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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후분양제 쓰나미’ 건설업계 덮치다

좋은점 vs 나쁜점…문재인 정부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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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9호 손강훈 기자⁄ 2017.10.30 10:12:46

▲지난 6월 12일 현대산업개발과 두산건설이 서울 양천구 신정뉴타운에 짓는 ‘신정뉴타운 아이파크 위브’ 견본주택에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손강훈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후분양제’의 단계적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건설업계가 출렁이고 있다. 모델하우스를 통해 집을 팔고, 그 돈으로 주택을 짓던 분양체계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CNB는 후분양제가 도입될 경우,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를 예상해봤다.

10월 12일 정부 세종 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 부문에서부터 주택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단계적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그동안 소비자와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후분양제 도입의 필요성이 강조돼온 만큼, 공공주택에서 물꼬가 트이게 되면 업계 전반으로 확대·적용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현행법에서는 선분양과 후분양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 이에 건설사들은 대지 소유권을 확보하고 분양 보증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선분양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본격적인 공사 착공 전 일종의 샘플이라 할 수 있는 모델하우스를 개관해 홍보하고 분양권을 팔아 주택을 지을 자금을 확보해왔다. 이에 우리나라 분양시장은 견본주택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건설사 신용등급 생사 갈라 

이런 상황에서 후분양제 도입은 건설사 경영을 흔들고 분양시장의 환경을 변화하게 만드는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건설사들은 분양권을 팔아 공사대금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공사비를 확보해야 한다. 초기 비용이 지금보다 더 증가한다는 얘기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22년까지 연평균 38만6600가구의 집이 건설될 경우, 건축공정 80%에서 후분양을 하면 건설사가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이 연평균 35조4000억~47조3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에 ‘신용등급’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를 전망이다. 건설사 스스로 미청구공사금을 줄이고 부채비율 낮추는 등 재무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초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쩐의 전쟁’…대형 건설사만 살아남나?

따라서 건설업이 대형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사에 비해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한 중소건설사들은 주택사업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기 때문.

특히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중심의 서울지역 분양에서 중소건설사의 이름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력, 브랜드 이미지 등으로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후분양제는 대형사와의 차이만 더욱 벌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후분양제 도입을 예고하면서 건설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10월 12일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장관이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실제로 서울 재건축 아파트 수주 상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잠실 미성·크로바, 서초구 한신4지구는 각각 현대건설, 롯데건설, GS건설이 수주를 따냈다. 남아있는 반포주공 1단지 3주구와, 강남구 대치동 쌍용2차,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일대 재건축 역시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대형사들이 치열한 수주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후분양제는 건설사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지만, 투기세력을 차단하는 데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분양제는 분양과 입주의 차이가 길지 않아 양 시점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고, 분양권 전매가 어렵기 때문에 투기적 거래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기세력이 빠지면 분양 과열을 막을 수 있어 주택가격의 안정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매년 17만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도 힘이 될 전망이다. 후분양제가 의무화되면 자금조달이 힘든 중소건설사들의 주택사업이 차질이 받아 연평균 8만6000~13만5000가구의 주택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이는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할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LH공사 등 공공기관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목돈 있어야 내 집 마련 

한편 주택구매자 입장에서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그동안 분양시장에서 구매자들은 건설사가 제공해주는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모델하우스의 경우, 가구나 벽지 등으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집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기 어려웠다. 

더구나 최근 일부 건설사를 중심으로 부실시공 논란이 발생하면서 후분양제 도입 요청이 거세졌다. ‘소비자 권익향상’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재무 부담 증가는 단점이다. 선분양의 경우 분양과 입주 시기가 보통 2년 정도 걸려 그 기간 동안 주택 구매비용을 분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후분양은 한 번에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가계대출 증가 문제로 인해 대출문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마련에 곤란함을 겪을 확률이 높다. 

분양가 자체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 만약 건설사가 공사대금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다면 그때 발생하는 이자비용이 분양가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택보증공사는 2억9000만원짜리 아파트를 후분양하면 분양가가 최소 870만원에서 최대 2260만원 인상된다고 예측했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CNB에 “국토교통부의 로드맵이 나오지 않아 정확하게 뭐라 말하기는 힘들다”며 “후분양제가 건설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강제적 의무화보다는 인센티브 등 유인책을 통해 자발적으로 후분양제를 유도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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