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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핫플레이스 홍대 거리에 ‘평화의 소녀상’ 세워진다

외국인관광지 한복판에…한중 관계 ‘청신호’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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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4-575호 도기천 기자⁄ 2018.02.12 10:19:22

오는 3.1절에 맞춰 홍익대 앞 걷고싶은거리에 세워질 예정인 ‘서 있는 소녀상’의 가상 이미지. 뒷배경은 서울 상암동에 복원된 옛 ‘일본군 관사’다. 조각가 신석민씨 제공

(CNB저널 = 도기천 기자)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거리에 일제강점기 때 강제로 끌려간 어린 여성들의 넋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 추진 중인 사실을 CNB가 단독 확인했다. 이곳이 중국인관광객(유커)의 필수관광코스로 자리 잡은 만큼, 소녀상이 건립되면 한중 관계에 새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중국과 한국 모두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일본으로부터 크게 고통 받은 역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다.

 

직장인, 가정주부, 인디밴드, 동물보호단체, 시민운동활동가 등 다양한 마포구 주민들로 구성된 ‘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대표 차경숙)’는 오는 3.1절에 맞춰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 소녀상을 세울 예정이다. 


소녀상을 기획한 조각가 오종선(51·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선임이사) 씨는 5일 CNB와 만나 “외국인들의 관광 성지로 자리잡은 홍대 거리가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했다”며 “홍대 상인회의 동의를 구하고 있는 중이며 예정대로 3.1절에 제막식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건립되는 소녀상은 가로 50㎝, 세로 60㎝, 높이 163㎝ 크기의 청동 재질이다. ‘앉아있는 소녀상’과 ‘서 있는 소녀상’ 등 두 가지를 놓고 논의한 끝에 ‘서 있는 소녀상’으로 최종 결정됐다. 제작은 조각가 신석민씨가 맡았다.  


특히 이번 소녀상은 홍익대 인근 중고교의 학생들이 약 1년 동안 모금한 돈으로 건립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작년 11월 소녀상 건립에 뜻을 같이하는 뮤지션들이 홍대 거리에서 재능기부 콘서트를 열고 있다. 에콰도르 민속악단 가우싸이, 기타리스트 김광석, 개그맨 현병석 등이 참여했다. 에콰도르 악단은 우리처럼 외세 지배를 당한 약소국이라는 점에서 함께했다고 밝혔다. 사진 = 도기천 기자

소녀상추진위 회원들과 청소년들은 작년 3월부터 마포구 곳곳에서 거리서명, 기금마련 콘서트, 일일찻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일주일에 2~3차례 마포구 관내 중·고등학교를 순회하면서 학생들을 상대로 캠페인을 벌인 결과, 모금에 동참한 참여한 학교가 상암고, 홍익대부속여중고, 서울디자인고, 광성중고, 신수중, 창천중 등 11곳에 이른다. 모금액 3천여만원은 이번 동상 제작에 전액 사용된다. 


소녀상을 세우자는 발상은 지난해 3월 이봉수 마포구의원(서강·합정동)의 제안으로 구의원 9명이 결의안을 내면서 비롯됐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잘못된 과거를 부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 없이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고 하는 일본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마포구 내에 소녀상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중국인관광객의 필수관광코스인 홍대 거리에 청소년들의 모금으로 소녀상이 건립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홍익대부속여중고 앞 서명운동 모습. 사진제공 = 소녀상건립추진위

위안부피해자법(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관한 기념사업, 역사적 자료의 수집·보존·관리·전시 및 조사·연구, 교육·홍보 및 학예활동, 명예회복을 위한 국제교류 및 공동조사 등 국내외활동 등을 수행할 수 있다. 구의회에서 결의가 된 만큼 관할 지자체인 마포구청도 소녀상 건립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유독 마포구에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관내에 일본 관련 시설물이 여럿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포구 상암동에는 1930년대 일본군 경성사단이 위관급 장교들을 위해 지은 ‘옛 일본군관사’ 2개동이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복원돼 있다. 


그 맞은편에는 학생수 400여명 규모의 일본인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주민들은 이 학교가 일본군관사가 복원된 시점인 2010년 9월 개교했다는 점에서, 택지개발 당시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일본인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일본군관사를 복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지금까지 품고 있다. 
또 마포구와 맞닿은 수색역 일대는 경의선을 통해 전쟁 물자를 수송하던 대규모 일본군 병참기지가 있던 자리였다.  

10~20대 젊은이들과 외국인관광객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의 5일 저녁 모습. 이곳에 소녀상이 세워질 예정이다. 사진 = 도기천 기자

이 같은 일제 잔재들은 상대적으로 마포구에서 소녀상 건립 운동이 점화되는 계기가 됐다. 


이봉수 마포구의원은 CNB와 만나 “정당이나 전국적인 시민단체들과 손을 잡고 추진할 수도 있었고, 함께 하자는 제안도 여러 군데서 받았지만 다 정중히 물렸다”며 “마포구가 치욕의 역사를 안고 있는 곳인 만큼 이 지역 청소년들의 손으로 소녀상을 건립하는 게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 지난 1년간 관내 학교들을 돌아다니며 캠페인을 벌였다”고 밝혔다.  


홍익대 부속여고 학생회장 김혜수(19)양은 CNB에 “홍대 거리가 ‘유흥의 메카’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소녀상이 세워진다면 거리 이미지가 크게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우리 또래 청소년들이 아픈 과거를 기억할 수 있어 소녀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젊은 유커들의 역사명소 되나


이번에 소녀상이 들어설 홍대 앞 거리는 하루 유동인구가 수십만명에 달하는 ‘핫플레이스’다.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방문코스인데다 10~20대 젊은층이 주를 이루는 곳이라 ‘소녀상’이 청소년교육과 역사문화관광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올해는 평창동계올림픽과 중국정부의 사드 보복조치 완화 등으로 중국인관광객 수가 전년에 비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에게 ‘홍대 거리’는 빠질 수 없는 코스다. 관광업계는 올해 국내에 들어올 유커가 전년보다 68% 늘어난 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녀상 건립을 최초 제안한 이봉수 마포구의원(오른쪽), 서명운동을 주도한 홍익대부속여고 학생회장 김혜수양(가운데) 등이 소녀상 기금마련 콘서트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소녀상건립추진위

최근 처음 시작된 중국청소년들의 한국수학여행에서 ‘홍대’가 주요코스가 될 것이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중국연학여행공작위원회 소속 해외위원회인 (주)KCK에 따르면, 중국 북경 소재 초·중학교의 장학생 등 63명이 최근 수학여행 일정으로는 처음으로 제주도를 방문했다. 공작위는 중국청소년들의 국내외 수학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기구다. 


KCK관계자는 CNB에 “북경소재 1000여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국수학여행단을 모집하고 있는데, 중국에서 한류 인기가 높은 만큼 홍대 탐방은 반드시 일정에 넣으려 한다”고 밝혔다. 


홍대에 소녀상이 들어서고 중국청소년들이 찾게 된다면 한중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홍대 앞에서 만난 중국인 유학생 자오(趙)씨(21)는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말 중국 방문 첫날 난징대학살 문제를 언급했고, 최초로 주중대사(노영민)가 ‘난징 80주년 추도식’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중국과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동질의식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때에 젊은이들의 거리에 소녀상이 세워진다니 꼭 제막식에 참석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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