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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보험금 타려면 어느 병원 진단서 필요해?

보험사 vs 소비자 분쟁 심화…‘제3병원’ 지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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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9호 이성호 기자⁄ 2017.10.30 10:12:46

▲보험사들이 자체 의료자문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축소해 금융소비자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피보험자(소비자)의 질환에 대해 전문의의 소견을 묻는 이른바 의료자문이 논란을 빚고 있다. 보험사들이 자체 의료자문 소견만을 토대로 보험금 지급 거절·축소 등을 행하는 데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끊이지 않자, 금융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어떤 해법이 나올까? 

보험계약자(보험수익자)는 질병이나 사고시 진단서 등을 첨부해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한다. 이때 보험사는 청구된 건이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되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 자체 비용을 들여 위촉한 전문의사(자문의사)에게 의료자문을 시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흥국생명·신한생명·농협생명·현대라이프생명·KDB생명·알리안츠생명·AIA생명보험회사 등 생보사들의 의료자문 건수는 7352건이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동부화재·현대해상화재·KB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메리츠화재·흥국화재·악사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더케이손해보험 등 손보사들도 총 1만4526건의 의료자문을 구하고 있다.

문제는 보험계약자가 제출한 진단서와 보험사 측의 자문 소견 불일치다. 양측의 주장이 다를 경우 약관에서는 보험사·소비자가 함께 제3의료기관을 정하고 그 자문에 따를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에서는 제3의료기관 자문절차에 대한 안내 등을 소홀히 하고 자문의의 의견만을 반영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축소하고 있어 민원다발의 온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에 접수된 의료감정 관련 분쟁건수는 2015년 1519건에서 2016년 2112건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특정 의료기관에 자문이 편중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생명·손해보험사 의료자문 현황(2014년~2017년 상반기)’을 분석한 결과, KDB생명은 대한병원, 서울시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여의도성모병원, 한림대강동성심병원 등 5개 병원에서 전체 1892개 의료자문 중 1492건(78.9%)을 의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생명·현대라이프 및 손보사인 MG손보·롯데손보·악사손보 등도 각각 5개 특정병원에서 전체 의료자문 중 50% 이상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재호 의원은 “보험사가 특정의료기관에 지속적으로 자문의뢰를 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병원과 보험사간의 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연맹에서도 의료자문을 받은 것이 기존 치료한 의사의 의견보다 더 우월하게 일방적으로 선택되고 있다고 꼬집으며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보험사로부터 자문료를 받는 병원 의사들은 응당 팔은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신뢰할 만한 수준인지 아닌지 여부 등 금융감독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감원, 뒤늦게 개선책 추진

이에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을 받아온 금감원이 최근 칼을 뽑아들어 추이가 예의주시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5월 25일 의료자문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금감원에서는 각 생·손보사의 보험금 심사 실무담당자 및 관련 협회 관계자들이 포함된 제도개선TF를 구성했다. 이달 말까지 운영되는 TF에서는 약관에 기초한 제3의료기관 자문절차 안내 강화 및 세부적인 의료자문 프로세스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CNB에 “일단 자문병원 대부분이 대학병원 이상이며 권위 있는 특정과목 전문의에게 수요가 많다는 것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순 없지만, 위촉된 자문의 소견만을 전제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지연하는 행위는 마땅히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유명무실한 제3의료기관 절차를 강제적으로 끄집어낼 요량이라는 것. 이미 조정세칙을 개정해 제3병원에서의 정밀 재감정에 대한 결과를 피신청인이 따르도록 표면적 구속력도 부여했고, 특히 보험금 청구 계산은 원청구 시점으로 되돌리는 등 명확한 선을 그어주겠다는 것이다.

3병원으로의 절차 강화는 왜일까? 금감원에 따르면 제3의료기관에서 보험사측 자문의 소견이 다르다고 나온 경우는 약 30~40% 수준으로 어느 한쪽이 유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으로 일단 공정성이 확보된다는 계산이다. 

물론 신청인이든 피신청인이든 제3의 기관도 못 믿겠다고 할 수 있고, 사법적 영역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제3병원의 진단을 거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새로운 영역을 복수화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정·신뢰성 있는 의료자문 프로세스를 마련해 직접 중재가 필요한 부문이 있다면 개입한다는 복안”이라며 “3병원이 아닌 전문의학회의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편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서는 국내 158개 전문의학회에 협조공문을 보냈고, 이중 30여개 의학회에서 의료자문에 응하겠다고 회신이 온 상태로 전해졌다.

우려되는 부문은 수요다. 분쟁조정 신청이 많은 경우 이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물음에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 조정례·판례에 의해 의료감정이나 신체에 대한 재감정 등 축적된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쟁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밖에 전문의학회를 통해 장애등급의 적정여부, 사고와 기왕질병의 기여도(기왕증 기여도), 특정 분야 특정 부문의 의료기술이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새로운 의료기술로 볼 수 있냐는 것 등을 따져 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과거와 달리 직접 개입해 메스를 가한다는 방침으로 향후 소비자들의 민원이 줄어들게 될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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