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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경협] 우리은행, 다시 개성공단 간다

新남북경협 시계 ‘째깍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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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7호 도기천 기자⁄ 2018.05.14 10:12:57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이 4월 27일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남북정상회담 중계 방송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서로 하소연하고, 각종 정보를 나누고 있습니다.” (3일 우리은행 관계자)


개성공단 재가동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북녘 땅에 최초의 남쪽은행을 열었던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이 주목받고 있다. 


개성지점은 2004년 12월 개성공단에 문을 열어 12년간 유지돼 왔다. 2016년 2월 남북관계 악화로 개성공단이 문을 닫으면서 철수했다. 이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지하1층에 ‘개성지점 임시영업점’을 개설해 123개에 이르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금융 지원을 계속해오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2년 2개월 간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 영세업체다보니 몇몇 기업은 견디다 못해 파산했다.  


개성지점 측은 대출금 상환을 연기해주고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주며 이들의 버팀목이 돼 줬다.    


한국 직원 3명과 현지인(북한) 4명이 일했던 이 지점은 현재 2명이 지키고 있다. 개성 철수 당시 부지점장이 지금은 승진해서 지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주로 업체들을 찾아다니며 각종 금융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또 북측과 관련된 정보가 입수되면 신속하게 전해주는 ‘소식통’ 역할도 자처하고 있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CNB에 “‘서울의 개성지점’은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지나다가 꼭 들리는 곳”이라고 말했다.   


개성지점은 남북경협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2002년 11월 북측이 개성공업지구법을 공포하면서 이듬해 황해북도 개성에서 공단 착공식이 이뤄졌다.


한국토지공사와 현대아산이 시범단지 2만 8천평 부지를 조성해 2004년 6월 18개 한국기업이 입주했다. 첫 생산품의 반출이 있던 그해 12월, 우리은행은 개성공단에 20평 남짓한 점포를 열었다. 


시장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북한에 상업 은행이 진출했다는 점에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개성공단 사람들’과 14년 동거동락 


개성지점은 주로 환전과 송금, 예금 등의 업무들을 봐왔다. 공식적으로는 우리은행의 해외점포다. 북한은 우리 땅이면서도 국내법 적용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 


취급하는 화폐는 개성공단 내 공용화폐인 달러화다. 북한화폐는 취급하지 않는다. 북한은 인터넷뱅킹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전자금융 시스템은 갖추지 않았다. 모든 거래는 전표로 이뤄졌다. 


우리은행은 지점장과 부지점장, 책임자급 등 3명을 파견했고, 여기에 현지 직원 4명이 더해져 총 7명이 개성지점에서 근무했다. 


교역초기인 2005년 생산액이 1491만 달러(약160억원)에 불과했지만 철수 직전인 2015년에는 5억5천만 달러(약5900억원) 규모로 37배나 커졌다. 개성지점에서 거래되는 자금도 초기에 비해 수십배 늘었다. 

 

“설 인사가 마지막 될 줄이야…”


개성지점은 2010년 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던 때에도 북녘 땅에서 자리를 지켰다. 2013년 북한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이유로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바람에 그때도 서울에서 임시점포를 운영한 적이 있지만, 134일 만에 다시 개성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2016년 2월의 상황은 이전과 달랐다. 한국이 북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을 추진하자 북은 이에 맞서 미사일 실험을 강행했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조업중단을 선언했고 북은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했다. 


그해 2월 11일은 모두에게 악몽 같은 날이었다. 그날 밤 우리은행 개성지점 직원들은 현금과 전산자료를 쌀포대 크기의 마대자루에 담아 서울로 옮겼다. 당시 124개 입주기업들은 공장과 기계를 점검할 틈도 없이 급히 개성을 빠져나왔다. 이들의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5000여개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 


개성지점의 남북한 직원들은 서로 인사도 못 나누고 헤어졌다. 설 연휴를 맞아 북측 직원들이 휴가를 떠난 상태였기 때문. 설 덕담 인사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튿날 우리은행은 서울에 개성지점 임시영업점을 열었다. 서둘러 영업을 재개한 이유는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천문학적 규모였기 때문.   


당시 경협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124곳 중 76곳에 불과했다. 보험에 가입한 기업들도 시설투자금만 건질 수 있고 영업 중단에 따른 손실은 어디서도 보상받을 길이 없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곳의 금융권 총 신용공여 규모는 2015년 11월 기준으로 1조1069억원에 이른다. 우리은행은 물론이고 KB국민·KEB하나·NH농협·신한·IBK기업은행 등이 대출금 만기 연장, 추가 금융지원 등에 나섰다.

 

“개성 문 열리면 즉시 달려갈 것”


당시로부터 2년 2개월 흐른 지난달 27일, 남북정상 간의 만남을 바라보는 피해기업들은 만감(萬感)이 교차했다.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모여 남북정상회담 생중계를 보며 박수치고 환호했다. 


이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재개될 남북경협에 들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합의로 북한 내 도로·항만 등 기반시설(SOC) 건설, 개성공단 2단계 개발을 포함한 경제특구 개발, 2007년 10·4선언에 기반한 각종 경제교류의 확대 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공단 시설을 점검하기 위해 이달 중 방북할 계획이다. 


개성지점도 설레임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CNB에 “북에서 옮겨온 서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경험 있는 직원들도 그대로다. (개성공단이) 문을 열면 들고 가기만 하면 된다”고 자신했다.


다시 문을 열 개성지점의 인원은 과거처럼 남측 3명, 북측 4명을 유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측은 남북경협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북한 직원들은 연락이 끊긴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저 잘 지내기를 바랄 뿐이다.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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