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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와 기업 ③] 롯데백 ‘평창 롱패딩 대박', SNS가 띄우고 SNS가 현장정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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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4호 윤지원⁄ 2017.12.01 16:31:55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의 야경. (사진 = 연합뉴스)


롯데백화점이 2017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제작한 방한용 ‘구스롱다운점퍼’, 일명 ‘평창 롱패딩’ 3만 벌이 11월 30일 마지막 물량 판매를 끝으로 ‘완판’(완전 판매를 뜻하는 신조어)됐다. 평범한 완판이 아니었다. 판매일 전날 저녁부터 백화점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중고시장에서 정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등 대란(大亂)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였다. 평창 롱패딩 관련 뉴스는 네이버 랭킹뉴스 경제부문에서 11월 18~24일 사이 주간 클릭 1, 2위에 올랐다. 재벌 총수 아들이 만취해서 변호사를 폭행한 뉴스보다 더 관심을 끈 것이다. 그리고 이 엄청난 파급력의 배경에는 SNS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있었다.


▲11월 22일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는 평창 롱패딩 재입고 물량 1천 벌을 선착순 구매하기 위해 개점 전부터 2천 명 이상의 고객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사진 = 연합뉴스)


I. 붐을 넘어선 대란

평창 롱패딩은 제품이 출시된 10월 26일부터 처음 열흘 정도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11월 10일 전후로 갑자기 판매가 급격히 늘더니 온라인 스토어에서 먼저 전량 품절되고, 오프라인 매장인 롯데백화점 전국 지점의 팝업스토어의 재고도 15일 전후로 대부분 품절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11월 16일까지 온라인 스토어와 오프라인 매장에서 1만 7천여 벌이 팔렸다. 지점 한 곳에서 하루 500통이 넘는 문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추가 물량도 재입고되는 족족 팔려나갔다.

11월 19일 남은 물량은 아동용을 포함해 7천 벌 뿐이었다. 일부 색상과 사이즈는 남은 물량이 없었다. 롯데백화점은 이 잔여 물량을 11월 22일부터 일부 지점에 돌아가며 공급, 판매하겠다며 잔여 수량과 행사 지점, 일정 등을 공지했다. 지점별로 수백 벌~1천 벌 정도씩 잔여 물량이 배정됐다.

11월 22일,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이날 배정 물량 중 가장 많은 1천 벌을 개점 뒤 선착순 판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점 시간 전 백화점 앞에 줄을 선 고객은 2천 명이 훨씬 넘었다. 대기 번호표 1번을 받은 고객은 전날 폐점 시간부터 기다렸다. 개점 전에 이미 대기자가 넘쳐서 포기하고 돌아간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이런 일이 23일, 24일, 26일, 30일 등 재입고가 예고되는 날마다 해당 지점에서 반복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조차 “백화점이 생긴 이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평창 롱패딩 때문에 “경찰까지 출동했다”는 뉴스도 많았다. 새치기 시비가 비일비재했던 것은 물론이고 수백~수천 명이 한꺼번에 몰려들다 보니 안전사고에 따른 인명피해가 우려될 정도였다. 롯데백화점 어느 지점에서는 개점과 동시에 뒤에 있던 수십 명이 한꺼번에 앞으로 뛰어드는 바람에 질서가 무너지면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최근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방송국이나 공연장에 출근할 때 롱패딩을 입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사진 = 구글 이미지 검색창 캡처)


II. 평창 롱패딩이 도대체 뭐길래?

평창 롱패딩은 잘 팔릴 요소를 충분히 갖춘 아이템이지만, 이처럼 대란으로 번질 정도의 매력이 무엇인지는 한두 가지 요소로 쉽게 설명되기 어렵다.

'아이돌 출근복'이 SNS 통해 유행

롱패딩이라는 아이템 자체가 이미 유행하고 있었다. 특히 최근 10대~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롱패딩은 일반 롱코트 길이의 기존 롱패딩보다 10~20cm 더 길어져 종아리 중간까지 덮는다. 길고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이 옷은 운동선수에게 실용적이다. 활동성은 떨어지지만, 얇은 유니폼 위에 입으면 체온을 유지하는 데 제격이기 때문이다. 주로 축구나 농구 경기 중 벤치의 대기 선수가 교체될 때를 기다리며 입는다. 그래서 '벤치 파카'라고도 부른다.

똑같이 실용적인 이유로 연예인들도 많이 입는다. 촬영대기 시간이 긴 배우들이나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기다려야 하는 가수들에게는, 얇은 의상 위에 입고 있다가 자기 차례에 얼른 벗을 수 있는 롱패딩이 유용하다. 특히 스케줄이 바쁜 요즘의 아이돌 그룹은 온종일 공연장~행사장~방송국을 옮겨 다닐 때 의상 위에 롱패딩을 걸친다. 그날 의상 콘셉트를 감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서 그런지 거의 모든 아이돌 그룹이 즐겨 입고 있다.

아이돌 팬들은 방송국이나 공연장 앞에서 좋아하는 아이돌의 출근하는 모습을 스마트폰이나 DSLR로 찍어, 이를 SNS로 자랑한다. 연예 관련 매체들도 매번 이런 사진을 찍어 보도한다. 아이돌 공항 패션처럼 방송국 출근 복장도 이렇게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롱패딩 유행도 아이돌 전성시대와 궤를 같이한 셈이다.

롱패딩이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필수 아이템이 된 것은 친구들이 입으면 나도 입어야 안심이 되는 또래 집단의 심리 특징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10여 년 전 노스페이스 패딩 점퍼가 유행했을 때도 안 입으면 왕따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유행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었다. 최근의 롱패딩 유행도 비슷한 양상으로 보이는데, 다만 현실에서의 왕따에 대한 두려움보다 SNS에서의 답글, '좋아요' 수, 팔로워 등에 대한 집착으로 옮겨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블로그 및 SNS 등에 올라온 "평창 롱패딩을 구매해보니 가성비가 좋더라"는 구매후기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번 품귀 현상의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평창 롱패딩 구매 성공 인증샷.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블로그 구매 후기로 알려진 가성비

거위털 및 오리털로 된 다운 패딩은 굳이 롱패딩이 아니어도 고가의 제품이다. 충전재 가격도 비싸지만, 그 충전재가 빠지거나 젖는 것을 방지하는 마감 공정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기 브랜드의 다운 롱패딩 제품은 대부분 30만 원 이상이고, 50만 원을 넘기는 제품도 많다. 학부모 사이에서 롱패딩이 제2의 '등골 브레이커'로 통하는 이유다.

그런데 평창 롱패딩은 거위털 80%, 오리털 20%로 속을 채우고도 14만 9천 원에 판매됐다. 그리고 이처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 인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겉감의 품질이나 마감 상태가 고가 브랜드 제품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가격에 비하면 충분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별로 없어 보인다.

본격 대란에 앞서 평창 롱패딩을 구매한 사람들이 SNS에 올린 후기는 평창 롱패딩의 가성비에 더 관심을 쏠리게 했다. 수제잼, 방향초, 비누 등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이를 자신의 블로그로 홍보하는 한 블로거는 남편이 득템해 온 평창 롱패딩 구매 후기를 11월 15일 포스팅했다가 하루 17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오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이 블로그는 포스팅마다 대개 5~10개의 댓글이 달리는데, 해당 구매 후기 아래에는 90여 개 댓글이 달려 있었다. 댓글은 주로 "어디에나 품절이라던데 어디서 구매하셨느냐"는 질문이었다. 이 블로그가 온라인 스토어처럼 꾸며져 있다 보니 해당 의류도 취급하는 것으로 착각한 사람들의 질문도 많았다. 그러나 해당 제품의 가성비에 대한 만족도에 주목하는 방문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평창 롱패딩의 가성비는 낮은 마진율 때문이기도 하지만, SPA 브랜드 패션의 기획, 제작 및 유통에 오랜 노하우를 가진 신성통상이 생산 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기에 가능했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기획해 의뢰한 제작 일정이 조금만 더 넉넉했으면 생산 원가를 더 낮출 수도 있었다"고 했다.

▲노스페이스 브랜드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국가대표용 공식 후원 롱패딩. (사진 = 평창동계올림픽 온라인스토어)


2002년 붉은 악마 티셔츠 생각나네

그런데 가성비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평창 롱패딩의 폭발적인 인기를 설명하기는 여전히 부족하다. 유명 브랜드도 아니고 심지어 평창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공식 제품도 아니다. 평창 올림픽 공식 롱패딩으로는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 제품이 따로 있다. 반면 난리를 빚은 롱패딩은 평창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롯데쇼핑이 기념상품으로 기획·제작해 파는 백화점 기획 상품에 가깝다.

뛰어난 마케팅 덕도 아니다. 평창 올림픽 관련 상품은 롱패딩 말고도 800여 종이나 된다. 롯데쇼핑이 평창 롱패딩에 대해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대적으로 광고를 한 것도 아니다. 경품이나 할인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없었으며 '코리아 세일 페스타'나 '블랙프라이데이'를 위한 파격 할인 제품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평창 롱패딩은 '제2의 비더레즈(Be the Reds: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악마의 응원용 티셔츠)'나 '패딩계의 허니버터칩'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품질과 저렴함 외에 다른 인기 요인이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NRG가 '드림콘서트 in 평창' 공연 당시 입어 화제가 된 롱패딩은 롯데쇼핑의 평창 롱패딩이 아니라 얀13이라는 소규모 브랜드의 제품이었다. 이 제품은 소재가 다를 뿐 아니라, 지퍼 부분이 검은 색으로 처리된 것 등 디자인도 차이가 난다. (사진 = 힙합퍼 쇼핑몰 웹페이지 캡처)


III. 팬덤과 SNS가 만든 명장면과 완판 신화

평창 롱패딩을 만든 것은 롯데쇼핑과 신성통상이지만, 좋은 제품을 붐으로 이끈 것은 소비자와 SNS다.

처음에 온라인스토어에서 하루 100~200벌 정도 팔리는 게 고작이던 평창 롱패딩은 11월 4일과 11월 10일을 기준으로 두 차례에 걸쳐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4일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올림픽플라자에서 G-100일을 기념하는 '2017 드림콘서트 in 평창'이 공연된 날이고, 10일은 KBS1에서 이 콘서트가 방영된 날이다.

이날 드림콘서트 무대를 꾸민 23개 팀은 대부분 아이돌 그룹이었다. 솔로 가수는 백지영과 선미와 에일리뿐이었고, DJ DOC가 유일한 힙합 팀이었다. 그리고 지난 10월 28일 12년 만에 신곡을 발표하고 3인조로 복귀한 1세대 아이돌 NRG(이성진, 천명훈, 노유민)가 오랜만에 무대에 올랐다.

밤 10시에 끝난 이날 공연의 마지막 무대는 출연진 전원이 함께 부르는 '올림픽 성공개최 응원곡'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그 주말 내내 이어진 반짝 추위가 시작된 날이었다. 마지막 무대에 모인 많은 가수가 몸을 웅크린 채 소극적으로 노래했다. 특히 선미와 EXID를 비롯한 여자 가수들 대부분이 추위를 막기에 역부족인 무대의상 차림이었다. 당일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은 "객석에서 파카를 입고 담요까지 덮고 있었는데도 추위에 떨었다"며 "무대 위에 선 가수들이 불쌍해 보였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밝혔다.

▲11월 4일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G-100 기념 '드림콘서트 in 평창' 마지막 무대에서 추위에 또는 선미(앞쪽)에게 다가간 EXID 하니가 자신이 입고 있던 롱패딩 안으로 선미를 끌어넣는 장면.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추워 보여서 같이 입은 것 뿐인데

그런데 NRG의 세 멤버는 이 마지막 무대에 흰 롱패딩을 입고 올라왔다. 이 롱패딩은 '얀13'이라는 국내 소규모 패션 브랜드가 협찬한 것으로, 롯데쇼핑의 평창 롱패딩은 아니었다. NRG 멤버들은 공연 전 포토월 행사에서도 이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NRG와 EXID 사이에 서 있던 백지영이 NRG 멤버들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그러자 NRG 멤버들이 입고 있던 롱패딩을 벗어 옆에서 떨고 있던 EXID 멤버들에게 걸쳐줬다. EXID는 처음엔 사양했지만, 백지영도 나서 권유하자 선배들의 배려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EXID 멤버 하니는 옷을 받아 걸치자마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떨면서 노래하던 선미의 등 뒤로 다가갔고, 그녀를 자기 품 안으로 들어오게 하여 롱패딩을 나눠 입었다. 선후배 가수들의 배려와 우정이 훈훈하게 느껴질 만한 장면이었다.

6일 뒤 KBS1에서 내보낸 방송에서는 이 곡에서 다른 화면을 내보내 무대 위의 모습이 방송되지 않았다. 대신, 공연 당일 객석에 있던 팬들은 각종 온라인 게시판과 SNS에 공연 관람 후기를 올리며 이 훈훈한 순간을 칭송했다. 팬들이 찍은 '직찍'(직쩝 찍은) 사진과 '직캠'(직접 찍은 카메라) 영상도 많이 퍼졌고, 특히 이 순간을 따로 캡처한 사진이 '하니와 선미의 친목질'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친목질: 온라인상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 친목 도모라는 핑계로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로, 본래 부정적인 의미였으나 최근에는 단순히 '친하게 지내는 모습' 정도의 의미로도 많이 쓰인다)

▲고객들이 롯데백화점에 추가 입고된 평창 롱패딩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천송이 코트가 별건가? 팬들이 주목하면 뜬다

이 게시물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고, SNS를 통해 퍼졌다. 청소년 팬들은 이 장면에 다양한 반응을 보였는데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원더걸스 멤버였던 선미가 하니보다 수년 먼저 데뷔한 선배지만 사실 1992년생 동갑내기이며 과거 JYP에서 함께 연습생 시절을 보내 친한 사이였다는 사실이 새삼 언급되며 둘의 우정이 크게 부각되었다. 걸 그룹들의 인기 비결을 요약하는 유행어인 "이쁜 애 옆에 이쁜 애"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는 감탄도 이어졌다. 

평소 털털한 성격으로 유명한 하니가, 소녀 콘셉트의 선미를 백허그하는 모습에 '심쿵'했다는, 사춘기 청소년 특유의 로맨틱한 감상이 주목할 만했다. 공연 피날레 무대에 날리는 꽃가루, 폭신한 구름 같은 흰 롱패딩, 그 안에 연보라색 머리의 미소년 풍의 미소녀와 여리여리한 웨이브 머리 미소녀가 꼭 끌어안은 모습이 순정만화의 한 장면 같다는 코멘트도 비슷한 맥락의 감상이었다. 반짝 추위와 우연한 배려가 겹친 장면이 팬들의 해석에 의해 로맨틱한 한류 드라마 못지않은 명장면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게시물에는 "패딩 하나에 두 명이 쑥 들어가는 게 신기하다", "지퍼까지 잠긴 것 실화냐"며 해당 롱패딩에 관심을 보이는 댓글도 많이 달렸다. 정작 NRG가 건네준 흰 롱패딩은 다른 브랜드의 제품이었지만, 팬들이 검색에 사용한 단어는 '평창'과 '롱패딩'이었다. 올림픽 관련 제품이던 롯데쇼핑의 제품이 검색에 걸렸고, 마침 해당 제품의 사진 광고에서는 신민아가 흰색 롱패딩을 입고 있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입었던 천송이 코트의 완판 신화가 재현되는 조짐은 이렇게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뜨겁게 불붙은 인기에 본격적으로 기름을 부은 것은 '3만 벌 한정 생산'이라는 문구였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계절 의류 3만 벌은 적은 수량이 아니다. 롯데쇼핑도 애초에 올해가 지나고, 내년 올림픽 기간이 지난 뒤에도 판매될 것을 기대하고 제작한 물량이다. 평창 올림픽을 직접 언급하는 엠블럼이나 문구 대신 'Passion Connected'(하나 된 열정)라는 슬로건만 새긴 것도 특정 이벤트와 무관하게 오랜 시간 입을 수 있는 제품으로 기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눈에는 '한정 생산'이라는 말이 더욱 유혹적으로 보였나 보다. 게다가 물량 부족 사태가 이어지며 청와대 게시판에 추가 생산 청원이 올라갈 정도였음에도 "추가 제작 계획이 없다"는 롯데쇼핑 및 신성통상의 입장이 알려지니, 한정판이라는 희귀성은 더욱 부각됐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게시물. 11월 26일 평창 롱패딩 재입고 및 판매를 앞두고 대기 고객들을 통제하던 롯데백화점 잠실점 직원에게 한 고객이 수고한다며 메모와 함께 건네준 커피를 인증했다. (사진 = 인스타그램)


IV. SNS로 시작된 열기, 해결도 SNS로

새벽부터 2천 명이 넘는 고객이 줄을 서는 것을 처음 경험한 롯데백화점은 난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처법은 어떤 직원 교육 매뉴얼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롯데백화점 측은 할 일이 많았다. 다른 매장에 피해가 안 가도록 줄 서는 구역을 통제하고, 줄서기 용 가이드 펜스를 마련하고, 번호표를 나눠주고, 남은 물품의 색상별 사이즈별 재고 현황을 안내하고, 질서와 안전을 촉구하고, 일찍 와서 오래 기다린 고객들을 위로하기 위해 핫팩과 따뜻한 음료 등을 제공하고, 뒤늦게 줄 선 1천 명에게는 먼저 온 1천 명의 고객이 있으니 기다려도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없음을 알려 귀가를 권유했다. 그런 사실을 믿을 수 없는 1천 명이 물어보면 1천 번 똑같은 대답을 해야 했고, 불만만 남았을 고객들을 위로하기 위해 다시 핫팩과 따뜻한 음료 등을 제공해야 했다. 그리고 저녁 여덟시면 다시 줄이 늘어서니 밤새도록 같은 일이 반복돼야 했다.

21일 밤 갑자기 벌어진 이런 사태를 백화점 측이 미리 예감하고, 당일치기 임시 아르바이트생을 미리 채용해서 철저히 교육해뒀다면, 상황을 수월히 넘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도대체 누가 예상할 수 있었겠나?

이런 롯데백화점의 고민과, 전국 수천 명의 구매 희망 고객의 문제를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해결해준 것은 다름 아닌 SNS였다. 롯데백화점은 지점마다 전용 SNS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많은 지점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유하고 있고, 평소에 이를 행사 물품 홍보용으로 활용해오고 있었다. 기존의 팔로워, '좋아요' 수, 댓글 등은 모두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아주 유용하게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11월 22일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은 평창 롱패딩 판매 일정 및 번호표 배부시간, 대기 및 구매 장소 등을 안내하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올렸다. (사진 =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을 고객과의 집단 소통의 장으로 활용

다음 물량 재입고 및 판매일은 11월 XX일이며 어느 지점에서 몇백 벌씩 판매하겠다는 공지가 롯데백화점 메인 홈페이지에 올라오면, 해당 지점의 인스타그램이 이 공지를 퍼 나른다. 그리고 해당 게시물 아래 #평창롱패딩 #롯데백화점잠실점 등 관련된 해시태그를 최대한 달아둔다. 그리고 지점별로 필요한 별도의 공지 역시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플랫폼에서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해당 단어의 해시태그가 포함된 게시물들이 일괄적으로 검색된다. 평창 롱패딩의 재입고와 판매 일정을 궁금해하던 구매 희망 고객은 검색을 통해 간단히 해당 롯데백화점 지점의 해당 게시물을 찾아갈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궁금한 사항을 게시물 아래 댓글로 묻는다. 대기 장소는 어디인지, 번호표는 몇 시부터 나눠주는지, 현재 시각, 얼마나 많은 사람이 줄 서 있는지 등등. 이처럼 여러 고객이 제각각 물어보는 질문들이 해당 게시물 아래 모인다. 백화점 측에서는 수많은 고객에 대한 응대를 한 개 채널에서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목이 아프도록 큰소리를 지르거나 확성기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그뿐 아니라, 백화점 담당자가 직접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해당 게시물 아래에서 다른 고객이 대신 대답을 해주기도 한다. 자신이 특정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거나 댓글을 달았던 적이 있는 이용자는, 다른 이용자가 그 게시물에 댓글을 달 경우 즉시 스마트 기기로 그 사실을 알림 받게 된다. 해당 게시물은, 이제껏 서로 인연이 없던 이용자들의 채팅 공간이 되는 것이다. 한 이용자가 새벽 여섯 시에 "지금 몇 명 정도 기다리고 있나요?"라고 질문한다. 그러면 다른 이용자가 "저는 네 시쯤 왔는데, 제 앞으로 2백 분 정도 있었고, 지금은 제 뒤로도 2백 분 정도 더 오셨다고 하네요"라고 대답한다. 이 게시물을 검색하던 또 다른 이용자가 이 대화를 읽고 "전 여덟 시쯤 가려고 했는데 포기해야겠군요"라고 댓글을 단다. 또한, "어제 검은색 M사이즈 구매했는데 흰색 L사이즈 원합니다. 교환하실 분 계세요?"와 같은 댓글이 달리면서 고객들 간에 거래가 이루어지는 현장이 되기도 한다.

롯데백화점의 각 지점은 11월 22일 이후 평창 롱패딩에 관한 새로운 공지를 할 때마다 인스타그램을 적극 이용했고, 고객들도 많은 댓글을 통해 맞춤형 정보 교환의 장으로 이를 활용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본사의 방침이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각 지점 담당자들이 한꺼번에 찾아온 많은 고객을 효과적으로 응대하고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했고, 그 결과 자신들이 운영하는 SNS를 자연스럽게 활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효과가 좋았기 때문에 이후에도 계속 자발적인 방식으로 SNS를 활용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바야흐로 기업SNS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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