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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뉴스] “연말엔 미술관으로” 발길 끄는 대형 전시들

국현·서울시립·백남준센터의 세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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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3호 김금영⁄ 2017.11.23 18:07:30

2017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가운데 연말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술관들의 대형 전시들이 눈길을 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요나스 메카스, 서울시립미술관은 라틴아메리카의 현대 미술가, 백남준아트센터는 블라스트 씨어리에 각각 주목한다.


영화 거장 요나스 메카스의 아시아 최초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요나스 메카스 - 찰나, 힐긋, 돌아보다’


▲‘요나스 메카스 – 찰나, 힐긋, 돌아보다’전이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사진=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미국 아방가르드 영화의 역사를 개척한 리투아니아 출신 작가의 아시아 최초 회고전 ‘요나스 메카스 – 찰나, 힐긋, 돌아보다’를 2018년 3월 4일까지 서울관 6전시실에서 연다.


전시명인 ‘찰나, 힐긋, 돌아보다(Again, Again It All Comes Back To Me in Brief Glimpses)’는 요나스 메카스의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영화 형식과 주제 의식을 표현한다. 요나스 메카스는 통상 초당 24프레임을 갖는 영화 장면을 3개 또는 4개의 프레임으로 축소 촬영해 마치 인상파의 그림처럼 이미지들이 시간의 비약을 드러내며 움직이는 듯한 ‘싱글 프레임’ 기법으로 일상을 꼼꼼히 기록했다. 이 같은 작가의 ‘필름 다이어리’는 지나간 시간들을 살아있는 이미지로 재창조한다.


이번 전시는 찰나에 사라지는 이미지를 추상적인 영화 형식으로 발전시킨 요나스 메카스의 인생을 돌아보는 동시에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본다. 베니스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 ‘영창’(1963) ‘앤디 워홀의 삶에 관한 기록’(1990) ‘조지 마키우나스의 삶에 관한 기록’(1992) ‘우연히 나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2000) ‘국가의 탄생’(2007) 그리고 ‘덤플링 파티’(2012) 등 주요 작품 14점을 소개한다.


▲요나스 메카스, ‘브로드웨이 491번가’. 사운드 설치, 60분. 2009.(사진=국립현대미술관)

이중 ‘영창’(1963)은 작가가 20대 초반 경험한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담았다. 뉴욕의 한 극단 ‘리빙 시어터’가 무대에 올렸던 동명의 연극을 기록한 것으로, 1964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수상했다.


요나스 메카스가 1960~1970년대 독립 영화계에 끼쳤던 영향력은 ‘뉴 아메리칸 시네마 그룹’의 주요 인물 40명의 초상 이미지가 전시된 ‘국가의 탄생’에서 잘 드러난다. 그리고 ‘앤디 워홀에 관한 기록’에서는 앤디 워홀의 팩토리를 비롯해 1964년 뉴욕에서 결성된 록그룹 벨벳언더그라운드의 루 리드, 니코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예술과 문화를 거부하며 실험적인 작품을 시도한 플럭서스 운동의 창시자인 조지 마키우나스와 당시 아티스트들의 모습이 담긴 40개의 스틸컷으로 구성된 ‘플럭서스 가족’도 선보인다. 1960~1970년대 아방가르드를 이끌었던 오노 요코, 앤디 워홀은 “요나스 메카스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할 정도로 작가와 플럭서스와의 관계는 매우 밀접했다.


요나스 메카스의 이미지에 대한 탐구는 16mm 필름 매체의 예술적 실험을 거쳐 디지털 매체의 특성을 활용한 미디어 설치 작업으로까지 확장된다. 이번 전시에서 12개의 모니터를 통해 상영되는 ‘365일 프로젝트’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퍼포먼스다. 작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매일 한편의 비디오 다이어리를 재구성했다. ‘행복한 삶의 기록에서 삭제된 부분’은 2012년 작가의 90번째 생일을 몇 달 앞두고 완성된 작품으로, 1960년에서 2000년 사이에 제작됐던 그의 이전 필름들에서 사용되지 않은 장면들로 구성됐다. 이 작품은 “삶의 모든 순간, 가장 하찮은 순간까지도 그 자체로 의미 있으며, 축복할 필요가 있다”는 작가의 생각을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한순간에 모든 기억들이 돌아오다’에는 꽃, 일몰, 길 잃은 개와 같은 평범한 이미지들과 작가 그리고 친구인 바바라 루빈을 비롯해, 고조 요시마스, 살바도르 달리 등의 초상 이미지가 함께 담겼다. 관람객은 32개의 유리 패널 속 768개의 프레임을 통해 영화감독 요나스 메카스의 인생과 60년에 걸친 긴 작품 여정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와 더불어 2018년 2월 25일까지 서울관 MFV 영화관에서는 ‘요나스 메카스 회고전’이 상영된다. 44편의 장, 단편 영화가 소개되며 상영작 중 일부 영화는 16mm 필름으로 감상할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현대미술 엿보기
서울시립미술관 ‘미래 과거를 위한 일’전


▲카를로스 모타, ‘레퀴엠’. 싱글채널 비디오, 2분 37초. 2016.(사진=카를로스 모타, P.P.O.W 뉴욕 갤러리,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에는 라틴아메리카의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미래 과거를 위한 일’전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에서 12월 12일~2018년 3월 4일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비서구권 프로젝트 일환으로, 전시의 출발점은 프랑스 68혁명과 함께 전 지구적으로 일어났던 정치적 급진화를 배경으로 탄생한 라틴아메리카의 이념적 아방가르드 예술(기존의 전통, 인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향을 보인 전위예술)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1960년대 전후 여러 가지 모습의 이념적 아방가르드 운동이 벌어졌고, 이런 배경은 이후 남미 개념미술을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가 됐다.


그러나 전시는 역사가 기록한 정치적 사건에 구체적으로 주목하거나, 당시 아방가르드 예술이 지닌 사회적 의미의 중요성에만 주목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전시는 ‘예술과 삶의 통합’이라는 역사적 아방가르드의 명제가 기존 사회 질서가 변함에 따라 어떻게 분리되고 발화하는지 그 지점을 살핀다. 그리고 이 가운데 예술이 어떻게 자신의 생명력을 획득하는지 미학적 방식에 주목한다.


▲에두아르도 아바로아, ‘인류학 박물관의 완전한 파괴’. 폭파 비디오 1, 실크스크린 도면 8, 박물관 파괴 사진 1, 돌 더미, 불에 탄 목재 구조물, 스페인 정복 이전 시대 문양이 있는 유리 문, 가변크기. 2012~2016.(사진=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예술의 생명력은 단순히 아름다운 물질이나 행위이기 이전에 한 사회를 말하는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기표가 될 때 작동 가능하다”며 “따라서 이 전시는 한국을 포함한 비서구권 지역이 공통으로 겪은 식민지적 근대성이라는 사회정치적 맥락 안에 깊이 새겨진 복합적인 아름다움의 내면을 주제로 삼는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14명(팀)의 작가들은 중남미 대륙 출신이라는 지리적 위치보다는, 서구 제국주의의 경험, 문화적 위계, 혼종 문화, 그리고 근대화와 독재의 굴곡 어린 과정을 지나오면서 탈식민주의 관점이나 주체성 및 공동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안고 있다. 하지만 30여 점의 작품 모두가 이러한 지역적 맥락을 직접적으로 발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떤 작가들은 현대미술의 언어에서 낯설게 다가올 수 있는 ‘토착민’의 이국적인 아름다움이나, 우리가 문화라고 규정하는 범주의 사물과 자연을 주목하고, 근대 이전의 세계관 속에서 현대미술을 반추하고 질문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미래 과거를 위한 일’ 전시는 다른 지역의 작가와 미술을 전시장에 열거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형성돼 온 ‘다른’ 문화에 대한 단순한 정보 전달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며 “그보다도 서구 근대의 언어로 지역 미술이 작동하는 불가피하고도 실질적인 제약과 경계를 인식하고, 이 경계를 넘나드는 방법으로서의 라틴아메리카를 살펴보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불명확한 과거로의 회귀나 꿈과 같은 미래를 향한 환상보다는, 지금 이곳에서 조금 더 적절한 거리를 찾기 위한 거울로서 이번 전시를 인식하고자 한다. 이들에 대한 깊은 이해는 곧 ‘국제적이면서 지역적인 현대미술’이라는 공통의 차원으로 진입하게 되는 경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예술상 수상 작가 블라스트 씨어리와의 만남
백남준아트센터 ‘당신이 시작하라’


▲블라스트 씨어리, ‘앞을 향한 나의 관점’. 미디어 설치. 2017.(사진=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아트센터(관장 서진석)는 2018년 3월 4일까지 ‘2016년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 작가 블라스트 씨어리의 개인전 ‘당신이 시작하라’를 연다. 2009년 제정된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은 경기도 도지사가 수여하는 상으로, 백남준과 같이 새로운 예술 영역의 지평을 열고 끊임없는 실험과 혁신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예술가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승택, 안은미, 씨엘 플로이에, 로버트 애드리안 엑스, 브뤼노 라투르, 더그 에이트킨, 하룬 미르자가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블라스트 씨어리는 매트 아담스, 주 로우 파, 닉 탄다바니치가 1991년에 런던에서 결성한 예술가 그룹으로, 기술의 상호작용과 사회정치적 맥락에 대해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초기 작품에서는 클럽 문화를 중심으로 급진적이고 강렬한 방식으로 관객들을 퍼포먼스에 개입시켰고, 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기술 관련 연구소들과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작업의 방식을 확장시켰다. 현재까지 인터넷, 디지털 방송 및 실시간 퍼포먼스에 관객들을 통합시키는 획기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퍼포먼스와 인터랙티브 아트를 꾸준히 실험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관객과 참여’라는 주제를 놓고 다양한 미디어의 양식들을 실험해 온 블라스트 씨어리의 예술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에 앞서 블라스트 씨어리는 스스로를 “관객을 작품의 한가운데에 두고,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질문들에 대해서 탐구하는 인터랙티브 아트를 창조하는 도전적인 예술가 그룹”으로 정의한다.


전시의 제목 ‘당신이 시작하라’는 관객에 의해서 작품이 시작된다는 하나의 정언적 명제다. 이런 명제 아래 관객은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작품에 개입하고 작품을 유지시키는 행위자가 된다. 마치 대등한 위치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며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는 게임처럼, 블라스트 씨어리는 관객을 수동적인 태도에서 끌어내어 작품과 동등한 참여자로 변화시킨다. 이런 정치적이고 미학적인 구도로 관객과 작품의 상호적인 관계를 넘어서는 시도를 보여준다.


▲블라스트 씨어리, ‘2097: 우리는 스스로를 끝냈다’. 5개의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총 18분. 2017.(사진=백남준아트센터)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총 7점의 작품 중 ‘앞을 향한 나의 관점’은 2017년 런던 박물관 커미션으로 제작됐다. 한국에서 촬영한 풍경을 담은 영상을 추가해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이 작품은 관객에게 자신의 삶을 객관화해 천천히 관찰하며 미래에 대해 성찰해보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소리 내는 기회를 준다.


미래에 대한 상상은 ‘2097: 우리는 스스로를 끝냈다’를 통해 구체화되고 확장된다. 이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80년 후, 즉 2097의 미래를 보여준다. 5개의 단편 영화로 구성된 작품에서 일상의 풍경은 미래의 어느 날 공상과학 소설의 일부가 된 것 같은 모습으로 우리 앞에 제시된다. 이 작품은 ‘막연히 상상하는 미래에 우리가 기술적 결정력과 회복력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2013년 일본의 아이치에서 제작된 작품 ‘내가 평생 동안 할 일’은 물에 잠겨있던 폐선을 한 공원으로 옮기는 과정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되돌릴 수 없는 지구적 재앙에 맞서는 불특정한 여러 사람들의 참여와 연대의 의지가 폐선을 밀어서 옮기는 노동이자 퍼포먼스로 드러난다. 이 작품은 2011년 일본에서 있었던 쓰나미와 상처, 그리고 이로 인해 망가진 공동체를 회복시키기 위한 여러 보이지 않는 노력들을 담아낸 은유적인 작품이다. 이 외에도 작품의 중심에서 관객의 참여가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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