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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김영란법 10만원 선물시대…골목상인엔 ‘딴나라 얘기’

작년 설과 비교해보니…확 달라진 유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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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3호 김주경 기자⁄ 2018.02.05 10:27:15

롯데백화점이 9만9천원짜리 1등급 한우 4입 세트 ‘롯데 스페셜 한우정육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김주경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 개정으로 농수축산물 선물비용이 10만원으로 인상되면서 설을 앞둔 유통업계가 매출 호조로 웃음 짓고 있다. 수입산이 줄고 품목 수가 늘어나는 등 선물세트가 한층 풍성해졌다. CNB가 작년 설에 비해 확 달라진 분위기를 살펴봤다.


백화점 업계는 설을 앞두고 본격적인 선물세트 판매에 들어갔다. 


작년 설에는 선물 상한가가 5만원 이하로 정해진데다 적정 단가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축산물보다는 과일 비중이 컸다. 당시 백화점들은 세트 구성 중량을 줄이고 질을 확 낮췄다. 구성비를 줄인 소포장 세트나 ‘미니 한우세트’가 등장했으며, 한우 대신 돼지고기, 국내산보다 수입산, 값비싼 굴비나 참조기 대신 수입조기·고등어 등이 포함된 저가 세트가 주를 이뤘다.   


반면 올해 설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백화점 3사 모두 5만원~10만원 이하 선물세트의 판매율이 전체 판매율의 26~32%를 차지했다. 품목이 늘고 선물세트의 질도 좋아졌다. 


국내산 한우도 다시 등장했다. 수산물은 고등어·연어 등 수입산 생선보다 국내산 참조기나 굴비 비중이 더 높았다.


백화점들은 고급화 전략을 베이스로 하되 다양한 실속상품의 비율을 높여 고객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선물세트를 작년 설 대비 15% 이상 늘렸다. 한우·굴비 등 농·축산 비중이 10% 이상 증가했다. ‘한우 실속 혼합세트’(9만9000원), ‘건과 슈퍼푸드 2호’(7만5000원) 등 10만원 이하 실속세트 70여종을 팔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겨냥한 ‘평창 한우세트’도 출시했다. 선물 상한액(5만원)을 맞추려고 돈육이나 수입산으로 선물세트를 구성했던 작년 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이 전년 대비 20.3% 증가하는 등 매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도 비슷한 분위기다. 자연을 담은 멸치티백 세트 (5만6000원), 제주 한라봉 (6만8000원), 실속 굴비 다복 (9만원), 바다향 갈치 (9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만찬주로 유명한 ‘풍정사계 춘·동 세트’(7만원), ‘올반 키친 가족 한상 세트’(4만4000원) 등도 출시했다. 5만원 이상 10만원 이하 상품 비중을 전년 설에 비해 25% 가량 늘렸다. 


현대백화점은 10만원 이하 상품 수를 작년 대비 무려 50%나 늘렸다. 2013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등장한 냉장 한우인 ‘현대특선한우 성(誠) 세트’(10만원), 국내산 최고급 사과 11개를 담은 ‘현대 사과 세트’(9만5000원), ‘민어 굴비 실속세트’(8만5000원), ‘제주산 손질가자미 세트’(10만원) 등을 준비했다.


대형마트들도 국산품 비중을 늘리고 품목을 다양화해서 설 대목잡기에 나섰다. 


이마트는 국내산 비중을 높이되 가격을 낮춘 ‘알뜰 세트’를 늘렸다. 선물 상한선 인상으로 질을 한 단계 높인 한우정육세트(9만8000원), 아보카도와 망고 등으로 구성된 이색 과일 세트 등이 눈에 띈다. 

 

김영란법 개정으로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10만원으로 조정됨에 따라 5만∼10만원 사이의 선물이 늘었다. 한 대형마트에 진열돼 있는 다양한 가격대의 선물들. 사진 = 김주경 기자

2030세대를 위한 수입맥주 세트도 등장했다. 밸라스트포인트 세트(2만8000원), 칭따오 무술년 리미티드 에디션(1만2000원) 등을 팔고 있다.  


롯데마트는 10만원 이하 세트를 확대하는 한편, 건강을 고려한 신선식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한우의 경우 사전비축량을 늘려 ‘한우 냉동 몸보신세트(4만 9000원)’, ‘한우 갈비정육세트 (9만9000원) 등 9종을 출시했다. 지난해 설보다 가격도 저렴하다. 


굴비나 버섯세트 등 수·농산 식품도 개수는 늘리고 단가는 20% 이상 낮춰 6만원대~8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들, 생활용품으로 차별화


편의점 업계도 명절 선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까지는 가공식품 위주의 저가 선물세트가 주를 이뤘다면, 올해부터 농축수산물 비중을 대폭 늘렸다. 2030 트렌드에 맞춘 생활용품 세트도 비중을 확대했다.  


GS25는 농축산물 130여 품목에 대해 10만원 이하 선물세트를 내놨다. 지난해와 비슷하게 5만원짜리 한우·돈육·굴비 알뜰 기획세트를 마련했으며, 여기에 더해 9~10만원짜리 한우·굴비 세트를 내놨다.  


세븐일레븐은 1인 가구를 위한 가정간편식(HMR) 및 소포장 상품 비율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고시히카리(고급 쌀) 및 혼합곡(렌틸콩, 귀리, 현미 등)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또 얼리어답터를 공략한 휴대용 마이크, 통역기 등도 명절선물로 내놨다.


CU는 농축산물과 특산품 비중을 30%가량 높였다. ‘제주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세트’(4만9900원), ‘한우마을 보신세트(6만5000원)’를 선보였다. 혼자 명절을 보내는 ‘혼명족’을 겨냥해서는 ‘빈쿠르즈 에소프레소 커피머신’(7만4000원) 등을 내놨다.

 

선물 춘추전국시대…호텔까지 가세


GS리테일 관계자는 CNB에 “편의점에서 설 상품 카테고리를 늘린 것은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라면서 “이용고객이 젊은 사람이 많다보니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김영란법 적용 선물방식’과는 다르게 기존 틀을 깬 ‘나에게 주는 셀프선물’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호텔들도 10만원 이하의 실속세트를 선보이며 소비자 공략에 가세했다. 호텔만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유지하되 가격을 대폭 낮췄다. 


롯데호텔은 호텔이 내놓는 선물세트가 ‘고가’라는 편견을 깨고 실속형 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종가의 전통 방식으로 빚은 기순도 명인의 장 실속 세트(5만원), 자연송이를 첨가해 장기간 숙성한 자연송이 고추장(5만5000원), 제철 식자재로 만든 스톤월키칭 드레싱 3종 세트(6만원) 등이다.


와인과 디저트로 구성된 상품도 눈길을 끈다.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은 2016 샤르도네 훌리오부숑과 2015 카베르네 소비뇽 리제르바 훌리오부숑이 포함된 와인 선물세트(4만9000원),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은 프랑스 대표 디저트인 마카롱, 초콜릿, 라즈베리 비스킷으로 구성된 로제 선물세트(8만8000원)를 준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작년보다 선물상한액이 2배로 높아져 다양한 금액대의 선물세트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며 “작년에는 금액대 자체가 5만원 이하라서 이윤이 적었지만, 올해는 금액이 상향된 데다 사전 물량확보로 마진 폭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재래시장 등 골목상권에는 김영란법 완화가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백화점은 물량을 사전에 대량으로 확보해 고급포장까지 해서 싸게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재래상인들은 이런 장점을 갖추지 못해 매출이 제자리걸음이다. 영세상인들은 “선물상한액 인상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서울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20년째 도매업을 하고 있는 이모(52) 씨는 “이미 도매가에 판매하고 있는데, 여기에 포장비용을 들여 5만~10만원짜리 한우를 선물용으로 팔게 되면 오히려 손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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