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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사이트 ⑧] 삼성전자, 스마트폰‧TV‧반도체 ‘3대 위기’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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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7호 정의식⁄ 2018.03.02 16:33:54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에 위기를 예고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가 사상 최초로 감소세를 보였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는 소니와 LG전자에 밀려 점유율이 줄었다. ‘실적의 견인차’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부문에서 모두 위험신호가 발견되고 있는 것. 삼성전자는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경쟁자를 따돌린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 성장세 둔화… 삼성전자에 직격타?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된 스마트폰은 약 4억 800만 대로 2016년 4분기의 약 4억 3200만 대보다 5.6% 가량 줄어들었다. 가트너가 스마트폰 시장 조사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전년 대비 감소세가 나타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7402만 6000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18.2%로 1위를 차지했으며, 2위는 7317만 5000대를 판매해 17.9%의 점유율을 기록한 애플이었다. 다만 두 기업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기 3.6%와 5%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의 판매는 늘었다. 화웨이가 7.6% 증가한 4388만 7000대, 샤오미가 무려 79% 늘어난 2818만 7000대를 판매해 점유율이 각기 10.8%, 6.9%를 차지했다. 오포는 2566만대로 3.9% 줄어든 판매량을 보였지만 점유율은 6.3%로 늘었다.

주요 기업의 스마트폰 판매량 집계. (자료 = 가트너, 단위 = 1000대)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 회사는 2월 13일 “삼성전자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판매량 1위를 유지하겠지만 시장점유율은 작년보다 1.6%포인트 줄어든 20.3%가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올해 약 3억 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지난해보다 5%가량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중저가 시리즈 갤럭시A와 J는 잘 팔리겠지만 플래그십(갤럭시S, 갤럭시노트 시리즈)은 부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화웨이·샤오미 등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도 최근 삼성전자의 올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20%대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는 애플의 점유율이 안정적인 반면 중저가 제품군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거세져 ‘샌드위치’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 2월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에서 취재진이 갤럭시 S9과 갤럭시 S9+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주요 시장조사기관들의 경고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응책은 갤럭시S9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매출 증대와 폴더블폰 등 신기술 개발이다. 단기적으로는 카메라 기능을 대폭 강화시킨 갤럭시S9으로 아이폰X 등과 정면 대결하며, 중장기적으로는 폴더블 OLED처럼 기술적으로 경쟁사를 압도하는 첨단 기술 기반 스마트폰을 출시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지난 1월 31일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삼성전자는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수준으로 양산 시점을 맞출 수 있도록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폴더블폰의 정확한 출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OLED 인기에 맞서 마이크로LED로 ‘응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도 지각 변동이 감지됐다. 프리미엄 TV 시장을 양분하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퀀텀닷(QLED) TV의 경쟁 구도에서 사상 최초로 OLED TV가 앞선 모습을 보인 것.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이 2월 2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4분기 OLED TV의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74만 4700대다. 같은 기간 퀀텀닷 TV 판매량은 44만 4800대에 그쳐 OLED TV에 무려 30만 대 가까운 차이를 냈다. OLED TV가 퀀텀닷 TV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4분기에 OLED TV 판매가 급증한 건 최근 이 시장이 OLED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 탓으로 분석된다. 2013년까지만 해도 LG전자 외에는 OLED TV를 생산하는 기업이 없었지만 현재는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샤프 등 일본 기업들과 창홍,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까지 총 15개 사에 달한다. 반면 퀀텀닷 TV 제조사는 삼성전자와 TCL, 하이센스 등 3사에 불과하다. 

2017년 분기별 OLED TV와 퀀텀닷 TV의 판매량 추이. (자료 = IHS마킷, 단위 = 1000대)

OLED TV 제조사가 늘면서 가장 큰 단점이었던 ‘비싼 가격’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된 것도 점유율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2016년 초까지만 해도 1000만 원이 넘었던 LG전자 65인치 4K OLED TV의 가격이 현재는 200만원 초반(해외직구 기준)으로 떨어졌을 정도다. 여전히 같은 크기의 LCD TV나 퀀텀닷 TV보다는 비싼 가격대에 판매되지만 OLED TV의 대중화가 멀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OLED TV의 제조사가 늘고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양 진영의 대표주자인 LG전자, 소니 등과 삼성전자의 실적이 엇갈렸다. 

 

지난해 LG전자 HE사업본부는 매출액 18조 6737억 원, 영업이익 1조 5667억 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8.4%로 역대 최대였다. 소니도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점유율 36.9%를 차지하며 1위를 석권했다. 파나소닉도 시장점유율을 2016년 0.1%에서 2017년 6.4%로 대거 올려 ‘일본 TV의 부활’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 CE부문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매출액은 45조 1100억 원으로 2016년보다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조 7100억 원에서 1조 6500억 원으로 반토막났다. 특히 TV를 생산하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5% 미만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TV 시장에서는 여전한 1위를 고수했지만 프리미엄 TV 시장점유율이 2015년 54.7%에서 2017년 18.5%로 급락한 결과였다. 

 

이에 따라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TV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OLED TV 생산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OLED TV에는 여전히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QLED TV와 마이크로LED TV의 ‘투트랙’ 전략을 추진한다는 게 삼성전자의 복안이다.

삼성전자의 146인치 마이크로LED TV '더 월'. (사진 = 연합뉴스)

마이크로LED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18’에 출시돼 큰 화제를 모았던 146인치 대화면 TV ‘더 월’에 적용된 기술이다. 마이크로LED는 LCD나 OLED와 달리 패널 형태가 아닌 각각의 픽셀이 개별적으로 빛을 내는 모듈러 구조라 대형화가 용이하며 해상도는 물론 형태의 제약도 없다.

 

하지만 아직 제작 난이도가 만만치 않고 생산단가도 높아 대중화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문제다. 삼성전자가 당분간 대량생산이 아닌 주문제작 방식으로만 ‘더 월’을 생산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 대중화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량생산을 통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2018년은 삼성전자가 마이크로LED TV 기술 개발을 병행하며 퀀텀닷 TV에 집중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메모리 도전장… ‘초격차 전략’으로 대응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가장 든든한 캐시카우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거센 ‘굴기’(崛起)로 인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중국의 국영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紫光)그룹의 자회사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아이폰용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위해 협의 중이다. YMTC는 2016년 7월 설립된 신생 반도체 제조사로 모회사인 국영 칭화유니그룹과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하에 올 하반기부터 낸드플래시 반도체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실제 납품 시점은 2020년 이후이고, 전량이 중국 내수용 아이폰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그간 삼성전자와 도시바, SK하이닉스, 웨스턴디지털 등으로부터만 낸드플래시를 공급받아온 터라 중국 반도체 기업의 낸드플래시 납품이 현실화될 경우 업계의 지각변동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사옥 전경. (사진 = YMTC)

이미 중국 반도체산업은 팹리스(FabLess) 부문에서 한국을 추월한 지 오래다. 팹리스란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설계 및 기술 개발만 하는 기업이다. 중국에는 약 1300여 팹리스 업체가 성업 중인데 이는 한국의 약 10배 수준이다. 2017년 기준 세계 상위 10대 팹리스 업체 중 2곳이 중국 기업이며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다.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7위)과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 스프레드트럼(10위)이 그 주인공이다.

 

팹리스를 넘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까지 넘보는 중국의 공세에 삼성전자는 ‘초격차 전략’이라는 대응책으로 맞설 계획이다. 막대한 설비 투자와 기술력이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특성에 맞게 한 발 앞선 첨단 공정 도입으로 기술력 격차를 벌리겠다는 것.

삼성전자 화성 EUV 생산라인 조감도.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3일 삼성전자는 경기 화성 반도체 공단에서 신공장 기공식을 열고 극자외선(EUV)을 이용한 첨단 공정 전용 반도체 제조 공장 증설에 착수했다. 약 6조 원의 시설 투자로 만들어지는 이 공장에는 전세계 최초로 생산라인에 EUV 장비가 도입돼 상용화된다. 

 

EUV는 반도체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신기술로 기존 미세공정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기술이지만 1대당 가격이 최대 2000억 원에 달해 후발 기업들이 도입하기엔 무리가 있다. 삼성전자는 EUV 라인 신설로 메모리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한편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사업을 적극 추진해 새로운 캐시카우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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