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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유빗은 DB손보에 뭘 숨겼나

‘고지의무’가 뭐길래…끝없는 분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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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3호 이성호 기자⁄ 2018.04.16 14:11:34

유빗은 DB손해보험에 가입한 사이버종합보험의 30억원 규모의 보험금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이라며 지급을 거부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사진 = 유빗 홈페이지 캡쳐

(CNB저널 = 이성호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이 해킹 사고로 발생한 손실액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가 “유빗 측이 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주요 사항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고지의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고지의무’에 관한 여러 쟁점을 살펴봤다. 

 

“유빗이 가입한 사이버종합보험은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된 상태다.” (DB손해보험 관계자)


‘고지의무’란 보험가입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보험사가 계약의 체결여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을 알려야 하는 ‘계약 전 알릴의무’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사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보험계약의 청약을 거절하거나 보험료 할증 등 조건부로 인수하는 등 계약인수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말한다.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계약자·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 고지를 한 때에는 보험자(보험사)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 내에 한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즉 유빗이 보험을 가입했으나 이 의무를 다하지 않아 보험금을 줄 수 없고 계약도 해지했다는 것이 DB손보 측 입장이다.


앞서 유빗은 2017년 12월 1일 DB손보의 사이버종합보험에 가입했다. 개인정보 침해 피해, 데이터 손해·도난, 정보유지 위반 배상책임 등에 대한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가입 기간은 1년이며 보험료는 2억5000만원에 보장한도는 30억원이었다.


하지만 같은 달 19일 해킹사고로 무려 172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보험금(30억원)을 청구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DB손보 측은 유빗이 고지의무를 명백히 위반했다고 판단, 지난 2월초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유빗 측은 고지의무 위반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유빗을 운영하는 야피안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보험 가입 당시 DB손보 담당자와 함께 가입서와 설문서를 작성하면서 야피안의 상황을 명확하게 알렸다.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경영진은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영업양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야피안을 인수하는 코인빈이 DB손보에 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며, 배상금은 피해 회원들의 보상에 전액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7년 12월 20일 해킹 피해로 파산절차에 들어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 사무실에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항의 방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유빗이 어떠한 내용을 미리 알리지 않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소송에 대비해 DB손보 측이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유빗 측이 방화벽 설치 등 보안 정책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DB손보 관계자는 CNB에 “(유빗의) 계약 전 알릴의무 위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오픈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충분히 했고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쪽 입장이 첨예한 만큼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 주목된다. 


보험업계는 만약 유빗 측이 해킹에 대비한 보안 등에 대해 부실하게 알렸다면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인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병력(病歷)이나 직업 등을 보험사 측에 정확히 알려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 또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알릴 정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이번 사례 또한 여러 보험 분쟁들처럼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이례적인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사이버종합보험도 배상책임보험의 일종으로 보험금 지급 시 과실 여부 등을 따져서 배상기준과 금액을 정한다”며 “이 과정에서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는 잦지만, 애초에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공방을 벌이는 것은 상당히 드문 케이스”라고 말했다.

 

해마다 민원 4000여건 “제도 손봐야”


보험금을 둘러싼 고지의무 위반 시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업·단체보다는 개인보험에 있어서 민원다발의 온상이기도 하다.


삼성·교보·한화·알리안츠·DB·신한·KDB·메트라이프·현대라이프·흥국·하나생명 등 생보사와  현대해상·KB손해·삼성화재·메리츠화재·흥국화재·한화손해보험·The-K손해·MG손해·DB손해·롯데손해보험 등 손보사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가입자가 고지한 건강상태 등을 심사한 후 보험계약 인수여부(인수·거절·조건부 인수)를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계약이 체결된 다음 고지의무 위반을 확인했을 때는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보험계약 변경 또는 해지할 수 있기 때문에 마찰이 잦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지의무 관련 분쟁접수 건수는 2014년 4110건, 2015년 4113건, 2016년 4078건에 달하고 있다.


마찰을 빚는 가장 큰 원인은 정보의 범위와 정확성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은 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의무 질문표’를 통해 5년 이내에 병력 기록에 대해 묻고 있는데, 기억 오류 등으로 인해 제대로 적시하지 못한 경우 정작 필요할 때 보험금을 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전화 등을 통해 보험 가입 시 상담원 질문에 모호한 답변을 하거나, 추가적 사항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국회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정운천 의원(바른미래당)이 대표발의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자발적으로 보험자에게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도록 하던 것을 보험사가 요구하는 내용에 대해서만 성실하게 답하도록 전환함이 골자다. 보험사의 질문에 대해서만 답하란 얘기다. 


박범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상법 개정안’도 비슷한 취지다. 보험계약자에게 고지를 요구하지 않은 내용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 개정안들은 현재 국회 법사위에 상정돼 있다. 


보험업계는 지금도 질문지를 계약자로부터 받고 있고 모니터링을 통해 이중 삼중 확인작업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개정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보험 상품이 다양하기 때문에 보험가입 정보 범위와 질문 항목을 보험사 재량으로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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