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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카드3사 개인정보 유출사건 ‘그 후’

고개 숙였던 그들이 법정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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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5호 이성호 기자⁄ 2017.12.11 10:34:51

▲지난 2014년 1월 20일 금융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당시 카드 3사 관계자들이 사과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카드 3사(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의 고객정보 대량 유출사건이 발생한 지 4년이 다됐지만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건으로 카드사들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공분을 샀지만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집단소송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약 1억 건의 고객정보가 새어 나간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은 지난 2014년 1월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검찰(창원지검)은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3개 카드사의 개인정보가 외부 파견직원(신용정보조회회사 KCB 소속)을 통해 2012년 12월~2013년 12월 사이에 대거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카드사 별로는 KB카드 약 5300만 건,  NH카드 약 2500만 건, 롯데카드 약 2600만 건이었다. 유출정보는 성명·주민번호 등을 포함해 여권번호,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직장, 결혼여부, 자가용보유여부, 카드발급정보, 카드번호, 유효기간, 결제계좌, 신용한도금액, 이용실적, 연소득, 연체금액, 타사카드 보유현황 등이었다.

고객들은 경악했고 해당 카드사들은 고개를 숙이며 연신 사과를 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보상대책은 없었다. 이에 분노한 소비자들은 피해배상을 요구하며 개별적으로 소송을 걸거나 소비자·시민단체를 통해 공동소송을 진행했다. (관련기사: [뉴스텔링] 카드3사 개인정보 유출사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 결과 법원에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유출된 성명·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주소 등의 정보들은 개개인을 식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이를 이용한 2차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특히 개인정보가 유출됨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고통은 해당 정보 주체의 의사에 반해 제3자에게 열람됐다는 것 자체, 또는 과거에 열람됐거나 미래에 열람될지 모른다는 염려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인정했다. 개인정보는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카드사들이 항소하면서 현재까지 손해배상을 받은 피해자는 전무하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 금융국장은 CNB에 “카드3사 개인정보 유출사건과 관련해 1심법원은 1인당 거의 10만원, 드물게는 50만원의 배상판결 내렸지만, 카드사들은 이에 불복해 항소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소연에서도 1만 여명의 피해자들과 함께 공동소송을 진행 중인데 항소심까지 가게 되다 보니 포기하고 소제기를 중단한 분들도 더러 생기고 있다”며 “명백히 기업의 잘못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은 상황인 만큼 2심으로 끌고 가지 말고 승복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드사들이 항소한 이유는 1심에 따라 순순히 보상을 해주면 선례를 남기게 되고 차후 비슷한 사건에 대한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재판을 최대한 끌고 나가다보면 결국 소멸시효(3년)가 완성돼 자연스레 잠재적 소송인들이 차단되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카드3사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대한 소멸시효는 올해 1월에 완성돼 청구권이 사라져 더 이상 추가로 소를 제기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처럼 기업의 잘못 및 반사회적·비윤리적인 행위로 인해 다수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구제 받기는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각 개인별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시간적·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따르는데다가 피해도 본인 스스로 입증해야 함은 물론 거대 로펌으로 무장한 기업들과 지리한 법적다툼에 시달려야 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달 30일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비자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 이성호 기자

반면, 기업들은 리스크가 크지 않다. 설사 재판에서 지더라도 소송을 건 사람에게만 피해액을 물어 주면 되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건이라 할지라도 소송을 걸지 않은 나머지 대다수 소비자들에게는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전체적인 배상을 미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송악용·기업활동위축 우려도 

사정이 이러다보니 소비자·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집단소송제란 A라는 피해자가 가해자(기업)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그 손해를 인정받으면, 동일한 피해자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그 판결로 인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캐나다·일본·스웨덴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집단소송제를 운용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005년부터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특정분야에 한정돼 있어 전체 소비자 분야로 확대·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 수년간 수차례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쟁점법안들에게 밀려 뒷전이 되고 있다.  2004년 집단소송등에관한법률안(최재천 의원 대표) 등 17대 국회에서 5개안, 18대 국회 4개안, 19대 국회에서는 무려 17개안이 올라왔지만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 채 모두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11월 30일 경실련과 백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비롯해 모두 6개의 관련법이 계류 중이다.

이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달 30일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비자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CNB에 “소비자 집단소송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초안은 이미 마련했고 충분한 의견수렴과 검토 작업을 거쳐 조만간 최종 마무리되는 데로 국회에 입법 발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실련 측에서는 집단소송법이야 말로 소비자 주권을 지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도입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소송경제 및 권리구제의 용이성, 불법행위의 반복 억제 및 예방 효과, 부정 기업의 퇴출 등 장기적인 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이 장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100대 국정과제에 ‘2018년에 소비자 분야 집단소송제 도입’을 포함시킴에 따라 기대감은 그 여느 때 보다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부각되고 있다. 국회 법사위에 따르면 남소로 인한 기업들의 부담 증가, 대외신인도가 저하되는 등 기업들의 대외경쟁력 약화,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 등이 우려되고 있어 추후 법안 심의 과정을 통해 어떻게 매듭을 짓게 될지에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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