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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사이트 ③] ‘백척간두’ 금호타이어, 새해엔 활로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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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7호 정의식⁄ 2017.12.22 14:07:36

▲지난 4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조합원들은 금호타이어 매각 중단 상경 투쟁 기자회견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시 전 구성원에 대한 고용 보장, 매각 이후에도 국내 공장의 물량을 감소하지 않을 것, 독립체제로 경영할 것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사진 = 연합뉴스)


중국 더블스타와의 매각 협상 결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포기, SK그룹의 인수 제안과 취소, 노조와 사측의 끝없는 갈등 등 2017년 금호타이어는 출구 없는 미로 속을 맴돌았다. 여러 이해관계자의 소모적인 이전투구 속에 기업 경쟁력은 급전직하했고 주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채권단은 실사보고서에 근거해 조만간 현행 자율협약을 유지할지 워크아웃을 포함한 ‘P플랜’에 돌입할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사보고서 공개 일정이 연기되며 금호타이어의 미래는 여전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막다른 절벽으로 내몰린 금호타이어는 과연 내년에 회생의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까?

상처만 남긴 더블스타 매각 협상

지난 1월 KDB산업은행과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 타이어기업 더블스타를 선정했을 당시부터 금호타이어 매각이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금호타이어 임직원은 물론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역 주민, 시민단체를 비롯한 정치권 등 채권단을 제외한 이해관계자 그 누구도 중국기업으로의 매각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상하이차의 ‘쌍용차 먹튀’ 사례가 재연될 것을 우려한 노조 측은 △고용 보장 국내 설비 투자 먹튀 방지 장치 등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키웠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 상표권을 교묘히 활용해 결과적으로 채권단과 더블스타의 협상을 지연시켰고, 지역 민심도 외국 기업 배제와 향토 기업 존속을 요구했다.

▲지난 8월 3일 광주지점에서 금호타이어 해외 부실매각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 유근기 곡성군수,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과 곡성군 20여개 사회단체 회원 등 300여 명이 참여했다. (사진 = 연합뉴스)


더블스타 측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매각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금호타이어의 실적이 급락하자 더블스타 측은 인수 가격을 깍아달라며 채권단에 재협상을 요구했고 결국 지난 9월 채권단은 더블스타와의 매각 협상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덕분에 박삼구 회장에게 다시 한번 금호타이어 인수의 기회가 돌아왔다. 박 회장은 채권단에 ▲중국 공장 인적분할 후 지분 70% 매각(4000억 원) ▲사모펀드 방식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2000억 원) ▲대우건설 보유지분 4.4% 매각(1300억 원) ▲인건비 감축(연간 100억 원) 등을 골자로 한 7300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는 채권단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박 회장은 9월 말을 기해 금호타이어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모두 포기하게 됐다.

원점에서 새로운 활로 모색

9월 29일 채권단과 금호타이어는 다시 자율협약을 맺고 원점에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KDB산업은행의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한 이동걸 회장은 금호타이어의 꼬인 실타래를 풀어낼 해법으로 “외부 전문기관의 경영실사로 중장기적 생존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일자리 역시 최대한 유지하겠다”며 “이를 위해서는 이해당사자들의 협조와 정상화 노력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의 재인수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11월 28일 기자회견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재인수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후 삼일회계법인이 10월부터 2개월 가량 금호타이어에 대한 실사 작업을 벌였다. 생산원가구조와 자금수지, 미래손익전망 등 경영과 재무 전반을 들여다봤다. 박삼구 회장의 용퇴에 따라 김종호 전 금호타이어 사장이 새로운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고, 더블스타 매각의 장애 요인이었던 ‘금호’ 상표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소유권자인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으로부터 상표권 영구 사용을 허용한다는 확답도 받았다.

하지만 2개월이 지난 12월에 이르러 실사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호타이어의 주가가 급락했다. 12월 8일 금호타이어 주가는 3385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52주 신저가를 갱신한 것이다. 

실사보고서의 결론은 금호타이어의 부실이 예상보다 심각해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느슨한 구조조정 방식인 자율협약보다 한 단계 강도 높은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 초단기 법정관리) 돌입이 유력시된다. P플랜은 채권은행 중심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법원 주도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결합한 구조조정 방식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에 여신충당금을 추가로 1조 원 가량 더 쌓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근로자에게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인력 감축 및 임금 재조정 등을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노조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SK

이런 상황에서 12월 15일 SK그룹이 금호타이어의 인수자로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SK그룹이 채권단에 7000억 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것. 막강한 현금 동원력과 SK하이닉스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회생시킴으로써 경영능력을 입증한 최태원 SK 회장의 인수 제안에 상당수 임직원과 주주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으나 채권단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산은은 “SK그룹이 문서로 공식 제안한 것은 아니고 간접적으로 의견을 전달했으나 유의미한 제안으로 판단하지 않아 정식으로 논의할 계획은 없다”고 대응했고, SK 역시 “현재 금호타이어의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하루 만에 SK의 인수 제안은 없었던 일로 치부됐다. 

▲지난 11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17 베이징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 연합뉴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SK그룹의 인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채권단이 SK의 제안을 좀더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기업이고 많은 현금을 보유했으며 이미 SK하이닉스를 성공시킨 사례도 있는 SK그룹은 금호타이어 입장에서는 최적의 인수자라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인수 계획을 공식 부인했음에도 최근 최태원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자사와 금호타이어의 사업 시너지가 있다고 밝히는 등 인수 의향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는 자동차 정비 프랜차이즈인 스피드메이트 전국 서비스망을 보유한 회사로 최근에는 타이어도 판매하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다만 SK그룹이 제안한 유상증자 방식 역시 기존 주식의 감자와 출자전환 등이 필요한데 이 역시 채권단 입장에서는 이미 4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추가 자금을 지원하는 꼴이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어떤 방안을 선택해도 채권단 측은 추가 자금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채권단은 최종 결단을 조금 연기하기로 결론내렸다. 22일 산은은 채권단 관계 임원을 소집해 금호타이어에 대한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자는 금호타이어 매각을 위해 채권 만기를 1개월 연장하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채권단은 SK그룹, 더블스타 등 다양한 대상과 인수조건을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금호타이어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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