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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8 리포트 ① TV 맞대결] 삼성 "146인치 절대크기" vs LG "둘둘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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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0호 윤지원⁄ 2018.01.12 17:07:20

▲LG전자가 CES 2018에서 전시장 입구에 곡면 55형 올레드 246장으로 초대형 올레드 협곡을 설치했다. (사진 = LG전자)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자 가전 전시회인 'CES 2018'(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이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펼쳐졌다. 올해 CES 2018는 스마트시티(Smart City)라는 개념을 핵심 아젠다로 삼았으며, 세계 150여 개 국가의 3900여 기업이 저마다 혁신을 부르짖으며 다양한 신기술과 제품들을 선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LG·현대자동차 등을 포함 170여 개 업체가 참여했다. CES 2018에 소개된 다양한 최신 트렌드와 혁신 동향을 살펴보고, 분야별로 국내 기업의 현주소를 점검해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TV는 "역시 명불허전" 삼성-LG 맞대결 

CES에 구글, 아마존이 참가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또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동차들이 전시되는 것이 생소한 전시회였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CES는 TV 회사들의 축제처럼 여겨졌다. 

세계 TV 시장은 점점 대형화, 고급화되는 추세다. LCD(액정 디스플레이)의 한계가 뚜렷해진 가운데 세계 TV 시장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QLED(퀀텀닷 발광다이오드)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앞세운 차세대 TV 주도권 대결을 펼쳐왔다. 이번 CES2018도 역시 이 두 회사의 자존심 대결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혁신이랄 정도의 아주 새로운 것은 없었지만, 두 기업이 보여준 성취는 역시 볼만했다. 더욱 커진 TV와 더 휘어지는 TV의 등장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또한, 아직 4K(3840 x 2160) 해상도의 TV 시장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도 전인데 이들은 벌써 8K(7680 x 4320) TV를 선보였다.

▲CES 2018 개막을 이틀 앞둔 7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엔클레이브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퍼스트 룩 2018(Samsung First Look 2018)' 행사에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인 한종희 사장이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용한 146형 모듈러(Modular) TV인 '더 월(The Wall)'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①삼성전자 초대형 TV '더 월'

이번 CES2018에서 TV의 '크기'만으로 평가를 내린다면 챔피언은 단연 삼성전자다. 시장에서는 75인치 이상이면 초대형 TV로 분류한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이번에 무려 146인치짜리 TV '더 월'(The Wall)을 선보였다. 이번에 LG디스플레이가 선보인 8K TV는 88인치이고, 기존 최대 크기의 LG OLED TV는 77인치였다. 이들 TV를 단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화면 크기로만 본다면 '더 월'은 압도적이다.

'더 월'이 이렇게 파격적인 화면 크기를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은 일체형인 패널 방식이 아니라 모듈러(Modular-조립식) 구조로 된 TV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더 월'이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LED' 기술을 적용해 크기·해상도·형태에 제약이 없는 신개념의 모듈러 TV라고 소개했다.

마이크로LED 기술이란, 그 자체가 광원이 되는 LED를 마이크로미터(µm) 단위의 초소형으로 만들고, 이를 촘촘하게 배열해서 각각의 픽셀을 표현하는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LCD나 OLED 등은 패널 형태로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크기를 키울수록 제조 공정도 어려워지고 비용도 많이 든다. 하지만 마이크로LED는 각각의 픽셀이 모두 개별적으로 빛을 내기 때문에 백라이트는 물론 컬러필터도 필요 없이 필요한 크기만큼 원하는 형태대로 배열하기만 하면 된다. 

영상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마이크로LED 기술은 LG도 내부적으로 연구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애플, 소니, 재팬디스플레이(JDI) 등도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다만 미세한 크기의 광원을 수천만 개 옮겨 심어야 하는 이른바 '전사' 공정의 생산 시간, 생산 비용이 상당하고, 부품 가격도 높다는 것이 상용화에 걸림돌이 된다. 

▲한 관람객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삼성전자의 마이크로LED TV '더 월'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따라서 삼성전자가 이번에 선보인 '더 월'은 상용화 단계에 앞선 시제품에 가깝다. 앞으로도 삼성전자는 한동안 대량생산이 아닌 주문제작 방식으로 '더 월'을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TV가 이렇게까지 커지는 이유는 대형 TV만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TV 시장은 포화상태에 도달한 지 오래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마켓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글로벌 TV 시장은 연간 2억 2천만 대 수준에서 판매량이 정체해 있다. 하지만 75인치 이상 초대형 TV는 지난해 115만여 대, 올해 약 170만 대, 2020년 338만 대로 매년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UHD급 고화질 콘텐츠 공급이 아직 원활하지 않아도, 글로벌 소비자의 대형 TV 선호 현상이 뚜렷한 것이다. 삼성과 LG뿐 아니라 소니, TLC 등 세계적인 TV 제조사들이 모두 65인치 이상 대형 TV에 사활을 걸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LG전자의 OLED 협곡. (사진 = LG전자)


② LG: 두루마리 OLED로 만든 협곡

라이벌이 사이즈의 한계를 실험하는 동안 LG는 형태의 한계를 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LG디스플레이는 55인치 및 65인치 크기의 롤러블(Rollable) OLED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말 그대로 화면을 보지 않을 때는 둘둘 말아서 숨겨놓을 수 있고, 용도에 따라 사용자가 원하는 크기 및 비율로 펼쳐서 사용할 수 있다. OLED는 LCD패널과 달리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서 얇고 구부리기가 쉽다는 점을 활용한 혁신이다.

OLED는 베젤도 좌우 15mm, 상하 17mm로 얇아서 여러 장 이어 붙여 큰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때도 몰입감에 크게 지장이 없다. 이처럼 여러 장 이어붙이고, 구부릴 수 있는 특징을 활용해 대형 구조물을 만들 수도 있다. 삼성의 '더 월'이 한 대의 TV 디스플레이로 벽 한쪽 면을 꽉 채웠다면, LG는 246장의 55인치 OLED 사이니지(Signage)를 이어 붙여 아예 28m 길이의 구불구불한 협곡을 만들었다.

LG전자는 CES2018의 전시장 입구에 길이 16m x 너비 16m x 높이 6m의 공간을 마련하고, 그 가운데 마치 협곡처럼 올록볼록 구부러진 길을 만들었다. 여기엔 볼록한 모양으로 구부린 사이니지 156장과 오목한 모양 90장이 사용됐다. 

LG는 전에도 다양한 형태로 만든 OLED 구조물로 여러 번 화제가 된 바 있다. 2015년에는 64대를 날개 모양으로 펼쳐놓은 ‘비상의 날개’를, 2016년엔 122대를 천정에 돔 형태로 배치한 ‘돔 씨어터’를, 2016년~2017년에는 터널 형태로 만든 ‘OLED 터널’ 등을 선보였다.

이번 OLED 협곡을 구성한 총 20억 개의 OLED 자체발광 픽셀은 이 협곡을 통과하는 관람객들에게 환상적인 영상 체험을 선사했다. LG전자는 'OLED로 만나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주제로 협곡, 빙하, 폭포, 숲, 하늘, 눈보라 등의 동영상을 2분 30초 동안 상영했다.

▲삼성전자의 8K QLED TV로 화질 업스케일링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③ 벌써 8K 시제품 공개

삼성과 LG 모두 이번 CES2018에서 80인치 대의 8K 초고화질(슈퍼 울트라 HD) TV를 공개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85인치 8K QLED TV를 선보였다. 이 TV는 더 미세하고 선명한 초고화질을 구현했다는 특징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저해상도 콘텐츠의 밝기, 블랙, 번짐 등을 스스로 보정해 고화질로 변환한다는 것을 더 중요한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의 HD급 일반 고화질 콘텐츠는 물론 SD 화질의 영상까지도 8K 수준에 가까운 초고화질 영상으로 변환시켜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의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AI 고화질 변환 기술을 적용한 8K QLED TV를 올 하반기에 순차적으로 전 세계에 출시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88인치 8K OLED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OLED는 그동안 재료의 특성 때문에 80인치 이상 대형 화면이나 4K를 넘어가는 고해상도 화질 구현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에 LG디스플레이는 발광층 기판 구조의 설계를 변경하는 방식을 통해 각 화소에서 빛이 나오는 면적을 더 많이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통해 8K OLED를 완성했다. 

얇고 가벼우며 구부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기존 OLED의 장점 또한 그대로 살아있다. LG는 올해 8K OLED 패널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 8K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실제 생산량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8K OLED 시장이 2020년쯤은 되어야 백만 대 수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소니 또한 이번 CES에서 85인치 8K TV를 선보였다. 한 영상 업계 관계자는 지금 8K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기술이 획기적이라고 할 만큼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더 큰 화면과 더 섬세한 화질로의 발전은 순차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 다만 8K는 당장 상용화되어도 소용없는, 너무 앞서간 포맷이라고 여겨진다는 것이다. 

▲CES 2018에 마련된 LG전자 전시회장에 관람객들이 모여 LG의 OLED TV에 관심을 보이고있다. (사진 = 연합뉴스)


특히 CES가 열리고 있는 북미 지역에서는 8K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 그 이유는 8K로 만든 콘텐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는 여전히 일부 스포츠 중계, 일부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제외한 많은 케이블 TV 콘텐츠가 4K를 지원하지 않고 있는 지역이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삼성, LG, 소니처럼 서로를 강력한 라이벌로 둔 기업 입장에선 8K와 같은 차세대 기술 및 이슈를 선점하고자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8K 콘텐츠가 드문 것이 사실이지만, 일본 NHK가 이미 8K 위성 서비스를 개시했고, 정식 서비스도 머지않아 개시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며 "UHD 콘텐츠나 프리미엄 TV도 처음엔 '가정에서 그 정도 화질이 굳이 필요하냐'는 회의적인 의견들이 있었지만 결국 OLED와 QLED가 TV 시장의 대세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8K 역시 수년 안에 주류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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