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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왜 하필 국민·하나은행? 금융수장 향한 사정 칼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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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4-575호 도기천 기자⁄ 2018.02.12 10:19:22

금융권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들이 2월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국민은행 본점 압수수색을 마친 뒤 관련 물품을 가지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우리·하나·KB 등 주요금융사의 회장들이 낙마하거나 풍전등화 처지가 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사기업 흔들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해당 은행들은 수장 교체기를 맞아 새로운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때라 충격파가 더 크다. 일각에서는 과거 정권들처럼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물’로 교체하기 위한 명분쌓기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사정당국의 금융권 압박은 적폐청산일까,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걸까. 

 

“이렇게 빨리 압수수색이 이뤄질 줄은 몰랐다” “제2금융권까지 건드린다니 어디까지 가보자는 거냐”


지난 6일 열린 ‘2018년 5개 기관장(은행연합회장, 금융연구원장, 금융연수원장, 국제금융센터원장, 한국신용정보원장) 기자간담회’는 과거와 달리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참석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날은 KB국민은행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직후였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은행들에 대한 채용비리 수사 칼끝이 경영진을 향하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은행과 KB금융, 하나금융의 경우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11월 신입사원 특혜채용 논란이 일자 임기를 1년 넘게 남겨둔 채 자진 사임했다. 금융당국이 우리·국민·신한·하나·기업·농협은행 등 14개 시중은행을 상대로 채용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에 들어간 지 약1개월 만이었다.   


당시 이 행장의 사임은 금융권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 행장이 우리은행의 숙원이었던 민영화를 기적적으로 성사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재신임(연임) 받은 지 불과 7개월 만에 물러났기 때문. 


이 행장은 우리은행 정부지분 29.7%를 동양생명,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7개사에 분할 매각하는데 성공한 뒤 ‘민선 1기 은행장’의 영예를 얻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이라는 명분 앞에서 결국 낙마한 것이다.   


이후 금융권에서는 ‘다음 타깃이 어디’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고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채용비리 혐의 22건을 적발해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JB광주은행, BNK부산은행, DGB대구은행 등 5곳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국민은행은 윤종규 회장의 종손녀와 전 사외이사의 자녀 등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서류전형 합격자 수를 늘리거나 일부 임직원이 면접서 최상위 점수를 준 점 등이 의심사례로 지목됐다.


하나은행은 필기 및 면접시험 하위권이었던 거래처 지인의 자녀가 ‘글로벌 우대 전형’을 통해 합격된 점과 이른바 스카이(SKY) 대학 출신 지원자에게 우대 점수를 준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채용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직원들은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의해 채용됐다”며, 하나은행은 “채용 청탁은 물론 특정대학 출신을 우대(점수 조작)한 사실이 없다”고 각각 반박했다.   

 

국민·하나, 꽤씸죄 적용됐나 


이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정당국의 칼날이 중심부를 향해가자, 금융가에서는 해당 은행들이 ‘꽤씸죄’에 걸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하나은행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끝낸 검찰 직원들이 압수품을 들고나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불씨는 작년 11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배구조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부터다. 당시 최 위원장은 금융사의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가 경영진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제도개선에 착수했고, 비슷한 시기에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윤 회장이 간발의 차이로 소나기를 피하자 최 위원장은 ‘셀프 연임’이라며 비판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차기 회장 선출과정에 현 회장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회추위 구성을 공정하게 하라는 내용의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김 회장은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었는데 금감원은 차기 회장 선임절차를 진행 중인 회추위에 ‘하나금융 검사 결과가 나온 이후로 일정을 미뤄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회추위는 일정을 강행해 김 회장을 회장 최종후보로 선정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금융당국의 심기가 불편해졌고, 이로인해 채용비리 의혹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이광구 전 행장에 대해 특혜 채용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비리가 드러날 경우 당국이 주주총회에 임원 해임을 권고하는 등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압박수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캠코더’ 수순밟기 의혹


이같은 당국의 강경한 태도를 두고, 다른 측면의 해석도 있다. 최근에 논란이 일고 있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와 연관 짓는 시각이다.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을 ‘낙하산’으로 내리기 위한 수순밟기라는 것.


실례로 작년 11월 7일 취임한 김용덕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정책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에 참여한 인물이다. 지난해 9월 BNK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이자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의 경제 고문이었다. 작년 11월 취임한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문 대통령과 같은 부산 출신이다. 


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이달 초 임기를 20개월이나 남긴 상황에서 돌연 사의를 표한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금융권에서는 후임 이사장에 정권실세가 내정돼, 황 이사장이 압박을 견디다 못한 끝에 스스로 물러났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연설 등을 통해 “지난해 임기만료된 공공기관장 15명을 캠코더 인사로 채우고도 모자라 아직도 줄줄이 임명 대기 중”이라며 “이는 박근혜·이명박 정부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툭하면 사임…흑역사 반복 우려


하지만 윤 회장과 김 회장이 상당한 성과를 내면서 회사를 개혁하고 있다는 점은 칼을 거머쥔 쪽에 부담이 되고 있다.  


윤 회장은 낙하산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이전 회장·은행장들과 달리 KB금융에서 CFO, CRO, 부사장을 지낸 내부 출신이다. 은행업계 독보적인 1위였던 신한금융과 선두 다툼을 벌일 정도로 성과를 일궜다는 평을 얻고 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의 실적이 크게 증대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 회장은 임기 중 대기업 대출 비중을 줄이고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식으로 여신포트폴리오를 개선했으며, 이는 주가상승과 실적증대를 가져왔다. 2017년 3분기 누적 연결당기순이익은 1조5410억원으로, 2015년 같은 기간  9097억원에 비해 무려 70%가까이 증가했다. 주가도 2015년 말 이후 이달 초까지 70% 넘게 올랐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CNB에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따른 경영효율화, 재무구조 개선 등으로 올해도 크게 실적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이런 때에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이번 사태가 채용비리 수사에 그치지 않고, 전 정권에서 임명된 수장들을 몰아내는 신호탄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채용비리 사실이 밝혀지면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겠지만 이것이 정부가 은행을 통제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적폐청산을 내건 문재인 정부가 사기업을 발아래 두려한다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의혹 규명의 종착역이 ‘경영진 사임’이라는 극단적인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어떤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CEO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누가 그 자리에서 버틸 수 있겠나”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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