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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오픈 한 달 이케아 고양점에 “이게 무슨 냄새야?” 소동

주민·방문객 "스트레스"에 악성 루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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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2호 윤지원⁄ 2017.11.16 09:33:27

▲10월 19일 오픈한 이케아 고양점이 매장 바로 앞에서 맡게 되는 인근 돈사의 냄새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여기 코 막고 다녀야겠다. 아, 냄새!” (트위터 @****risha)
“이케아 고양점의 최대 취약점은 X냄새.” (트위터 @****Hyun)

10월 19일 문을 연 이케아 고양점이 ‘냄새’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인터넷에서 이케아 고양점 방문 후기를 찾아보면, 매장 안팎에서 시골 냄새, 거름 냄새, 소똥 냄새 등으로 묘사되는 냄새가 나서 놀랐다는 블로그나 SNS가 적지 않게 나온다. 함께 간 아이들이 코를 막고, 남편이 아내의 장 건강을 의심했다는 등의 경험담이 이어진다. 

방문했을 때 해당 냄새를 맡았다는 한 이케아 고객은 “나한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막 문을 연 새 매장에서 그런 냄새가 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는 냄새에 민감하고 비위가 약한 편이라, 다시 갈 엄두가 안 난다”는 고객도 있었다. 또 다른 고객은 “내가 갔던 날도 심했는데, 인상을 찌푸리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주차장 들어갈 때 잠깐 냄새가 났지만, 안에서는 괜찮았다”며 “시골 가면 흔히 나는 냄새고, 이 주변도 시골이라 그러려니 했다”는 고객도 있었다. 북유럽의 세련된 디자인 생활용품과 쇼룸을 구경하러 찾은 매장, 그것도 오픈 한 달이 채 안 된 새 매장에서 이런 토속적인 냄새를 맡는 것은 예상치 못한 경험이다. 새 집 짓고 손님들을 초대한 이케아 입장에서도 머쓱할 일이다. 

고객 외에도 매장 직원 등 이케자 관계자와 인근 주민들이 이 냄새를 맡았다고 말한다. 냄새는 주로 건물의 북서면 외부에서 난다. 고객 출입구와 주차장 입구가 있는 곳이다. 심한 날은 출입구 자동 회전문을 통과해 건물 안으로도 냄새가 들어온다. 냄새는 아래로 가라앉는 편인 듯, 건물 상층에 위치한 쇼룸에서 냄새가 느껴졌다는 주장은 거의 없는 반면에 하층에 입점한 롯데아울렛, 출입구 쪽에서 보이는 지하 커피숍, 지하 주차장, 심지어 식당에서 냄새가 느껴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케아 관계자는 평소 건물 안에서는 거의 나지 않고, 매장 내 고객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공기 정화 시설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위터에 '이케아 고양점 냄새'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관련 트윗들. (사진 = 트위터 화면 캡처)


150m 거리에 돼지 농장…낮엔 괜찮은데 일몰 후 심해져

냄새가 심한 시간대는 하루 중 일몰 무렵부터 그 이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케아 관계자는 날씨에 따라서 다르지만, 개점 무렵인 10시부터 이른 오후까지는 냄새가 느껴지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방문 후기에서 냄새를 언급하지 않았거나 냄새가 안 났다고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낮 시간에 방문했던 고객들이다. 주민들 역시 냄새가 저녁때 더 많이 난다고 주장한다.

냄새의 근원지는 이케아 북서쪽의 도로(권율대로) 건너편에 위치한 A 돼지 농장이다. 일대에서 수십 년 살아온 주민이 운영하는 농장으로, 설립 인가가 난 것은 2005년이다. 농장은 이케아 고양점 주차장 입구와 직선거리로 15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냄새가 나는 게 당연한 거리다. 

다만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이케아 쪽의 부지보다 A농장 쪽의 부지가 더 낮으며, 매장 바로 앞 입체교차로인 도래울교의 축대가 시야를 가려서 이케아 쪽에서는 건너편의 농장이 보이지 않는다. 그 때문에 축사의 위치를 미리 알고 있는 주민들도 있지만, 외지에서 온 방문객들은 냄새가 발원지를 모르기에 이케아 신축 건물 어딘가로부터 나는 냄새로 오해할 만도 하다.

이케아 고양점은 고양시 덕양구 도래울 마을(도내동)에 있다. 도래울 마을은 고양시 덕양구 흥도동(원흥동, 도내동) 일대에 추진된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의 일부로, 아파트 7개 단지가 들어서 있다(7단지는 내년 1월 입주). 이 중 돈사와 50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2단지와 H아파트는 종종 냄새의 영향을 받는다. 권율대로에 접해있는 2단지가 2014년 9월에 입주했고, 이케아와 인접한 H아파트 5단지는 지난 9월 초 입주를 시작했다.

냄새에 관한 얘기는 이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여러 인터넷 카페에서 활발히 오가고 있다. 냄새 관련 게시물은 이케아 오픈 무렵부터 많아졌다. H아파트 입주민이 늘어난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과거에도 냄새가 나긴 했어도 심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케아 오픈 무렵부터 심해진 것 같다"는 별난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A농장과 바로 이웃한 창고 직원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여름보다는 가을에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냄새가 더 난다. 올해가 작년이나 재작년보다 심한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냄새가 심해진 것은 아니지만, 새 주민과 이케아 방문객 등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냄새에 대한 말이 늘어났다는 해석이다.

▲이케아 앞 도래울교 입체교차로의 축대가 높아 건너편의 농촌 지역이 보이지 않는 것이 냄새의 출처에 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윤지원 기자)

▲이케아 남동쪽에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H아파트가 있으며, 냄새는 이 아파트에서도 맡아진다고 한다. (사진 = 윤지원 기자)


시에 개선 촉구했지만… 

주민들의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과 댓글을 보면, 가까운 두 아파트 주민 중 돈사 냄새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다. 생활에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계속 맡고 살아야 하는 것은 불만이라는 사람도 있다. “원래 사시던 농민인데 뭐라 할 수도 없다”며 감수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일부 주민들은 덕양구와 고양시에 민원을 제기했고, 지역구 의원인 심상정 국회의원 지역사무소에도 민원이 들이닥쳤다. 

구청과 시청 담당 공무원들은 축사 주변 악취 오염도를 검사하고, 농장과 인근 다른 축사의 시설과 환경을 점검했다. 축산 분뇨는 시에서 정기적으로 수거해 가는데, 수거 횟수를 임시로 늘리기도 했다. 또한, 분뇨 처리에 쓰는 톱밥과 탈취제 등을 추가로 5t이나 지원했다.

일부 주민은 시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임시방편이고, 효과가 덜하다며, 좀 더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전체 960여 세대 중 500세대 정도가 입주한 H아파트의 임시 입주민 대표회의는 입주민들이 서명한 청원서를 모아 곧 있을 입주민 환영행사 때 심 의원 측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 청원서에는 "애초에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건설부지 실사 당시 돈사와의 거리를 반영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사업 시행 담당 기관인 LH가 이에 책임을 지고 돈사 부지 매입 및 이전 지원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H아파트의 임시 입주민 대표회의가 심상정 국회 의원실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한 돈사 악취 관련 청원서. (사진 = 윤지원 기자)

▲주차장에서 냄새를 맡았다는 사람이 많다.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매장으로 들어가는 곳 옆이 돈사 방향으로 외부로 열려있는 구조다. (사진 = 윤지원 기자)


"이케아-농장 뒷거래 불발", "일부러 냄새 뿌린다" 악성 루머까지

주민들은 이케아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주민 중 일부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이케아가 문제 개선의 주체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이들은 매장 방문 고객이 불편을 느끼면 영업에 차질이 있을 테니, 이케아가 나름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건물을 짓기 전부터 이를 고려해야 했는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다.

돈사를 비난하는 루머도 돌고 있다. 그 내용에서는 냄새의 책임 일부를 이케아에 돌리기도 하다. 이케아가 돈사부지와 그 일대를 임시주차장으로 활용하려고 돈사 주인에게 매입 의사를 전했으나, 돈사 주인이 터무니없이 큰 액수를 제시해 협의는 결렬됐으며, 돈사 주인은 협의 무산의 앙갚음 때문에, 또는 금액을 관철시키기 위해 일부러 냄새를 더 풍기는 거라는 루머도 있다. 이런 루머에는 돈사 주인이 이케아에 요구한 금액이 30억 원이라든가, 시 공무원들이 오지 않는 저녁 시간에 냄새를 일부러 방류한다는 것도 있다.

자극적이고 음모성 짙은 루머이다 보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소문내는 것은 주의하자” “30억이라는 고액, 또는 일부러 냄새를 뿌린다는 혐의 등은 지나친 억측 같다”며 신중을 당부하는 주민 의견도 있다. 그러나 루머를 먼저 거론하는 주민들은 "시 공무원 또는 지역구 의원실 관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며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반론한다. 하지만 이 루머가 사실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고양시청 관계자는 공무원들도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가 최근 민원 탓에 농장을 방문하고 농장주에게 루머 내용에 관해 물어봤으나, 농장주는 그런 얘기를 처음 들은 듯한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농장주는 “상대(이케아 측) 누구하고도 얘기조차 나눈 적 없다”며 “누구든 얼굴이라도 보고 나서 이런 의심을 받는다면 이렇게 억울하진 않겠다”고 울분을 토했다고 이 공무원은 전했다.

이케아 관계자는 무성한 루머에 대해 “매장 부지를 정할 때 실사를 많이 했고, 돈사의 존재와 냄새 문제도 당연히 파악했다”며 “그러나 농촌에서 그 정도 냄새는 자연스러우며, 고객 경험에도 큰 걸림돌은 아니라고 판단해문제 삼지 않고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케아는 매장을 새로 낼 때, 지역 주민들과의 지속가능한 상생을 매우 중시한다. 아파트 주민과의 관계도 중요하고, 농민의 삶의 방식과 생활 터전도 존중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 편을 들 수는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케아 고양점 오픈 이후 냄새에 관한 언급이 있고, 주민들의 불편에 대해서도 듣고 있으나 기업이 나설 성격의 일이 아니기에 시청 측에서 현명하게 해결해주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냄새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픈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며, “이케아가 중시하는 고객 경험에 심각하게 영향을 끼치는 문제인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케아 광명점과 고양점은 지역 주민 적극 채용, 미혼모 지원, 다문화 가정 지원, 인근 전통시장 소화기 지원 등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케아에서 권율대로를 건너면 사진처럼 농촌 환경이 펼쳐져 있다. (사진 = 네이버 지도 거리뷰 캡처)

▲돈사 옆의 도랑이 합류되는 도래울교 아래의 하천. 물이 깨끗하진 않아도 악취를 풍길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윤지원 기자)


"돼지 건강 해칠텐데 분뇨 방치라니?"

농장의 한 가족은 “(농장주는) 여기서 평생을 살았다. 우리가 가긴 어딜 가나? 100억을 준대도 안 간다”고 반응했다. 악성 루머로 상처를 많이 받은 듯 했다. 이 가족은 이케아 입점 전부터 있던 다른 아파트들을 거론하며, “예전 LH 아파트 지을 때도, H아파트 지을 때도 우리를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물어온 적도 없었다”며 "시청 관계자로부터 루머를 전해 듣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악플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의 심정이 이해가 가더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부러 악취를 만들어 내보내는 것 아니냐는 루머에 대해서도 이 가족은 억울해 했다. 농장 옆 창고 직원의 말대로 최근 냄새가 전보다 더 심해졌다는 정황도 없다. '농장 옆 하천에 일부러 분뇨를 방류하는 것 아니냐'는 루머에 대해 이 농장 가족은 “여기에다 분료를 버리면 무조건 걸리고, 걸리면 벌금이 3000만 원인데 미쳤다고 버리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장 옆 하천은 매우 얕고 좁은 도랑이었으며, 물도 거의 흐르지 않았다. 

전북 전주시 인근에서 대규모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한 양돈업자는 “밤에만 냄새를 더 풍기는 방법이라는 게 뭔지 도대체 상상도 안 간다”면서 "축산 분뇨를 정해진 수거 절차를 무시하고 함부로 방치하거나 방류할 경우 구속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농장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분뇨를 필요 이상으로 방치하는 건 전염병을 키우는 짓”이라며 “농장주가 생길지 안 생길지 확실치도 않은 돈 때문에 그런 무모한 짓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밤에 냄새가 더 심해지는 이유는, 대기 상태 및 기온 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청 생태하천과 담당 공무원은 냄새 확산 범위가 기온, 기압, 습도 등 대기의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견해를 밝혔다. 낮보다 기온이 낮아지는 일몰 후에 공기 중의 냄새 입자가 땅을 향해 더 내려오기 때문일 뿐, 낮에 없던 냄새가 밤에만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어쨌든 현재 상황은,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이해관계자 모두의 불만은 높아진 상태라 할 수 있다. “시골 가면 흔히 나는 냄새고, 이 주변도 시골이라 그러려니 했다”라던 한 고객의 멘트, 그리고 "우리는 지역 주민과의 상생에 큰 관심을 둔다는 이케아 측의 입장과, "불편을 제거하고 싶다"는 주민들의 희망사항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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