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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자살보험금 사태 후폭풍…보험금 소멸시효 길어질까

3년→5년 연장, 소비자 보호 vs 도덕적 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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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1호 이성호 기자⁄ 2018.01.22 10:45:22

▲지난 2016년 소비자·시민사회단체가 생명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지급을 촉구하며 레드카드를 붙이는 모습. 사진 = CNB포토뱅크

(CNB저널 = 이성호 기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청구권 소멸시효)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3년으로 제한돼 있는 소멸시효기간을 5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속속 제출된 가운데 찬반 논란이 불붙고 있다. CNB가 양측 주장을 들어봤다. 

최근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보험금청구권 등에 대한 소멸시효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 및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금 지급을 청구해 보험회사로부터 그 지급 여부에 대한 확정적 회신을 받을 때까지는 소멸시효를 정지토록 함이 골자다.

소멸시효란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행사하지 않는 경우 권리를 소멸시키거나, 그 권리의 실현을 사실상 저지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지난 1962년 최초 상법 제정 당시 2년으로 규정됐다가 2015년 3월부터는 3년으로 넓혀 시행되고 있다. 즉, 3년을 넘긴 건은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  

박용진 의원안 말고도 국회에는 비슷한 내용(소멸시효3년→5년)의 상법 개정안 3건(정재호 의원, 김해영 의원, 민병두 의원 각각 대표발의)이 계류돼 있는 상태다.

이처럼 기간을 연장시키려는 법안들이 나오게 된 배경은 뭘까. 이는 생명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재해사망보험금) 미지급 사태의 탓이 컸다.

앞서 ING생명,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DGB생명, KDB생명,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 동부생명(현 DB생명), 신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현대라이프생명, PCA생명, 흥국생명, 하나생명 등은 약관에서 일반사망보험금 외에 추가로 자살보험금(사망보험금의 2~3배)을 주겠다고 명시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아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보험사들이 ‘실수로 약관 문구가 잘못 기재된 것이며,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는 논리를 펴면서 소송이 시작됐고, 지리한 법정공방 끝에 2016년 5월 대법원은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또다른 대법원 판결에서는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일부 생보사들은 소멸시효가 경과된 건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중징계에 나서자 줄줄이 전액지급으로 돌아서며 지난해 초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런 사례는 자살보험금 뿐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실에 따르면 2010년~2016년 상반기까지 보험사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건수는 약 3만 여건(110억원)에  달한다. 또한 같은 당 박용진 의원실에 의하면 2013~2016년까지 보장 특약에 따른 사고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해지된 저축성보험이 854만4000건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 보험소비자가 만기 또는 중도해지 시까지 보험금 청구 사유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보험사들이 계약자에게 보장 기능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채 계약이 종료된 것이다. 

이에 국회에 제출된 상법 개정안들은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을 5년으로 늘려 소비자에 대한 보호를 한층 강화하려는 것이다.

보험업계 “모럴해저드 우려”

이 같은 소멸시효기간 확대 방안에 대해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현재 소멸시효와 관련해선 보험사보다 소비자가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에 따르면,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소송을 건 계약자의 경우, 재판이 진행됨에 따라 소멸시효가 정지된다. 하지만 같은 사안인데 소를 제기하지 않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던 대다수 소비자들은 자동적으로 시간이 흘러 소멸시효가 완성, 보험금을 청구할 권리가 아예 사라지게 된다.

반면 보험사들은 수년에 걸친 재판 과정에서 패소를 해도 소송을 건 당사자에게만 보험금을 주면 되고, 부수적으로 잠재적 소송인들을 차단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이기욱 금소연 사무처장은 CNB에 “당연히 받아야 할 보험금을 날짜가 지났다고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미지급된 보험금은 고스란히 보험사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보험은 계약기간이 대부분 장기인데 상사채권 보다 짧은 3년의 소멸시효는 불합리하다”며 “궁극적으로는 5년 이상, 민법에서와 같이 10년을 적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상사시효(상행위로 인해 생긴 채권)는 5년이며, 민사시효는 10년이다. 이에 비해 보험금청구시효는 너무 짧다는 얘기다. 

한편 보험업계는 부작용을 우려하며 시효 연장에 대해 고개를 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상법에서 보험에 단기 소멸시효를 적용한 이유가 있다”며 “모럴해저드와 보험사기가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보험사고가 일어나면 빠른 시일 내에 조사가 실시돼 진위여부를 판단,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시효에 임박해 청구를 늦게 하는 경우 사실상 증거도 다 소멸되고 증인의 기억력 감소 등 보험조사를 할 수 없어 분쟁의 소지가 커진다는 것이다. 

고지의무를 악용한 사례도 우려된다. 

고지의무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계약자·피보험자는 보험사가 계약의 체결여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신의 병력(病歷) 등 중요한 사항을 자발적으로 알려야 하는 것을 말한다.

위반 시 보험사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 내에 한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법사위에 따르면 보험사는 보험금청구가 있을 때 비로소 고지의무 위반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소멸시효기간이 5년으로 늘어나면 보험계약자 또는 보험수익자는 의도적으로 보험의 해지권 행사기간 경과 후,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 기간 경과 전에 보험금을 청구해 보험사의 해지권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 기간을 5년으로 함께 확대할 지 여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법안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보험계약자가 시효기간을 악용해 허위 보험금을 청구하는 등 역이용의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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