 공개 현장에 참석했다.(사진=예술의전당)

마지막 섹션 7 ‘무민 라이브러리’는 국내에 출간된 다양한 무민 도서와 멀티미디어 체험 프로그램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한 벽면에 빼곡하게 들이찬 무민 캐릭터 인형들도 눈길을 끈다. 또 전시 기간 동안 무민 대형 인형과 무민 친구들로 분장한 캐릭터들이 미술관 주변을 돌아다니며 관람의 흥미를 더욱 끌어올릴 예정이다.


“무민 캐릭터는 그동안 상품으로 많이 소개됐어요. 그런데 원화야말로 토베 얀손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적격입니다. 생각보다 작은 원화에 놀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원화 하나하나에 디테일한 손길이 담겼다는 걸 발견하면 더 놀랄 거예요. 진정한 아티스트이자 작가였던 토베 얀손의 진면목을 이번 전시에서 느끼길 바랍니다. 무민이 전하는 행복 또한 가득 가져가길 바라요.” (소피아 얀손)


▲친구와 함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무민의 모습.(사진=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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